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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강석경은 내가 태어난 도시 이름이 무미하여 동명이인 같은 대구大口의 이름을 차용하기로 했다. 바닷속 황금이라는 물고기‘ 대구’에서 태어났다니 푸른 심해를 유영하는 비늘이 내 몸 어딘가 돋아 있는 것 같다. 물고기는 바로 인류의 선조이니 수사법이 아니다. 내가 작가가 된 것은 숨쉬는 생의 터전이 어항처럼 좁아 나만의 오롯한 심해를 갖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그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기 시작했다. 1951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1973년 제1회『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로『 청색시대』『 가까운 골짜기』『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내 안의 깊은 계단』『 미불』『 신성한 봄』, 소설집으로『 밤과 요람』『 숲속의 방』, 동화로『 인도로 간 또또』, 산문집으로『 일하는 예술가들』『 인도 기행』『 능으로 가는 길』『 내 마음에 남은 절』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녹원문학상, 21세기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 preface 신라, 이 아름다운 발음
prologue 헤매다 경주를 찾았지
자연이여 아름다워라─용장사지에서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계림로에서
문화는 섞이면서 진보한다─괘릉에서
헌헌장부는 어디로 갔나─동궁과 월지에서
이 땅이 비어 있지 않다면 야성의 식물인들 몸을 붙이겠는가─황룡사지에서
우리의 뿌리이자 원형의 다른 이름─대릉원에서
폐허의 궁궐터는 산책자를 몽상에 잠기게 한다─월성에서
공유지엔 텃세가 없다─산림환경연구소에서
삶의 진흙에서 피는 연꽃, 그건 바로 예술이지─남산동에서
여기서 죽고 싶다─무열왕릉에서
이런 것이 양반 문화구나, 전통문화구나─교동에서
그릇을 보면서 비우라─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경주의 땅속은 비어 있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인왕동에서
반복된다는 느낌…… 전생이었을까─황오동 골목에서
잠시 유목민의 향수에 젖는다─가을의 거리에서
그래서 인간이 복잡하구나─노서동 고분공원에서
작은 것의 아름다움─진평왕릉에서
저 벼들처럼 삶의 뙤약볕을 견뎌야 한다─황금빛 배반들에 서서
변하는 건 산천이 아니라 사람이다─오릉의 겨울 숲에서
밤의 대기 속을 헤매니 우리는 친구가 아니냐─밤의 고도에서
영혼의 DNA가 동일한─겨울의 거리에서
경주의 역사가 묻어 있는 수원水源─북천에서
저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식혜골에서
postscript 경주, 영악함 없는 이 느림
epilogue 경주에서 내가 점유하는 진정 좋은 것들
책 속으로
이십 년도 전 경주에 처음 왔을 때 대릉원 맞은편 드넓은 유적지에 조산造山인 듯 둔덕인 듯 능이 솟아 있는 풍경은 나를 한눈에 매료시켰다. 산이 아닌 도심 한가운데 고분이 솟아 있다니.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도시. 세월의 더께가 더해져 자연 자체가 된 고분들. 근원으로 돌아가는 인류의 흔적 앞에서 나는 가슴이 흔들렸고, 영감처럼 십 년 뒤 경주로 들어섰다. 흔히 인연을 말하면 사람들과의 만남을 생각하지만 태어난 고향이나 이사, 이민 등으로 정착한 땅은 유동적인 인간의 만남보다 필연적인 것이 아닐까. 땅은 삶의 터전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은 온 지구에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나라와 지역에 따라 특별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내게는 인도와 그리스, 경주가 그러하다. 가도 가도 끝없이 지평선이 이어지는 인도의 원초적 풍경은 삶의 덧없음과 우주적인 순환을 보여주는 듯하고, 아폴로 신전이 있는 델피나 미케네 유적지에 서면 신성한 기운에 압도당하는 듯하다. 아름다운 자연도 자꾸 보면 얼굴만 예쁜 여자같이 싫증나지만, 천년의 고대사와 설화, 불교문화가 배어 있는 경주의 자연은 상상과 환상을 주면서 그 깊이로 늘 새롭게 다가온다.
-p177∼178, 「경주에서 내가 점유하는 진정 좋은 것들」 중에서
출판사 서평
난다의 >걸어본다<두번째 이야기
소설가 강석경이 걷고, 보고, 쓴, 경주!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
책소개
더없이 고도다운 그곳, 경주에 관한 이야기
난다의 걸어본다 그 두번째 이야기를 펴냅니다. 좁게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넓게는 내가 사는 나라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뒤따르는 과정 속에 저마다의 ‘나’를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는 ‘용산’을 테마로 한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책으로 그 포문을 연 바 있지요. 예고했던 바와 같이 다음 배턴을 이어받은 이는 소설가 강석경입니다. 강석경, 하면 경주, 하고 즉시 답하게 되는 일이 새삼스럽지 않은 까닭에 대해 짐작들 하셨겠지만 그의 많은 저작들의 경우 그 소재나 주제에 있어 ‘경주’를 배경으로 삼은 일이 꽤나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한사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글쓰기의 정신적 지주로 어떻게 그토록 긴 세월 동안 지칠 줄 모른 채 경주만을 지목하고 경주만을 주목할 수 있었는지 작가의 고집에 강한 호기심을 품어오던 저이기도 했습니다.
경주를 주제로 산문을 또 언제 묶겠는가. 소설가 강석경은 단단히 작정을 한 참이었습니다. 지난 십 년간 써온 글에 요 근래 집중해서 새로 쓰기 시작한 글을 합하는 작업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챕터씩 완성될 때마다 작가는 이메일로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그 가운데 밑줄 긋고 옮겨 적으며 여러 번을 되새기게 한 문장이 있었으니, “내게 고향이란 육신이 태어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이다”라는 구절이었습니다. 우리가 왜 저마다의 산책으로 자기만의 고향을 보유해야 하는지 흡사 ‘걸어본다’의 정의에 대한 절묘한 힌트를 얻은 것도 같았습니다.
더없이 고도다운 그곳 경주에 관한 이야기. 이 작가만이 쓸 수 있고 이 작가밖에 쓸 수 없는 그곳 경주만의 이야기.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의 소설가 강석경. 1973년 제1회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데뷔했으니 그가 작가의 삶을 이어온 것도 사십년 세월을 훌쩍 넘어섭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소설 『숲속의 방』으로 일찌감치 예민하면서도 유려하고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로 80년대 대학가에 청춘의 심벌로 읽히기도 했던 작가는 삼십대에 경주의 향토사학자인 고 윤경열 선생을 인터뷰하는 일을 계기로 경주에 매료되어 짐을 꾸리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십 년이 넘도록 경주라는 땅 한복판을 무한한 정신으로 매일같이 가로지르며 질주하고 있다지요.
산 자와 죽은 자가 인류의 가족으로 더불어 있다니. 고분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이지러지기도 하고 주검은 어느덧 대지로 돌아가 둔덕 같은 자연 자체가 되어 있었다. 생멸의 순환과 우주의 질서를 보여주는 풍경은 근원적이어서 강렬하게 가슴에 다가섰다.
-p11,「헤매다 경주를 찾았지」 중에서
비어 있기에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모두가 아무 것도 없다고 발길을 돌려버리는 월성과 같은 신라의 왕궁터를 작가는 어떤 연유로 매일같이 산책하게 되었을까요. 속절없이 크고 속절없이 둥글며 속절없이 수가 많은 능으로 보건대 경주라는 도시는 그저 능들의 거대 무덤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왕권이 무슨 소용이랴, 저 녹색 빈껍데기가 죽은 뒤에 다 무슨 대수냐며 삶과 죽음의 허망함을 논한다 할 적에 경주라는 흑백의 유적지는 매순간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하게 됩니다. 지구의 독생자처럼 헤맸으나 경주에 와서 비로소 신라라는 정신의 고향을 찾았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유목민의 터전인 중앙아시아에 산재한 적석목곽분과 똑같이 곽 위에 돌을 쌓아 흙을 올린 신라 거대 고분들. 거기에 우리의 원형이 있다. 유교에 억눌리기 전의 자유로운 신라 속에 유목민의 피가 흐르고 있다. 내 속에도 목초 냄새 나는 자유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신라 고도 경주에 와서야 알았다. 내가 경주로 돌아온 것은 근원으로의 회귀다.
-p29, 「헤매다 경주를 찾았지」 중에서
작가의 두 눈과 두 다리가 투과하고 통과해내는 경주 전역은 단순한 듯 복잡하고 복잡한 듯 단순합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것도 넉넉한 땅 넓이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어서 겉보기에 고여 있는 듯해도 여전히 경주 땅 곳곳에서 건강하고 우렁찬 울림이 전해지는 것은 천년 고도 시절부터 뜨겁게 피가 도는 경주의 건강한 자연의 혈관도 한몫 단단히 했을 겁니다. 자연이야 어디든 있지만 경주에선 도심 한가운데서도 자연을 점유할 수 있으니, 경주라는 도시에서의 삶이란 곧 자연을 제 근처에 두는 방식일 겁니다. 건축이 제한된 고도라 녹지 면적이 전국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경주는 그 덕분에 같은 우리나라 지역이라 해도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작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차례로 용장사지에서, 계림로에서, 괘릉에서, 동굴과 월지에서, 황룡사지에서, 대릉원에서, 월성에서, 산림환경연구소에서, 남산동에서, 무열왕릉에서, 교동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왕동에서, 황오동 골목에서, 노서동 고분공원에서, 진평왕릉에서, 오릉에서, 북천에서, 식혜골에서 납니다. 살아보고 감지하지 못한 사람은 붙일 수 없는 산책자의 팁 같은 것을 발 내딛는 곳곳에 얼마나 티가 나게 붙여놨던가요. 자연과의 일체감은 이렇듯 사람을 행복하게도 만드는 모양입니다.
저 느림이 고도 경주의 속도다
전국에서 신호등이 가장 늦게 들어온 지방이 경주라고 한다. 신호등이 설치된 후에도 경주 사람들은 차가 오거나 말거나 여유만만하게 길을 건넜다고 한다. 외지인에게 경주의 인상을 물으면 느림에 대해 말한다. 시대의 흐름에서 비켜난 듯한 고도의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보수적인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그런 느낌을 주기도 한다. (……) 내가 경주에 사는 것은 느림을 존재의 방식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p174∼175, 「경주, 영악함 없는 이 느림」 중에서
이 책은 빠르게 읽히지 않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무섭게 넘어가는 속도를 자랑하는 여타의 책과 달리 한 문장 한 챕터의 여운을 느리고 길게 끌고 갑니다. 교과서는 아니지만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들이 즐비한데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철학적 몽상들의 무게 또한 그 근이 꽤나 나갑니다. 신라인들의 염원을 담은 유물들 또한 눈으로 확인하고 머리로 이해한 뒤 가슴에 새겨야 하는 순리적인 과정이 담보되어야 하는 까닭에 단번에 읽어내기에는 역부족인 책입니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밀쳐둘 수가 없는 책입니다. 답사기일까 역사책일까 소설책일까 시집일까 면면마다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이 책을 소화해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리하여 역시 ‘느림’밖에 없다는 얘기가 되지요. 산책을 즐기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한 느림. 풍요는 또다른 빈곤을 가져오고 진보는 파괴를 동반하나니…… 모두가 빨리 읽고 빨리 읽히고자 꼬리를 따르고 꼬리를 자를 때 제 몸의 속도에 맞춰 때로는 심장이 되고 때로는 머리가 되려는 느림의 묵묵한 풀칠의 귀함을 예서 또 알게 되네요.
핵무기가 계속 개발되고 과학이 극으로 치닫는다면 천년 고도도 먼 훗날 죽은 자의 꿈만 남은 유령의 도시가 될까 두렵다. 시간의 강은 이어지는데 다가오는 시대를 어떤 꿈으로 맞아야 할지, 문명에서 잠시 비켜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유목민의 향수에 젖는다. 일설에 따르면 바지는 중앙아시아에서 말을 타기 위해 발명됐다고 한다.
-p118, 「잠시 유목민의 향수에 젖는다-가을의 거리에서」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셋으로 정리하자면 아마도 자연, 예술, 사회가 될 것입니다. 작가는 “예술은 늘 나를 감동시키고 자연은 나의 근원이며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도 자기정체를 갖게 하는 결정적인 조건이다”라며 우리 사회의 허망한 욕심, 그 허명에 대한 쓴소리를 책장마다 아끼지 않기도 하였지요. 변하는 건 산천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우리는 왜 자꾸 잊는 걸까요. 경주 출신의 화가 김성호의 경주를 테마로 한 그림들이 글과 한 몸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알다가도 모를 그 삶이라는 게 뭘까 싶어 자꾸만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주춤거리게 됨을 느끼게도 될 것입니다. 경주와 천년 고도 신라와 나라는 사람, 어떤 근원에 대한 우리들의 갈증은 어디에서 비롯된 헛헛함일까요. 경주는 어디에서 왔으며 천년 고도 신라는 어디로 갔으며 우리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들 가려 하는 걸까요.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끝나는 책의 귀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
ps.
책 표지를 펼치면 경주 산책 코스가 그려진 지도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작가의 입을 빌려 소개된 경주의 모든 곳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각자 편의대로 산책 코스를 짜보시라는 의미에서 시도해본 작업입니다. 유적지 외에 식당, 숙소, 카페 등등은 본문 안에 주소 및 전화번호를 구체적으로 적어두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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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의 능선으로 된 나라가 있었지요.
어느 순간, 그 능선 위에서 살고자 한 사람이 석경 선생인가 합니다.
놀랍죠. 혈혈단신 젊은 날 천축국 기행의
모범이 되었던 선생의 진정한 귀향이 신라라.
유행따라 대충 흉내나 내다 마는
인도 언저리 여행객들의 모범으로는 먼 분이겠죠.
내세에는 나도 석경 선생을 따라 기러기 울듯
신라, 그 고대의 나라로 가고 싶습니다.
─장석남(시인)
작가의 말
칠레의 시인 네루다는“ 꿈의 궁전에서 살듯이” 아름다운 지명에서 살기를 좋아했다. 꿈은 시인의 특권이라 싱가포르, 사마르칸트에서는 지명의 발음을 음미하며 살았다고 한다. 매혹적인 지명이 분명 있으니 나는 전에「 아스파한에서의 하룻밤」이라는 단편을 읽고 아스파한을 오랫동안 꿈꾸었다. 티베트의 수도 라사도 나를 사로잡았던 이름이어서‘ 라사’를 제목으로 넣어 장편소설을 쓰기도 했다.
신라라는 옛 이름을 불현듯 떠올리고 뒤늦게 몸을 돌린 것은 인도 여행 뒤다. 농경민의 후예처럼 좁은 땅에 붙박여 살다가 인도의 드넓은 대륙에서 삶의 본질을 보고 경주로 향했다. 자연인 듯 이지러져 천오백 년전 고분이 도심에 솟아 있는 풍경은 근원적이었다. 김씨 왕들의 거대 능을 산책하며 내 속에 유목민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았고, 비로소 한국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있었다. 신라라는 찬란한 이름을 만나기 전 나는 디아스포라였다. 경주는 모태와 같으니, 이 책은 유목민의 금빛 꿈이 묻혀 있는 고도에서 발길 닿는 곳마다 길어올린 사색의 우물이다. 나와 우리들의 뿌리에 대한 소박한 찬미이다.
신라? 당신도 시인처럼 이 아름다운 발음을 음미해보라.
2014년 8월
강석경
기본정보
ISBN | 9788954625210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9월 21일 (1쇄 2014년 08월 31일) | ||
쪽수 | 184쪽 | ||
크기 |
141 * 212
* 14
mm
/ 31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걸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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