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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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구병모는 2009년 장편소설 『워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당선.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등이 있다.
저자 김민주는 2009년 단편소설 「탱고」로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9년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창작뮤지컬 부문 〈탱고〉 공연(각색 안희철). 2010년 단편소설 「당신의 자장가」로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저자 박상우는 1988년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으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 수상.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 수상. 소설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인형의 마을』, 연작소설 『호텔 캘리포니아』, 장편소설 『청춘의 동쪽』 『까마귀떼 그림자』 『가시면류관 초상』과 산문집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등이 있다.
저자 임수현은 2008년 「앤의 미래」로 『문학수첩』 신인상 당선. 소설집 『이빨을 뽑으면 결혼하겠다고 말하세요』, 장편소설 『태풍소년』이 있다.
목차
- 파상풍 │ 구병모
세상의 모든 고백 │ 김민주
연애-메모-랜덤 │ 박상우
사랑의 생활 │ 박혜상
베토벤 키스 │ 이시은
저기 누가 간다 │ 이지영
포도밭에서 너처럼 목이 말라 │ 임수현
아름다운 석양의 달콤함 │ 정재민
게스트하우스 │ 진보경
발문
날아라, 살아라, 즐겨라 │ 박상우
책 속으로
사람의 마음은 전소(全燒)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때 비로소 연소(燃燒)하기 시작한다. 사랑이 상대의 심장에 자신을 선명히 새기는 것이라면, 그 조각의 세부가 언제든 마멸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구병모,「파상풍」에서
모든 로맨스가 부자의 특권이 아니듯이 모든 고백 역시 사랑에 성공한 이의 특권이 아니다. 아마도 고백은, 인간의 사랑이 닿는 가장 두렵고 연약한 곳에 위치한 풍차방앗간 같은 장소일 것이다.
─김민주,「세상의 모든 고백」에서
연애에 대한 무의식적 갈망이 삶의 바탕을 이룬다. 자신을 남과 다르게 만들고자 하는 모든 욕구의 바탕에 연애에 대한 무의식적 갈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호흡처럼 생명의 바탕을 이루는 연애, 그것에 대한 갈망이 없는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박상우, 「연애-메모-랜덤」에서
연인들을 대상으로 일을 도모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야. 그들은 가장 이기적이고 감정적이거든.
─박혜상, 「사랑의 생활」에서
무엇보다 타인의 침을 서로 받아먹는 키스는 인간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고 충만하게 한다는 거야. 이별을 할 때도 반드시 키스를 해줘야 한다는 거지.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나.
─이시은, 「베토벤 키스」에서
이조차도 착각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사랑은 어차피 착각에서 비롯되는 법이니까. 나만이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
─이지은, 「저기 누가 간다」에서
외계의, 안개의 그곳에선 딱 한 모금이었다고 생각되는 술의 기운을 빌미로, 내 온 진심을 다한다. 정직해진다. 따르지 않은 술처럼 참았던 건 비겁한 것이었다. 사랑은 말하여야 하는 것, 내 진심을 다해 고백하는 것이었다.
─임수현, 「포도밭에서 너처럼 목이 말라」에서
“이부장, 여자 때문이라는데?” 이야기를 다 듣자 주방의 장면이 이해됐고, 그들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배신감과 패배감이었다.
─정재민, 「아름다운 석양의 달콤함」에서
서른이나 됐으면, 너도 사랑이란 걸 충분히 해봤을 테지? 찬은 하영의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진보경, 「게스트하우스」에서
출판사 서평
연애, 참 써서
이렇게들 썼다,
쓰다 참, 사랑!
‘사랑’이라는 달콤한 거짓말 주위를 도는 ‘연애’의 쓴맛-
9인 9색 작가들의 선문답 같은 연애 상상!
소행성B612는 어린왕자만의 별이 아닙니다. 한 송이 장미꽃을 정성스레 가꾸는 어린왕자처럼 소설이라는 꽃을 가꾸는 사람들도 소행성B612라는 이름의 별에 있습니다. 소설창작 커뮤니티 소행성B612는 박상우 작가를 주축으로 함께 소설을 공부하는 이들이 모인 곳입니다. 이곳에서 습작기를 거친 이들이 문단에 데뷔하여 작가가 되면, 저마다 독립적인 행성으로 궤도에 진입합니다. 이렇게 소설창작 커뮤니티 소행성B612에서 함께 공부해온 작가들의 모임 ‘행성궤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행성궤도’의 구성원은 총 아홉 명입니다. 소행성B612와 행성궤도의 스승 격인 박상우 작가를 제외하면, 다른 여덟 명은 2006년부터 2011년 사이에 등단한 젊은 작가들입니다. 그들 중에는 데뷔 후 이미 몇 권의 책을 펴내 독자들에게 친숙해진 이름의 작가도 있고, 아직 첫 책을 내기 전이라 다소 낯선 이름의 작가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평생 ‘소설’이라는 중심을 의식하며 일정한 궤도 활동을 해나간다는 것에 있습니다.
상호간의 거리 유지와 존재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의 고유한 행성 활동을 중시하는 그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바로 그들의 첫번째 프로젝트, 테마 소설집으로 말입니다. 그 테마는 ‘연애’입니다.
‘사랑’은 이 세상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끝내 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주제지만, 동시에 그처럼 다양하고 그처럼 새롭고 그처럼 바래지 않는 화두는 또 없을 것입니다. 인생사 결국은 다 그놈의 사랑 때문에 굴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하고요. 인연, 관계, 기쁨, 욕망, 갈등, 미움, 고통 등 삶을 이루는 모든 상황과 감정이 어찌 보면 모두 이 ‘사랑’의 고리로 연결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비단 저만 해본 것은 아닐 테지요. 크고 단순하게,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결국은 ‘사랑해서’ 혹은 ‘사랑하지 않아서’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요. 하지만 1990년대 초반, 알랭 드 보통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는 사랑의 딜레마를 이미 보여준 바 있잖아요.
그래서 다시, ‘사랑’입니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들어가 ‘연애’입니다.
사랑에는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연애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 중에서도 ‘연인’으로 완성되는 사랑의 한 형태라 할 수 있지요. 사람마다 저마다 모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듯 연애의 모습도 각기 다를 터. ‘행성궤도’의 아홉 작가들이 풀어놓는 연애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사랑이라는 핑크빛 겉모습을 찢고 들어가 기어이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보고야 만다는 것. 그래서 제목 또한 『쓰다 참, 사랑』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작가들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하여 수록한 책의 첫 문을 연 작품은 구병모의 「파상풍」으로, 일상적인 이별이 갑작스러운 폭격 속에 파상풍처럼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 과정이 생생한 아픔으로 그려집니다. 이어지는 김민주의 「세상의 모든 고백」에서는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사랑을 잃은 주인공의 뒤늦은 후회와 진심 어린 고백을 들을 수 있지요. 박상우의 「연애-메모-랜덤」은 연애의 갈망에서 삶의 호흡을 찾던 주인공이 우연히 마음을 이끈 한 여자를 통해 연애가 아닌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리는 과정을 담고 있고, 박혜상의 「사랑의 생활」은 연애의 상대를 따라 매번 새로운 생활을 위해 떠나는 이와 그가 돌아올 집을 지키는 이의 서로 다른 생활의 이야기를, 이시은의 「베토벤 키스」는 미묘한 감정의 교류 끝에 베토벤의 현악 4중주의 12번처럼 격정적인 키스로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이지영의 「저기 누가 간다」는 주인을 사랑하고 질투한 휴대전화의 시선을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고요, 임수현의 「포도밭에서 너처럼 목이 말라」는 형의 연인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낀 동생이 술 기운으로 모든 걸 망쳐버리고 마는 이야기예요. 정재민의 「아름다운 석양의 달콤함」은 사랑에 빠진 한 셰프의 설렘에서 고통까지가 달콤한 음식들과 함께 그려지고, 마지막 작품인 진보경의 「게스트하우스」는 서로 다른 상대를 사랑하는 이들의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엇갈림이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에서 펼쳐집니다.
이렇게 다채로운 화법으로 풀어놓은 선문답 같은 연애 상상이 남기는 씁쓸한 뒷맛이 낯설지 않은 건, 어쩌면 우리가 사랑과 연애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모르고 있다는 공감 때문이 아닐까요. 혹은 사랑을 믿지 않는 자의 연대이거나.
각각의 「작가의 말」에서 이 아홉 작가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요.
“연애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랑에 대해 잘 모른다”(구병모)
“살아 있는 모든 관계의 종착역은 이별이다.”(김민주)
“지구에 태어난 모든 인간이 시뮬레이션 같은, 허구 같은, 홀로그램 같은 자기 찾기의 과정을 사랑이나 연애로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다.”(박상우)
“사랑을 그다지 믿지 않는 사람이 연애 이야기를 쓰다보니, 누군가의 사는 이야기가 되었다.”(박혜상)
“어쩌면 연애는 자기를 잃고 놓아버리는 게임일지도 모른다.”(이시은)
“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간으로 서서히 스며들어갔다. 나에게 ‘연애’란 그런 것이다.”(이지영)
“오래전부터 술의 문제로 이국으로 떠나 우연히 만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임수현)
“잉어는 다리 밑 어두운 곳에서 상류 쪽으로 머리를 둔 채 가만히 움직였다. 마치 무엇을 바라보듯이. (……) 그 움직임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닮아 보여 한동안 서 있었다.”(정재민)
“오래 머무를 수 없고 복잡한 규칙으로 얽혀 있는, 언제나 새로운 여정과 행운의 판타지로 기대되는”(진보경)
하지만 그럼에도, 이 쓴 사랑은 그리고 연애는, 너와 내가 있는 한 계속 씌어지겠지요. “쓰다 참, 사랑” 하면서요.
발문
날아라, 살아라, 즐겨라
이 책에 작품을 수록한 행성궤도의 작가들은 ‘소설창작 커뮤니티컬리지 소행성B612’에서 나와 함께 소설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이런 관계를 일컬어 ‘스승과 제자’라고 하지만 작가적 범주에서 나는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한 가지, 나의 현역 의식 때문이다. 작가로 등단하는 순간 그들은 나의 라이벌로 이름을 올린 것이고 그것을 바탕 삼아 그들과 나는 더욱 즐겁고 긴장감 넘치는 동업자 인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들과 나를 동등한 입장에서 대할 수 있는 합당한 처신이니 라이벌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같이 공부할 때에도 내가 스스로 앞서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을 통해 문학의 근본성이 소통과 나눔에 있음을 또한 자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문학이 ‘나를 넘어 다른 나(타인)에게로 가는 소통의 여정’이라는 자각에 이르자 많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래서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철없던 작가 시절과 달리 글을 남발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 중이다.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글을 짓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불역열호(不亦說乎)!
‘문학을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박을 ‘하고’ 경마를 ‘하는’ 것처럼 문학을 특화시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문학을 ‘하면’ 그것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려 인생이 고달파진다. 그래서 나는 주변의 문학인들에게 ‘문학을 하지 말고 문학을 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마음을 비우고 문학을 살면 알게 될 터이니, 세상에 문학처럼 풍요롭고 문학처럼 융합적인 것이 달리 없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문학을 살지 못하고 문학을 하는 사람이 되면 좌절과 상대적 박탈감에 짓눌려 인생의 생기를 잃는다. 마찬가지 원리로 ‘소설을 쓴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소설은 쓰는 게 아니고 짓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일기나 기사 같은 글이야 사실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니 써야 마땅하지만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작하는 글을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 그러니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문학을 살고 소설을 짓는 일을 실천하면 그 사람의 문학인생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소행성B612 출신의 작가들과 테마 소설집을 구상하게 된 데에는 창작을 고무시키고 침체되어가는 소설판 분위기를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소박한 운동욕구가 있어서였다. 문학은 아주 작은 불씨나 씨앗 같은 것으로부터 소소하게 일어나는 기운이 소중하니 거창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 친분 있는 작가들과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벤트성 창작집을 때때로 진행할 계획이다. 문학은 권위로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고 상업적 성공으로 성취되는 것도 아니다. 문학의 발화에 필요한 적정 온도, 인간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찰, 즐거움을 불러오는 열정만 있으면 그것은 얼마든지 융성해질 수 있다. 그것을 실현하는 의미에서 기획한 행성궤도의 첫번째 테마는 ‘연애’였다. 연애를 보고 느끼는 시각이야 천차만별하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작가들의 작품은 다채로운 화법으로 보여주었다. 『쓰다 참, 사랑』이라는 제목이 탄생하기까지 꽤 오랜 인고의 시간이 지나갔다. 하지만 쓴맛을 감내하지 않고 어떻게 달콤한 결실을 얻을 수 있겠는가.
책의 탄생에 산파 역할을 한 김민정 시인과 편집부 직원들에게 감사. ^^
2013년 여름, 박상우
기본정보
ISBN | 9788954621540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7월 20일 |
쪽수 | 275쪽 |
크기 |
148 * 211
* 19
mm
/ 386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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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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