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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13년 8월 3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 쓰시마 유코(津島佑子)는 1947년 도쿄 교외 미타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사토코. 작가가 한 살 때 사망한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다. 시라유리 여자대학 영문과 재학중 동인지 『요세아쓰메』를 창간하고 첫 작품 「손의 죽음」을 발표했다. 같은 해 나카가미 겐지 등과 함께 『분게슈토』의 동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6년 『덩굴풀 어머니』로 다무라 도시코 상, 1977년 『풀의 침상』으로 이즈미 교카 상, 1979년 『빛의 영역』으로 노마문예신인상, 1987년 『밤의 빛에 쫓겨』로 요미우리 상, 1998년 『불의 산』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2000년 『웃는 늑대』로 오사라기 지로 상, 2005년 『나라 리포트』로 문부과학대신상과 무라사키 시키부 상, 2012년 『황금의 꿈 노래』로 마이니치 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 등으로 번역, 출판되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파리 대학 국립동양언어문화연구소에 초청되어 일본 근대문학을 강의하는 등 해외 문학 교류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소설가 신경숙과의 왕복 서간 에세이집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을 양국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그 외의 작품으로 『너무나 야만스러운』 『전기마』 『갈대 배, 날다』 등이 있고, 소설집 『「나」』가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현재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심사위원이다.
역자 김훈아는 성신여자대학교와 동대학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센슈 대학에서 일본 현대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일조선인여성문학론』이 일본에서 출간되었고, 『일요일의 석간』 『비와 꿈 뒤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신경숙과 쓰시마 유코의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공지영과 쓰지 히토나리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양국 언어로 번역했다. 『웃는 늑대』로 제1회 판우번역상을 수상했다.
목차
- 한국 독자 여러분께ㆍ007
묵시ㆍ011
욕실ㆍ031
‘신비한 소년’ㆍ055
꿈의 기록ㆍ075
자카 도프니?여름 집ㆍ127
슬픔에 대하여ㆍ157
모든 죽은 이의 날ㆍ189
옮긴이의 말ㆍ255
책 속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묵시가 조금도 신기한 일이 아니란 것을 나도 이제 이해하기 시작했다. 숲 근처에 산다는 것은 그런 사람, 예를 들어 나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에게 얼마간 위안이 된다. 숲에 많은 것을 버렸지만 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놓아준 것이라 생각하고, 자기가 알지 못하는 숲의 모습을 마음대로 상상하고, 집착하고, 그리워한다. 한편 지금도 숲에서 늘어나고 있는 동물들은 숲 밖의 인간세계를 조용히 주시하고 있다. 「묵시」
밤이 되고 욕실 창에 불이 밝혀지면 사자死者는 그리운 마음에 성큼성큼 다가와 유리창에 얼굴을 갖다댄다. 그런 꿈을 몇 번이나 꾸었다. 욕실 안에서, 나도 숨을 죽이고 창밖에 있는 오빠의 기척을 온몸으로 느낀다. 언제까지 찾아올 생각일까, 이젠 이쪽으로 들어올 수 없는데. 안으로 들이고 싶어도 살아 있는 내게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창밖을 서성이는 사자의 절망을 생각하면 두려웠다. 몸이 녹아버릴 것처럼 슬프기도 했다. 「욕실」
특별한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에게 강하게 이끌린 미치에는 그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지상에서 유리되어, 과거나 미래도 없이, 지상의 빛깔, 하늘의 빛, 물의 반짝임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던 그 남자를 미치에는 늘 마음속에 간직했다. 그 마음이 어느 날 하나의 형체가 되어 미치에의 눈앞에 나타났다. 아이였다. 아이도 남자를 닮아 특별했다. 「‘신비한 소년’」
그날부터 나는 내 좁은 집에도 아들아이가 숨어서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깨닫고 나니 조금도 뜻밖이 아니었다. 아들아이는 작디작은 알갱이 같아서 딸아이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면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었다. 화분의 흙 속, 책장의 빈틈, 찬장 서랍 안, 텔레비전 뒤, 세면대 선반, 옷장 안.
나는 지금도 여전히 슬픔을 모른다. 아이가 여기저기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 무어 슬퍼할 필요가 있을까. 작은 알갱이가 된 아이가 매일 내게 기쁨의 빛을 전해준다. 「슬픔에 대하여」
아무런 추억도 연고도 없는 곳에 오면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반대였어. 멀리 떠나오니 도쿄는 이제 시간이 멈춘 공간이 되어서, 시간 속에서 잊혀야 할 추억이 오히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되살아나. 귀신처럼 계속. 「모든 죽은 이의 날」
출판사 서평
인간 존재와 생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작가 쓰시마 유코, 그 문학의 원형
제10회 가와바타 야스나리 수상작 「묵시」 수록
『묵시』는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쓰시마 유코가 개인적인 체험을 주요 모티프로 한 초기 단편 중 일곱 편을 직접 선정해 묶은 소설집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오사라기 지로 상, 마이니치 예술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일본 내에서 문학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10여 개국에 번역, 소개된 쓰시마 유코는 <뉴욕 타임스>로부터 “동세대 작가 중 가장 중요한 한 명”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기도 한 작가는 국내에는 두 소년 소녀의 눈을 통해 패전 직후 황야 같던 일본 땅을 그린 대표작 『웃는 늑대』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소설집은 소설가 신경숙과의 인연으로 출간되었다. 2006년 3월부터 일 년간 한일 양국의 문예지 『현대문학』과 『스바루』에 연재되었던 왕복 서간(단행본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으로 국내 출간)에서 ‘쓰시마 선생님이 직접 고른 중단편을 엮어 한국에서 내자’고 했던 신경숙 작가의 제안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쓰시마 유코는 『묵시』 『꿈의 기록』 『빛나는 물의 시대』 세 소설집에서 일곱 편을 골랐다. 1982년부터 십 년에 걸쳐 발표한 작품들은 모두 죽음으로 인한 가까운 이의 상실과 시공을 초월한 재회를 다루고 있다. 작가 스스로의 아픔이 담긴 각각의 단편들을 통해 가족이라는 혈연과 그 의미를 집요하리만큼 반추해온 작품세계의 원천을 엿볼 수 있다.
상실이 드리운 그림자, 황망히 서성이는 나날들
그 버거운 운명을 향하는 남겨진 자의 응시
『묵시』에 수록된 단편 속 주인공들은 여러모로 작가 쓰시마 유코와 닮아 있다. 그녀가 한 살 때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동반자살로 삶을 마감해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의 존재, 사춘기에 겪어야 했던 오빠의 죽음. 성인이 되어서는 어린 아들마저 호흡곤란으로 갑작스레 죽는다. “삶에서 큰 가지가 갑자기 잘려나갔던 시기를 전후해 쓴” 이 단편들에서 주인공들은 혈육을 잃은 쓰시마 유코를 대변하듯 시종 상실감에 번민한다.
표제작이자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수상작인 「묵시」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인 ‘나’가 집 근처 숲에서 고양이를 여러 마리 발견하고 어떤 거래를 떠올린다. 숲속 이형의 존재와 도시의 인간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침묵 속 거래 묵시默市를, 내 아이들과 고양이들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상상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먹이를 주는 대신 고양이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고.
「욕실」과 「‘신비한 소년’」에는 ‘나’의 어린 시절이 회상된다. 아버지는 그녀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 홀로 세 남매를 키운다. 고생 끝에 새집으로 이사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다운증후군 오빠가 갑자기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슬픔을 견디느라 경직된 어머니와 사춘기를 맞은 ‘나’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나’는 그런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찌감치 독립한다. 하지만 그녀도 결국 어머니처럼 홀몸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처지가 되고, 아이들을 매개로 어머니와 관계를 겨우 회복해가며 삼대가 함께 살 새집을 짓는 꿈에 부풀어 있을 때 ‘나’의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꿈의 기록」은 작가가 아들을 잃고 약 일 년 반 뒤에 쓴 작품으로 첫번째 장에서는 아들에 대한 꿈의 편린들이, 두번째 장에서는 각각 아들과 동생을 잃은 ‘나’와 딸의 생활이 꿈과는 분리된 현실로 기록된다. 「자카 도프니―여름 집」에 이르면 현실과 꿈의 경계가 애매해진다. 심지어 집 우편함에서 아들아이가 기르던 도롱뇽의 먹이를 발견하고 아이가 돌아올 것이라 기대하는 등 온전한 정신과 광기의 경계마저 분명치 않다. 「슬픔에 대하여」에서는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가 묻고 또 묻는다. 과연 내가 슬퍼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슬픔이란 무엇인가.
마지막 수록작 「모든 죽은 이의 날」은 그로부터 몇 년 후, 무대가 파리로 옮겨진다. 결국 어떻게 해도 죽은 아이가 돌아올 수 없음을 깨달은 ‘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살아가고자 어떤 추억도 연고도 없는 도시 파리로 떠나 익숙지 않은 언어에 둘러싸여 지낸다. 제목 ‘모든 죽은 이의 날’은 11월 2일, 가톨릭 명절인 위령의 날을 가리킨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들을 떠올리고 아직 연옥에 남아 있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인 것이다.
“아주 큰 가지가 떨어져나갔는데도 제 삶의 시간은 계속되었습니다.
어째서 중단되지 않는가. 그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이기 때문이겠지요.
소설을 쓰는 일과 읽는 일 모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고 또 묻는 행위일 것입니다.”
―작가의 말
『묵시』에서는 상실과 부재가 시종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주인공들은 실생활과 꿈, 환상의 세계 사이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자식들을 버리고 떠나간 아버지의 자리를 고양이가 대신하는 상상을 하거나(「묵시」) 어린 시절 죽은 오빠가 집으로 돌아와 욕실 창에 달라붙어 있는 꿈(「욕실」), 세상을 떠난 아들아이가 살아나는 꿈(「꿈의 기록」)을 꾼다. 어느 날의 꿈에서는 죽은 아버지가 비굴하고 추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모든 죽은 이의 날」). 숨이 가빠질 만큼 온몸을 감싸는 그리움은 실제로 죽은 이를 되살려내기도 한다. 우편함에서 죽은 아이가 기르던 도롱뇽의 먹이를 보고 아이가 돌아올 것을 예감한(「자카 도프니?여름 집」) 주인공은 언제부터인가 화분의 흙 속, 책장의 빈틈, 찬장 서랍 안 등 집안 곳곳에 숨어든 아들아이를 발견한다(「슬픔에 대하여」).
이렇듯 작품 속 주인공은 그리운 이들과 시공을 넘어선 재회를 경험한다. 이는 인간의 시간이란 과거에서 현재로 곧장 흐르는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소용돌이치고 휘어지고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이라는 작가의 깨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간 또한 삶과 죽음, 꿈과 현실로 양분된 것이 아니라 각각이 서로 교차하고 얽히는 세계로 인식되고, 이로써 다른 시공에 있는 이들과 재회하고 교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가혹한 현실 앞에서 버거운 운명을 집요하게 응시함으로써 인간 존재와 생을 꿰뚫는 통찰력을 얻은 듯, 쓰시마 유코는 이후 개인적 경험에 국한되지 않고 『웃는 늑대』 『너무나 야만스러운』 『전기마』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약자 보편으로 관심사를 확장시킨 작품들을 발표한다. 그런 깊고 폭넓은 성찰의 원형을, 작가 스스로 가려 뽑은 정수 『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말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작가인 쓰시마 유코와 일 년 동안 공개 서신을 주고받을 기회가 내게 있었다. 한국에 쓰시마 유코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이 겨우 한 권 있었을 때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그의 단편들을 한국의 독자들보다 먼저 읽을 기회도 세 번 주어졌는데 그때마다 그의 단정한 문체, 생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개인과 사회가 겪는 고통과 불행의 이면들을 적극 껴안는 포용력에 등이 곧추세워지곤 했다. 여기에 실린 단편들은 그의 작가생활 사십여 년 동안 자신이 쓴 수많은 단편들 중에서 스스로 뽑은 정수들이다. 우선 그의 단편을 더 읽고 싶었던 내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어서 반갑고, 그가 펼쳐놓은 세계를 통해 인간이란 얼마나 신기한 존재인지에 대한 수긍과 반문들을 이제 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 신경숙(소설가)
기본정보
ISBN | 9788954621281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8월 05일 | ||
쪽수 | 260쪽 | ||
크기 |
128 * 188
* 20
mm
/ 36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默市/津島佑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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