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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2년 8월 3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 다니엘 포르(Daniel Fohr)는 1956년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베네수엘라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파리로 돌아와 1985년 광고계에 입문했다. 알제리, 베트남,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생활하던 그는 2005년 15년지기 동료들과 함께 국제적인 광고 회사 M&C Saatchi.GAD를 설립해,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장편소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2007)와 『무기는 프런트에 맡겨주시기 바랍니다』(2010)를 차례로 발표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돋보이는 그의 소설은 짐짓 어두워 보이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활기와 유머가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록음악과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그는 현재 취미로 태권도를 배우며 세번째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역자 박명숙은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졸업. 프랑스 보르도 제3대학에서 언어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배재대 등에서 강의했다. 출판기획자와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다. 『라 퐁텐 그림우화』 『순례자』 『누구나의 연인』 『로마의 역사』 『위대한 열정』 『가고 싶은 길을 가라』 『목로주점』 『옆 무덤의 남자』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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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대개 그러다 보면 나뿐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아타카마 사막, 리비아 사막, 과히라 반도, 호주의 레드 센터였다. 메마름, 소금, 모래언덕에 버려진 뱀 허물, 삼엽충 화석. 길을 잃고 헤매다 넘어져 일어나고 또 넘어졌다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 채 타는 듯한 갈증으로 뼈까지 하얗게 변해버린 동물이었다. 그러다 끝내 갈증을 풀어주는 그늘과도 같은 죽음을 맞이하는. _22-23쪽
나는 위스키를 한 잔 마시고 발레리에게 어떻게 접근할까 곰곰 생각했다. 내가 이러는 게 그녀에겐 너무 갑작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믿고 확신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 인간은 우주에 홀로 존재하며, 나 또한 혼자다. 신은 죽었다. 니체가 죽였으니까. 내가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게 비결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허락되고,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현실은 구현된 인간 의지에 불과하다. _46쪽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내 나머지 삶의 실패, 무엇보다 애정과 사회적인 삶의 실패, 예술과 정치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것도 성취하지 못하고 실패의 진정한 원인을 깨닫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근본적으로 화학적인 원인에 기인한 게으름 탓인지도 몰랐다. 어떤 효소와 광물질 부족으로 인한. 어쩌면 명확히 알 수 없는 원인 때문이거나 비밀스러운 가족 내력이 은밀하게 전해진 탓일 수도 있다. 어쨌든 어떤 경우든 진정으로 그에 맞서 싸우지 못한 탓이다. _65쪽
엿이나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십 분 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모든 걸 털어놓았다. 내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능함, 사는 동안 겪었던 실패, 마리 아녜스, 지난밤을 함께 보낸 거구의 여자, 스웨덴 여성들, 잘게 다져진 채 파슬리를 뒤집어쓰고 죽은 남자, 운동, 팔굽혀펴기, 개미를 먹은 일, 우울증과 쓰레기통에 처박힌 화초를 보고 마음 아팠던 일 등을. 심지어 때때로 죽은 밤비의 엄마가 떠올라 그때마다 울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또 울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울고 있었으므로 의사는 그 차이점을 알지 못할 터였다. 삼십 분쯤 지나고, 사십 분이 채 되지 않아 그가 말했다. “좋습니다.” 마치 “이걸로 충분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를 뒤지는 척하며 더듬거렸다. _72-73쪽
당신의 작은 행동, 동기, 만족, 실현된 꿈 등을 청소년기에 꾸었던 꿈과 비교해보라. 그러면 한 가지 생각밖에 나지 않을 것이다. 목을 매고 싶다는 생각. 이제 우리는 단지 퇴보한 원자 덩어리에 불과한 존재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다른 경우의 수는 없다. 우리는 실패에서 영양분을 섭취해 성장하며, 그것을 밟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진, 또 전진을 외치며. 그러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다시 좌절해 무위도식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결국 성인으로서의 모든 삶은 이렇게 요약되는 셈이다. 나머지는 비율과 성공의 문제일 뿐이다. _78쪽
그렇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 더이상 어떤 것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꼭두각시들의 세상,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사람들의 세상인 것이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내가 늘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것처럼. _111쪽
내가 혹시 투정 부리는 응석받이인 걸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투정을 하게 된 것일까? 적어도 내 상황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다른 곳에서 죽어가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내 상황에 대해 투정할 일이 없겠지만. 그곳에서는 일 초에 한 명씩 죽어간다고 했다.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마치 기계처럼 내가 손가락을 ‘딱’ 하고 부딪치면, 그때마다 굶주리다 못해 배가 부풀어오른 아이들이 하나씩 죽어 구덩이에 묻히는 것이다. (...) 하나의 죽음, 또 하나의 죽음, 그리고 또 하나의 죽음이 연이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죽음에 비하면 나는 응석받이가 틀림없다. 살찌고 불만 많은 백인에 속한다는 사실 때문에 응석받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에어컨이 설치된 시속 15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 육식, 한 갑에 8유로짜리 암의 형태로만 만나는 죽음. 사치스럽고 배부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_154-155쪽
출판사 서평
“내 주위에서 한동안 아무도 죽지 않으면 불안해.”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기발한 도전, 블랙코미디에 대한 순수한 오마주!
현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기발하고 매력적인 첫 소설
단 한 줄의 문안, 단 한 컷의 이미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광고, 그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소설을 쓴다면 어떤 느낌일까. 국제적인 광고회사 M&C Saatchi.GAD를 설립한 다니엘 포르의 첫 소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넘치는 유머와 활기, 때론 통찰력까지 엿보이는 감각적인 문장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 제목 그대로 ‘죽음’이 한 페이지에 하나씩 등장하는, 기발하고 매력적인 작품을 소개한다.
실연의 상처를 안고 수렁에 빠진 한 남자
그 남자의 눈물겨운 인생 앞에 놓인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한 남자가 처절한 이별 통보를 받는다. 그의 여자친구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에다 실패작이라며 가시 같은 말을 쏟아내고, 그의 등 뒤에 겨드랑이 좀 씻고 다니라는 애정 어린 충고도 보탠다. 약속이라도 한 듯 하필이면 그때 건물 관리인이 지나가고, 조롱과 빈정거림이 섞인 안타까운 시선을 던진다.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뚜렷하지 않은 이 남자에 대해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사실 여자친구의 말이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것쯤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지금으로선 평균이거나 평균에 아주 조금 못 미치는 삼사십대 남성으로 추측할 뿐.
쓰라린 실연의 상처를 안고 여자친구의 집에서 나오면서 그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자동차 사고를 목격한다. 자동차는 그가 불과 십 초 전 서 있던 자리를 들이받고, 차 밖으로 튕겨나간 운전자는 토마토처럼 찌그러졌다. 그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바로 그 순간부터 자신의 불운이 시작된 줄은.
자기 연민에 허덕이거나 ‘실연남’ 특유의 비분강개하는 허세를 부릴 법도 하지만, 예상 밖에 그는 맥주 한 잔으로 털고 일어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노력한다. 다시 사랑에 빠지기 위해 여자를 만나고, 베스트셀러 소설을 써서 유명해지기 위해 열심히 영감을 떠올리고, 몸짱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운동을 한다. 그러나 모든 게 계획처럼, 마음처럼 쉬울 리 없다. 그의 노력에는 늘 2퍼센트가 부족하다. 계획은 실패의 연속이다. 게다가 자동차 사고를 목격한 후로 그의 일상에 ‘죽음’이, ‘한 페이지에 하나씩’ 계속해서 가로놓인다. 아버지가 죽고, 옛 애인이 죽고, 키우던 화분이 죽고, 급기야 연쇄 살인 사건에 연루되기까지……
유쾌한 유머, 독특한 구성, 순수한 즐거움의 결정체!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에는 제목처럼 ‘죽음’이 한 페이지에 하나씩 등장한다. 소설 속 인물들(주인공의 아버지, 학교 동창과 그의 가족, 옛 애인 등)부터 온갖 종류의 동식물(고양이, 사슴, 풍뎅이, 실파, 나무 등), 유명인(사르트르, 폴 매카트니, 엘비스 프레슬리, 프로이트, 나폴레옹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주인공의 주변에 죽음이 잇따른다. 주변 인물들이 죽거나, 주인공이 직접 죽음을 목격하지 않더라도 그의 곁에 늘 죽음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죽음들은 이런 실질적인 죽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 아이디어, 자본주의, 과거의 나 등 관념적인 죽음까지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아마존의 개미들은 커다란 풍뎅이한테 세모꼴로 세심하게 자른 잎사귀를 갖다주어 먹여 살린다. 풍뎅이는 많이 먹을수록 많이 배설한다. 우리와 똑같이. 초시류의 배설물 위에서 자라는 버섯은 개미들의 식량이 된다. 풍뎅이가 죽으면 개미들이 뜯어먹는다. (...)
어떤 개체의 살을 찌우고 그 개체의 배설물을 섭취해 살아간다는 생각이 나를 매혹했다. 그 생각에서 기업의 삶과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원동력에 대한 강력한 메타포를 유추해냈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나머지 종양이 생기고, 너무 무거워지고 느려져 발전하거나 적응하는 게 불가능해서 끝내는 풍뎅이처럼 소멸하고 마는 운명을 지닌 모든 제국, 시스템, 그리고 작거나 큰 조직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게 마련이다. (본문 37-38쪽)
말 그대로 한 페이지에 하나씩, 실질적인 죽음에서 상징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두 150번이 넘는 ‘죽음’이 작품 곳곳에 배치되지만, 이 소설은 일반적인 스릴러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여자친구에게 버림받고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일상에 수많은 죽음이 개입하고, 그로 인해 복잡해지는 사건들이 다니엘 포르 특유의 유머와 한데 어우러진다. 이름이나 직업, 나이조차 뚜렷하지 않은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지금-여기’를 사는 현대 남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의지박약에 다소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비교적 평범한 인물에게 닥친 조금 특별한 시련을 통해 이야기에 활기를 더한다. 주인공의 삶 속에 스며든 죽음이 각 페이지마다 어떤 형태로 등장하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작품 끝 부분에는 그 ‘죽음’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 색인이 마련돼 있다.
구절마다 재밌고 단락마다 웃기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유쾌하고 감각적인 문장
다니엘 포르는 소르본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베네수엘라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1985년 유명 광고회사 TBWA의 카피라이터로서 광고계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DDB, Australie, CLM/BBDO 등 굴지의 광고회사에서 폭스바겐, 토요타, 볼보, 푸조, M6(프랑스 대표 음악 전문 티브이 채널), 펩시, P&G, 에어 프랑스, BNP Paribas, 에비앙 등의 광고를 만들었다. 2005년에는 15년지기 동료들과 함께 국제적인 광고회사 M&C Saatchi.GAD (http://www.mcsaatchigad.fr/)를 설립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광고 제작자로서의 이력이 바탕이 된 기발한 형식과 감각적인 문장, 독자들은 틀에 박히지 않은 전혀 새로운 신종 블랙코미디-스릴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하여
전통 추리물을 패러디한 이 책 속에 저자가 스스로 부과한 기상천외한 문학적 제약이 독서에 흥을 돋운다. 그것은 바로 한 페이지에 하나씩 죽음을 마련한 것. 이런 스타일의 글쓰기는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진정 기발한 도전이다. 레클레르 데 피레네
한 페이지에 죽음이 하나씩 등장한다는 관점에서는 단연 스릴러다. 그러나 이 소설은 블랙코미디에 대한 순수한 오마주다. 이어지는 내용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누구에게도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제스티옹 드 포르튄
다니엘 포르의 문장은 죽음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무척 생동감이 있다. 활기 넘치는 그의 소설은 민첩하게 흘러간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작가다. 피가로 리테레르
부조리의 매력이 가득한 그의 첫 소설은 신경쇠약을 일으킬 것 같은 다른 소설들과 달리 기분 좋은 유머로 가득하다. 레 제코
기본정보
ISBN | 9788954618458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8월 17일 | ||
쪽수 | 220쪽 | ||
크기 |
140 * 210
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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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학동네 세계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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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명/저자명 | Un mort par page/Fohr, Dani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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