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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구리 두루마리에 적힌 보물을 찾아 발굴을 진행중인 발굴팀 대장이 유다 사막 한복판에서 기묘한 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웅장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장면, 로마군에 대항하는 최후의 기지였던 마사다 유적지 일람, 역사적 정설을 뒤엎는 중세 성전기사단의 정체, 하시시를 피우며 암살을 저지른 악명 높은 이슬람 아사신 파에 대한 본격 묘사, 아사신 파와 성전기사단의 밀약, 그리고 현대까지 끈질기게 이어오며 이천 년의 꿈을 이루려 하는 사람의 투쟁 등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서기 70년부터 중세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천 년간의 염원과 싸움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이 책은 유대교 혹은 유대문화에 대해 웅숭깊게 다루고 있다. 『쿰란』에서 이미 경건하게 문서를 베껴쓰는 하시드(초정통 유대교인) 필사생의 삶과 정신을 인상 깊게 보여준 바 있었던 작가는, 역시 이 책에서도 수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은둔자 에세네인의 삶과 그들의 영적인 문화를 보여준다. 또한, 히브리어의 정신성을 소개하여 그네들 문화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소설가란 역사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의 손을 잡고 소설 속 세계로 독자를 이끌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약관 27세의 나이에 『쿰란』을 발표하여 세계적 작가로 부상한 엘리에트 아베카시스는 1969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 아르망 아베카시스는 유명한 철학교수이자 『유대사상 Pensée juive』의 저자로, 오늘날 가장 뛰어난 유대사상가 중 한 명이다.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역시 유대교와 유대문화에 깊이 동화된 독실한 유대교도이며, 프랑스 지성의 산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철학교수 자격증을 취득했다.
1996년에 발표한 첫 작품 『쿰란』은 사해문서 미스터리를 소재로 예수의 생애를 유대교적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한 역사추리 소설로, 출간되자마자 18개 언어로 번역되어 십만 부 이상 팔려나가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에 출간된 『일곱 방울의 피』는 『쿰란』의 시공간을 더욱 확장하여, 역시 『쿰란』의 주인공들인 아리 코헨과 제인 로저스가 사해문서 중 ‘구리 두루마리’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역동적인 모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쿰란』과 『마지막 부족』(2004)과 함께 ‘쿰란 삼부작’을 이룬다.
그 밖에 아베카시스의 주요 저작으로는 『황금과 재』(1997), 『살인에 관한 형이상학적 고찰』(1998), 『라 레퓌디에』(2000), 『나의 아버지』(2002), 『클랑데스텡』(2003), 『행복한 사건』(2005), 『보이지 않는 코르셋』(2007) 등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 및 동대학원 불문과를 졸업했다. 『미크로코스모스』『녹턴』『태양의 여왕』『현자 프타호텝의 교훈』『디오게네스의 햇빛』『자신있게 살아라』『비밀』『쇼비타』『코르토 말테제』(전5권) 『지구를 걷는 아이』『사랑의 목소리』『80일간의 세계일주』『헤드헌터』『장 지오노, 나의 아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프롤로그
첫번째 두루마리-범죄
두번째 두루마리-시온
세번째 두루마리-아버지
네번째 두루마리-보물
다섯번째 두루마리-사랑
여섯번째 두루마리-성전기사단
일곱번째 두루마리-전쟁
여덟번째 두루마리-실종
아홉번째 두루마리-귀환
열번째 두루마리-성전
용어해설
책 속으로
“봐라, 저쪽에 보이는 것이 쿰란이고 왼쪽에 있는 것이 사해다. 그리고 헤로데 왕의 옛 궁전인 헤로디움도 보이지. 이 궁전은 132년 로마에 대항한 2차 반란이 있었을 때 이스라엘의 새 군주이자 마지막 군주인 바르 코크바의 거주지가 되었지. 여기서 보면 구리 두루마리에 언급된 보물들이 감춰진 장소가 전부 보인다.”
“정말인가요? 그 장소들을 정확히 알고 계세요?” 제인이 말했다.
“구리 두루마리를 읽으려면 랍비 문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해요. 뿐만 아니라 컴퓨터 정보처리 기술도 다 알아야 하죠…… 예를 들어 첫번째 문장은 ‘아코르 계곡의 황폐함 속에’라고 되어 있는데 이건 지리학적으로, 또 지질학적으로 특별한 장소를 암시하오.”
아버지는 우리 앞에서 그가 낱낱이 알고 있는 게 분명한 구리 두루마리 보물들의 전시회를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가 우리 눈앞에 두루마리를 펼쳐 그 알맹이를 간결하고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 자신이 살아 있는, 말하는 두루마리인 것과 같았다.
(본문 139p)
서력 1320년, 스물아홉 살의 나, 시토회 수도사 필레몬 드 생질은 어느 끔찍한 밤부터 새벽에 걸쳐 있었던 놀라운 발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나는 내 생명을 위험으로 몰아넣은 사내, 내가 기록해야만 하는 사실을 내게 폭로한 한 사내의 순교와 임종의 순간에 함께했다.
(…)
이것이다. 1319년 10월 21일, 루브르 감옥에서 나는 한 사내의 고백을 들었다. 나는 그의 고해 신부였다. 이단으로 고발되어 죽음을 선고받은 이 사내는 지극히 중대한 사실,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을 사실을 내게 고백했다. 사내는 기사이자 수도사였다. 그는 방패 같은 인내심, 갑옷 같은 겸손, 창 같은 자비를 지녔고, 그것들로 모두를 구하고 주 예수를 위해 싸웠다.
1319년 10월 21일 그날, 루브르의 컴컴한 지하 독방, 살아 있는 쥐와 죽은 쥐가 득시글거리는, 횃불이 내뿜는 시꺼먼 연기가 자욱한 그 방으로 불려간 그날을 나는 결단코 잊을 수 없으리라.
(본문 224~225p)
출판사 서평
1. 쿰란과 사해문서(쿰란 두루마리)
쿰란은 사해(死海) 북서 연안에 위치한 바위 지대이다. 1947년, 베두인 목동이 잃어버린 염소를 찾으러 이 부근 절벽을 헤매다가 우연히 동굴 입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구멍에 돌을 던져넣자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깜짝 놀라서 동굴 안으로 들어간 이들은 동굴 속에서 항아리 여러 개를 발견했다. 이 항아리 안에 세 개의 두루마리가 있었는데, 이것이 최초로 발견된 사해문서이다.
조사 결과, 이 두루마리들은 〈이사야서〉 전권, 〈공동체의 규율서〉, 〈하박쿡 주해서〉로 기원전 250년에서 기원후 68년 사이에 기록된 구약성서 사본임이 밝혀짐으로써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전까지 알려졌던 가장 오래된 구약성서 사본은 알레포 사본(925년경)과 레닌그라드 사본(1008년)이었는데, 이들보다 1천 년 이상 앞선 히브리어 성서 사본이 등장함으로써 기독교의 역사가 다시 쓰여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후 발굴 작업은 계속 진행되었고, 지금까지 총 11개의 동굴에서 900편에 가까운 문헌들이 발굴되었다. 이 두루마리에는 〈에스더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성서가 다 포함되어 있으며, 그 밖에 성서 주석, 종교적 규율, 기도문, 위경(僞經) 등 다양한 문헌들이 있다.
2.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 구리 두루마리
이 책은 쿰란 두루마리 중 구리 두루마리에 숨겨진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1955년, 3번 동굴에서 구리로 만든 세 개의 두루마리가 발견된다. 발견된 두루마리가 모두 양피지나 파피루스로 만든 것이었음에 반해, 특이하게도 구리판을 얇게 두드려 글자를 박아 넣은 이 구리 두루마리에는 놀랍게도 100톤이 넘는 금괴와 은괴, 제의도구들이 숨겨진 곳이 조목조목 기록되어 있었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문서에 적힌 대로 보물을 찾아나섰으나 아직까지 발견된 것은 하나도 없다.
누가 이 엄청난 보물을 숨겼을까? 이 보물은 누구의 것이며 왜 숨긴 것일까? 구리 두루마리는 이처럼 무수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쿰란 두루마리 중 아직까지도 가장 불가해한 두루마리로 남아 있다.
이 책 『일곱 방울의 피』는 바로 이 신비로운 구리 두루마리가 간직하고 있음직한 사연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장대하게 풀어가는 소설이다.
3. 역사의 충실한 재연과 전복적 상상력
구리 두루마리에 적힌 보물을 찾아 발굴을 진행중인 발굴팀 대장이 유다 사막 한복판에서 기묘한 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서기 70년부터 중세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천 년간의 염원과 싸움을 그린 미스터리 대작이다.
웅장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장면, 로마군에 대항하는 최후의 기지였던 마사다 유적지 일람, 역사적 정설을 뒤엎는 중세 성전기사단의 정체, 하시시를 피우며 암살을 저지른 악명 높은 이슬람 아사신 파에 대한 본격 묘사, 아사신 파와 성전기사단의 밀약, 그리고 현대까지 끈질기게 이어오며 이천 년의 꿈을 이루려 하는 사람의 투쟁…… 아베카시스는 역사의 명장면들을 리얼하게 재연하고 기존 역사에 대한 전복적 상상을 펼침으로써, 숨겨진 보물을 둘러싼 거대한 하나의 역사를 창조해낸다.
연속되는 살인과 정체 모를 사람들의 쉼 없는 등장, 그리고 이들의 정체가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하나씩 밝혀지는 이질적인 역사의 연관고리, 마침내 거대한 밑그림이 드러나면서 시야가 탁 트이게 되고 최후의 투쟁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구성은, 어쩌면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게 역사추리를 다루는 아베카시스의 능수능란한 솜씨를 보여준다.
4. 유대 문화를 웅숭깊게 다루는 그녀만의 능력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이 책에서 또 하나 음미할 만한 것은 그녀가 소개하는 유대교 혹은 유대문화에 대한 신비로운 체험이다. 『쿰란』에서 이미 경건하게 문서를 베껴쓰는 하시드(초정통 유대교인) 필사생의 삶과 정신을 인상 깊게 보여준 바 있었던 작가는, 역시 이 책에서도 수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은둔자 에세네인의 삶과 그들의 영적인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녀가 소개하는 히브리어의 정신성은 한 글자 한 글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우리의 한자를 연상케 하면서 그네들 문화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ש친. 첸chen에서 유래한 말. 치아, 생명력의 상징. 기력, 영웅적 행위. 불꽃이 타닥타닥 내는 소리, 우주의 활동적 요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움직임. 친을 지배하면 우주의 힘을 활용하고 통솔할 수 있다. 그러나 친은 사악한 자들의 이빨이기도 하다. 이 글자의 세 수직선은 질투, 육욕, 교만이라는 세 가지 악의 힘을 의미한다.(본문 123p)
머릿속을 가라앉히기 위해 나는 줄곧 일을 해왔던 기다란 나무 탁자 앞에 앉았다. 그리고 칼로 양피지 가죽을 긁기 시작했다.
양피지의 위쪽과 아래쪽, 그리고 면과 면 사이에 여백을 남기는 데 유의하면서 수평선을 긋고, 글씨를 반듯하게 쓰기 위해 그어놓은 선에 글자를 맞추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양피지의 결은 균일하고 완벽하게 동질이어야 한다. 나는 섬세하면서도 탄탄한 성질의 결을 좋아한다. 글을 쓸 때 가죽이 손바닥과 잉크, 염료와 닿으면서 물러지는 느낌이 나는 좋았다. 양피지, 그것은 살갗이고, 불꽃과 부패를 극복하고 영속하는 삶이다. 그렇기에 구리는 산화되어버리지만 양피지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글자를 보관한다. 글이 적힌 양피지 가죽을 유장(乳漿)에 담가두었다 문지르면 그 위에 다시 글씨를 쓸 수 있다. 써 있던 글자를 지우고 새 글자를 써넣은 양피지, 그것은 말 그대로 역사로 가득 찬 이 나라의 상징이다.(본문 39~40p)
이것은 (아직까지는) 아베카시스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독특한 맛이다. 우리는 유대, 유대인이라 하면 홀로코스트나 디아스포라만을 떠올리지만, 이런 간접 체험으로 유대교 중에서도 극단적으로 영적인 삶을 살았던 한 분파의 삶과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것이 또한 우리가 아베카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추리소설은 많지만, 이처럼 역사의 한 부분을 해박한 고고학적 지식과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재연함으로써 가상의 이야기에 밀도를 부여하는 소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4605083 |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3월 19일 | ||
쪽수 | 380쪽 | ||
크기 |
153 * 224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Le Trésor du Temple/Eliette Abécass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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