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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사람의 신화
갈 수 없는 여름
폭우로 걸어들어가다
아이는 가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
바람 속에 눕다
거미
지옥으로 간 사나이
장마, 정읍에서
너에게 가는 길
해설 / 신형철_ 비인(非人)의 인간학, 신생(新生)의 윤리학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사람의 신화』는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래 2004년 대산창작기금, 2005년 문예진흥기금을 받으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온 손홍규의 첫 소설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 「사람의 신화」를 비롯해 「폭우로 걸어들어가다」 「거미」 등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으로 변혁과 희망, 그리고 사람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작품들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단편 아홉 편이 실렸다.
다시 쓰는 ‘사람의 신화’
사람에 관해 쓰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이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의는 사람들의 행동, ‘사람 세계’의 질서를 관찰하는 데서 비롯될 것이다. 불행히도 손홍규의 주인공들이 목격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사람답지’ 못하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살해위협을 당하는가 하면(「갈 수 없는 여름」), 사람이 개처럼 죽어나가는 광주의 참상을 담은 비디오를 우연히 보게 되고(「아이는 가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 누이는 강간을 당하고(「사람의 신화」), 아비는 어린 딸을 빚값으로 채권자에게 순순히 내어준다(「거미」). 이처럼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의 질서에 순응하지도, 그렇다고 세상을 뒤엎지도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사람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손홍규의 소설을 “반(反)인간적 세계에서 비(非)인간이 됨으로써 저항하던 이들이 종국에는 윤리적 인간으로 탄생하게 되는 긴 서사”라고 평한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표제작 「사람의 신화」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놀랄 일은 아니다. ‘나’의 형제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사람이라는 사실에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 사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나’는 어찌된 일인지 움직이지 못하고 골방에 누워만 지낸다.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언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나’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죽은 할아버지, 누나 뱃속에 있는, 아직 사람이 아닌 조카, 그리고 용이 되기 위해 숨어든 뱀뿐이다. ‘나’의 형제 가운데 하나는 광주에서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다 군인들에게 끌려가 암매장되었고, 다른 하나는 군에서 지뢰를 밟아 양쪽 다리가 달아났으며, 또 하나는 도시로 나가 공장에 다니다 임신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있다. 어느 날 ‘나’는 온 식구가 새마을운동이란 명목으로 노력동원 간 사이 정희 누나가 농촌지도원 광태에게 강간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충격으로 미친 정희 누나는 시름시름 앓으며 죽어간다.
「거미」의 ‘나’ 역시 사람이 아니다. 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빠와 생활고에 찌든 엄마, 그리고 아빠의 채권자 ‘다나까’에게 강간을 당하는 언니. 그 사이에서 ‘나’는 거미의 기억을 되찾고 탈피를 시작한다. 이 폭력적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도 무시 못 할 만큼 커지거나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작아지거나”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사람이면서도 사람이길 거부당하는 사람도 있다. 「갈 수 없는 여름」의 ‘나’에게 최초로 살해위협을 가한 사람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어린 ‘나’가 물을 가득 담은 고무 함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도 태연히 전화를 받으러 간다. 두 번째로 살해위협을 가한 사람은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달리는 기차에서 소년인 ‘나’를 밀쳐낸 적이 있다. 학창 시절에는 동창들로부터 갈수록 노골적인 적의와 살의가 담긴 위협을 받는다.
거대한 폭력이 사람다운 삶을 잔인하게 유린하고, 그 삶의 조건 속에서 모멸감과 수치심에 진저리치며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 하는 이 아수라 속에서, 사람이란 한 번쯤 되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종족이긴 한 걸까.
그래도 사람이기 위하여
「폭우로 걸어들어가다」는 ‘세상 자체’와 같은 의미였던 친구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나’가 찾고 있는 친구는 “노동자 출신답게 단순함과 순결함 그리고 명확함과 투철함을 체득하여 전형적인 혁명가가 된” 요즘의 기준으로 보자면 ‘세상을 거꾸로 사는’ 사람이다. ‘나’는 폭우가 쏟아지는 밤, 친구를 찾아 스며든 지방도시에서 한 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고 있는 중이다. 소년의 아버지는 쿠데타에 참여해 공을 세운 군인이다. 노인이었던 소년은 청년이 되어 아버지 집을 떠나고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의 아버지가 현대사를 유린한 군부독재의 표상이라면 세월을 거슬러 사는 아이는 아버지 시대에 절망하여 희망의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세대의 희망과 좌절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 역시 친구처럼 세상을 거꾸로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좌절해도 자꾸만 젊어지며 신생(新生)하는 희망의 표상이다.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신념과 대의를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고, 보이는 적이 사라졌어도 세계는 여전히 폭력과 불합리로 가득 차 있다. 세계는 마치 벼락도 천둥도 치지 않고, 아무런 징후도 없이 퍼붓는 폭우와 같다. 그 폭우 속으로 결연히 걸어들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은 우리 시대의 냉소주의를 무릅쓰고 신념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지키며, 세상의 흐름에 반하여 사는 사람들의 제유다. 그래도 사람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만이 눈물을 흘린다
「사람의 신화」의 사람이 아닌 ‘나’는 죽어가는 정희 누나를 위해 ‘사람이 아니길’ 포기한다. 사람의 언어로 누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제 사람이 된 그는 누나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오직 사람만이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평론가 신형철은 이를 새로운 휴머니즘, 혹은 비인(非人)의 인간학이라 명명한다. 사람이길 거부했던 ‘나’가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은 “반인간적 세계에서 비인간이 됨으로써 저항하던 이들이 윤리적 인간으로 탄생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손홍규에 관한 두세 가지 믿기 힘든 것들
손홍규는 일명 ‘거시기’로 불린다. 전북 정읍 출신의 이 작가는 서울살이 십 년에도 변함없이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그것도 웬만한 고유명사는 모두 ‘거시기’로 바꾸어 말할 정도로 ‘징하다’. 나이가 꽤 되려니 하고 보면 의외로 1975년생, 주름도 별로 없는 청년이다. 만 서른, 90년대 중반에 대학생활을 보낸, 학생운동을 경험한 거의 마지막 세대이자 몰락을 목격한 세대다. 손홍규의 작품은 군더더기가 없다. 안정된 문장에 탄탄한 구조, 그에 더해 해박한 고유어 지식과 완벽한 전라도 사투리 구사. 신인이라고 믿기 힘든 솜씨다. 그리고 그 신인답지 않은 솜씨로 아주 진지하게 희망과 변혁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두가 가볍고 유쾌한 일상으로, 첨단의 상상력을 자랑하는 가상의 세계로 옮겨가는 이 시대에 희망과, 변혁과, 사람이라니. 이것이 이 젊은 작가에 관한 가장 믿기 힘든, 놀라운 점이다.
손홍규의 소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가난하며 비루한 이들이 개성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곳, 동시에 귀신과 변신체가 우글거리는 구시대의 유적지 같은 곳, 그 묘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90년대에 이십대였으며 사회와 역사에 대해 사뭇 진지했던)이 당대의 신화와 전설이 되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파노라마인 듯하다. 요령부득의 현실과 맞장 뜨길 주저하지 않는 인간 군상들에게 바치는, 조문(弔文)과도 같은 그의 전언이 멀리멀리 퍼져나가기를. -김종광(소설가)
이 작가는 ‘사람’을 말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초반 학번의 좌절과 상처는 그것대로 정직하게 드러나 있으면서 새로운 희망의 근거를 찾으려는 몸부림이 작품의 행간마다 절실합니다. 사람살이의 간난신고를 정면(正面)하고 직핍(直逼)해서, 사람의, 사람이라는 신화를 가차없이 걷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만이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오래된 희망에 별수 없이 기댈 줄도 아는 작가입니다. 또한 절망적 현실을 우아하게 분식(粉飾)하지 않으며, 희망을 갖는 것은 촌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믿는 작가입니다. -신형철(문학평론가)
기본정보
ISBN | 9788954600002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07월 20일 |
쪽수 | 326쪽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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