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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정명섭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신 점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평범하게 자랐다. 그러다 서른 즈음 갑자기 커피 향에 매료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바리스타의 길을 걷는다. 다시 몇 년 후, 글쓰기에 빠져들면서 몇 년 동안의 습작 기간을 거쳐 을지문덕을 주인공으로 하는 역사 추리소설 『적패 1, 2』를 출간했다. 이후 종군기자인 태상호 작가와 함께 스타일리시한 첩보 스릴러 소설 『케이든 선』을 출간했으며, 『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 시리즈에도 여러 단편 소설들을 실었다. 그 외에도 『연인, the lovers』, 『혁명의 여신들』, 『암살로 읽는 한국사』 같은 인문서들을 출간했고, 『조선 전쟁 생중계』를 공동으로 집필했다. 역사공화국 시리즈인 『왜 신라에만 여왕이 있었을까?』, 『왜 을지문덕은 살수에서 물길을 막았을까?』, 『왜 인조는 삼전도에서 무릎을 꿇었을까?』, 『왜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썼을까?』 등을 발표했다. 인문학과 장르 문학을 아우르는 저자는 을지문덕과 온달 같이 섬광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 인물들에게 흥미를 느끼고, 역사가 들려주는 잔혹하고 은밀한 뒷얘기들을 사랑한다. 현재는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으며,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목차
- 폐쇄구역 서울
작가의 말
책 속으로
▶ “폐쇄구역이 어떤 곳인 줄 알아?”
“소문만 들었습니다. 공화국에서 쏜 핵폭탄이 터져 죽은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잔뜩 있다면서요.”
“거긴 지옥이야. 땅 위에 만들어진 지옥.”
현준의 말에 승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잔을 비웠다. 현준이 빈 술잔을 채워주자 잔을 든 채 승학이 물었다.
“좀비들은 정말 총으로 쏴도 안 죽습니까?”
“놈들은 무조건 머리를 노려야 해. 대가리랑 몸통이랑 따로따로 놀거나, 아님 큼지막한 구멍이 나기 전까지는 계속 움직이니까.”
“정말 팔다리가 잘려도 계속 움직입니까?”
“불을 붙여도 다리뼈가 녹아버릴 때까지 뒤쫓아 오는 놈들이랑, 허리 아래가 잘려 나간 놈이 박박 기어 다니는 건 봤지.”(46~47쪽)
▶ 현준과 승학은 조금 전 사라졌던 발자국 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승학이 매점 안으로 숨는 걸 확인한 현준은 원형 기둥 뒤에 숨은 후에 들고 있던 K-1의 안전장치를 조심스럽게 풀면서 주저앉았다. 어둠 속을 울리던 발자국 소리가 잠시 멈추더니 곧 빨라졌다. 매점 안에 숨었던 승학이 고개를 살짝 내밀어 바깥을 살피더니 손가락 하나를 폈다. 다소 안심한 현준은 야시경을 내리고 기둥 옆으로 돌아섰다. 방금 지나왔던 통로를 등진 그림자가 보였다. K-1 소총을 내려놓고 허리 뒤쪽에 찬 좀비 커터를 꺼낸 현준이 몸을 잔뜩 낮추고 단번에 끝낼 준비를 했다. 좀비는 현준에게 곧장 걸어왔다. 생각보다 걸음걸이가 빠르다는 생각에 몸을 바짝 낮춘 현준이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좀비와는 확연히 다른 사람의 냄새가 풍겨왔다. 마지막 순간에 공격을 멈추느라 꼴사납게 바닥에 엎어진 현준은 눈앞에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사람이었다. 머리가 긴 여자아이는 현준과 눈이 마주치자 비명을 지르며 구석 쪽으로 뛰어갔다.(135~136쪽)
▶ 놈과 눈이 마주친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책상 아래서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뜬 나는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가 빨간 눈과 마주쳤다. 그 빨간 눈은 군데군데 살이 갈라져서 뼈가 드러나 보이는 팔을 창살 안으로 뻗었다. 구부러진 창살에 찍힌 살이 쭉 찢겨 나갔지만 아픔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엄마가 얘기한 그 이상한 병에 걸린 사람 같았다. 그 모습을 직접 본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좀비.”
살점이 떨어져 나간 좀비의 팔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기겁을 한 나는 책상 아래로 숨었다. 하지만 시커멓게 썩어가는 팔은 창가에 붙은 책상 아래까지 뻗어 와서 더듬거렸다. 굴러다니는 돌을 집어 들고 책상 모서리를 더듬는 좀비의 손등을 힘껏 찍었다. 하지만 좀비는 부러지고 뒤틀린 손가락으로 나를 잡으려고 애썼다. 좀비의 손가락과 피가 들러붙은 돌을 내던지고 구석으로 피했다. 좀비는 어깨가 창에 걸려서 떨어져 나갈 지경인데도 여전히 손을 뻗었다. 책상을 넘어온 손이 무너진 천장을 등진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눈을 감으려는 찰나, 좀비의 손이 뒤로 쑥 빠져나갔다.(206~207쪽)
출판사 서평
『적패 1, 2』, 『조선 전쟁 생중계』 정명섭 신작 장편소설
북한 핵폭탄이 휩쓸고 간 죽은 자들의 도시, 서울
돈과 주소만 준다면 그 지옥을 뚫고 의뢰품을 찾아온다!
영혼을 잃어버린 채 살육 본능만 남은 좀비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배달하는 트레저 헌터와의 혈투
좀비가 우글대는 ‘최악’의 서울이 ‘돈줄’이고 삶이다!
소중했던 것들이 사라져버린 폐허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살아남은 자들의 몸부림!
우리는 왜 좀비에 빠져든 것일까? 9ㆍ11 테러나 신종 인플루엔자의 유행 등, 지금 이 세상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엉망진창이고, 구원해줄 영웅 따위는 없다는 차가운 현실이 좀비를 괴물로 만들고 유행시킨 셈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폐쇄구역 서울』은 『적패 1, 2』,『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 등의 추리소설부터 『연인, the lovers』, 『암살로 읽는 한국사』 등과 같은 인문서들을 비롯해 자음과모음의 역사공화국 시리즈까지,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을 집필해온 정명섭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2016년 북한의 핵폭탄이 서울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폐쇄구역 서울』은 ‘좀비’, ‘트레저 헌터’라는 이색적인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호러와 스릴러를 적절히 배합한 소설이다.
정명섭 작가는 소설 속에서 모든 것이 파괴된 ‘폐쇄구역 서울’을 무대로 하여 작가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보여주면서 산 자와 죽은 자, 인간과 좀비의 대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좀비와 인간의 자극적이면서도 단순한 ‘약육강식’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무너지고 파괴된 혼돈의 세기말적 세계관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가의 진지한 인식을 함께 읽을 수 있다.
▶ 돈과 주소만 있다면 무엇이든 찾아오는 하이에나, 트레저 헌터!
‘트레저 헌터’는 이미 여러 종류의 저작물들을 통해서 소개된 바 있는,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이다. 그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진귀한 보물들과 고문서 등을 찾기 위해 비밀스럽고 신기한 모험을 하게 되고 종국에는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트레저 헌터를 경쾌하고 모험심 가득한 낭만적인 이미지로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폐쇄구역 서울』의 ‘트레저 헌터’는 기존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낭만성이 거세된, ‘최악’의 상황 속에서 생존 본능만 남은 철저하게 ‘살아가는 자’이다. 핵폭발 이후 폐쇄구역으로 지정된, 정신적이고 실체적인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파괴된 상실의 공간인 ‘서울’을 드나들며 트레저 헌터들은 살기 위해 의뢰인들이 요구하는 물건을 목숨을 걸고 찾아와야만 한다. 무너진 건물 더미 속에서 살육 본능만 남은 좀비들을 피해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그들의 삶은 한순간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긴장의 연속이다. 때문에 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의뢰의 대가로 받는 ‘돈’일 뿐, 의뢰품이 지니는 본래적 가치는 그들에게 중요치 않다.
의뢰인들에게 의뢰품이 가지는 의미는 중요하다. 타의에 의해 갑작스럽게 삶의 모든 것을 잃은 의뢰인들은 상실한 것들에 대한 정당한 애도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사람들이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 의뢰인들은 과거의 물건을 통해 고통을 다스리고 충격적인 상실을 받아들이면서 살고자 하는 욕망을 충전한다. 이에 반해 트레저 헌터에게는 단지 임무 완수에 필요한 장비와 팀원, 주소, 그리고 합당한 보수가 더 중요하다. 작가는 트레저 헌터와 의뢰인들의 대비를 통해 극한의 상황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두 가지의 태도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하나는 현실의 고통을 과거의 것을 통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극복해가는 한편, 다른 하나는 현실의 고통을 기회로 삼으며 그것을 극복해간다.
또한 작가는 소설 속에서 트레저 헌터인 주인공과 의뢰인 간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실을 전복시키고자 쿠데타를 계획하는 비밀 조직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는 또 다른 조직을 주인공과 관계시킴으로써 단선적인 구조에서 탈피하여 스릴러의 요소를 더하고 여러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 닥치는 대로 죽이는 좀비들도 한때는 내 가족이었다!
핵폭발의 여파로 남한의 수도 서울은 철저하게 파괴된다. 기간 시설을 비롯한 주거 건물, 상업 건물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건물이 파괴되고 무너졌다. 한순간의 삶의 근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물질적인 피폐함뿐만 아니라, 방사능에 폐허가 된 시가지를 점령한 ‘좀비’라고 하는 아주 낯선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즉 핵폭발은 인간에게 물질적, 정신적 황폐화를 동시에 초래했다.
좀비라는 존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면서 그동안 우리가 정의한 삶과 죽음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살육 본능만 남은 이들은 이미 ‘죽은 자’이면서도 ‘산 자’들처럼 움직이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닥치든 대로 죽이고 공격한다. 이러한 맹목적인 공격성과 기괴성은 좀비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폐쇄구역 서울』에 등장하는 좀비도 이러한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도 한때는 사람이었고 나의 어머니, 아버지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주목한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이제는 내가 살기 위해 반드시 죽여야 하는, 철저하게 부정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린다. 이 충격적인 반전은 소설 속에서 북한 핵무기 실험이라는 현실적인 과제와 맞물리면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비극성으로 승화한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트레저 헌터인 주인공 ‘정현준’을 통해 좀비들에 대한 공포를 충실하게 드러내면서 좀비로 변해버린 가족을 둔 인물의 내적 갈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그것을 잊기 위해 더욱 혹독하게 살아가는 현준의 모습은 의뢰품을 찾고자 하는 의뢰인들의 절박한 상황과 오버랩 되면서 비극적 현실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실에서 도태되고 거부된 것인 좀비는 한때는 내 가족이었고 내 이웃이었던 사람들이다. 우리는 소설을 통해 현준의 입장에서 ‘내가 그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서 주인공과 같은 내적 갈등을 대리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현실로 도래할 수 있는, 또는 생물학적인 것이 아닌 이미 사회적인 좀비가 되어버린 내 가족과 이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줄거리
주인공 ‘현준’은 ‘늑대파’ 소속으로 폐쇄구역으로 지정된 사람이 살지 않는 서울을 드나드는 트레저 헌터다. 그는 북한이 발사한 핵미사일로 인해 폐허가 된 서울을 드나들면서 의뢰인들에게 대가를 받고 그들의 의뢰품을 찾아온다. 시가지를 활보하는 좀비들과 싸우면서 의뢰를 수행하는 현준은 자신을 구하려다 희생된 어머니 때문에 괴로워하며 자책감에 시달린다. 어느 날 아들의 야구 배트를 찾아와달라는 의뢰를 받고 이를 수행하던 중 폐쇄구역 내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를 목격하게 된다. 이를 조사하던 현준은 화학무기로 쿠데타를 꾀하는 비밀 조직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신변의 위협을 받게 되는데…….
기본정보
ISBN | 9788954427135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2월 20일 |
쪽수 | 299쪽 |
크기 |
145 * 205
* 30
mm
/ 40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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