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성심학교 야구부, 1승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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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매일경제 > 2014년 4월 2주 선정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작가정보
저자 윤미현은 MBC PD. 20여 년 동안 주로 휴먼다큐를 제작했다. 주인공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느끼게 하는 그녀의 다큐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해 왔다.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을 기획·연출했으며 《북극의 눈물》, 《공룡의 땅》 등을 기획했다. 대표적인 연출 작품으로는 《노인들만 사는 마을-8년의 기록》, 《승가원의 천사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아내 김경자》, 《MBC스페셜-충주성심학교 야구부》 등이 있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로 뉴욕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휴먼다큐멘터리 사랑-돌시인과 어머니》편으로 ABU 다큐멘터리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이소정
저자 이소정은 한때 역사 선생님을 꿈꾸며 역사교육학을 공부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기엔 실력도, 인성도, 인내도 부족하다는 자체진단을 내렸다. 글재주는 필요 없고 독하고 엉뚱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배의 꼬임에 넘어가 MBC 《PD수첩》 취재작가로 방송에 입문했다. 작품으로는 MBC 《PD수첩》과 《MBC스페셜》의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 1·2》, 《안철수와 박경철 1·2》, 《노인들만 사는 마을-8년의 기록》, 《생존》 외 다수가 있다. 2011년 창사 50주년 MBC를 빚낸 50인 작가 부문 수상 현재 《MBC다큐스페셜》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목차
- 추천의 글 … 4
귀머거리 학교 … 13
검정마스크 … 20
투명인간 … 27
얼굴수화 … 39
야동클럽 … 47
길원이의 꿈 … 59
공포의 집중수비훈련 … 72
주장이 되고 싶다 … 82
교장수녀님의 분노 … 93
전국고교야구대회 … 105
춤꾼 원진이 … 123
펭귄 … 137
인교의 야구 … 164
엄마의 눈물 … 169
더미 호이 … 180
꽃미남 태희 … 198
첫 안타 … 206
족집게 과외 … 223
28 대 0 … 230
우리는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 244
9회말 2사 만루 … 262
열두 경기를 마치며 … 288
태희의 선택 … 298
국가대표 선수 … 304
에필로그 … 313
작가의 말 … 318
책 속으로
나는 핸드폰을 꺼내 길원이에게 문자를 쳤다. 아직까지 긴 대화를 하기에는 수화가 달린다.
너도 야동 보다 걸려서 야구해?
“안 봐! 안 봐! 야동 안 봐.”
길원이가 정색을 하더니 손을 내젓는다.
그럼 왜 야구 시작했어?
“인하 야구하는 거 보고. 부럽다.”
“인하? 투수”
“응. 중1. 인하 야구 보고 나 하고 싶다.”
길원이는 말을 할 때 조사를 빼먹는다. 시제도 과거와 미래를 쓰지 않고 주로 현재형만 쓴다. 어순도 중요한 단어를 먼저 쓰기 때문에 나에게는 뒤죽박죽처럼 느껴진다. 수화의 특징이다. 청각장애인들은 글도 수화처럼 써서 처음에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야구는 해서 뭐해?
“프로야구선수 되고 싶다.”
자식. 꿈도 야무지다.
프로야구선수? 못 듣는데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건 불가능한 거 아냐?
마치 내가 들을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정색을 하고 물었다.
“할 수 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해도, 누가 우리를 프로로 써 주겠니?
“있어.”
우리나라에 청각장애인 프로야구선수가 있어?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니. 미국.”
길원이의 꿈은 한국 최초의 청각장애인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중1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길원이는 그 꿈을 향해 달려 왔다.
“불가능하지 않아. 열심히 노력하면 한국 최초 청각장애인 프로야구선수 될 수 있다.”
길원이는 자신의 꿈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끌려와서 억지로 야구를 시작한 야동클럽과는 달리, 길원이는 정말 야구가 좋아서 하고 있다.
나에게도 꿈이 있었던가? 내가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안 이후, 꿈. 그런 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 따위, 한 적도 없다. 그런데 나처럼 듣지 못하는 녀석이 프로야구선수라는 흔들리지 않는 꿈을 안고 야구를 하고 있다. 정말 길원이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청각장애인이 프로야구선수가 된다는 것이 가능한 꿈일까?
-pp. 67~70
“악!”
손목을 맞았다. 손목이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다. 몸에 맞는 공으로 진루하게 되었다. 우리 팀 첫 진루다. 아픔보다 기쁨이 먼저다. 나는 배트를 폼 나게 던지고 1루를 향해 여유롭게 뛰었다. 비록 몸에 맞는 공 덕분이지만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1루를 밟은 것이다.
“괜찮아”
선글라스가 묻는다.
“괜찮아요.”
안타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1루 베이스에 서니 운동장 전체가 내 눈과 가슴으로 꽉 들어찬다. 선글라스가 의강이와 나에게 사인을 보낸다.
“번트 앤 도루.”
‘번트 앤 도루’ 사인이 나면 무조건 뛰어야 한다. 나는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발을 빼는 순간 바로 내달렸다. 죽어라 뛰어 2루로 슬라이딩을 했다. 살았다! 2루 베이스를 잡고 선글라스를 보았다. 그런데 선글라스의 사인이 당혹스러웠다.
“1루로 돌아가. 빨리!”
허걱. 다시 1루로 뛰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웃!”
이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건 내가 듣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의강이의 번트가 뜬공이 되어 잡혔던 것이다. 만일 내가 들을 수 있었다면 2루로 뛰는 중간에 “돌아가!”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럼 난 방향을 바꿔 1루로 돌아갔을 것이고 아마 죽지 않았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억울하다. 나의 첫 진루는 내가 듣지 못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pp. 116~117
우리는 파울볼 하나에도 너무나 기뻤다. 타석에만 서면 방망이를 들고 벌벌 떨던 우리였다. 비록 파울볼이지만 공을 맞추어 내는 것은, 우리에게는 대단한 발전이다. 효준이는 파울볼을 장장 네 개나 쳤다. 그러니까 공을 방망이에 네 개나 맞춘 거다. 효준이는 결국 삼진아웃을 당했다.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오는 효준이를 우리는 홈런을 친 타자처럼 반겼다.
“효준아. 대단해!”
“너무 멋졌어!”
시합은 6회말. 10 대 0. 콜드게임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했다.
첫 몸에 맞는 공.
첫 진루.
첫 6회 진출.
오늘은 첫 기록들로 가득 찼다. 교장수녀님이 버스에 오르며 활짝 웃으신다.
“많이 발전했어. 오늘은 한 3, 4점 정도는 줄일 수 있었는데 아깝더라.”
“1회에 4점 준 거 너무 아까워. 그래도 6회를 간 게 어디야”
꼬불머리 서문 샘이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 주름 샘이 버스를 타는 아이들을 반기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다들 오늘 너무 잘했어. 너희들이 자랑스러워. 앞으로 한 경기당 1점씩 점수를 줄여 나가자. 알겠습니까?”
“네.”
“그러다 보면 열두 경기를 끝낼 때쯤엔 분명히 1승 할 수 있을 거야. 1승. 할 수 있습니까?”
“네.”
“좋아. 모두 잘했어. 쉬어!”
더디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10 대 0으로 지고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충주성심의 야구다.
-pp. 120~121
출판사 서평
“불가능하다는 편견 따위 믿지 않습니다!”
국내유일 청각장애인 고교야구단의 세상을 향한 소리 없는 파이팅!
추신수, 손석희, 오상진 강력 추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의 야구 이야기,
책으로 만나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가장 큰 요소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흘린 땀이 아닌가 싶다. 예전 충주성심학교 선수들과 잠깐의 시간을 함께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당시 느낌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의 꿈은 그 누구보다 컸고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지만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 속에서 꿈을 읽었다.” - 추신수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믿거나 말거나 나는 야구를 잘한다. 동네야구이긴 했어도 나는 늘 클린업 트리오 중 하나였다. 나는 그 옛날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배워 지금도 아들놈과 캐치볼을 한다. 무슨 자랑이냐고? 아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친구들을 그만큼 이해한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야구를 통해 느낀 좌절, 감동, 환희 등등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오감 중 하 나가 빠진 것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도.” - 손석희 (방송인)
※ 이 책의 인세 일부는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활동지원금으로 기부됩니다.
영화 《글러브》와 mbc스페셜에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2011년 12월에 2부작으로 방영된 mbc스페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프로그램을 원작으로 하여, 당시 연출을 맡았던 윤미현 PD와 이소정 작가가 직접 청소년 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충주성심학교 야구부, 1승을 향하여』는 일반학교를 다니다가 청각장애인학교로 전학 온 주인공 ‘준석’이 야구를 접하고 꿈의 1승을 목표로 집념을 불태우며 장애인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얻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국내유일 청각장애인 고교야구단의 무모한 도전정신과 뜨거운 열정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고교야구부이며, 대한야구협회에도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는 팀이다. 그러나 순위는 전국고교야구팀 중 꼴찌. 창단 이래 전구고교야구대회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배워 프로선수를 꿈꾸는 일반고교야구부와 달리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은 대개 중학교, 심하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한 아이들이 대부분. 야구경력이나 실력이 현저하게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리도 들을 수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소리는 ‘안타를 치는 소리’다. 배트에 공이 맞을 때 나는 소리, 감독님의 지시도 듣지 못하지만, 그들이 계속해서 야구를 하고 1승을 향해 달려가는 이유는 단 하나. 장애인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어서다. 사실 농아인야구대회에서는 우승을 한 적이 많은 충주성심학교가 매번 대패를 함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것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승부를 겨루고, 성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도전정신과 열정은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시켜 주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평등 사회,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이 책의 주인공 준석이는 청각장애인지만 사실 중학교 때까지는 수화(手話)를 전혀 하지 못했다. 수화 대신 입 모양을 읽어서 상대의 말을 파악하는 ‘구화(口話)’를 배워 보통 아이들처럼 일반학교에 다녔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법률에 통합교육을 규정하여, 장애아동도 일반학교에서 일반아동과 함께 교육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교육에 성공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장애아동이 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적응하고 살아남기는 더더욱 어렵다.
다큐를 촬영하면서 1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낸 두 작가는 충주성심 야구부원들이 가진 뜨거운 열정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 나가려는 진지한 도전정신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책을 집필했다. 그들의 진심을 담아 제4회 살림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응모한 원고는 단연 압권이었고, 여러 경쟁작들을 제치고 당당히 당선되었다.
“이 소설을 통해 청소년들이 청각장애인의 삶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청각장애라는 벽 앞에서 좌절했던 준석이가, 야구를 하면서 변화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1승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윤미현PD
제4회 살림문학상 논픽션부문 최초 당선작
살림출판사는 매년 개성 넘치고 독특한 상상력을 가진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살림 문학상을 주최하고 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1승을 향하여』는 제4회 살림Friends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이다. 그동안 논픽션 부문에선 당선작을 배출하지 못했다가 살림 문학상 최초로 당선작을 내놓게 되었다. 심사위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을 뿐 아니라 경쟁작 중 단연 돋보였던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1승을 향하여』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동등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는 데 도움을 주는 청소년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윤미현, 이소정의『1승을 향하여』는 국내 유일의 청각 장애인 고교 야구부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이야기를 준석이를 1인칭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 형식으로 기술한 작품이다. 일반학교에 다니던 준석이가 청각장애인 학교로 전학을 가서 야구를 접하고 1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우며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얻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감동적으로 표현되었다. 2011년 12월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담당 PD와 작가가 직접 글로 풀어낸 작품인 만큼, 작품의 완결성이 무척 높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자존감과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청소년 교양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사평_ 전봉관(KAIST 인문사회과학과 교수)
▶ 추천의 글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부터 꿈을 가지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이제 조금씩 나이를 먹어 가며 그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꿈이란, 주어진 환경을 넘어서고 내가 원하는 바를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가장 큰 요소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흘린 땀이 아닌가 싶다. 예전 충주성심학교 선수들과 잠깐의 시간을 함께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당시 느낌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의 꿈은 그 누구보다 컸고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지 만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 속에서 꿈을 읽었다. “그 꿈을 향해 나가는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나의 사랑스러운 야구 후배들아!”
- 추신수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믿거나 말거나 나는 야구를 잘한다. 동네야구이긴 했어도 나는 늘 클린업 트리오 중 하나였다. 나는 그 옛날 40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배워 지금 도 동네에서 아들놈과 캐치볼을 한다. 무슨 자랑이냐고? 아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친구들을 그만큼 이해한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야구를 통해 느낀 좌절, 감동, 환희 등등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오감 중 하나가 빠진 것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도. 그리고 그들에게 아직도 1승에 대한 희망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에 가슴 뛴다. 그것이 꼭 야구장이 아니라도 되는 거니까.
윤미현 프로듀서는 알고 지낸 지 30년 가까이 된다. 그 성격을 어느 정도는 아는데 글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문장이 두 줄을 넘지 않는 담백함과 쿨함. 그런데 그녀가 만드는 프로그램과 문장들은 사람들의 가슴 속을 먹먹하게 하고 때로는 갖가지 감정으로 뒤엉키게 만든다.
- 손석희 (방송인)
책을 덮고 나니 뽀얗게 날리는 흙먼지 사이로 야구장에 서 있는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가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덕분에 나는 지금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인생을 사는 것인지 잠깐 생각에 잠겨 나를 되돌아보았다. 실패를 즐기며 실패 속에서 성장하게 만드는 힘은 ‘희망’과 ‘열정’ 일 것이다.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조건 속에서 경쟁하고 ‘불가능’ 따위는 믿지 않는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뿌듯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소설 을 통해 무모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고 열정 을 쏟아 보는 계기를 갖게 되길 바란다.
- 오상진 (방송인)
책속으로 추가
충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탔다. 두 달 만에 집에 가는 거다. 충주에서 청주까지는 시외버스로 한 시간. 집에 가려면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40분을 더 가야 한다. 묵방리에 내렸다. 마을 곳곳에 젊은 엄마와 어린 내 모습이 있다. 내가 청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던 그해. 다섯 살 아래 동생은 아직 엄마 배 속에 있었다. 만삭인 엄마는 울지도 못했다.
“준석아, 걱정하지 마. 우리 준석이, 엄마가 꼭 말할 수 있게 해 줄게.”
갓 태어난 동생은 외할머니 댁으로 보내졌다. 동생은 엄마 없는 유년기를 보냈다. 엄마는 날 이끌고 유성에 있는 언어치료실을 다녔다. 언어치료를 하는 곳이 많지 않았던 그 시절, 복지관에서는 구화수업을 일주일에 한 번만 했다. 엄마는 유성을 이 잡듯이 뒤져서 다섯 군데 복지관에 월, 화, 수, 목, 금, 수업을 따로따로 끊었다. 매일 유성의 곳곳을 찾아다녔다. 간식 보따리를 싸들고 버스를 타고 다시 마을버스를 갈아탔다. 나는 멀미가 나서 자주 토했다.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리면 엄마는 날 업었다. 엄마는 내게 들리지 않는 소리를 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어린 시절 구화를 배우는 건 너무 어려웠다. 구분이 안 되는 입모양이 너무 많았다.
노래. 모래.
모두 같아 보였다. 시옷은 더 입술을 읽기 힘들었다.
수치다, 스치다.
구분이 안 된다. 입술을 보며 시각적으로 말소리를 완벽하게
읽어 낼 수는 없다. 많은 부분은 추리를 해야 한다.
“준석 어머니, 나가서 기다리면 안 될까요? 다른 친구들도 있는데…….”
“방해 안 하고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게요. 부탁드려요.”
엄마는 언어 치료실에서도 유별났다. 좁은 교실 뒷자리에 앉아 모든 수업을 지켜봤다. 선생님의 교수법을 알아야 복습을 제대로 해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숙제를 흑백 프린트물로 내주면 엄마는 그걸 일일이 색연필로 색칠을 해 알록달록 컬러 프린트물로 만들었다. 엄마의 노력을 외면할 수 없어 구화학원을 9년이나 다녔다.
“어머! 아드으을!”
문소리를 듣고 주방에서 엄마가 달려 나온다.
“이번 주에는 못 나온다고 했잖아? 발 괜찮니? 어디 좀 보자. 양말 벗어 봐.”
다행히 물집은 잘 아물었다. 이번에는 얼굴 확인이다.
“박 선생님은 네가 선크림 공장 아들처럼 얼굴에 범벅을 하고 다닌다던데. 어쩜 이렇게 시커멓게 탔니?”
오늘따라 엄마는 더 야단스럽다.
“어떡해. 어떡해. 지난번보다 더 까졌네. 약은 발랐어? 우리 아드을, 얼마나 따갑고 쓰라릴까”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야구를 시작한 나는 손에 굳은살이 적다. 무거운 배트를 들고 스윙 연습을 하다 보면 아무리 장갑을 껴도 손바닥이 까졌다. 벗겨지고 아물고, 또 벗겨지고. 그러면서 나의 손은 점점 야구선수 손다워지고 있다.
“엄마, 또 울어”
물집, 까마귀 얼굴, 걸레가 된 손바닥. 이 세 가지가 결국 엄마를 울렸다. 이렇게 맨날 울 거면 야구를 시키지 말았어야지.
“아들 불쌍하면 팩이라도 해 주든가.”
“아, 그럴까? 그럼 현미팩 해 줄게. 잠깐 기다려. 엄마가 금방 준비할게.”
차갑고 걸쭉한 덩어리를 묻힌 붓이 살살 얼굴을 간질인다. 볼, 이마, 콧잔등. 콧구멍과 두 눈만 빼고 팩을 덮었으니 얼굴 전체가 석고상이 됐다. 집에 온 실감이 난다. 엄마 냄새가 좋다. 가슴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 몇 개를 움직여 가만히 수화를 한다.
‘고마워요, 엄마. 날 포기하지 않아서.’
-pp. 169~172
기본정보
ISBN | 9788952228369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3월 30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48 * 205
* 16
mm
/ 54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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