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엡 1.17-18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정신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너희 마음눈을 밝히사 그의 부르심의 소망이 무엇이며 성도 안에서 그 기업의 영광의 풍성이 무엇이며...
명실 공히 성결교회의 교의학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예부터 해오며 이를 매우 안타까워했지만 본인의 실력이 미천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교의학을 시작하지 못했었다. 차일피일 미루던 중 많은 젊은 목회자들과 만나거나 혹은 여타 다른 교단의 신학자들과 논쟁을 할 때마다 내 자신이 우리 교단과 그 전통에서 자라난 교의학적 사고방식을 나름대로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앞으로 더 실력을 쌓아서 제대로 된 교의학을 제공하리라는 나 혼자만의 기대는 사실 너무 긴박한 현실 앞에서는 철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비록 부족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나마 성결교회의 교의학이 갖는 학문적 성격과 신앙적 사고를 정리하여 제시하기로 하였다. 물론 여기에서 시도하는 것은 철저한 교의학이다. 그것도 성결교회의 기본원리와 상응하는 과학적 지식체계로서의 교의학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낯익었던 방법으로는 목적한바를 성취하기가 어렵다고 생각이 되어 두 가지 특별한 과제를 설정하고 일단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먼저, 구조적으로 성부-성자-성령의 순서로 진행되던 일반적인 방식을 탈피하여 먼저 성령중심의 사고구조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성령-성자-성부의 순으로 교의학을 쓰기로 하였다. 실상 우리의 신앙의 구조가 이런 방법을 더 선호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갖게 되는 것은 먼저 성령 하나님의 사역의 결과이며 그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이고 종국적으로는 경륜사를 진행시키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인식하는 데에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종국적으로 삼위일체적 하나님의 경륜사를 내적 삼위일체의 깊이 속에서 알게 되며 그 삼위일체를 배경으로 하여 우리의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그대로 기술해보려고 노력하였다. 즉 우리가 믿는 바대로 기독교회의 신앙을 살피고자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로 우리 성결교회의 고유한 사고구조를 구형화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루터나 칼뱅과 마찬가지로 웨슬리도 자신만의 고유한 사고구조가 있으며 그것에 따라서 교의학적 특성과 신앙의 특성이 형성된다고 생각하였다. 우리는 그것이 루터의 “역설적 변증법”, 칼뱅의 “초월적 포괄주의”에 비교될 수 있으며 다소 통합적인 태도인 “성령의 종말론적 계시에 입각한 타자론적 포괄주의”라고 그리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성결교회의 신학을 성령 중심적이며, 타자론적 계기를 지닌 신학으로서 종말론적 관점에서 다양한 존재구조와 역사의 문제들을 구원사의 입장에서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규정하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즉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기존의 존재구조가 아닌 성결의 도덕적 차이의 관계에서 검토하게 되었고 존재론보다는 종말론적 계기가 가미된 타자적 인식론이 더 신학의 근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웨슬리 자신의 글 속에서 이러한 일단의 계기를 찾을 수 있었으며 바르트와 레비나스 등 비교적 현대 신학자와 철학자들의 통찰 속에서 보다 더 발전된 방법론적 계기를 찾을 수 있던 것을 종합한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성서적인 방식으로 이 우주와 세계에서 우리들의 존재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깨닫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 땅 위에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성결교회라는 한국식 기독교가 세계 기독교의 어엿한 일원으로서 그 일익을 감당하게 되기를 바란다. 비록 외국의 평신도 사역자들에 의하여 세워졌으나 이제는 오히려 세계 교회를 위한 하나님의 선교를 준비하고 오는 세대에 하나님의 진리를 지킬 수 있는 그런 교회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에베소 교회에 보낸 하나님의 말씀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계시의 정신을 주시므로 보다 더 선명한 관점에서 이 우주의 존재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2014년 여름 성주산 서울신학대학교 연구실에서
황덕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