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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4년 11월 2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 필립 클로델 Philippe Claudel은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1962년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공부했고 2002년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이 되었다. 마르셀 파뇰 상과 텔리비지옹 상, 2003년 공쿠르 드 라 누벨 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나약한 인간과 선악의 문제를 다룬 대표작 《회색영혼》으로 2003년 르노도 상을 수상했고, ‘아름다운 언어로 수놓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화’라는 평을 받은 소설 《무슈 린의 아기》《아이들 없는 세상》등을 집필했다. 또 다른 대표작 《브로덱의 보고서》로 2007년 공쿠르 데 리세엥 상을 수상했다. 냄새와 기억에 대한 향수鄕愁와 삶을 다룬 산문집 《향기》로, 그해 가장 뛰어난 산문에 수여되는 장자크 루소 상을 2013년에 수상했다. 프랑스 낭시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그는 2009년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주연의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로 제34회 세자르영화제 신인감독상, BAFTA 외국어영화상를 수상하며 감독으로도 인정받았다. 그 외에도 〈싸이런스 오브 러브〉(2011), 〈차가운 장미〉(2013) 등의 영화를 감독했다.
번역 심하은
역자 심하은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7세기 프랑스 시인이자 평론가, 동화 작가인 페로의 동화와, 마르그리트 드 나바르 등 프랑스 중단편소설을 연구했다. 다양한 해외문학을 국내에 알리고 출간하는 에디터로 일해왔다.
목차
- 아카시아 ……9 / 마늘 ……13 / 증류기 ……16 / 연인들 ……19 / 애프터셰이브 ……26 / 파티 ……29
안개 ……33 대마초 ……38 / 계피 ……43 / 지하실 ……48 / 호텔 방 ……52 / 석탄 ……56 / 사체 ……61
짚 ……64 / 양배추 ……68 / 시가 ……72 / 묘지 ……75 / 이발사 ……78 / 선크림 ……82
오토바이 엔진 ……86 / 공동 샤워실 ……92 / 새 시트 ……98 / 잡화점 ……101 / 교회 ……105
잠든 아이 ……108 / 외양간 ……112 / 에테르 ……115 / 캠프파이어 ……119 / 건초 ……125 / 퇴비 ……130
골루아즈와 지탄 ……133 / 타르 ……138 / 장밋빛 사암砂巖 ……142 / 체육관 ……145 / 구운 베이컨 ……149
채소 ……153 / 어린 시절의 집 ……158 / 죽음 ……165 / 묑스테르 치즈 ……169 / 미나리 ……173
낚시용 바지 ……177 / 수영장 ……181 / 공중변소 ……185 / 폭풍우 ……189 / 물고기 ……193
연고 ……196 / 교도소 ……200 / 스웨터 ……203 / 곰팡내 ……206 / 깨어남 ……210 / 강 ……213
교실 ……218 / 전나무 ……222 / 토마토소스 ……227 / 비누 ……232 / 여자 성기 ……235
하수 처리장 ……240 / 땅 ……245 / 보리수 ……250 / 커피 볶기 ……254 / 멧비둘기 ……260
노인 ……263 / 여행 ……268 / 역자 후기 ……273
책 속으로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들이 맑은 하늘을 가리고 있어, 마치 정교하게 세공된 궁륭穹. 같아 보인다. 고대 화폐 모양의 나뭇잎. 이제는 사라진 사형수들을 위한 가시관.
나는 눈을 감고 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젖혀 해마다 봄이 새롭게 가져다주는 달뜬 기쁨과 꽃잎들의 향기에 취한다.
우리의 삶처럼 드넓은 날들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는 새들과 개구리들의 새로운 노래를 들으며 저녁을 기다릴 것이다. 대지의 마지막 한기를 붙잡아 시원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으리라.
안개는 멀리 여행을 떠났다가 10월에야 돌아올 것이다.
오렌지색과 연한 푸른색으로 감싸인 장밋빛 석양이 하늘에 드리울 것이다. (10p, 〈아카시아〉에서)
호텔 방은 성性이 없다. 아니, 양성이다. 사실 상관없다. 아랑곳하지 않는다. 돈만 내면 누구에게나 자신을 내준다. 눈을 감고 키스하지 않는 창녀와 같다. 방은 우리와 몇 시간 동안, 하룻밤 동안 결합하여 우리가 유일하다고 믿게 만든다. 더 잘 속이기 위해 우리 향기를 덧입는다. 그러고 나서 사냥감을 몰듯이 우리를 내쫓는다. (54p~55p, 〈호텔 방〉에서)
장미 향과 포마드 향이 났고, 또 사실은 늙은 개 냄새가 났다. 미세한 물방울로 된 이 작디작은 비는 내 짧게 깎은 머리카락과 눈꺼풀과 이마와 다문 입술과 목 위에 시원한 소나기가 되어 떨어진다. 매월 받는 세속의 세례.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 멋있네.”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가 말을 건넨다. 어머니의 말을 믿는다. 엄마들 말이라면 항상 믿던 나이였으니.
(80p~81p, 〈이발사〉에서)
그렇지만 일요일 저녁 새로 간 침대 시트 속에서의 잠은 열락悅樂과도 같다. 낮 동안 바깥 공기가 스며든 팽팽한 섬유 조직이라는 이 거대한 대륙의 향기를 내 안에 품고 밤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얼굴을 시트에 묻고 침대맡 탁자의 등을 끄면 나는 프로이센, 러시아, 만주, 몽골, 시베리아의 향기를, 나의 에고이스트적인 행복을 위해 모두 함께 묶여 붙잡혀 있는 이 향기를 들이마실 수 있다.
내가 들이마시는 것은 깨끗이 빤 천 냄새만이 아니다. 야생적이고 광대한, 대지와 바람의 지형도, 내가 읽고 보았던 이야기와 우화와 노래와 이미지의 무한한 연장의 냄새, 지붕 아래, 할머니들과 이모할머니들이 옛날에 참을성 있는 바느질로 꽃과 곡선과 아라베스크로 장식했던 새 시트가 팽팽히 당겨져 씌워진 이 침대, 잠의 첫걸음 속에서 안심하고 쉬는 천상의 여행자. (99p~100p, 〈새 시트〉에서)
아이의 잠은 가장 자연스러운 향기 속으로의 눈부신 추락과도 같았다. 연약하기만 했던 때, 애무와 젖, 웃음과 노랫소리, 밤새 지켜주고 달래주고 보호해주는 손으로 키워졌던 요람 속 삶의 향기 속으로의 추락. 최초의 시간들의 향기, 부드러운 살결과 크림과 파우더의 향기. 달콤하게 재잘대던, 고요하고 평온하던, 늘 보호받았던 먼 유년기의 향기.
그리고 아아, 안타까워라, 우리가 길을 나서서 몸을 바로 세우고 홀로 걸어가자마자, 너무도 빨리 달아나버린 향기. (110p, 〈잠든 아이〉에서)
그러다 같이 체육관을 쓰는 날이 왔다. 여자애들이 한쪽 구석에, 우리는 다른 한쪽 구석에 모인다.
우리는 교대로 똑같은 안마대 위로 뛰어오르고, 똑같은 평행봉을, 똑같은 링을, 똑같이 매듭 진 로프를, 똑같은 철봉을 붙잡는다. 똑같은 매트리스 위로 떨어지고, 똑같은 그라운드 시트 위를 구른다. 긴장된 우리 젊은 몸들이 계속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잘 알고 지내던 그 소녀들을 순수한 눈길로 쳐다본다. 이마와 겨드랑이에 땀이 흐르도록 열심인 소녀들, 희미하고 초췌한 피로가 담긴 눈길, 관능적이고 느릿느릿한 행동, 자극이라도 하려는 듯 우리에게까지 와 닿는 뜨거운 숨결, 그 애들의 향기를 들이마신다.
발갛게 물든 뺨. 이제는 꽃핀 소녀들이 아니라 불타는 소녀들이다. 우리를 불태우는 잉걸불.
(146p~147p, 〈체육관〉에서)
옷은 입었던 사람들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사물이라는 표지로 돌연히 떨어져 나간다.
물질들의 배반은 인간들의 잘못보다 더 지독하다. 우리는 가장 내밀하게 우리를 알고 우리의 체취를 맡으며 우리와 유사한 리넨, 모직, 모피를 몸에 걸쳐 그 속에 우리 피부의 향기, 후각의 흔적과 호흡을 남긴다. (중략)
죽음은 짧은 한순간 동안만 눈감을 것임을 알지만,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러니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어느 날 그 스웨터에 얼굴을 가져갔을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스웨터는 모든 것을 쫓아냈다. 삼촌이 그 옷을 떠나버린 것이다.
이제는 추억도 영혼도 없는, 낡고 초라한 옷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203p~205p, 〈스웨터〉에서)
아마도 그곳에서, 오래된 도서관 안에서, 침묵의 심연에서, 보이지 않는 친구들의 얼굴과 곰팡내(그것이 바로 내가 나중에 알게 된 오래된 책들
출판사 서평
사르트르와 카뮈, 파트릭 모디아노를 잇는
프랑스 현대문학의 진수, 필립 클로델 산문집
가장 뛰어난 산문에 수여되는 장자크 루소 상 수상!(2013년)
“필립 클로델은 영혼까지 그려낼 줄 아는 작가이다.”
― 《리르Lire》(프랑스 최고의 문예비평지)
| 책 소개 |
소설 《회색영혼》《브로덱의 보고서》《무슈 린의 아기》의 작가이자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차가운 장미〉〈싸이런스 오브 러브〉의 감독 필립 클로델이 쓴, 냄새와 추억에 대한 공감각적 산문집!
“글자 하나가 하나의 냄새를, 동사 하나가 하나의 향기를 품고 있다.
단어 하나가 기억 속에 어떤 장소와 그곳의 향기를 퍼뜨린다.
알파벳과 추억이 우연히 결합하여 조금씩 직조되는 텍스트는, 꿈꾸는 삶과 지나온 삶과 다가올 삶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경이로운 강물이 되어 흘러간다.”(271p, 〈여행〉에서)
보들레르와 파트릭 모디아노를 잇는 프랑스 현대문학의 진수, 필립 클로델 산문집
문학과 영화를 오가며 왕성히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필립 클로델은 사르트르와 카뮈, 파트릭 모디아노 등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가이다. 소설 《회색영혼》《무슈 린의 아기》《아이들 없는 세상》,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차가운 장미〉 등으로 국내에 소개된 그가, 이번에는 냄새와 기억에 대한 향수鄕愁와 다양한 삶의 순간을 담은 산문집 《향기》를 통해 감성을 두드린다. 〈아카시아Acacia〉로 시작해 〈여행Voyage〉까지, 알파벳 순서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63편의 짧은 산문은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듯 생생한 문학적 체험을 선사한다.
여름에 내리는 흰 눈 같던 아카시아, 아침마다 아버지에게 젊음을 되돌려주던 메낭 스킨, 떨리던 첫 키스의 순간으로 안내하는 허브 향, 산책하던 숲에서 만난 동물의 사체에서 느끼는 폭력의 기억, 계절을 알리는 강물과 숲의 냄새, 사랑하는 삼촌이 남기고 간 낡은 스웨터, 노동의 숨결이 배어나는 담배 냄새, 선크림과 야외 수영장에 깃든 태양과 여름의 기억, 최고의 간식이었던 구운 베이컨과 마늘 향, 달콤한 과자의 풍미를 더하는 계피 향, ‘추위를 타는 이웃처럼’ 빽빽이 꽂혀 있는 책에서 풍기던 묘한 곰팡내, 방금 새로 간 침대 시트의 포근하고 청결한 향기, 이국의 도시에서 맞는 밤과 정열의 냄새, 가장 평안하고 숭고한, 잠든 아이의 살냄새……. 향긋하고, 알싸하고, 달콤하고, 시큼하고, 고소하고, 매콤하고, 씁쓸하고, 퀴퀴하고, 때로는 후각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그려낸 듯 재탄생된 추억과 향기의 목록들.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하면서도 정신성이 깃든 필립 클로델의 표현과 세계관에는 낭만주의와 상징주의를 이은 시인 보들레르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트릭 모디아노가 기억을 통한 인간의 정체성을 물었다면, 필립 클로델은 냄새를 통해 기억을 끌어올려 삶을 되새긴다. 프랑스 최고 문예비평지인 《리르》가 그를 두고 ‘영혼까지 그려낼 줄 아는 작가’라고 했던 표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문학가이자 천재 영화감독 필립 클로델의 장자크 루소 상 수상작
필립 클로델은 소설과 영화 모두,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평단과 독자로부터 깊은 호응을 받았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공부한 그는 마흔 살이 되던 2002년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이 되었고, 마르셀 파뇰 상과 텔리비지옹 상, 2003년 공쿠르 드 라 누벨 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잔혹한 운명 앞에 놓인 나약한 인간과 선악 문제를 다룬 대표작 《회색영혼》으로 2003년 르노도 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의 인생에 한 획을 그었다. 평론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르노도 상은 공쿠르 상, 페미나 상, 앵테랄리에 상과 더불어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손꼽히는데, 셀린, 아라공, 르 클레지오(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등의 대가들도 수상한 바 있다. 갈리마르, 알뱅 미셸 등 대형 출판사들이 주로 이 문학상들을 독식해왔으나, 스톡 출판사는 필립 클로델 덕분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르노도 수상작을 출간하는 영예를 안았다고 한다.
이후 필립 클로델은 ‘아름다운 언어로 수놓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화’라는 평을 받은 소설 《무슈 린의 아기》로 프랑스 서점 대상을, 《데일리 텔레그래프》로부터 ‘지적인 깊이와 아름다움을 갖춘, 현대의 걸작이자 고전’이라는 극찬을 받은 《브로덱의 보고서》로 2007년 공쿠르 데 리세엥 상을 수상한다. 어둡고 차가운 현실을 예리한 문체로 다루되 인간애를 잃지 않는 작가적 시선이 빛난 작품이다. 자전적인 산문집 《향기》 역시 2013년, 그해 가장 뛰어난 산문집에 수여되는 장자크루소상을 수상했다.
2009년 필립 클로델은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주연한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의 시나리오를 쓰고 처음으로 감독을 맡는다. 어두운 비밀을 지닌 가족사와 인간 내면을 영화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노련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그려내어 제34회 세자르영화제 신인감독상, BAFTA 외국어영화상, 베를린국제영화제 ‘보편적인 시선’ 부문 상 등을 수상하며 극찬을 받았다. 이밖에도 완벽해 보이는 중년 부부에게 의문의 장미꽃이 배달되면서 펼쳐지는 일상의 변화를 묘사한 〈차가운 장미〉(2013), 〈싸이런스 오브 러브〉(2011) 등을 통해 영화감독으로도 작가적인 지평을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모든 이의 추억과 정서와 감각을 연결하는, 문학이 지닌 공감의 힘
《향기》에 등장하는 장소와 사물, 사람들, 경험은 저자가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 로렌 지역에 속해 있다. 푸른 전나무 숲이 울울하고 들판은 검은 흙빛에 회색 강물이 넘실대는 곳,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독일 국경과 인접해 역사상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 알퐁스 도데가 쓴 단편 《마지막 수업》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유년에서부터 성장하는 동안 그리고 현재까지도 작가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았던 향기와 냄새들의 목록은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필립 클로델은 숱한 소설과 시나리오를 썼지만 《향기》에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과 내면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고향인 알자스 로렌의 작은 마을동발에서 살아온, 살고 있는, 살다 간 사람들의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순간들과 풍광이 탄생부터 죽음까지 ‘냄새’를 매개로 펼쳐진다.
캠프파이어 횃불의 냄새를 함께 맡았던 친구들과의 여름, 몽롱하고 뜨거웠던 댄스파티와 성적 긴장이 감도는 체육관 특유의 냄새, 낚시를 배우고 함께한 마을 어른들과 땀 흘려 일하는 농부들, 대마초에 탐닉했던 자유분방한 친구들, 잠든 아이의 숨결에서 시작되는 생명의 향기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집에서 아버지가 죽은 뒤 사라져버린 삶의 향기까지도.
일견 작가의 자전적인 자화상에 머무를 수 있었던 《향기》는, 하수 처리장에서 어린 시절의 개울 뛰어 넘기와 베네치아 공화국을 함께 연상하고, 공중변소에서 지나간 세기의 냄새를 떠올리는 등 저자의 섬세한 상상력으로 인해 1960년대 프랑스에서 태어난 세대의 초상으로 그 외연外延이 확장된다. 또한 ‘섹스 피스톨즈’, ‘클래시’, ‘패티 스미스’나 관능적인 여배우 ‘미셸 메르시에’를 전혀 모른다 해도, 우리는 나만의 아티스트와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던 영화배우들을 함께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다. 서툴고 풋풋했던 사춘기,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을 상상하며 홀로 가슴 아파했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다.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 모두를 같은 시절, 같은 정서, 같은 청춘의 시간 속으로 안내하는 아름다운 마법, 문학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공감이라는 힘이다.
시대와 장소, 정치성을 넘어 존재하는 인간 본질을 특유의 간결하고도 섬세한 문체, 강렬한 심리 묘사를 통해 추구해온 필립 클로델은 《향기》에서 또다시 그 공감각적인 표현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 셈이다.
“기억에 남는 냄새들, 잊을 수 없는 향기들을 적어본다.
공기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그 냄새들은 고스란히 기억과 정서 속에 남아 있다.
그 향기들을 맡으며 우리는 자유로이 삶을 여행한다.
여행 가방은 더없이 가볍다.
시간이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를 붙들고,
과거의 어딘가로 언제든지 우리를 떠나보낼 수 있는 향기의 마법.
신이 선사한 가장 원초적인 이 감각은 결코 시곗바늘에 찔리지 않는다.”
기본정보
ISBN | 9788946418820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10월 31일 |
쪽수 | 280쪽 |
크기 |
130 * 183
* 30
mm
/ 31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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