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와 기후위기의 대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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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맞물려 있는가
# 이 책은, 기후위기와 인류세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융합 학문적인 접근과 인식을 요청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연사, 지구과학, 과학기술사, 문학, 역사학, 정치경제학, 환경사, 외교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 저술의 필자이며 번역자라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작가정보
서울대학교, 존스홉킨스대학교,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연구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대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전 지구적 열대우림의 파괴로 기후재앙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문제의식을, 열대학의 한 쌍에 해당하는 저작인 『열대의 서구, 朝鮮의 열대』와 『自然史혁명의 선구자들』에서 논의했다. 『훔볼트 세계사-自然史혁명』을 통해 한국 청년들에게 절박하게 요청되는 것은 식물지리학적 탐험 정신임을 강조했다. 현재 아주대학교 열대학연구소와 의과대학 교수이다.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호모 파시스투스: 프랑스 파시즘과 반혁명의 문화혁명』(2005)을 집필했으며 『지구사의 도전: 어떻게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설 것인가』(2010) 등을 공동 편집했다. 최근에는 포퓰리즘으로 알려진 현대 유럽 극우파 세력의 역사적 뿌리를 찾는 작업뿐만 아니라 인류세라는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역사학과 역사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6년 2월부터 2년간 사범대학장을 지냈다. 국제지구과학교육기구(IGEO) 회장,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한국지구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이후 기후변화를 주제로 과학기술 관련 사회적 쟁점(SSI) 교육과 테크놀로지 기반 시민과학 교육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정홍상
APEC기후센터 원장을 역임했다.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과 기상청 차장을 거쳤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지은 책에 『경제정책과 재정』(1999), 『국제기구 멘토링』(2016)이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기업·정부 부문의 회계·재무관리에 관심이 많다.
송성회
1985년부터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독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8년 3월부터 2년간 인문대학장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교양과목으로 ‘문학과 생태학’을 강의했으며, 2003년 이후 ‘생태학으로 문학 읽기’로서의 문학생태학을 정립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인류세 담론과 문학생태학」, 「괴테의 자연관과 섬세한 경험론」, 「생태학으로 문학 읽기: ‘근심 밈의 노예’ 파우스트의 비극」, 「파우스트의 ‘비극’과 ‘구원’」 등이 있다.
이영현
성균관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번역학을 가르친다. 인류세 시대에 인류의 당면 과제 중에서 특히 식량 윤리나 유전자 조작 동식물, 인류세 환경에서 여성, 유색인종, 그리고 자연의 타자성 등의 문제를 기후변화소설(Climate fiction: Cli-fi)을 통해 탐구한다. 이와 더불어 번역본과 영문판을 비교 분석하는 번역 비평을 주로 한다. Do You Know The ‘Comfort Women’ of the Imperial Japanese Military? (2017) 등 한영 번역서를 냈다.
이지연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 후 러시아학술원 문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며 러시아 문학과 예술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과 아방가르드 예술로부터 러시아 영화, 포스트소비에트 문화 정체성, 현대 러시아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러시아 문화예술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는 논문들을 발표했으며 2020~2021년에는 고등과학원 초학제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다.
김명진
한국항공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과학기술사를 강의하면서 번역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냉전 시기와 68혁명 이후의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중이다. 저서로 『야누스의 과학』(2008), 『20세기 기술의 문화사』(2018), 역서로는 『과학의 민중사』(공역, 2014), 『냉전의 과학』(공역, 2017) 등이 있다.
파울 크뤼천(Paul Crutzen)
네덜란드 기상학자이자 대기화학자로, 대기 중 오존의 생성과 분해에 대한 연구로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오존층과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와 함께 인류세 개념의 주창자이며 핵겨울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과 영국왕립학회의 국제회원을 역임했다. 1980년 이후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서울대학교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2021년 1월에 영면했다.
디페시 차크라바르티(Dipesh Chakrabarty)
미국 시카고대학교 역사학, 남아시아 언어·문명 담당 로렌스 킴튼 석좌교수. 대표 저서로는 『유럽을 지방화하기: 포스트식민 사상과 역사적 차이』(2000), 『행성 시대 역사의 기후』(2021) 등이 있다. 그는 지구사 분야의 업적을 인정 받아 2014년에 토인비상을, 2019년에는 인도 서벵골 정부가 수여하는 타고르 기념상을 받았다.
장바티스트 프레쏘(Jean-Baptiste Fressoz)
런던의 왕립학교인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과학사, 기술사, 환경사 등을 연구하는 역사가이다. 최근에 『즐거운 계시록: 기술에 수반된 위험의 역사』(2012)를 펴냈다. 2013년 현재 로셰와 함께 18세기 이래 기후의 정치사를 쓰고 있다.
안드레아스 말름(Andreas Malm)
스웨던 룬드대학교 인문지리학과 인간생태학 부교수이다. 현재 기후위기에서 극우의 역할과 기후공학의 정치경제학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 국내에 번역 소개된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2020) 외에 『흰 피부, 검은 연료: 기후 파시즘의 위험에 관하여』(공저, 2021), 편저로는 『이 지경까지 왔는가? 임박한 지구공학의 약속과 위험』(2020, 공편)이 있다.
윌 스테픈(Will Steffen)
미국 출신 화학자로, 호주국립대학교 교수와 같은 대학 기후변화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와 지구시스템과학 분야의 연구를 수행했으며, 파울 크뤼천과 함께 인류세 개념을 주창하고, 요한 록스트룀과 함께 지구행성 한계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주도했다.
자크 그린발(Jacques Grinevald)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국제개발연구대학원 교수로서 국제층서위원회의 인류세 소위원회 위원이다. 연구 분야가 철학, 인식론, 과학기술사에 걸쳐 있다. 열역학 분야의 선구자인 니콜라 레오나르 사디 카르노(Nicolas Léonard Sadi Carnot), 생지화학과 생물권 개념의 창시자인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 생태경제학의 창시자인 니콜라스 게오르게스쿠-뢰겐(Nicholas Georgescu-Roegen)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인류세·기후변화 등에 대한 선도적인 저술을 했다.
존 맥닐(John McNeill)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외교학부 교수이며 환경역사학 분야의 선구적인 학자로서, 2017년 미국예술과학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산업혁명의 환경역사가 연구 주제이며, 『20세기 환경의 역사』(역서), 『모기 제국: 1620~1914의 카리브해의 환경과 전쟁』(저서), 『대가속: 1945년 이후 환경역사』(저서) 등이 있다.
파비앙 로셰(Fabien Locher)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 적을 둔 역사가이며 프랑스 연구혁신협회연구소(IFRIS)의 연구 책임자이기도 하다. 연구 주제는 환경사, 기후와 사회, 20세기 서민층과 환경 등이다. 『학자와 돌풍: 19세기 대기 연구와 일기예보』(2008)를 펴냈다
알프 호른보리(Alf Hornborg)
스웨던 룬드대학교 인문지리학과 인간생태학 교수이다. 페루, 노바스코시아, 통가, 브라질 등에서 현장 연구를 했고, 과거와 현재 사회에서 인간-환경 관계에 내포된 문화적·정치적 차원들을 특히 세계체제 분석의 시각에서 살펴보는 데 관심이 있다. 저서로 『전 지구적 생태학과 불평등한 교환: 제로섬 세계에서의 물신주의』(2011), 『전 지구적 마술: 고대 로마에서 월가까지 착취의 기술』(2016), 『인류세에서의 자연, 사회, 정의』(2021) 등이 있다.
마크 J. 허드슨(Mark J. Hudson)
일본의 다문화성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의 조몬 시대와 야요이 시대를 연구한 영국인 인류학자이다. 2016년까지 니시큐슈대학교에서 인류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같은 대학의 지속가능한 환경과 문화 연구소에서 디렉터로 재직했다. 2016~2018년에는 시즈오카 현 후지산 세계유산센터에서도 가르쳤다.
크리스핀 티켈(Crispin Tickell)
영국의 외교관이자 환경 분야의 학자. 외교관으로 오랜 기간 근무했으며 멕시코 대사, 유엔 대사, 대외협력처 차관을 역임했다. 켄트대학교 총장, 옥스퍼드대학교 그린템플턴칼리지 학장, 영국왕립지리학회 회장, 영국 해양생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환경의 중요성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저서로 『기후변화와 국제 업무』(1977, 1986), 『라임 레지스의 메리 애닝』(1996, 1998, 2003)이 있다.
알렉 브룩스(Alec Brookes)
뉴펀들랜드메모리얼대학교 러시아 문학과의 부교수로서 러시아 문학과 영화, 그리고 세계생태학을 공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문학과 환경의 관계를 다루는 학제 간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엘레나 프라토(Elena Fratto)
프린스턴대학교 슬라브어문학부 조교수로서 과학과 문학의 접점을 주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9세기 말~20세가 초 러시아 문학에 나타난 의학, 천문학,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수사적,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20세기 초반 러시아와 유럽 문학에서의 건강과 질병, 몸의 문제에 관한 단행본을 출간했다.
목차
- 【프롤로그】기후위기는 인류세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가
인류세와 기후위기의 서구적 계보를 찾아서: 自然史와 인류사의 공명
_이별빛달빛
Part 1. 과거, 현재, 미래는 연결되어 있다
인류세: 개념적, 역사적 관점
_윌 스테픈, 자크 그린발, 파울 크뤼천, 존 맥닐 지음/ 김찬종 옮김
기후의 역사에 대한 성찰적 근대성
_파비앙 로셰, 장바티스트 프레쏘 지음/ 송성회 옮김
인류세 개념-논쟁
인류의 지질학? 인류세 서사 비판
_안드레아스 말름, 알프 호른보리 지음/ 김명진 옮김
기후변화의 정치는 자본주의의 정치를 넘어선다
_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지음/ 김용우 옮김
Part 2. 내가 사는 지역과 지구는 하나다
아시아를 인류세에 자리매김하기
_마크 J. 허드슨 지음/ 이영현 옮김
기후위기에 대한 서구 사회의 대응: 인류세의 관점
_크리스핀 티켈 지음/ 정홍상 옮김
인류세와 러시아: 문학적 지평
_알렉 브룩스, 엘레나 프라토 지음/ 이지연 옮김
책 속으로
인류세는 실제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서로 다른 시간에 다른 속도로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전환점의 정확한 날짜를 맞추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1750년에 산업혁명이 가까스로 시작되었으나, 1850년에 이르러서는 영국을 거의 완전히 바꿔 놓았으며, 유럽과 대서양 건너 북미의 다른 국가들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기 1800년을 합리적인 인류세의 시작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이전 홀로세의 사건들을 표기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BP(before present)’보다 오히려 기독교 양력을 이용했음을 유의해야 한다. 홀로세에 관한 연구에서는, 특히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법을 인용하는 연구에서는 그 ‘현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측정 시점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1950년으로 정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BP를 사용한다. 여기에서는 익숙하고, 분석에 포함된 가까운 역사적 사건과 시기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표준 기독교 양력을 이용한다. 그러나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법에 의한 ‘현재’ 시점(1950년)이 인류세 시작 시기의 여러 후보들 중 하나이기도 한 핵시대와 대가속 시대의 시작 시점과 매우 근접해 있다는 점은 놀랄 만하다. _인류세, 72~73쪽
2008년 시점에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전 세계 인구의 18.8%에 불과하지만, 1850년 이후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72.7%에 책임이 있다(국가 내 불평등은 감안하지 않았다). 21세기 초에 인구 중 가장 가난한 45%는 배출량의 7%를 차지하는 반면, 가장 부유한 7%는 50%를 만들어 낸다. 다시 한 번 일국 내부의 계급 분할을 무시한다면, 평균적인 미국 시민 한 사람은 에티오피아, 차드, 아프가니스탄, 말리, 캄보디아 혹은 부룬디의 시민 최대 500명에 맞먹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Roberts and Parks, 2007). 이러한 기본적 사실들은 인류를 새로운 지질학적 행위자로 보는 견해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가? _인류의 지질학? 인류세 서사 비판, 153쪽
인류세라는 이념은 점점 기후변화라는 좁게 정의된 문제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확장된 생태 발자국 전반-여기에는 인구문제도 포함되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직접적인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생태 발자국에 기여했기 때문이다(이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아니다)-에 대한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류세’라는 표현은 이제 그것을 발생시킨 인간(혹은 일부 인간)에 대한 도덕적 책임보다는 지구체계 전반에 나타난 (대부분 인간이 촉발한) 변화를 일컫는다. 잘라시에비치가 최근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말했듯이 “인류세-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간에-는 폭넓은 배경 속에서 인간 기획의 범위와 성격, 그리고 그것이 지구체계의 다른 과정과 어떻게 만나는가(‘뒤얽히다’가 더 나은 표현일지 모른다)에 대한 안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가치를 지닌다.” 이 말은 결국 다음과 같은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기후변화 문제는 인간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생태 문제의 전반적인 복합체와 별개로 연구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생태 문제는 지역에서 전 지구적 차원에 이르는 다양한 범위에서 국가들 사이, 혹은 국가 내에서 새로운 갈등을 만들고 오랜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_기후변화의 정치는 자본주의의 정치를 넘어선다, 174쪽
자연과의 조화라는 아시아의 이미지가 강력하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아시아는 인간이 생태계를 변화시킨 오랜 역사를 가진다. 농업(특히 논농사), 삼림 벌채, 도시화, 경제적 생산과 교류의 발전된 구조, 근대 이전 중국의 석탄 사용이 모두 환경에 주된 영향을 미쳤다. 이 글이 1780년경에 시작된 화석연료의 보급과 증기기관차의 발명과 확산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환경을 파괴해 온 인류세의 깊은 뿌리는 아시아에 있다는 데 매우 진정한 의의가 있다. 아시아에서 환경에 미친 인위적 영향력의 오랜 역사는 무엇이 인류세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발단이 되었는지를 분석할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_아시아를 인류세에 자리매김하기, 222~223쪽
인류세를 이해하기 위해 러시아와 소련으로 눈을 돌릴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이 용어 자체가 소련에서 유래했으며 그럼에도 크뤼천과 스토머는 소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소련의 지질학자 알렉세이 파블로프(Aleksei Pavlov)는 1928년 인간의 활동이 지배적 지질학적 요인이었던 시대를 가리키기 위해 이 용어를 만들었다. 주로 지질과학의 대중화에 힘쓴 학자였던 파블로프는 위대한 소련 지질학자이자 생지화학의 창시자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의 동료였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베르나츠키가 발전시킨 생물권 개념이 인류세를 예고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그는 우주를 태양에 의해 움직이는 열역학 엔진으로 보았고 그 결과물이 생명이라 생각했다. 베르나츠키는 생물권에서 생명이 대기와 해양, 그리고 지구의 지층들과 맺고 있는 뿌리 깊은 상호연결 관계를 보았다. 특히 그의 소르본대학교 강의는 인류세와 유사한 개념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것 중 하나였고, 이 강의는 1924년 『지구화학』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강의에서 베르나츠키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_인류세와 러시아, 271~272쪽
출판사 서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기후위기와 인류세는 처음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면서 ‘대가속’의 궤적을 만들어 왔다. 이 저술을 편찬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다. 그동안 이 두 거대 담론을 분리한 채로 논의하다 보니, 인류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해 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문명적 힘, 방식, 속도로 ‘어머니 지구’를 혹사시킨다면,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서구적 근대성이 인류를 계몽시킬 것이라고 믿었던 모든 학문과 예술은, 문명의 종말이 언젠가는 도래할 것이라는 장 자크 루소의 선구자적 경고를 거의 무시했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自然史의 지평에서 읽어 보면, ‘서구의 열대 탐험, 전 지구적 교역, 식민화’가 근대로의 길을 열게 되지만 결국 전 지구적 파국을 촉발시키게 된다는, 그의 은유적 논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루소의 이런 인식은 당대 유럽의 최고 자연사학자인 르클레르 드 뷔퐁(Leclerc de Buffon)의 대작인 『자연사(Histoire naturelle)』에 근거한 것이다. 뷔퐁은 계몽주의 시대에 기후위기와 인류세-비록 그는 이 두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를 처음으로 연관시켰던 최초의 자연사학자였다. 루소를 비롯해서 칸트와 괴테 등 당대 유럽의 사상가들 중에서 뷔퐁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 책의 문제의식을 보여 주는 글, 「인류세와 기후위기의 서구적 계보를 찾아서」는 뷔퐁의 자연사학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국내외에 소개되고 있는 이 분야의 단행본들과 비교해 볼 때 참신하고 독창적이라고 여겨진다. 이 글은 ① 서구의 전 지구적 열대우림 파괴가 인류세를 초래하게 된 과정, ② 러시아 과학자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와 프랑스의 지질학자 피에르 테이야르 드 샤르댕에 의한 생물권, 인지권, 정신권에 관한 논의, ③ ‘스푸트니크 호’ 발사에 의해 촉발된 냉전시대의 군사화가 기후위기에 미친 영향 등 기존의 인류세와 기후위기 논의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문제들을 규명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기후위기와 인류세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융합 학문적인 접근과 인식을 요청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연사, 지구과학, 과학기술사, 문학, 역사학, 정치경제학, 환경사, 외교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 저술의 필자이며 번역자라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Part 1. 과거, 현재, 미래는 연결되어 있다’는 두 편의 글을 통해, 인류세와 기후위기의 개념이 무엇이며, 역사적으로 어떻게 서로 연관되면서 정립되었으며, 과거와 현재는 인류의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인류세라는 용어를 회자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던 노벨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 기후학자인 윌 스테픈, 과학사학자 자크 그린발, 환경사학자 존 맥닐이 함께 쓴 「인류세: 개념적, 역사적 관점」은 인류세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단연 최고의 글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으로 정평이 나 있는 네 저자들은 인류세가 산업혁명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루소가 선견지명의 혜안으로 인류세의 도래를 설파했던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그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그림들을 보여 주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로, 인류의 여러 문명적 장치들이 인구의 폭발, 기후위기, 생태계의 파괴를 더욱 가속시켰다고 논의했다. 약 70년간 일어났던 이러한 대가속의 결과, 어머니 지구는 더 이상 인류와 생태계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저자들은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을 지향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 의해 생태환경이 전 지구적으로 훼손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글이 탁월한 까닭은 호주 학자인 스테픈이 스웨덴의 기후학자인 요한 록스트룀-그의 책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가 번역되어 있다-과 함께 설정했던 ‘지구위험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을 인류세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과학적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쓴 글인 만큼 읽기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이 주제를 이해하는 데 피해 갈 수 없는 고전에 속하는 만큼, 교양 독자들이 가까운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꼭 읽어 내야 하는 글이다.
프랑스의 기후 역사를 전공하는 파비앙 로셰와 장바티스트 프레쏘가 쓴 「기후의 역사에 대한 성찰적 근대성」은 주목을 요하는 글이다. 왜냐하면, 18~19세기 전반기에 살았던 근대인들의 자연과 기후에 대한 인식은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연과 사회 사이의 조화롭고 유기체적인 세계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두 저자가 볼 때, 이런 기후 패러다임은 19세기 후반기에 붕괴되기 시작했다. 서구에 의한 전 지구적 열대의 식민화와 ‘오리엔탈리즘’이 이를 추동시켰던 물질적, 이념적 힘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생물학과 의학, 농학, 지구과학, 지리학, 경제학, 사회학이 근대적 학문 체계로부터 ‘기후 담론’이 빠져 버린 현대적인 지식 체계로 어떻게 각각 변해 갔는지를 흥미롭게 논의했다. 이 글은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철학적 상상력을 촉발시키는데, 바로 기후위기의 원인과 결과 사이의 ‘재귀적(再歸的) 순환관계(reflexivity)’-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성찰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기후위기와 인류세의 관계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인류세에 관해 서로 대립된 견해를 보여 주는 두 편의 글을 포함한다는 데 있다. 저명한 생태사회주의자인 안드레아스 말름과 인류생태학자인 알프 호른보리는 역사학자 디페시 차크라바르티가 쓴 「역사의 기후: 네 가지 테제」를 논박하기 위해 「인류의 지질학? 인류세 서사 비판」을 썼다. 상당히 널리 인용된 전자의 글은 『지구사의 도전』에 한 꼭지로 번역되어 있다. 10여 년 전에 한국에 소개된 이 탁월한 글은 아쉽게도 학계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하튼 차크라바르티는 스웨덴의 이 두 학자가 쓴 글을 반박하기 위해 「기후변화의 정치는 자본주의의 정치를 넘어선다」를 썼다.
한국어로 번역된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2021)를 쓴 말름과 작년에 전주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다녀간 호른보리는 인류세 개념 자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기후위기로 인해 온 지구가 재앙적 상황을 맞게 되면, “부자와 특권층을 위한 구명보트가 없다”는 차크라바르티의 논점을 비판한다. 그들에 따르면, 인류세를 주창하는 학자들은 자연과학적 세계관을 사회로 무리하게 확장한다. 기후위기를 인류세의 가장 두드러진 징후로 간주하는 두 저자는 사회관계가 자연조건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차크라바르티는 「역사의 기후」에서 자연사와 인류사의 경계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역사철학적 관점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는 “기후위기가 자본주의의 역사와 깊이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말름과 호른보리의 비판에 대해 재반론을 하고 있다. 그는 인류세를 제대로 탐구하려면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범주 못지않게 생물학적 ‘종’의 범주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발 하라리가 쓴,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사피엔스』를 끌어와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한다. “인류는 너무나도 빠른 시간에 생태적 먹이 사슬에서 정상에 올랐기 때문에, 생태계가 인류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차크라바르티에 의하면, 기후위기는 인류를 포함해서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이다. 또한 그가 작년에 출간한 『지구 행성 시대 역사의 기후』가 한국어로 번역된다고 하니, 이 논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자못 흥미롭다.
‘Part 2. 내가 사는 지역과 지구는 하나다’는 아시아, 서구, 러시아에서 인류세와 기후위기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조망하면서, 동아시아에 살고 있는 ‘내 삶’이 결국은 전 지구적인 생명과 하나임을 보여 주는 데 의의가 있다.
고고인류학자인 마크 J. 허드슨은 「아시아를 인류세에 자리매김하기」에서 서구 중심주의적인 인류세 개념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면서, 지역학으로서의 아시아 연구가 앞으로 인류세 탐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본에서 학자로서의 경력을 쌓았던 그에 의하면, 화석연료를 유럽보다 훨씬 일찍 사용했던 중국이 18세기까지는 유럽보다 문명적으로 앞선 사회였음을 고려할 때, 인류세가 유럽보다 중국에서 먼저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자들은 인류세의 관점에서 아시아 지역학을 수행하지 않았기에 이런 논쟁적 주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논의가 빛을 발하는 까닭은, 중국의 산업화를 전 지구적인 지평에서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화석연료 사용은 서구와 아프리카 등 많은 나라들이 중국 상품의 수출을 더욱 필요로 하기에 증가하고 있다. 인류세 연구에 대한 인류학적 방법론을 강조하는 허드슨이 볼 때, 한국이 속해 있는 동아시아의 사회-생태계는 전 지구적인 사회경제적, 문화적, 종교적 변동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국제 외교계에서 널리 알려진 크리스핀 티켈은 1970년대에 처음으로 기후변화를 다룬 『기후변화와 국제관계』를 출간했다. 티켈의 이 책은 마침 같은 시기에 로마클럽 보고서로 출간된 『성장의 한계』-올해 50주년을 맞았다-와 맞물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티켈은 그 후로 환경론자로 활동했으며, 타계하기 이전에 「기후위기에 대한 서구 사회의 대응: 인류세의 관점」을 남겼다. 이 글에 담긴 언어들은 상당히 온화해 보이지만 그의 원숙한 경륜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곱씹어 읽어 볼 가치가 있다. 티켈은 현재 세계 지도자들이 만나면 으레 언급하는 탄소중립이나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의제로는 지구가 당면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논의한다. 그가 볼 때, 기후위기와 인류세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더욱 고양되지 않으면 기후재난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소비경제의 철학’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알렉 브룩스와 엘레나 프라토가 쓴 「인류세와 러시아: 문학적 지평」의 제목을 보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러시아와 인류세가 무슨 연관성이 있기에? 인류세라는 개념이 흔히 서구에서 먼저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면, 이 글은 그런 편견을 바로잡는 데 기여할 것이다. 러시아가 낳은 걸출한 지구과학자인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는 1920년대~1930년대에 ‘생물권’과 ‘인지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류세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정립했다. 이 글의 저자들은 그를 비롯해서 러시아에서 인류세에 관한 개념, 방법, 이론을 발달시키는 데 앞장섰던 선구자들을 소개하면서, ‘성장 숭배’의 주술에 걸린 서구의 인류세 연구자들이 러시아의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두 저자들이 한국어로 번역된 클라이브 해밀턴의 『인류세』와 그가 보수적이라고 논박했던 얼 엘리스의 『인류세』를 함께 비판했다는 점에서, 이 글은 인류세 담론의 세계적 전개 과정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이 글이나 허드슨이 쓴 앞의 글이나, 인류세와 기후위기에 대한 서구 중심적 입장은 아시아나 러시아 지역에서 비판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표지로 앙리 루소의 유명한 작품 〈꿈〉(1910)의 일부를 선정한 것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1970년 9월에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생물권’ 특집호 표지로 실렸다. 이어지는 필자의 글에도 나와 있듯이, 이 용어는 인류세와 기후위기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이다. 루소 작품의 공간은 열대 멕시코인데, 열대 생물권이 지구의 생명을 지속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표지로 선정한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46073661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4월 10일 |
쪽수 | 320쪽 |
크기 |
161 * 231
* 25
mm
/ 67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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