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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이론이 다 담을 수 없던 질적 연구의 세계
양적 연구를 주로 해오던 연구자가 질적 연구를 시작할 때 겪는 어려움, 연구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와 상호작용하며 여러 감정을 맞닥뜨리게 될 때의 난감함, 책과 워크숍에서 소개되는 연구 방법론과 현장의 괴리, 연구 대상에 대한 선입견의 문제, 현지조사의 어려움, 라포 형성과 인터뷰의 어려움,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양한 진술 사이에서 정확한 내용을 추출하기 위한 노력, 연구 과정의 돌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의 내용이 전개된다.
그간 학계에서 ‘질적 연구 방법론’이란 테마가 이론에 치중해 있었다면, 이 책은 철저히 현장을 조명하며 이론이 현장 안에서 어떻게 발현, 변형, 전환되는지, 이론의 스펙트럼에 담기지 못했던 현장의 면면은 어떠한지를 자세히 보여준다. 질적 연구의 장에 뛰어들려는 초심자들, 이론으로만 접한 질적 연구와 좀 더 생생하게 만나고 싶은 연구자들에게 특히 좋은 안내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목차
- 책을 내며 / 이현서
서장 / 박선웅
1장 | 구술생애사 방법론 워크숍에 대한 회상 / 이재성
2장 | 양적 연구자의 질적 연구 좌충우돌 경험 / 김은정
3장 | ‘평범한’ 존재를 ‘특별하게’ 대해야 하는 불가피함 / 정수남
4장 | 연구 참여자와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연구자 감정들 / 이현서
5장 | 나의 현장 조사에 관한 기억들: 좌절, 실망, 시행착오의 연대기 / 이기웅
6장 | 이동하는 현장을 따라서: 현지조사에서 다현지조사로 / 이창호
7장 | 치킨으로 펼쳐 본 사람과 사회 / 정은정
8장 | 한국의 베트남 전쟁 기억 두껍게 읽기 / 윤충로
9장 | 역사적 사건과 생애 연구: 민간인 학살의 증언자 / 한성훈
10장 | 가족계획사업의 기억이라는 영역과 ‘나’: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의 대화로 구축되는 사회 조사 / 이지연
책 속으로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고, 계급이나 지역 등 집단적 정체성과 역사 역시 그들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공부는 사회 운동을 하기 위한 학습의 필요성으로부터 출발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두 지향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두 영역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바로 구술사 또는 질적 연구라고 생각한다. _ 46쪽, “구술생애사 방법론 워크숍에 대한 회상”
나는 기본적으로 객관적 진실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 진실을 찾기보다는 상황적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며, 상황적 진실을 통해 사건 전체의 윤곽을 재구성함으로써 비로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러한 나의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 질적 연구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과정에서 물론 많은 어려움과 좌충우돌이 있고 실패도 있었고, 앞으로도 쭉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적 연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결국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며, 그것이 나를 연구자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_ 76쪽, “양적 연구자의 질적 연구 좌충우돌 경험”
연구자는 논문이든 저서든 특정한 연구 결과물을 생산해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단지 논문 생산자의 역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는 현장과 그곳의 여러 존재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여러 은폐된 사실과 모순들을 드러내는 데 동참하는 존재다. 다만 연구자는 그것을 글로 표현해 남길 뿐이다. 연구자는 정치가도 예언가도 아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윤리를 모색하도록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부추기는 존재다. _ 105쪽, “‘평범한’ 존재를 ‘특별하게’ 대해야 하는 불가피함”
이같이 질적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은 연구자의 ‘이성’과 분리될 수 없고 연구 과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적 연구의 출간물, 특히 학술지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잘 언급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질적 연구에서 연구자는 ‘초월적 관찰자’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입장지어진 주체’로서 연구 참여자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게 되고, 이 감정들은 연구 과정 곳곳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질적 연구자가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될 때마다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그 감정을 왜 느끼게 되었는지, 그 감정으로 인해 자신의 연구 과정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성찰하는 것은 질적 연구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_ 135쪽, “연구 참여자와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연구자 감정들”
사실 나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상대하기 편한 응답자들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그들의 목소리만을 반영한 연구 결과를 내놓기 일쑤다. 상대하기 편한 응답자는 연구자와 유사한 계급적 배경, 교육 수준, 언어를 공유하고, 사회 조사의 상황과 작동방식에 관한 이해가 잘되어 있는 응답자를 말한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들은 조사라는 양식화된(stylized) 사회적 상호작용의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상황에 적합한 반응을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러한 능력을 갖춘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때로는 이러한 능력을 가졌다 해도 연구자와 맺는 관계의 특성으로 인해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젠더와 계급은 이러한 난점이 발생하는 대표적 지점들이다. _ 154~155쪽, “나의 현장 조사에 관한 기억들”
최근 현지조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학에서 현지조사 관련 강의를 자주 하게 된다. 학생들과 현지조사 실습과 토론을 하다 보면 간혹 놀라는 부분이 있는데 학생들이 자신을 이주민과 구분 짓고 마치 자신을 이주민 정책의 입안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매스컴에서 이주민을 다루는 시선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현지인들과의 신뢰 관계를 쌓으라는 것과 이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맥락을 따라 이주민의 삶의 감각을 익히라는 것이다. _ 184~185쪽, “이동하는 현장을 따라서”
현장연구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2년 정도 치킨만 먹고 돌아다녔다고 보면 맞다. 다만 인터뷰를 할 때의 겸손한 자세와 인터뷰 당사자의 삶과 친밀해지기 위한 수련 과정에는 많은 공을 들였다. 1년 넘게 치킨집 창업 온라인 카페에 참여했던 경험은 적어도 치킨집에서 쓰는 일상용어에 익숙해지는 일종의 ‘어학연수’ 기간이었다. 예를 들어 ‘칙카이드(염지 작업용 용액)’라는 말을 아는 인터뷰어와 그렇지 못한 인터뷰어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_ 206~207쪽, “치킨으로 펼쳐 본 사람과 사회”
당시 연구 기획은 문헌 연구를 통해 드러난 기존 연구의 빈 고리와 프로젝트의 전체 연구 방향, 나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었다. 대부분 기존 연구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주제였기 때문에 연구의 필요성이나 가치는 충분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었다. 연구의 필요성만으로 연구가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방치된, 혹은 잊힌 연구 주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1, 2차 자료에 대한 검토뿐만 아니라 현장연구의 가능성까지 기본적으로 살펴야 한다. _ 225쪽, “한국의 베트남 전쟁 기억 두껍게 읽기”
자신과 관련된 사건이라고 해서 피해자 또는 증언자가 반드시 당시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증언에는 자신이 체험한 것과 주장, 감정이 혼재되어 있다. 학계의 연구나 시민단체, 언론의 보도보다 앞서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한 연구 참여자를 제외하면, 많은 경우 연구 참여자들의 구술은 사회에 통용되는 정보나 지식을 반영한 채 재생산된다. _ 265쪽, “역사적 사건과 생애 연구”
무슨 말이냐면, 그동안의 현지조사 방법은 연구 참여자와 연구자의 좋은 신뢰 관계를 위해 둘 사이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연구자 태도의 문제를 강조해왔는데 ‘상호행위분석(ethnomethodology)’의 관점에서 보면, 라포를 확립하거나 조사 방법 매뉴얼대로 능숙하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질적 자료의 수집 과정은 이야기하는 사람과 묻고 듣고 기록하는 연구자 간의 협동 작업인데,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의 관계에서 사실상 자유로운 조사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질적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문제와 경험에 대해 각도를 바꿔서 접근한다면 문제 그 자체가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의 관계에 대해 풍부한 시사점을 주는 자원이 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_ 281~282쪽, “가족계획사업의 기억이라는 영역과 ‘나’”
출판사 서평
현장을 직면하는 첫 번째 질적 연구 방법론 서적
그간 질적 연구자들은 이론과 현장의 괴리를 숱하게 겪어왔다. 어쩌면 숙명 같은 것이었다. 이론은 결코 현장과 같을 수 없다. 현장의 복잡다단함, 돌연한 전개, 세부적인 우여곡절을 이론이 다 종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질적 연구’의 장에서 현장에 관한 논의는 무엇보다 필요하다. 저자들에 따르면 질적 연구는 “객관적 진실”보다는 “상황적 진실”을 살피는 것이며 “평균과 표준편차보다 아웃라이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론이 아닌 현장에 집중한 첫 번째 질적 연구 방법론서다. 이론과 현장의 괴리를 경험한 열 명의 저자가 저마다의 연구 현장 좌충우돌기를 소개한다. 양적 연구를 주로 해오던 연구자가 질적 연구를 시작할 때 겪는 어려움이라든지, 연구 참여자와 상호작용하며 여러 감정을 맞닥뜨리게 될 때의 난감함, 연구 대상을 대할 때 작용하는 선입견의 문제, 현지조사의 어려움, 라포 형성과 인터뷰의 난점,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양한 이해 당사자의 진술 사이에서 정확한 내용을 추출하기 위한 노력, 연구 과정의 돌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 질적 연구를 시작하거나 연구 과정의 난감함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심적·실천적 도움이 될 내용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개별 연구자는 구체적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자신만의 해결책을 그때그때 창안(improvise)해내야 한다. 단,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알고 현장에 들어가는 것은, 그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조사에 임하는 것에 비해 대응력에서 큰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또 이런 문제가 나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경험이 비교적 많다는 선배 연구자들에게도 발생한다는 점을 아는 것도 심리적 안정감 확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_ 158쪽
나아가 열 편의 질적 연구기가 각각 첨예한 사회적 주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에게도 유효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노숙자, 청소년, 농촌 여성 등이 처한 문화적·사회적 아이러니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예외를 통해 보편 보기, 타인을 통해 ‘나’ 보기
나와 사회를 동시에 들여다보는 질적 연구의 세계
사람과 집단의 이야기를 면밀하게 적는 일은 숫자로 가둘 수 없는 ‘우연성’을 드러내고 의미화시키는 작업이다. 이는 그 누구도 예외의 존재로 만들지 않겠다는 학문적 지향을 드러낸다. _ 190~191쪽
질적 연구는 사회 속에서 홀로 외롭게 돌올한 예외적 존재를 조명하는 과정이다. 또한 그 속에서 진실의 새로운 층위를 여는, 예외적 결론을 기대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통계와 평균에 기대기보다 대면과 경험의 힘을 믿는다.
연구 현장의 돌발을 차근히 조명한다는 점에서, 이론이 포괄하지 못한 방법론 교육의 사각지대를 헤아린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질적 연구 그 자체를 닮았다. 개인적인 내용을 집요하고 세밀하게 묘사할 때 미시적인 것이 일정 부분 사회적인 것으로 확장되듯이, 연구 현장에서 연구자가 겪는 우연과 돌발을 고스란히 담은 열 편의 수기는 질적 연구의 보편적 지점을 다채롭게 가로지른다.
나아가 이 책은 연구 방법론 서적이기도 하지만 사회를 대하는 인간의 열 가지 태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두 가지 까닭 때문이다. 하나는 책의 모든 내용이 연구자 ‘나’의 관점으로 현장을 들여다보는 액자식 구성으로 쓰였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 과정에서 경험의 주체인 ‘나’를 의식하지 않기가 불가능한 질적 연구의 내재적 속성 때문이다. 질적 연구에서는 대상과 자신을 치밀하고 가감 없이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연구 내용의 사회적 의미화가 가능해진다. 이 책에서 종종 연구 과정은 곧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는 술회를 발견할 수 있는 까닭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개인이 어떻게 사회가 되는지, 또 사회는 어떻게 개인을 구성하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연구를 위한 열 가지 정성스러운 실패담
이 책의 정수는 무엇보다 연구 과정의 ‘실패’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교사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패기, 그것도 섬세하고 구체적인 실패기는 그 자체로 꿈꾸는 일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그곳이 새 꿈의 발원지가 되기 때문이다. 실패와 돌아봄과 교정은 연속적이거나 중첩되어 있다. “파상 속에서 몽상의 실체가 드러나며, 새로운 몽상은 그 이전 몽상의 폐허에서 출현한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꿈에 관한 벤야민의 논의를 전개하며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기에 꿈꾸기 전 “파상의 상태를 겪어내는”일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이야기를 조금 가공해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게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섬세하고 구체적인 실패기는 그 자체로 꿈꾸는 일이다.” 그리고 만약 이 명제가 참이라면 이 명제의 대우도 참일 것이다. “꿈꾸기 어려운 상황은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실패하지 않을 때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실패담을 나누지 못할 때다.”
기본정보
ISBN | 9788946070998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0월 01일 |
쪽수 | 315쪽 |
크기 |
161 * 232
* 22
mm
/ 601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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