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행위자 - 네트워크와 수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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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반도 분단연구를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 Network Theory: ANT)의 차원에서 조망한 글을 엮은 것이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1980년대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미셸 칼롱(Michel Callon), 존 로(John Law) 등이 주창한 이론으로 과학과 기술 개발 등을 설명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새로운 기술 또는 사건은 이질적인 여러 행위자의 네트워크로 생겨난다는 주장인데, 여기서 ‘행위자’는 비단 인간만이 아닌 다양한 비인간까지 포함한다.
<분단의 행위자-네트워크와 수행성>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이용해 한반도 분단연구를 새롭게 조망하고 있다. 또한 분단을 존재가 아닌 행위로 파악하는 인식론적 전환을 통해 분단의 실재가 고정된 것이 아닌 다양한 행위자가 개입하는 일종의 네트워크가 수행되는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분단의 수행성 차원을 주목한다.
이 책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라는 새로운 관점과 분단의 수행성이라는 전환적 인식으로 한반도 분단연구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구체적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탈분단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한다.
작가정보
동국대학교 분단/탈분단연구센터는 분단과 통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이론적·실천적 고민을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2010년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사회과학연구(SSK)사업의 지원을 받아 “분단의 행위자-네트워크와 탈분단의 사회동학”이라는 주제 연구를 시작했다. 본 센터는 분단이나 통일을 단순히 규범적 담론이나 목적론적 당위성을 통해 진단하는 것을 지양하고 분단의 사회동학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분단이라는 현실 문제를 분석하고 이론화하며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의 인식론적·방법론적 논의를 검토하고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 보여준 다양한 사례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분단을 행위자-네트워크 차원에서 분석했다. 지난 5년 동안 분단 사회의 질서와 분단에 대한 인식론적 성찰을 시작으로 분단 연구를 이론화하고 구체적인 경험 및 사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북한학연구소 소장.
곽정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객원연구원.
김병선
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교수.
김종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
박순성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이호규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희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조영주
동국대학교 분단/탈분단연구센터 연구교수.
조우현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보조원.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
목차
- 제1부 분단 연구의 새로운 지향: 구조에서 수행으로
제1장 한반도 분단 현실에 대한 두 개의 접근: 분단체제론과 분단/탈분단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_박순성
제2장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분단 연구: 분단 번역의 정치와 ‘일상으로의 전환’_홍민
제3장 분단의 사회-기술적 네트워크와 수행적 분단_홍민
제4장 분단과 예외상태의 국가: 분단의 행위자-네트워크와 국가 폭력_홍민
제5장 분단 연구의 동향과 과제_ 조우현·조영주
제2부 안보, 분단의 블랙박스와 번역의 정치
제6장 천안함 사건의 행위자-네트워크와 분단체제의 불안정성_박순성
제7장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위협 인식과 대응에 관한 행위자-네트워크_고유환
제8장 행위자-네트워크로 본 간첩 사건_김병선
제9장 냉전의 ‘이종적 네트워크’로서 ‘평화의 댐’ 사건: ANT 이론을 통한 경험적 추적_김종욱
제10장 북한 인권 문제와 한반도 분단체제: 「2014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중심으로_박순성
제3부 분단의 또 다른 얼굴: 행위자-네트워크로 본 북한
제11장 아날로그의 반란과 분단의 번역자들: 남한 드라마 시청의 행위자-네트워크를 중심으로_이희영
제12장 (탈)분단과 국제 이주의 행위자-네트워크: ‘여행하는’ 탈북 난민들의 삶과 인권에 대한 사례연구_이희영
제13장 북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구조와 정보 이용 행태 연구_이호규·곽정래
제14장 북한의 시장화와 젠더_조영주
책 속으로
우리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잠시 ‘인식론적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분단을 고정된 어떤 실체, 거대한 구조나 체제로 환원하는 것을 멈추고 ‘수행’의 차원에서 재인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분단을 존재하는 것(being)이 아니라 행해지는 것(doing)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분단의 실재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 행위자 또는 비인간 행위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일상에서 수행되는 것 자체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분단은 단수가 아닌 복수의 ‘분단들’로 존재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분단의 중심이나 분단의 질서가 여러 개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분단은 상식, 표준, 법·제도, 규범, 조직, 기술, 사물, 인공물, 기호, 경관 등과 같은 다양한 행위자의 결합을 통해 수행되는 무엇이다. 세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도록 ‘번역’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고, 이런 수행은 분단과 관련된 특정한 사회적 진리를 만드는 사회-기술적 장치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분단을 수행하는 장치들을 규명하는 것은 다양한 행위자의 힘겨루기와 결합,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리고 다양한 장치가 구성되고 작동하는 방식을 규명하는 일은 분단이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 수행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분단은 다양한 인간/비인간 행위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서 수행되는 다중적 실재들(realities)인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분단의 ‘수행성(performativity)’이라고 부르려 한다. _ 6쪽, “서문”
최근 십수 년 전부터 ‘비인간의 귀환(return to the non-human)’을 알리는 학술적 목소리가 높다. 상품, 기술, 기계, 통신, 식품, 작품, 도시 공간 등과 같은 철저히 사회화된 사물 또는 비인간의 위험을 알리는 것이든, 자연에 주목하는 것이든,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물질성과 사물의 새로운 세계가 논쟁의 새로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ANT는 현재까지는 ‘비인간의 귀환’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이론으로 보인다. ANT는 1980년대 초반 과학기술사나 과학기술학(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TS)을 연구하던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미셸 칼롱(Michel Callon), 존 로(John Law) 등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가브리엘 타르드(Jean Gabriel Tarde)의 사회학, 미셸 세르(Michel Serres)의 과학철학과 알기르다스-쥘리앵 그레마스(Algirdas-Julien Greimas)의 기호학, 앨프리드 화이트헤드(Alfred Whitehead)의 과정철학, 토머스 휴스(Thomas P. Hughes)의 ‘시스템 건설’, 아날학파의 유물론적 역사관 등에 강하게 영감을 받아 독특한 모델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ANT의 주된 문제의식은 존재론이다. 지식을 만드는 존재들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핵심이다. 즉, 세계에 존재하는 실체의 성격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이른바 ‘자연’과 ‘사회’라는 실재가 세계 안에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자연’이 비인간들로만 이뤄지지 않고 ‘사회’도 인간들로만 이뤄지지 않으며 모든 실재는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가 함께 구축한 이질적 연결망이라는 것이다. _ 53~54쪽,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분단 연구”
인간-비인간의 결합으로 ‘사회’를 인식하는 ANT의 관점은 분단 인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단을 우리의 일상과는 분리된 어떤 구조나 체제로 환원하는 시각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분단과 무관해 보이는 다양한 비인간, 담론, 기술, 제도 등이 분단을 구성하는 행위자이고, 분단 질서란 이러한 인간-비인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번역’된 세계일 수 있음을 자각하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다. 또 많은 것이 블랙박스화에 실패해 ‘사건’이나 에피소드로 명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블랙박스를 열 때만 분단은 새롭게 우리 일상 속에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분단의 사회-기술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다양한 인간-비인간이 모두 포함된다. 우선 물리적 인공물(artifact)로서 지뢰, 철책, 수류탄, 군부대, 총, 탱크, 비행기, 잠수함, 원전, 핵, 레이더, 전력 시스템, 교량, 댐, 표어, 포스터, 자연 자원, 교과서, 책, 논문, 차트, 그래프, 화폐, 기기, 장비, 설비, GPS, 도·감청, 해킹, 인터넷, 고문실 등 다양하다. 특히 이들 중 총, 수류탄, 탱크, 레이더, 비행기, 잠수함, 미사일, 폭탄 등과 같은 무기와 무기 시스템들은 군사적 지출 또는 안보라는 목적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내적으로 사회에 대한 감시에 이들 인공물과 기술들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들은 분단의 사물들(things)이라고 할 수 있다. _ 129~130쪽, “분단과 예외상태의 국가”
간첩 사건은 오랜 분단의 블랙박스(black-box)이다. 이 글에서는 간첩 사건이 서술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서 간첩 사건의 행위자-네트워크(actor- network)가 구성되는 번역의 과정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에게 간첩과 관련된 비인간 행위자들[예를 들면, 독침, 드보크(dvoke), 공작금, 난수표, 단파 방송 등]이 주는 근원적 공포나 위협은 이들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 Network Theory: ANT)에서 말하는 불변의 가동물(immutable mobiles)로 기능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것들은 멀리 떨어진 다른 행위자에 장거리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른 행위자에게 전쟁의 참혹한 기억과 공산주의자에 대한 근원적 불안을 불러일으켜 진보적인 사고와 행위를 방해한다. 네트워크가 블랙박스로 접혀 있는 상태에서 이 같은 구체적인 불변의 가동물들은 일반 대중의 정치적 입장과 투표 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_ 267쪽, “행위자-네트워크로 본 간첩 사건”
지금까지 이루어진 탈북자들에 대한 연구가 보인 방법론적 관점에서 주목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침해당해 비통한 눈물을 흘리는 불쌍한 피해자로서의 ‘탈북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탈북 과정에서 우연적·필연적으로 전유하게 되는 공간적·자연적·기계적 동맹군들이 무엇인지, 이러한 결합을 통해 생성되는 삶의 의미와 전망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연구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사회 현실의 문제를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물의 혼종적 네트워크로 바라보고자 하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문제제기는 이런 맹목의 경향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ANT는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적 구조에 기초한 근대적 사고를 비판하며 모든 사회적 현상은 인간 행위자와 사물 행위자들의 끊임없는 번역의 결과, 즉 잡종적 동맹에 의한 것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사회적 실재는 본질적 속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행위자 사이의 관계적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나아가 ANT는 방법론적 관점에서 개인과 사회, 행위와 구조, 미시와 거시 등의 이분법적 접근 방식을 넘어 선험적 위계를 갖지 않은 인간과 사물 행위자들에 의해 형성되는 네트워크를 추적하고 기술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기술되는 특정한 행위자-네트워크는 특정한 행위자들에 의해 형성되는 새로운 존재론적 위상을 드러낸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구술생애사 연구에 적극 수용해 인간과 ‘사물의 기호학’이라는 관점에서 사례 분석과 재구성을 시도할 것이다. _ 428~429쪽, “(탈)분단과 국제 이주의 행위자-네트워크”
출판사 서평
분단 70주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5년은 남북한이 분단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분단 70주년을 맞아 이곳저곳에서 분단을 다시 생각하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천주교 주교들이 분단 70주년을 맞아 평화를 기원하며 방북을 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동국대학교 분단/탈분단연구센터에서는 분단을 새롭게 해석하는 책을 출간했다.
<분단의 행위자-네트워크와 수행성>은 그간 동국대학교 분단/탈분단연구센터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행위자-네트워크와 탈분단의 사회동학’이라는 주제 연구를 통해 발표한 논문을 묶은 책으로 10명의 필자가 참여해 14개의 논문을 실었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한반도 분단연구를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관점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분단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행해지는 것, 즉 분단의 수행성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반도 분단체제를 탈분단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점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탈분단체제를 위한 제언
이 책에 따르면 분단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분단은 인간, 비인간을 모두 포함하는 여러 행위자의 네트워크로 수행되고 번역된다. 즉, 분단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분단이 명사가 아닌 동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탈분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단을 공고화하는 행위자들의 네트워킹을 번역하고 추적해서 그들이 만들어낸 분단의 ‘블랙박스’를 해체해야 한다. 그 이론적 도구로 호명되는 것이 바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이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동원해 분단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블랙박스’를 해체하고 탈분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단순한 이론적 사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건을 분석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서 탈북자 문제까지
이 책에서 드는 구체적인 사례는 천안함, 간첩, 평화의 댐, 탈북자들의 해외 재이주 문제 등이다. 분단이 수행되는 실제 사건을 들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단계별로 분석해 이 사건들이 어떤 행위자-네트워크로 이루어졌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분단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가 개입해 ‘수행’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고 이러한 분단의 ‘수행성’을 깨닫는다면 탈분단체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행’이 필요한지도 알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46060920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2월 04일 |
쪽수 | 529쪽 |
크기 |
155 * 225
* 29
mm
/ 764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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