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적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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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캐슬린 린치
저자 캐슬린 린치(Kathleen Lynch)는 더블린대학교 평등학 교수이며 아일랜드 학술원 중견회원이다. 이론가이자 실천가로서 린치 교수는 학술연구의 목적은 단순히 세상을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공공선을 위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1990년 더블린대학교에 평등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2005년에는 사회정의학부를 만들었다. 또한 돌봄, 젠더, 정의 간의 관계와 같은 평등과 사회정의 이슈에 관해 광범위한 저술, 강연 및 캠페인 활동을 전개했다. 많은 저서를 출간했는데, 2015년에 버니 그룸멜(Bernie Grummell), 딤프나 더바인(Dympna Devine)과 공동으로 펴낸 ?교육과 신관리주의: 상업화, 돌봄부재, 젠더(New Managerialism in Education: Commercialisation, Carelessness and Gender)?는 고등교육의 문제를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비판한 저서로 주목받고 있다.
번역 강순원
역자 강순원은 한신대학교 심리아동학부 교수이며, 한신어린이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국제이해교육학회 회장(2011~2015)을 지냈고, 교육사회학, 평화교육, 인권교육, 국제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 등에 관한 글을 쓰고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교육의 정치경제학』(1990), 『평화·인권·교육』(2000), 『평화교육을 여는 또래중재』(2007), 『강순원의 대안학교기행』(2013) 등의 책을 썼고, 『우리 시대를 위한 교육사회학 다시 읽기』(2011), 『극단주의에 맞서는 평화교육』(2014) 등의 책을 번역했다.
목차
- 들어가는 글
1장 어떤 평등이 중요한가? 평등주의적 사유에서 정동적 평등의 위치
2장 사랑, 돌봄, 연대: 상품화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3장 사랑노동: 돌봄 합리성과 관계적 정체성
4장 돌봄 없는 시민성? 공적 평가절하와 사적 가치인정
5장 젠더, 사회계급 그리고 홀로 돌보기: 불평등의 상호교차성
6장 사랑노동: 권력관계와 상호성
7장 돌봄 시간, 돌봄 명령자, 돌봄 실행자
8장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감정자본이 교육에서 어머니의 사랑과 돌봄노동에 미치는 영향
9장 돌봄을 수행하는 남성성: 탐색적 분석
10장 보호시설에서 사랑 없이 살기: 문해학습에서 정동적 불평등의 영향
11장 종합논의
부록: 돌봄대화 연구방법론 개요
책 속으로
그 결과 돌봄대화를 비롯한 연구들은, 유급 돌봄 수행자가 사랑노동을 보조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영속적 관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감정과 헌신은 고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유급 돌봄 수행자가 종종 그런 관계를 발전시키지만, 고용계약으로써 그렇게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유료 돌봄 서비스는 사랑노동을 지탱하는 데 불가결하지만(그런데 돈과 자원은 몹시 부족하다), 사랑노동의 대체재라기보다는 보완재로 인식되었다. 부모들은 다른 사람에게 보수를 지불하면서 자녀를 돌보게 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했다(성인 자녀는 부모에게도 이렇게 했다). 하지만 부모들은, 설사 유급 돌봄 수행자가 자기 아이들과 그들만의 관계를 구축하더라도 부모와의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인식했다. _ 29쪽, ‘들어가는 글’
피아제의 영향 아래, 학교교육은 더욱 추상적인 사고능력, 특히 수학적 추론의 발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추상적 사고능력을 최고로 여기는 경향은, 블룸이 교육목표 분류법(인지적 영역)을 창안한 이후 그대로 이어져왔다. 블룸은 위계적인 등급표 위에 인지 방식을 배열했는데, 이 분류가 2차 세계대전 후 널리 유포되어 평가 및 시험에서 주요한 의제를 설정했다. 그가 똑같이 중요하게 여긴 정동적 영역의 교육목표 분류법은 교육자들이나 각국 정부가 조금도 발전시키지 않았다. _ 36쪽. ‘1장 어떤 평등이 중요한가? 평등주의적 사유에서 정동적 평등의 위치’
전반적으로,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과 나눈 대화에서는 성인을 돌보는 사람들이 자주 표현하지 않았던 희망과 열정이 엿보였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발달하기 때문에 돌봄노동은 미래에 긍정적인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로 간주되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아이가 자라는 걸 볼 수만 있어도, 하루하루 새로운 게 있어요. 더 정확히 말해, 매우 단순한 것일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무언가를 한다는 거죠. 다른 날엔 하지 못했던 걸 어느 날 하는 거예요. 정말로 진가를 느끼고 음미하는 거 같은 아주 작은 일들을 말이죠! _도널, 제럴딘과 결혼, 미취학 아동 한명을 공동으로 돌봄. _ 105쪽. ‘3장 사랑노동: 돌봄 합리성과 관계적 정체성’
제럴딘은, 아버지들이 기저귀를 갈아주었다고 칭송하는 미디어에 의해 남성들은 예외적이라는 가정이 강화되었다고 믿었다.
TV에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누군가 인터뷰하는 걸 보셨을 텐데 이런 식이죠. “오~ 예, 일손 돕는 아빠.” “기저귀는 갈아줘요?” 그리고 “예, 저는 기저귀 갈아줘요”. “아 그런 일을 하다니 대단하십니다!” 농담하는 거겠죠? 그러니까 그게 누군가의 역할이라는 걸 인정하듯이. 참담할 뿐이죠. 여자에게는 기저귀 갈아주느냐고 묻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오~ 예, 일손 돕는 엄마. 당신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군요”. ……그런 건 묻지도 않을 거예요! _제럴딘, 도널과 결혼, 미취학 아동 한 명을 공동으로 돌봄. _ 158쪽. ‘5장 젠더, 사회계급 그리고 홀로 돌보기: 불평등의 상호교차성’
폴린의 관점은 심각한 경제적 격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자녀들의 학교교육 요구를 돌보는 데서 어떻게 감정적으로 표출되는지를 나타낸다. 저소득층 어머니는 학교의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1년 내내 저축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렇게 해야 책값의 일부를 보조하는 제도를 활용해서 모자란 금액을 지불할 여유가 생겼다. 여성 유랑민인 브리지드는 학교교육에 들어가는 돈을 모으고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물건을 갖게’ 하는 데 필요한 감정적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년에도 (비용이) 오르겠죠. 교복과 교과서 대금을 지불해야 해요. 딸애가 확실히 그것들을 갖게 하려면 조금씩 저축해야 해요. 유일한 건 제일 큰 애가 거기에 작은 도움을 주는 거예요. 그게 대단한 거죠. 저는 딸애가 제대로 된 물건이 없어도 학교에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면 아이들이 딸애를 비웃을 겁니다. _브리지드, 유랑민, 별거. _ 251쪽. _8장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감정자본이 교육에서 어머니의 사랑과 돌봄노동에 미치는 영향
일부 남성은 기든스처럼 ‘여성화된’ 돌봄을 덜 경멸하고, 현대에 일어나는 변화를 아주 좋게 보았다. 패디는 아일랜드 농촌 여성의 지위를 역사적으로 고찰해 돌봄의 다면적인 본질을 인식했다. 여성 돌봄에 대한 남성의 의존성은 여성에게 정의롭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돌봄을 해줄 여성이 가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남성들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남자들은) 그건 여자 일이고 저건 남자 일이라고 (믿어요)…… 특히 아이들에 관한 한. 아이를 기르는 건 오롯이 여자들에게 맡겨졌고 남자들은 아침에 일하러 나갔어요. 특히 농부들이 사는 시골에서 말이죠. 그들은 아침에 일하러 밭에 나갔다가 어두워지면 돌아왔어요. 매우 힘들게 일하고 녹초가 되어 돌아와요. 그리고 여자들은 ‘아 그래, 그는 하루 종일 밭을 갈았어. 지쳤을 거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진 그냥 내버려두죠. 아이를 보살피고,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집 주위에서 가축 돌보고, 안에서 두 배나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걸 여자들은 깨닫지 못했어요. 그리고 어쩌면 정말 과분하기 짝이 없는 지위를 남자들에게 주었어요. 그건 이제 모두의 몫이고, 그러니까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감당해야 할 몫이에요. _패디, 남성노인 그룹. _ 292쪽. ‘9장 돌봄을 수행하는 남성성: 탐색적 분석’
성인으로서, 그리고 종종 부모나 조부모로서, 생존자들은 돌봄노동의 중심적 역할을 깨닫고는 어린 시절의 회복할 수 없는 돌봄 결핍을 원망하기에 이르렀다. 제인의 경우, 비록 그녀의 자식과 손주들은 성공했지만 그녀의 일차적 학습돌봄 결핍과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회한이 떨쳐지지 않았다.
손녀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 애가 책을 집어들고 읽었을 때 저는 아주 기뻤어요. 아시죠? 그러면서 (울음을 터뜨리며) 나는 어땠을까 생각하게 돼요. ……정상적인(멈춤) 이렇게 말할게요. 그건 내가 자라고 싶었던 그런 가정이었어요. _제인, 57세 여성, 학교에서 문해욕구를 충족하지 못함. _ 309쪽 ‘10장 보호시설에서 사랑 없이 살기: 문해학습에서 정동적 불평등의 영향’
출판사 서평
모든 사람은 돌봄을 필요로 한다!
돌봄이 이루어지는 실태와 환경을 다시 생각하고 돌봄의 가치를 되새기다
『정동적 평등』은 여러 사례를 연구함으로써 돌봄이 어떻게 수행되는지, 돌봄 수행자와 수혜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힌다. 이 책은 아일랜드의 돌봄 상황을 보고하는데, 한국의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아일랜드와 한국은 사회적·문화적·경제적 구조가 비슷해서 돌봄 수행자들이 처해 있는 환경 또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법 등 모든 분야에서 돌봄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다고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났을 때나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그 외 신체적으로 취약할 때 돌봄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돌봄은 진지한 탐구의 대상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이 책은 여러 유형의 돌봄 불평등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불평등은 성별 간 불평등인데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여성이 돌봄을 전담한다. 또한 경제적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불평등, 사회적 인식 때문에 나타나는 불평등도 있다. 이런 불평등은 돌봄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 따르면 돌봄의 가치는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 돌봄은 사랑을 주고받는 호혜적인 행동이며 인간의 삶에서 꼭 필요한 일부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한다.
돌봄과 관련한 다양한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돌봄의 가치를 일깨우다
왜 돌봄이 필요한가? 돌봄은 어떻게 평가받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출산율을 올리려는 여러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다자녀 가구에 세제 혜택을 주는가 하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출산휴가를 사용하라고 장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들 입장에서 출산을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이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다. 이 때문에 여성은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데) 출산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고 퇴사 압박을 받는 등 여러 어려움에 시달린다. 육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돌봄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된다. 남성은 가정 내에 달리 돌봄을 수행할 사람이 없을 경우에만 돌봄을 맡는 경우가 많다. 집안에 거동이 불편한 부모나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구성원이 있을 경우, 주로 여성이 돌봄 수행자가 된다.
돌봄은 오랜 기간 낮은 지위의 일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돌봄이 사적인 영역에서 수행되었기 때문에 돌봄은 사적이며 사회적으로는 큰 가치가 없는 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돌봄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는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신체적으로 취약할 때 우리는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시기를 한 번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누군가의 돌봄을 받았기 때문에 살아남은 존재다. 하지만 사회적인 제도나 인식, 심지어는 학술적인 논의에서도 돌봄은 일종의 예외적이고 부수적인 활동으로 취급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돌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회적 상황을 지적하며 돌봄 영역에서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을 둘러싼 편견을 벗기다
우리는 돌봄에 관해 몇 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편견 때문에 돌봄의 의미와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는 충분한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돌봄을 ‘구매’함으로써 수혜자에게 완전한 돌봄을 줄 수 있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연구한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돌봄에는 ‘대신할 수 없는’ 측면이 존재한다. 사랑과 관계가 그것이다. 돈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살 수는 있지만 돌봄을 통해 수행자와 수혜자가 나누는 유대나 사랑까지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돌봄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아니라 돌봄의 본질적인 측면에 가깝다.
두 번째는 돌봄 수행자와 돌봄 수혜자가 일방적인 관계라는 편견이다.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돌봄 수행자는 주기만 하고 돌봄 수행자는 받기만 하는 관계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책의 연구 사례에 등장하는 모든 돌봄 수행자는 돌봄을 통해 수행자도 수혜자에게서 무언가를 받는다고 증언한다. 아무리 사소한 감사의 말이나 몸짓이라도, 돌봄 수행자는 그런 것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돌봄이 어느 정도는 보답을 받는다고 느낀다. 즉, 돌봄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호혜적인 활동인 것이다.
가끔은 제 머리를 쥐어뜯죠. 그럴 때는 그가 보물을 내놓곤 합니다. 그와 씨름하며 고된 하루를 마치고 나면 더 참을 수 없게 되거든요. “톰.” “아빠 왜요?” “사랑한다.” 그걸로 모든 게 가라앉죠. 그는 영어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세 단어를 직접 말합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시죠. _톰, 독신, 아버지를 종일 돌봄. _3장 사랑노동: 돌봄 합리성과 관계적 정체성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정동적 측면
이 책은 여러 돌봄 사례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일랜드 직업훈련학교(Industrial School)’ 생존자들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다. 아일랜드 직업훈련학교는 일종의 보호시설로, 국가에서 환경이 좋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을 모아서 운영한 기숙학교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학교가 이곳에 다닌 아이들을 사실상 학대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이 받는 사랑과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고, 일상적으로 체벌과 감시를 받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게서 특이하게 높은 문맹률이 발견되었다. 조사 결과 이곳의 높은 문맹률은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사실과 관련성이 높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같은 시점에 직업훈련학교에 들어간 자매의 사례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양육을 받은 기억을 하고 있던 언니는 문해욕구를 충족했는데 그런 기억을 하지 못 하는 여동생은 문해욕구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한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격려와 관심이 학습 능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 외에도 어떻게든 부모와 연락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학생은 문해욕구를 충족한 반면,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은 문맹 상태에서 성인이 된 사례를 여럿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이 돌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국가도 그렇게 함으로써 충분히 돌봄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정한 돌봄 수행자가 꾸준히 사랑과 관심을 주는 것이 돌봄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다. 이 책은 사랑과 관심, 배려 같은 정동적인 측면이 돌봄, 나아가 인간의 생존에서 필수적인 요소임을 밝히고 있다.
‘정동적 불평등’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이 책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수준의 사랑, 돌봄, 연대를 경험하는 ‘정동적 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못 하다. 다양한 차원에서 돌봄과 관련한 정동적 불평등이 발생하며, 그러한 불평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사회 문제로 나타난다.
일단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불평등은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성이 돌봄을 전담한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에도 돌봄은 대부분 여성의 몫이다. 여성은 돌봄 때문에 과도하게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가정 내에서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노동을 수행한다. 남성은 대부분의 경우 돌봄 불평등의 수혜자지만, 때로는 이러한 점 때문에 가족들에게서 소외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에서 이혼한 남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돌봄을 수행하지 않는 남성성이 남성을 정서적으로 어려움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요새 자주 문제가 되는,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돌봄 불평등의 실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경우에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돌봄에 집중하면서 돌봄 수행자와 돌봄 수혜자가 정서적으로 유대를 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돌봄과 생계가 모두 위태로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돌봄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일하기 어렵고, 충분히 일하지 못 하기 때문에 돌봄에 투여할 자원을 확보하지 못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결과적으로 출산율 저하 문제, 노인 자살 문제 등으로 나타난다. 사회는 돌봄 영역을 사적인 차원이라고 보고 방치했고, 이제는 사회와 국가가 가장 우려해야 할 문제로까지 커졌다. 지금이라도 사회가 돌봄 영역과 정동적 평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기본정보
ISBN | 9788946059221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10월 04일 | ||
쪽수 | 392쪽 | ||
크기 |
160 * 232
* 26
mm
/ 688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Affective Equality :Love, Care and Injustice/Lynch, Kathleen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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