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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의 손녀, 5대 경종의 부인, 6대 성종의 누이동생, 7대 목종의 어머니, 8대 현종의 이모였던 천추태후 황보씨. 이 소설은 고려 경종부터 현종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났던 위정자들의 권력 다툼 속에서 벌어지는 권모술수와 남녀의 애정 행각 등 인간군상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당시의 시대상, 생활상, 세시풍습을 엿볼 수 있으며, 고려가요와 시조, 고사성어와 중국사 등을 적절하게 인용하였다.
작가정보
(작품 경향)
동양적인 토속세계 및 서정을 주조로 하는 작가로 등장했다. 복고주의 및 민속 풍물적인 경향의 당시 문단 풍토 속에서 초기에는 외적 상황의 억압 아래 변모되어 가는 인간의 생명력을 자연과의 합일을 통해 추구, 거기서 새로운 생명력의 신비와 환희를 찾아내려고 했다.
특히 60년 대 이후 장편소설에 치중하면서 〈임꺽정〉을 비롯하여 〈만리장성〉, 〈자규야 알랴마는〉, 〈임진왜란〉 등 여러 편의 역사소설을 신문에 연재하였다.
이들 역사소설은 역사적 풍속의 재현과 통속적인 흥미로 인해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했다.
(최인욱 연보)
초기에는 한국적인 토속성과 서정을 기조로 하는 작품을 썼으며, 후기에는 장편에 치중하는 한편, 사실에 충실한 역사의 재현과 심화를 보여 주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1920년 경남 합천군 가야면 출생.
1938년 단편 〈시들은 마음〉이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선외 가작으로 입선.
1939년 단편 〈산신령〉이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입선되면서 문단 데뷔.
〈월하취적도〉(조광)를 발표하면서 동양적인 토속세계 및 서정을 주조로 하는 작가로서 위치를 굳힘.
1941년 해인불교전문학원 졸업 후 도일. 니혼대학 종교과 중퇴.
1942년 〈멧돼지와 목탄〉(춘추) 발표.
1943년 서정적 단편〈생활 속으로〉발표.
1948년 단편 〈개나리〉(백민), 〈동방기〉(평화신문), 동화 〈신문 파는 소년〉(소년) 발표.
1949년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중앙위원 및 경성전기공업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단편 〈못난이〉(문예), 〈초동기〉(신천지), 〈여인기〉(민성), 〈두 상인의 기록〉 등을 발표.
1950년 단편 〈설한기〉(백민), 〈동자상〉(문예), 〈목숨〉(문예), 평론 〈월탄의 시세계〉(백민) 등을 발표.
1951년 국방부 전사편수관을 역임하고, 단편 〈낙엽초〉 〈속물〉(신천지) 등을 발표.
1952년 단편 〈정찰삽화〉(문예), 〈어린 날의 추억〉(연합신문), 동화 〈운동화〉(소년세계), 〈눈온 아침〉(소년세계), 〈길〉(학원) 등을 발표.
1953년 단편 〈외투〉(신천지), 〈재연〉(신천지), 〈연옥이〉(문화세계), 장편 〈벌레먹은 장미〉(서울신문), 동화 〈싸우는 병정〉(소년세계), 〈갓골 강영감〉(소년세 계) 등을 발표. 첫 단편집 〈저류)〉(흥국출판), 첫 장편 〈행복의 위치〉(백조 사) 발간.
1954년 단편 〈현실에 입각한 초현실〉(문예), 〈재생의 의욕〉(신천지), 〈오디〉(현대공론), 〈청춘은 아름답다〉(서울신문), 〈김교수 어록〉 등과 중편 〈잃어버린 보금자리〉(자유신문)를 발표. 동화 〈수복이의 꿈〉(새벗), 〈푸른 계단〉(학 원) 발표. 소년소설집 〈일곱 별 소년〉(대양출판), 번역서 〈고문진보〉 발간.
1955년 단편 〈야경〉(현대문학) 〈어린 피해자〉(현대문학) 등을 발표. 한국문학가협 회 중앙위원, 서라벌예술대학 전임강사, 중앙대학 강사를 역임,
1956년 단편 〈등산구락부〉(현대문학), 〈생활의 공백지대〉(현대문학), 〈야화〉(자유문학)를 비롯, 중편 〈제3행로〉(연합신문), 동화 〈김현이와 호랑이〉(소년세계),〈쥐와 뱀〉(새벗) 등을 발표.
1957년 단편 〈고가의 지붕 밑〉(자유문학), 〈은하의 전설〉(사상계), 〈신군부처〉(신태양), 장편 〈애정지도〉(서울신문) 발표. 장편 〈황혼의 연가〉 출간. 한국자 유문학자협회 중앙위원 역임.
1958년 단편 〈막다른 골목〉(현대문학), 장편 〈화려한 욕망〉(자유신문)과 〈고독한행복〉(자유신문 58∼59) 등을 발표.
1960년 장편 〈풍선〉(평화신문) 연재.
1961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대표적인 장편 〈초적〉(을유문화사) 출간. 단편 〈복 비는 이 밤에〉(동아일보) 등을 발표. 단국대학 강사 역임.
1962년 장편 〈임꺽정〉(서울신문) 연재(62∼ 65). 장편역사소설 〈사명당)〉(을유문 화사) 발간.
1964년 단편 〈목련〉(현대문학) 〈어떤 비화〉(문학춘추) 등을 발표.
1965년 단편 〈역도라는 이름의 사형수〉(현대문학) 〈만리장성〉(서울신문)을 발표. 전작장편 〈임꺽정〉(교문사) 출간(전5권).
1966년 단편 〈지도〉(현대문학) 발표. 번역서 〈요재지이〉 발간. 한국문인협회 이사 역임.
1967년 장편 〈만리장성〉, 〈전봉준〉 출간.
1968년 〈자규야 알랴마는〉(대한일보), 〈태조 왕건〉, 〈여왕〉 등을 발표.
1970년 〈매화암〉발표.
1972년 사망
목차
- 혼란의 소용돌이
전초전
강감찬 싸움터로
피로 물든 구주 벌판
이월의 집념
전후책
물방아 있는 풍경
악을 선으로
태후의 심복들
현화사의 종소리
책 속으로
임금은 위군들을 접견한 후에 밤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촛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면 어느 방앗간 풍경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 둘레에서 머리를 푼 잡귀들이 난잡하게 춤을 추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임금은 베개를 고쳐 베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일체가 유심조라고 했는데…….’
임금은 전에 산간에 있을 적에 익힌 불경의 한 구절을 생각해 냈다. 부처의 말씀은 모든 것이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 않았는가.
태후가 귀신의 힘을 빌려 방자를 한다고 해서 그 재앙이 곧 몸에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도리어 상대편의 계교에 말려드는 어리석은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한 임금은 태후의 요사한 소행을 일소에 부치고 더는 관심을 않으려고 하였지만, 그러나 남을 모해하려는 태후의 그 간악한 소위만은 아무리 관대하려고 해도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방자라고 하는 것은 일소에 부친다 하더라도 태후의 간악한 소행에 대해서만은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책으로 말하면 임금을 모해하는 것은 역죄에 해당하는 것이니 원도에 귀양을 보내버릴 수도 있겠고, 혹은 또 그보다 훨씬 더 가혹한 형벌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떠한 대책이 가장 적절한 것이 되겠는가?
인간은 무한히 선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또는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무한히 악독하고 잔인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다.
태후의 간악한 소행에 원심을 품고서 그와 똑같은 방향으로 맞서기로 한다면 귀양은 고사하고 태후가 남을 모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방아에다 태후 그 본인을 몰아넣어서 뼈와 살이 으깨지는 죽음을 당하게 하는 통쾌한 보복을 가할 수도 있지 않은가?
임금은 일찍이 누구에게도 지금과 같은 분노심을 발한 일은 없었다.
전에 신혈사에 우거해 있을 때는 태후가 독을 넣은 음식을 보내고 자객을 보냈어도 화를 모면할 생각에만 급급했을 뿐 지금처럼 이렇게 분노심이 엉기지는 않았다.
방앗간이 보이고, 그 둘레에는 여전히 머리를 푼 여귀들이 무당처럼 춤을 추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임금은 또 베개를 고쳐 베고 오른쪽으로 돌아누웠다.
출판사 서평
사실(史實)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사소설의 진수
‘태후가 섭정하며 천추전이 거처하니, 사람들이 그를 천추태후라 불렀다.’
헌애왕태후(獻哀王太后) 황보씨(皇甫氏) - 고려사 후비열전(后妃列傳)
사실(史實)에 충실한 풍속의 재현과 심화를 보여 주는 역사소설로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했던 작가 최인욱의 장편 대하소설『천추태후』(전 6권)가 완간되었다.
『천추태후』는 1968년 대한일보에 〈자규(子規)야 알랴마는〉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신문소설로, 역사적 풍속에 대한 지식과 통속적인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요즈음 한 방송사가 내보내고 있는 동명의 드라마로 천추태후 황보씨(皇甫氏)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그래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에게 천추태후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태조 왕건의 손녀, 5대 경종의 부인, 6대 성종의 누이동생, 7대 목종의 어머니, 8대 현종의 이모.’
역사서에 나타난 천추태후 황보씨의 인물정보를 보면 언뜻 복잡하고 드라마틱해 보이지만, 사실 천추태후에 대한 기록은 그리 많지 않다. 고려사 열전 후비편(后妃篇)에 생몰(生沒)과 행적에 관한 내용이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소설이나 드라마 상에 나타난 캐릭터도 작가의 해석에 따라 각양각색이고 평가 또한 극명하게 상반된다.
승자의 기록에 묻힌 천추태후를 발굴, 복원한다는 취지로 다수의 책들이 급조, 발간되었지만 단지 시류에 편승했을 뿐 격을 갖추지 못한 책들이 부지기수다.
‘천 년 전에 이미 중국의 동북공정을 알고 그 해답을 제시해 주려고 노력했던 여걸’로 평가하는가 하면,‘부군을 잃고 어린 아들을 혼자 왕으로 키워낸 당찬 어머니’로,‘유일하게 태후의 칭호가 허락된 왕후’로 미화하기도 한다. 물론 고려사에 쓰인 몇 줄대로 그녀는 권력욕에 눈 멀고, 외척과 통정하여 자식을 낳은 불륜한 여자일 수도 있으며, 반대로 고구려의 고토 수복을 꿈꾼 당대의 여걸이었을 수도 있다.
이번에 완간된 최인욱의 대하소설『천추태후』는 ‘승자의 기록’에 묻혀버린 천추태후의 두 얼굴과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작품이 아니다.
고려 초기 경종에서 현종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났던 위정자들의 권력 다툼, 권력의 핵을 등에 업고 한낱 뜬구름에 불과한 세도를 잡기 위해 벌이는 권모술수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애정 행각 등 인간군상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거기다가 당시의 시대상, 생활상, 세시풍습은 물론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고려가요와 시조, 고사성어와 중국역사의 적절한 인용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역사에 대한 남다른 조예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인간의 본능인 남녀의 애정에 대한 절묘한 묘사와 저자 특유의 농익은‘입담’은 소설의 운치를 한층 더해준다.
기본정보
ISBN | 9788944108785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2월 06일 |
쪽수 | 295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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