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사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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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2년 선정
총 4부 51편의 시들 중에서 특히, 1923년 4월 경상남도 진주에서 일어난 백정(白丁)들의 신분 해방 운동인 ‘형평사 운동’을 시로 형상화한 1부가 눈에 띈다. 윤한룡 실천문학 대표는 표4에서 다음의 글을 이 시집의 헌사로 올려놓았다.
‘민중항쟁의 고장, 진주시인 박구경이 「형평사」를 그려냈다. 왜 하필 진주인가? 지금 시인이 살고 있는 진주는 임진왜란 진주대첩, 진주민란, 형평사 운동 등, 한국 민족사에서 보기 드문 민중들의 항쟁이 끊임없이 일어났던 지조의 고장이다. 이런 높고 맑고 향기로운 역사의 얼을 품은 고장에 깃들인 시 정신과 시인의 소명은 남다를 것이다. 그런 소명으로 그려낸 진주 민중의 서사가 바로 이 시집이다. 일독을 권해 마지않는다.’
작가정보
1956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0·26 당시 경남일보 기자로 근무하던 중 해직되었다. 1998년 행정안전부 공모 제1회 전국 공무원문예대전에 詩 「진료소가 있는 풍경」이 당선되어 〈행안부장관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진료소가 있는 풍경』,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국수를 닮은 이야기』, 『외딴 저 집은 둥글다』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 경남작가회의 회장 엮임, ‘얼토’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고산 윤선도문학대상〉 〈경남작가상〉 〈토지문학 하동문학상〉을 수상 했고, 〈2019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했다
작가의 말
등허리 굽은 소는
낡은 절이 되었다
어젯밤 등이 흰 소와
하늘 속으로 들어가
뭉게뭉게 구름으로 흘러 다니다가
언덕 아래
지붕 낮은 요사채에서
한잠의 꿈속을
털고 나왔다
목차
- 제1부
형평사·1 11
형평사·2 26
형평사·3 29
형평사·4 32
형평사·5 36
형평사·6 39
형평사·7 50
형평사·8 53
형평사·9 56
제2부
진료소가 있는 풍경·1 61
진료소가 있는 풍경·2 62
진료소가 있는 풍경·3 63
진료소가 있는 풍경·4 64
진료소가 있는 풍경·5 65
진료소가 있는 풍경·6 66
진료소가 있는 풍경·7 67
진료소가 있는 풍경·8 68
진료소가 있는 풍경·9 69
진료소가 있는 풍경·10 71
진료소가 있는 풍경·11 72
진료소가 있는 풍경·12 73
제3부
‘열 살 막내가 보고 싶다’ 77
슬픈 생일 80
슬픔은 슬픔 아닌 무늬입니다 82
신년의 시 83
우리는 꽃이다 86
사계 88
세은이 시집 가는 날 90
어머니 젖알 91
묘묘의 밤 93
겨울 풍경 95
더듬거리며 생명 만져보기 2 96
구두 97
게를 바라보았다 98
한인물입 99
제4부
점심시간 103
가마 105
영락 공원 106
첫사랑 107
오후 108
잘 기른 수염에 한복 입은 109
춘자의 이름에서는 111
수국 속 마이산 113
수국의 노래 114
밤바다 115
봄날에 116
미조에서 117
삼천포에서 118
登 나무를 빌다 119
불면 120
신발 121
해설
시인의 말
추천사
-
역사의 발걸음은 항상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 자연, 하늘이 이루는 좀더 평등한 관계를 향해 열려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역사의 발걸음이 언제나 똑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더러는 빨리 이루어지기도 하고, 더러는 늦게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 역사의 발걸음이기때문이다. 박구경의 이번 시집은 바로 이러한 역사의식의 자연스런 발로의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이 시집 중 특히 제1부를 이루고 있는 연작시는 역사의 발걸음이 매우 빠르게 전개되었던 형평사 운동을 소재로 삼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1923년 4월 경상남도 진주에서 전개되었던 형평사 운동의 주요 인물들이 보여준 삶의 행적을 다루고 있는 것이 이들 연작시이기 때문이다. 당대 사회의 최하층 계급이었던 백정의 신분 해방을 실천적으로 획득하고자 궐기했던 형평사 운동의 공동체 정신은 물론 이들 연작시 이외의 작품에도 여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형평사 운동의 공동체 정신이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의 정신, 곧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의 정신에 곧바로 닿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시에서 시인 박구경이 “비린내와 잔뜩 어울린/노동과 휴식이 함께 북적이는/아침과 같은 시를 꿈꾸고”(「신년의 시」) 있는 것을 통해서도 이는 잘 알 수 있다.
출판사 서평
*기교를 벗어난 역사의식의 강
박구경의 새 시집에 「형평사」(衡平社) 연작 아홉 편이 실려 있다. 몇 권의 시집에서 그가 보여 온 작품들에 비해 다른 문제의식을 느끼게 한다. 박구경이 이번에는 조선 시대의 최하층 신분이었던 백정들의 평등 공평 인권 운동을 우리에게 들이민 것이다. 새 시집의 제1부에 실린 「형평사」 연작들이 그것인데, 이 시들은 소재뿐 아니라 주제의식도 뛰어나다. 서정시라기보다 서사시라고 봐야 할 제1부의 연작시들은 그러기에 시의 예술성보다 주제에 방점을 두고 시를 창작하지 않았나 한다.
‘형평사’는 한 마디로 소 개 돼지 등을 잡던 백정 계급의 신분 해방 단체였다. 백정들의 시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그 신분이 적어도 조선 왕조시대의 노비들보다도 더 낮아 호적에도 오르지 못하고 천대받는 최하층 계급의 백성이었다. 근대 사회 진입기에 시민의식 차원에서 백정 해방 운동의 공식적인 시작은 1923년 4월 경남 진주에서 이루어졌다. 형평사 기성회의 개최이다. 이 대목을 박구경의 시에서 본다.
“백정들의 생활을 개선시키지 않고 한 인간으로 사는
것이 위선이며 식민지 상황에서 조선인들끼리 차별하고
탄압하는 것은 결국 일본의 식민 통치를 돕는 어리석은
일이다 인간은 저울처럼 평등하다”
이 말은 진주 사람 백촌 강상호의 외침이다
임술년 진주민란이나
갑오농민전쟁의 계보를 이어받은
진주 청년 지식인들은
새롭게 열린 자본사회 속에서
생업에 열중하는 선량한 백정들을
무심코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형평사 운동의
큰 물줄기였던 백촌 강상호는
나라가 망할 무렵에
스무 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훗날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이력이 있었고
기미년 3·1 운동에도 앞장섰으며
다양한 사회 운동의 경력으로
1년 6개월의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진주 사람,
강상호!
가난한 마을 농부들의
세금을 대납하여 주었던
진주 천석꾼의 장자였던 사람이었다
백정의 자식을 두 명이나
양자로 들여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갔더라
백정의 자식이라
취학이 허락되지 않자
그 부당함에 치를 떨게 되었더라
이 아이들을 입학시켜주시오
품 안에서 호적 서류를 꺼내 보이며
아이들이 자신의 양자들임을 밝혀야 했다
명실상부한 양반 가문의 장손이
오래된 편견과 차별 앞에
두 눈을 부릅뜨게 되었더라
백정 놈들의 단체인 형평사 사장이 되어
스스로 백정의 길로 들어선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진주 사람, 강상호였더라!
-「형평사·6」 부분
형평사 운동에 대체로 백정들과 백정 출신들이 참여했지만 그 단체를 운영하는 선두에는 지식인들이 있었다. 강상호도 그런 인물이었다. 그러나 강상호는 사회적 위상도 잃고 경제적으로 파산을 당해 심한 곤궁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냉전의 시대, 외세에 의한 분단의 재앙을 고루 겪고 1957년에 그가 생애를 마쳤을 때, 전국축산기업조합이 장례를 주관하고, 9일장으로 치러졌다. 전국에서 50만의 조문객이 모여 왔다.
진주 시내에서 장지까지 이어진
사람들의 행렬이
남강 오백 리 물길과도 같았더라
-「형평사·6」 부분
논개가 임진란 때 왜장 게다니무라를 안고 뛰어든 그 남강 물길처럼 이어진 장례 행렬에 시 「형평사」의 역사의식이 있다.
진주는 조선 철종조 민란의 발원지고, 은둔이 아니라 초탈이었던 남명 철학의 땅이다. 그리고 형평사의 땅이고 지금도 형평사 운동은 계속되고 있고 형평사 기념탑과 평등의 문이 세워져 있다
「형평사」를 쓴 시인의 또 다른 시로 「‘열 살 막내가 보고 싶다’」가 있다.
재판을 하지도 않았는데
사형장의 청소는 미리 시작되고 있었다고
가족이 면회를 요청했으나 이미 그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였다고
18시간 만인 새벽 4시!
헌정사 초유의 일은 마감되어 있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얼마나 떨어대었을까
-「‘열 살 막내가 보고 싶다’」 부분
이 작품은 1974년 4월 반유신 민청학련 시위의 배후 세력이라고 하여 이른바 인혁당 재건파에 속한 8인의 사형에 관한 시이다. 인혁당 재건파는 순전히 수사기관의 조작에 의한 것이고 뒷날에 모두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수감 중 8인은 군법회의 언도 후 18시간 뒤인 새벽 4시에 사형 집행을 당했다.
박구경 시인도 역사 현실의 혹독함에 대한 치열성에만 갇혀 있기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래의 시를 한번 보도록 하자.
새해 새 아침
붉은 해가 떠오르는
그런 시는 쓰고 싶질 않다
붉은 해 대신
그리운 사람의 얼굴
따뜻한 마음이 떠오르는 시를 쓰고 싶다
비린내와 잔뜩 어울린
노동과 휴식이 함께 북적이는
아침과 같은 시를 꿈꾸고 싶다
-「신년의 시」 부분
시인은 따뜻한 마음으로 떠올리는 그리운 사람의 얼굴과 비린내 잔뜩한 노동과 휴식이 함께 북적이는 그런 시 쓰기를 꿈꾸고 있다. 일상에 의식하지는 않는 들숨과 날숨의 호흡이 인간의 생명을 지탱하고 있음을 우리는 가끔이라도 자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빈 나뭇가지 사이로 외롭고 쓸쓸한 겨울
추위 대신 눈 내리는 풍경 속에 입김 날리며 걸어요
사랑할 게 어디 사람뿐이겠어요?
계절도 사람에게 참으로 눈물겹지요?
참으로 눈물겨운 게 어디 사람뿐이겠어요?
-「사계」 부분
기본정보
ISBN | 9788939230934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30일 |
쪽수 | 136쪽 |
크기 |
123 * 207
* 15
mm
/ 26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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