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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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1년 선정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들은 오랫동안 가족사의 아픔과 그 강박감을 붙들고 있었고, 그러기에‘깨달음과 원융(圓融)의 사모곡(思母曲)’이나‘가족사의 심원(深苑)에 세운 범문(梵文)의 시’와 같으면서도 자신이 안고 있는 ‘장애’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이를 넘어서는 정신적 개가(凱歌)에 이르기도 하고 문득 화명(花明)한 경계를 열고 삶의 현장에 부드럽게 밀착한 인식들을 이끌어 낸다”고 상찬한다. ‘시인은 발문’에서 이『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작품집에는 과장도 없고, 수식하되 삿되지 않았고, 절제도 있어 정리(情理)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가장 낮은 곳의 민중을 향한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있어 급변하는 시대적 정세에 오염되지 않고자 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듯이 이『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시집은 장애인 박재홍을 위한 반추의 시간이자 유년의 들숨과 날숨이 되었던 시의 기능성 그리고 왜곡된 세상에 상처받고 있는 장애인과 소외된 이웃들을 위로하는 화해의 시집이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은 장애인 박재홍을 위한 반추의 시간이자 유년의 들숨과 날숨이 되었던 시의 기능성 그리고 왜곡된 세상에 상처받고 있는 장애인과 소외된 이웃들을 위로하는 화해의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종일관 함께 해준 두심헌(斗心軒) 박지영 문학마당 편집장님의 우정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목차
- 제1부
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
눈물
메딩이
별
그다지 쉽지 않은 시
龍井
풍장
굴참나무 애사
독립운동 무리
이야기가 있는 갈참나무
직지사 마당의 돌부처
철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해당화
끄물끄물한 하늘
2019. 5.18. 25
This is handicap
제2부
어은동
매미 허물
행불무득
상사화,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하루의 민낯
횡단보도 앞 소묘
옥수수
황병승 시인 부고를 접하는 입장
빙충맞은 마음 깃
별 무덤
우어가 되어
물의 지문
어버이날 소포
풍장2
전동 휠체어
제3부
흘깃
팥빙수
금강
애그니스
장도 앞 포구
에라이 ? 야
권주
산행1
산행 2
산행3
산행4
산행5
시인의 막다른 골목
고단한 하루
마당을 쓸던 아버지
제4부
탁발
백일홍 일수
피아노 소나타
페이스북에서 영상 하나가 그러하다
늦은 밤 허공을 보는데
걷다 보면 오늘이 가르쳐 준 나
가끔 멈춰서는 페이스북 포스팅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 위의 나비
갑자기 내리는 비에 조급해지는 마음
삼불봉에 지나치는 새들도 안다
지척에 둔 옛집
꽃처럼 서서 무슨 말을 하랴
동트는 새벽을 보았네
흑꼬리도요2
하루종일 비바람이 창을 두드리는데
저자 산문
시인의 말
추천사
-
박재홍 새 시집 『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은 맑고 깊고 은근하다. 지금까지 그의 시들은 오랫동안 가족사의 아픔과 그 강박감을 붙들고 있었고, 그러기에 ‘깨달음과 원융(圓融)의 사모곡
(思母曲)’이나 ‘가족사의 심원(深苑)에 세운 범문(梵文)의 시’와 같은 제목을 달아 그 시 세계를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안고 있는 ‘장애’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이를 넘어서는 정신적 개가(凱歌)에 이르기도 했다. 더불어 문학의 일상과 종교적 신성을 하나의 꿰미로 바라보면서 곤고한 시의 행보를 옮기던 그가, 이 시집에 이르러서는 문득 화명(花明)한 경계를 열고 삶의 현장에 부드럽게 밀착한 인식들을 이끌어 낸다. 세월과 연륜의 탓일까, 아니면 새로운 세계관의 개화(開花)일까. 꽃과 나무, 추억과 사랑, 따뜻한 손길과 웅숭깊은 사유 등의 다양 다기한 항목들이 새롭게 그의 시를 채운다. 반갑고 기꺼운 일이다. 이제는 그 시적 전개에 있어 더욱 활달하고 유장한 면모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책 속으로
헛헛한 삶에 詩가 건네준 기이함
시는 시인에게 전에 알지 못하던 것을 얻게 하였고, 전에는 이르지 못했던 곳으로 인도하였으며 전에는 듣지 못했던 것들을 듣게 해주었고 또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한 것은 물론 전에는 알지 못하던 것들을 알게 해주었다. 시인은 지천명에 이르러 만나게 된 「열반경」에서 다섯 가지 경계에 들어가는 것을 배웠고, 경(經)에서는 이를 ‘다섯 가지 신통’이라고도 하였듯이 시가 그러하였다.
비 오는 숲속 소로에는 갈참나무 무리 지어 섰었지 덮고
누운 낙엽 아래, 방공호에 숨어 마려운 똥을 내려놓았는데
굴참나무 무리가 어깨를 흔들어 숨겨 주었지
그 후로 40년이 흘러 거름이 된 시심(詩心)은 모자 쓴 상수리와
도토리처럼 깊은 그늘 속으로 숨었지 반추한 기억 속
손에 신발을 끼고 기어 다니는
친구도 없는 열네 살 장애인 박재홍
-「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전문
불가(佛家)에서는 탐진치가 사람에게 주어진 고통의 원인으로 보았다. 그것은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는 다른 개념으로 그 원인에 육체적 고통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인에게 장애(障?)는 끊임없는 물음이었고, 탐진치를 없애도 늙고, 병들고, 죽는 육체적 고통에 대한 업장을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네 살”은 생후 6개월부터 열네 살까지의 유년이 잠겨 있다. 그것은 “직립 보행”을ㅍ꿈꾸는 유년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불혹을 지나 지천명에 이르러 비로소 육체적 장애를 인정하고 가족과의 화해를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시간의 치유적 기능 덕분이었다.
무디어진 꿈들이 별이 되어 숨은 갈참나무숲을 향하여
가던 길에 아직 여린 별 부스러기 같은 이슬을 만났습니
다. 노동에 지친 어머니 얼굴처럼 쪼그라지거나, 말 없는
아버지 얼굴처럼 부풀려지거나 할아버지 할머니 풍장 치
르고 거둔 뼈처럼 하얗게 탈색된 영혼 한 줌이 쓸쓸하게
도드라진 이파리 사이, 죽어 별이 된 영혼들은 갈참나무
숲 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별」(전문)
그 시절의 가난은 뜬금없는 유전이었다. 국가는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닌 폭력적이었고, 가부장적 사회의 폭력은 어둠처럼 슬며시 깃들어 폭력적 그늘을 드리웠다. 장애인을 수용적 사고로 ‘사회적 함의’를 이루었던 국가적 사육이 팽배했던 삼엄한 시절이 있었고, 어머니 와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천륜은 장애인으로 살아갈 아들의 업장이 되어 구르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 가뭄이 깊으면 열매가 많고 비가 많이 오면 풍년이 드니
상생과 조화로운 자연의德이지요.
-「이야기가 있는 갈참나무」(부분)
태어나 생후 8개월에 소아마비로 중증 장애인이 된 시인은 열네 살까지 네 발로 기어다 녔다. 그때부터 아버지와는 성격이 맞지 않았고, 가족 간의 불화의 원인이 되었다. 바닷가에서 보던 아름다운 소라게가 시인을 닮았다고 생각하여 슬퍼 보였으며 시인도 소라게처럼 짊어 진 장애와 가난한 부모와 형제와 함께 지금껏 살아왔다.
시인은 시(詩)를 쓰면서 사랑하는 것들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고 장애가 불편했기 때문 에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근력이 되었다고 한다.
출근길에 추적이는 빗길, 부슬거리며 부서지는 것이 어머니 배웅하던 날 같아서 온종일 마음을 삽(澁) 하지 않고자 노력했었네.
-「끄물끄물한 하늘」(부분)
시인은 왜곡된 사회적 현실 속에서 “끄물끄물한 하늘”을 보며 존재하는 모두가 쓰러져 갈 수 밖에 없고 그런 헛헛함 속에서 방일하지 않고 정진하는 것이야말로 시인의 숙명이라 는 것“스스로 되묻고 인정하는 사이”에 나는 “무리 지어 숲을 이루고 숨처럼 붙어 있는 살가움이 숲 그늘처럼 흔들리고 그제야 귀한 것이” 바로 “이웃”임을 알게 되었다고 작품을 통해서 고백한다. 그것은 거창하게 시대정신을 거명하기보다는 지금껏 작품을 하면서 시인에게 있어 시(詩)는 언제나 지친 현실과 부조리한 세상을 지나 모든 이웃에 가까이 갈 수 있게 하는 상생과 조화 기능의 기이함이었다.
시인 박재홍은 생후 8개월부터 열네 살까지 손에 신발을 끼고 네 발로 기어다녀야 했던 중증 장애 아이이자 소년이었다. 그 장애 아이와 소년은 시를 쓰면서 장애도 가난도 극복하 고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는 힘도 키웠던 것이다.
박재홍의 시를 읽으면 연상되는 세 단어는 ‘갈참나무 숲’과 ‘전동 휠체어’와 ‘천장 사’였다. 시인은 지금도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근래 건강이 나빠져 누군가 부축해 주지 않으면 혼자 타고 내릴 수 없을 정도다. 〈시인의 말〉에서 감사를 표했던 두심헌(斗心軒) 박지영 문학마당 편집장이 동지로서 현재 시인의 손발이 되어주고 있다.
‘갈참나무 숲’에서 자라 울음을 참고 있는 구르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달리다 떠날 때는 육신을 독수리에게 보시하는 ‘천장사(天葬師,Domden)’가 되어 장애의 육신을 스스로 천장(天葬, 鳥葬, sky burial)하는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구르는 바퀴는 다 울음을 참고 있나 보다 햇살과 바람이
교차하여 생긴 그림자 속에서 내가 참고 있는 울음을 보았다
하얗게 질린 화단에 물기가 보이고 조금은 헛헛한 웃음처럼
가벼운 그늘에 타들어 가던 길섶들의 얼굴이 조금 나아 보인다
기우(杞憂)처럼 비끼는 하루가 봄에서 여름으로 잇는 한숨
처럼 풀썩거린다
-「전동 휠체어」전문
흥건한 베개닛 사이에 달마가 다녀갔다. 번뇌와 집착을 가
르는 벼락같은 한 줄의 시가 다녀갔다. 깨어지지 않는 지혜가
곧 시, 세상의 모든 이치가 번뇌이자 구르는 륜(輪)과 같고,
(중략)
나의 장애는 영혼을 담고 있는 불편한 그릇, 영혼이 떠날
때 내어놓은 빈 몸은 독수리에게 드리는 보시, 나의 사랑이
천장사(天葬師)*가 되어 하늘 장례 의식을 치루고 있을 것이다
검은 독수리 떼가 하늘을 덮는 날
기본정보
ISBN | 9788939230644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1월 01일 | ||
쪽수 | 105쪽 | ||
크기 |
124 * 208
* 12
mm
/ 15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실천문학 시인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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