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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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김세연
198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 『불교문예』에 소설 「탑」을 발표했고 2019년 『쿨투라』 문화평론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현재 동국대학교 강사다.
작가의 말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끝내는 법을 모르는 짝사랑처럼 나는 소설을 버리지 못했다. 부끄럼을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빈곤한 나의 글을 보듬어주신 홍용희 선생님과 염무웅 선생님, 배려해주신 실천문학 식구들께 감사드린다. 늘 격려해주시는 장영우 선생님께는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에 머물렀다. 그곳이 있어서 나는 가끔 울 수 있었다. 우풍이 드는 대학원신문사 창가 자리에 안부를 전한다.
2019년 9월 김세연
목차
- 미니
하찮은 거짓말
홀리데이 컬렉션
ATM
작업 중
헬로우
버블머신
해설
작가의 말
추천사
-
김세연의 소설은 청년세대의 감각에 포착된 오늘의 팍팍한 현실풍경이다. 그의 디테일 묘사는 섬세하고 꼼꼼하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세계는 건조하면서도 우울하다. 그의 소설에는 농경문화의 기억조차 희미해진 신자유주의 시대의 삭막한 세태가 사막처럼 펼쳐지며 그 사막을 건너는 젊은이들의 파편화된 삶이 꿈결처럼 그려진다. 그의 소설은 이 시대를 구성하는 수많은 ‘생생한 디테일’들을 보여준다. 그 디테일에 담긴 질곡의 현실 너머를 상상하는 ‘정신의 힘’에 더 가닿기를 바란다. 신진작가 김세연의 정진과 분발을 기대한다.
출판사 서평
김세연의 소설집 『홀리데이 컬렉션』은 ‘의미가 산출되는 구조’를 적실하게 설정하고 배치하는 감각이 단연 빛난다. 그는 진실이란 주체의 시각에 의해 달라지고 사물의 본질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우리가 구조해내고 감지한 관계들 속(T. 호커)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상은 관계들로 이루어지고 관계들에 의해 세워진 관계들의 구조물이 아닌가. 그는 스스로 「버블머신」의 서두에서 이를 직접 전언하고 있다.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오늘 아침 내가 밥 대신 빵을, 맨다리 대신 살구색 스타킹을,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택했다면 그건 분명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을 하나의 시스템이 갖추어진 기계 장치로 비유해 보자. 기계는 스스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기계의 입장은 정해져 있다. 버튼이 눌리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것만이 기계의 운명을 좌우한다.
인간 삶에서 스스로 행하는 선택까지도 사실은 구조의 시스템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구조가 삶을 규정한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구조주의자가 된다는 명제와 상응한다. 구조주의자들은 인간이 창조한 문화 역시 언어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이고 고유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인위적으로 구조된 것이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 틈새가 메꾸어져 자연스러운 것처럼 동화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모든 언어들이 그 뒤에 숨은 보편 문법의 구조에 따라 작동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김세연의 소설을 읽는 것은 그가 배치한 구조의 매혹적인 통로와 계단을 경험하는 과정이며, 그가 제시하는 주제의식은 이러한 미적 여로의 경험 이후 느끼는 의미와 소회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보르메오 가문의 매듭처럼 팽팽한 구조가 가장 두드러진 작품으로 「미니」를 꼽을 수 있다. 생성하는 구조의 활동을 통해 우리 시대의 분방한 일상성에 대한 서술을 입체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미니」는 평형 회복의 서사이다. 평형의 깨어짐에서 새로운 평형 회복이라는 데카메론의 문법(T. 토도로프)이 근간을 이룬다. 나와 남편 그리고 애완 고양이 콩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남편은 말한다. “난 너랑 우리 콩이, 셋으로도 행복해.” 그러나 이들 가족의 최초의 평형은 곧 깨어진다. 어느 날 민희가 입양되어 온다. 이제 새로운 평형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독자는 작가가 마련한 새로운 평형 회복의 미로와 층계를 따라 함께 나선다. 평형 회복을 위해 누가 어떻게 노력하고 누가 어떻게 방해하고 있는가? 이 점이 눈길을 모으는 중심 관심사가 된다. 그러나 김세연 소설은 결말에서 데카메론의 문법에 틈새를 낸다. 통상적인 관행을 부정하는 파격이고 위반이다. 파격과 위반의 틈새는 작품의 주제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생성시킨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제의식은 단일하지 않고 복합적이며 중층적이 된다.
한편 「작업 중」, 「하찮은 거짓말」은 에로스적 욕망을 다룬 서사이다. 절정을 향해 가는 상승적 힘이 작품의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에로스적 욕망은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파국에 가까워진다. 어째서 그럴까. 사랑의 베일 속에 은폐된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사랑은 힘을 잃고 스러지는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마치 생각의 속임수의 소행 같다. 그래서 사랑은 늘 불안과 동거한다. 김세연의 소설적 상상력은 이러한 사랑의 구조적 속성을 날카롭게 추적하고 있다.
에로스적 욕망의 가속도 역시 결핍의 구멍에 의해 자기조직화 운동을 시작하지만 다시 그것에 의해 와해된다. 「ATM」은 처음부터 에로스적 욕망보다 그 결핍의 뒷모습이 우위에 놓인다. 작품의 전개는 성매매의 이론과 실재의 병치 구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매매를 어떻게 볼 것인가? 독서토론 모임에서의 진지한 논의와 그 이면의 에로스적 욕망의 현상이 대칭을 이루며 내밀하게 변주되고 있다. 혼전순결주의를 자처하는 주인공 나의 성매매에 대처하는 현실은 어떠한가? 고교 동창 성환의 소개팅 어플을 통한 성매매 현장에 동참하지만 관음증의 충족에 그치는 양상을 드러낸다. 관음증이란 처음부터 상대와의 깊은 관계는 없이 관망하는 것, 즉 관계의 미달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전개 구조와 내용 역시 시도만 있지 제대로 성사되는 것이 없는 배회의 양상을 지속적으로 보인다.
「홀리데이 컬렉션」은 주인공 희서의 이태리 패키지 여행과 물류 센터에서의 아르바이트를 병치시켜 전개하고 있다. 이태리 여정과 아르바이트를 중심으로 한 일상이 서로 시간과 공간의 현상은 다르지만 거울처럼 동일한 반사체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희서의 독백이 머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놓아두기만 해도 물품을 운반해 주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가만히 있기만 해도 시간은 계속 앞으로 갔다. (……) 지금 나는 벨트의 어디쯤에 있을까.
일상성의 제국의 구성원으로서의 삶, “하나의 시스템이 갖추어진 기계 장치”(「버블머신」) 속의 일원으로서의 삶을 묘파하고 있는 것이다.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자로 존재하는 소외된 삶의 군상을 명징하게 환기시킨다.
「헬로우」는 이러한 비관적인 수용과 체념의 정조가 더욱 심화된다. 「버블머신」은 “아빠의 해고”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소설은 어둡고 불우하다. 이미 텅 빈 결여가 작품 전반의 정조를 짙게 물들이고 있다. 서사의 전개가 우리 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는 어둠의 블랙홀을 반사시키고 있다.
김세연 소설의 서사적 구조는 현실세계의 일상성의 근간이면서 입체적 서사의 방법론임을 좀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그의 서사적 구조는 충만, 의지, 회복 속에 결여, 부재, 구멍이 내재되어 있음을 면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평형 회복과 에로스적 욕망이 숨은 결여의 작용에 의해 와해되고 파행되는 속성을 효율적으로 구조화하고 있다. 특히 몇몇 작품들은 오늘날 세계의 일상성이 주체적 의지나 욕망의 상승이 아니라 타성적 순응과 체념의 하강이 지배하고 있음을 이완된 서사적 구조의 방법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반영해내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39230385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0월 01일 |
쪽수 | 278쪽 |
크기 |
129 * 189
* 19
mm
/ 29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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