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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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을 것이다”(「과정도 비약도 없이」)라고.
작가정보
저자(글) 이영숙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하여 서울예술대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1년 『문학예술』에 시로, 2017년 『시와 세계』에 평론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詩와 호박씨』가 있다. 현재 추계예술대, 송파문화원에 출강하고 있으며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작가의 말
시가 저 너머에 있다고
절망할 때도 있지만, 실은
직전이라는 소용돌이와
제자리걸음이라는 뇌관 사이의
구체적 운동임을 믿는다.
운동이 있을 때
오늘이라는 피안도 있다
목차
- 제1부
4월
버스의 평균율
깁스한 시 한 편
까마귀 네트워크
수목장
목요일의 패러독스1
목요일의 패러독스2
목요일의 패러독스3
벚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장소의 불문율―고시원
장소의 불문율―폐가
장소의 불문율―흡연구역
장소의 불문율―공중화장실
장소의 불문율―공동묘지
히스테리 미스터리
제2부
유산에 관한 두 개의 퍼즐
이력
본말과 전말 사이
주머니에 시집 한 권이 쑥 들어가는 코트를 입고
공원묘지
스티로폼 한 조각이
내가 버스를 놓쳤다면
사소한 다큐
편지1
편지2
개화 이틀 전
불러오기1
불러오기2
못의 지대
진양조로, 과양각시 왈
제3부
촛불을 연다―혁명 1주년
수건의 고독사
플라스틱 수프
스트레칭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인간적 패턴
호치키스가 없다면 우리 사랑
간도 쓸개도 조문(弔問)도 없이
비천무(卑賤舞)―궁중예술단·2014
우리의 양식―노동열사 전상서
353일의 불면
출근길
가을전어
알레고리
제4부
과정도 비약도 없이
축 생일
대문의 근황
포장마차를 찾아서1
포장마차를 찾아서2
감옥 이야기
싱크대에서
잠언 독송
몽촌토성·여름
몽촌토성·가을
몽촌토성·겨울
몽촌토성·봄
한 사람 건너
얼룩은 더 큰 얼룩 속으로 스며든다
해설
시인의 말
추천사
-
이영숙의 제2시집은 공간 이미지를 따라가면 아주 재미있다. 인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 존재인 것 같지만 실은 어느 공간에 있었느냐에 따라 존재의 총량이다르게 증명된다. 시인은 제1시집의 공간, 즉 생산의 공간을 떠나 소비의 공간으로 이주하였다. 철원에서 서울로 온 것이다. 연작시 「장소의 불문율」이라는제목이 상징하는 몇몇 공간(고시원ㆍ흡연구역ㆍ공중화장실 등) 외에도 시의 공간은 차고지ㆍ제과점ㆍ예술의 전당ㆍ인사동ㆍ몽촌토성ㆍ광화문 등 서울의 이곳저곳이 된다. 이런 공간에서 일어나는 온갖 희비극의 쌍곡선을 그리는 것이 시인이 근년에 한 일이다. 일상의 이모저모를 면밀히 관찰하여 독자를 낯선 공간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몽촌토성이 현실공간이 아닌 상상의 공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시인의 25년 만에 내는 두 번째 시집에 큰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그동안 왕성한 강의와 평론활동 등으로 우회로를 돌기는 했지만 시창작이라는 공간으로 ‘마침내’ 돌아왔기 때문이다.
-
동굴 안에 앉아있는 죄인들에게 동굴 밖 햇빛이 무슨 소용인가? 아니, 햇빛을 쐬는 이가 없어도 햇빛이 햇빛인가. 죄인을 보는 눈이 없으면 죄인이 죄인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 있은 적이 있나/ 그곳이 있다는 걸 알기나 했나”(「목요일의 패러독스3」 부분); 이영숙 시인이 동굴 속의 죄인을 호명하고 있다. 동굴 밖의 햇빛을 호명하고 있다. 죄인이 죄인인 것이다. 햇빛이 햇빛인 것이다. 이영숙 시인이 죄인과 햇빛을 상호 호응시키고 있다. [죄인과 햇빛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게 한다] 신 없는 세계에서 존재자와 존재를 상호 호응시키고 있다. 이영숙 시인이 현존재를 살만하고 견딜만한 것으로 느끼게 하려고 한다;시행발화Versrede들이 상호 긴밀한 연결관계를 넘어 상호 긴밀한 긴장관계에 돌입하였다. ‘우아함과 아울러 시편 시편들에서 단단함을 느끼게 된다.’라고 할때 이것은 이영숙 시인을 위해 준비된 말인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 서평
타자의 시학
시 쓰기는 자기고백의 영역 같지만 기실 타자와 만나는격렬한 행위다. 습관적으로 쓰던 단어를 새로 보는 행위이며, 주어와 서술어 간의 자동 연결 상태를 끊고 새로운 진술을 생산하는 행위이다. 새로 본다는 것은 낯설게 본다는 것이며 그것은 언어를 타자로 대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타인 역시 타자다. 시인은 타인의 말과 행동을 기억하고 그기억 속에서 공감과 연민 등의 감정적 개입을 역동적으로 펼치며 자신의 감정 지도에 타자를 그려 넣는다.
죽음은 모든 생명체에게 영원한 타자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인지할 수도 회상할 수도 없다. 한 인간의 생은 죽음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유지되고 적극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행위도 사실 삶의 영역이다. 시간 역시 낯선 타자다. 회상으로 존재하는 과거는 우리가 통과해왔지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미래는 기대로 존재하지만 한 발짝도 가본 적이 없는 미지다. 자신에게 자신은 타자 중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타자일 것이다. 거울을 보고, 분열을 회피하는 등,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려는 모든 행위들은 자기 안의 타자를 잠재우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시를 쓰는 행위는 이 모든 타자들을 직시하겠다는 자기 선언이다. 현재에 몰입된 자신에서 벗어나 낯선 언어의 숲에서, 지나쳐버렸던 타인을 호명하고, 죽음을 마주대하며, 내 안의 낯선 나를 만나겠다는 결심이다. 그럼으로써 자기와만 관계하는 나르시시즘적 자아를 벗어나 성숙하고 활달한 시선으로 타자를 수용하려 한다.
이영숙 시인은 이번 시집 『히스테리 미스터리』에서 비루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그려냈다. 바깥과 자기 안에서 끼는 수많은 타자들과 교섭하고 공감하면서 자기 확장을 꿈꾼다. 단일한 주체의 자기고백을 넘어 수많은 자기 목소리를 가진 타자들이 웅성거린다.
언어와 주체의 타자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장은 생동감 넘치는 언어이다. 다른 범주에 있는 언어와 언어가 충돌하여 새로운 언어를 내놓는다.
ㄱ) 관절이 없어서 나는 기차가 되지 못했다―「버스의 평균율」
ㄴ) 떠내려 온 시간들의/삼각주―「공원묘지」
ㄷ) 모서리가 다 닳는 새벽―「까마귀 네트워크」
ㄹ) 우리는 무지개처럼 안이했다―「버스의 평균율」
ㅁ) 인공위성 어떤 정신이기에/ 명아주열매처럼 저리 골똘
한가―「장소의 불문율-폐가」
ㅂ) 늘 다른 곳으로 배송되는 새벽―「목요일의 패러독스1」
ㅅ) 토끼는 일평생 토할 것 같은 기미만 가지고 살아온 이름이 억울해―「간도 쓸개도 조문弔問도 없이」
ㄱ)의 경우 기차 차량의 이음새를 신체의 관절로 표현했다. 신체를 표현하는 중심 의미를 유사성에 주목하여 무생물로 확장했다. ㄴ)에서는 시간이 단순히 흐르는 것을 넘어 하강적으로 지나 하류에 퇴적된 상황을 ‘삼각주’로 구체화했다. ㄷ)역시 ‘새벽’이라는 관념 대상과 그 특징을 ‘모서리가 닳다’로 은유했다. ㄹ)에서는 ‘무지개’와 ‘안이(安易)’라는, 유사성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두 단어를 직유로 과감하게 연관시켰다. 무지개는 비가 온 뒤 햇빛이 굴절되는 현상인데, 비가 오고 햇빛이 비치고 또 금방 사라진다. 그렇기에 이 직유는 적확하다. ㅁ)의 경우는 ‘명아주열매’가 ‘인공위성’보다 더 미지의 대상인데 기지의 대상을 미지의 대상으로 비유하여 기존의 비유 도식을 역전시켰다. ‘포클레인같은 손’같은 표현이다. ㅁ)의 표현은 오히려 ‘명아주열매’의‘골똘’함에 주목한 것으로 시 전체의 맥락에 관계없이 명아주열매라는 대상을 새롭게 보게 한다. ㅂ)의 경우 ㄷ), ㄹ)과 마찬가지로 관념의 구체화에 공을 들인 예인데 더 주목할 것은 ‘배송’이라는 단어와 새벽을 연관시킴으로써 이질적인 영역에 놓여있던 단어들을 은유의 체계로 재배치한 점이다. ㅅ)에서는 음성의 유사성에 입각해 시어를 채택하여 내용과 형식(음성)을 연관 짓는다.
이처럼 이영숙 시인은 다른 영역의 언어를 연결하면서 언어의 의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영역 간의 중매를 벌이면서 새로운 의미의 자식들을 풍성하게 생산한다. 생물과 무생물, 시간과 사물, 감각과 사물, 관념어 간의 경계는 무너지고 이질적인 단어들이 서로 넘나들며 섞인다. 두 영역 간의 만남은 타자 간의 만남처럼 격렬함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두 단어는 차이 속에 동일성을, 다시 동일성 속의 차이를 유지하면서 기존의 의미 바탕으로는 완전히 상대를 소유하지 못한다. 이 소유의 불가능성을 인정하고 있기에 시어들은 생동감 넘친다.언어 사용뿐만 아니라 화자 차원에서도 타자성이 구현되 어 있다. 단일한 주체의 독백적 진술보다는 타자의 목소리를 담거나 청자를 설정한 다성적 주체의 목소리가 곳곳에 등장한다.
김유석(문학평론가)
히스테리 미스터리
잠을 자야 살지, 백야가 따라와 삼 년째 동거 중이다 그늘
한 점 주름 한 줄 없는 06시 10분에서 40분 사이 검은 비키
니 금발머리가 허구한 날 자맥질에 배영(背泳)질이고 게서
십여 분 거리 해변에선 스패니얼 계의 죽은 개 한 마리에 파
리가 떼로 들고 난다 영문도 모른 채 닳고 닳아 종잇장처럼
팔랑이는 핀란드만(灣)의 여름
발레리노가 그녀를 허공에 띄웠을 때 내가 그의 손을 잡
고 어둠을 벌컥 연다 스프링영양처럼 그녀가 공중을 딛고
있는 동안 타조 같은 나의 다리 몸통 부리가 퍽퍽 잘려나간
다 빛의 숄을 두른 채 그의 능선을 밟고 사뿐히 내려서는 그
녀 한번 날아보지도 못하고 나는 다시 객석에 갇혀
우리는 자연 공부를 이렇게 하며 살아요 낡은 빌라 불개
미가 줄지어 과자 부스러기를 물어 나른다 자신은 다른 종
족인 양 바퀴벌레가 천장을 가로지른다 주인 같은 자들의
목요일의 패러독스1
그녀는 오줌을 너무 참았습니다
이미지 때문에
오줌보가 터져서
우리는 지린내를 뒤집어썼습니다
로터스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으나
실내에 만연한 건 플라스틱이었습니다
막차는 발음하기 어려워 그냥 떠나보냈습니다
늘 다른 곳으로 배송되는 새벽
절벽 끝에 앉는 것은 금지된 메뉴입니다
우리는 젓가락을 들어 서로를 찔러봅니다
발라드풍으로 졸아든 웃음이 다른 부위로 몰립니다
액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화에
후추를 훌훌 뿌려 놓고 기다리면 출구가 보입니다
재채기를 하면서 우리는 겨우 자기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설령 감추어 왔던 것이 누대의 전족이라 해도
기꺼이 발설하고픈 시간대를 그제야 막 통과합니다
카운터에서 나무 주걱에 매달린 화장실 키를 받아든 그녀가
오줌을 누러 갑니다 한 인간이 그렇게 완성되고
우리는 축배를 듭니다
계시가 없는 밤은 없습니다
기본정보
ISBN | 9788939230330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1월 23일 | ||
쪽수 | 144쪽 | ||
크기 |
124 * 207
* 16
mm
/ 20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실천문학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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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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