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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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2013년 제2회 EBS 라디오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정보
목차
- 프롤로그
바보아재
얼굴 하얀 그 사람
할멍구와 백수건달
그날,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
똥 싸는 시어머니
태식이 엄마
봉선화
공범
찬란한 춤
에필로그
책 속으로
천진난만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싱글거렸다. 아버지와 대구 작은아버지, 그리고 아재는 외탁하여 얼굴이 닮았는데도 그 얼굴에 대한 느낌은 딴판으로 달랐다. 바로 그 웃음 때문이었다. 웃음기로 말미암아 아예 얼굴이 달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할머니의 사려 깊은 묵인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말투는 물론, 걸음걸이나 몸짓, 심지어는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새까지, 아재는 송순당의 다른 구성원들과는 눈에 띄게 달랐다. 송순당에서 유일한 자유인이었다고나 할까. 예닐곱 살짜리 순둥이 같은 아재는 언제나 웃고 거의 쉴 새 없이 겅정겅정 움직였으며, 그 입이 가만히 닫혀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혀 천장을 울리는 듯한 목소리에는 금세라도 벙글어 피어날 듯한 웃음이 버무려져 있었기에, 아재의 이야기는 그 울림만으로도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14쪽)
아재의 지능은 예닐곱 살짜리 정도로, 어린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더러 엉뚱한 일을 저지르거나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 능력이 달리기는 했으나 한계를 명확하게 지시받은 일이나 일상적으로 늘 하는 일은 오히려 꼼꼼하게 잘 처리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한글을 읽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고, 한자 경우에도 자기 이름 정도는 그려낼 수 있었으며, 큰돈은 어렵지만 적은 돈 계산에는 실수가 없었다. 아마도 할머니가 집요하게 반복시킨 교육과 훈련 덕분이었을 듯했다. 샘골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다. 그 아들, 사람 노릇 하고 살도록 만들라고 송순당 종부가 오만 정성 다 쏟았지. 참 고생했어. 암만 그렇고말고.(15쪽)
자연스러운 일일 듯한데, 비단 여기 모아 본 아홉 편의 이야기들만은 아닙니다. 죽음은 평생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잘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문득 편안해지는 격세의 위안, 역시 그런 것 때문일 것 같습니다. 삶이 더 남루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든, 상상에서든, 죽음을 맨 낮으로 마주하게 될 때마다 어김없이 옷깃 여미게 되는 숙연함은 또 어떤가요. 피가 서늘하게 정화되는 듯한 이런 숙연함, 이 현실 다른 어느 경우에서도 느껴볼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런 숙연함 다음에는, 적어도 당분간이나마, 삶에 대한 근심 걱정이 스스로 느낄 만큼 묽어지는 것도, 그때마다 늘 새롭죠. 그래서 쓰든, 쓰지 않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버릇처럼 되풀이하고 있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_「에필로그」중에서
출판사 서평
2013년 제2회 EBS 라디오문학상 대상 수상작
“신성한 바보의 서사적 재림”
바보에게 길을 묻다!
2013 제2회 EBS 라디오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유순하의 「바보아재」가 실천문학사에서 연작소설 『바보아재』로 출간되었다. 대상작 「바보아재」는 애초 죽음을 주제로 한 연작소설의 첫 번째 작품으로 기획되어 쓰인 작품이며, 이어지는 8편의 단편들은 다양한 죽음을 포착하고 인간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표제작 「바보아재」와 연작소설들은 작가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순간부터 줄곧 구상하여 30여 년간 죽음이라는 화두를 정리한 작품이다. 그래서 부제를 ‘죽음을 주제로 한 연작소설’이라 하였다. 작가가 오랫동안 이렇게 죽음에 대해 천착한다는 것은 기실 삶의 열망에 대한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순하의 『바보아재』는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삶을 어떤 의미와 자세로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의 이번 연작소설은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불안한 미래와 삶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린 채 어둡고 긴 터널을 터벅터벅 걷는 상황에서 한줄기 주마등 불빛처럼 우리를 비춰주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연작소설에서 작가가 바라본 죽음의 풍경과 그 속에 얽혀 있는 삶의 갈등들은 어떤 양상으로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똥 싸는 시어머니」에서는 하루하루 시어머니의 죽음을 고대하며 사는 며느리의 시선이 그려지고 있다. 정신은 말짱하지만, 노쇠로 인해 대소변은 물론 끼니까지 떠먹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 뒷바라지를 모두 감내해야만 하는 며느리의 위선적 모습과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시어머니의 팽팽한 대립구도가 이 소설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 나가고 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화장하는 며느리의 마지막 장면은 죽음을 준비하는 자와 기다렸던 자의 전범을 보여주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태식이 엄마」에서는 젊을 때 유별난 색탐으로 인해 자식들과 멀어진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죽음의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찬연한 생명감을 탐닉한 한 인간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며, 그러한 집착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지 여실히 그려내고 있다. 「공범」에서는 죽는 자의 모습이 아니라 죽인 자의 내면적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날, 비가 온 탓에 술 취한 행인을 차로 쳐 죽이게 된다. 당황한 주인공은 뺑소니를 치게 되고, 여러 날 죄책감과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된다. 결국, 자수를 통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심연에서 빠져나오는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작품이 전개되며 그려지는 주인공의 긴장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이처럼 유순하의 죽음을 주제로 한 연작소설에서는 죽는 자와 죽인 자, 그리고 그들을 관조하는 이들까지 여러 인물과 상황을 통해 죽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다.
그의 이번 연작소설들은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불안한 미래와 삶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린 채 어둡고 긴 터널을 터벅터벅 걷는 상황에서 한줄기 주마등 불빛처럼 우리를 비춰주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심사평 중에서
「바보아재」는 종갓집 종부와 그 아들이 구시대의 위계질서와 신시대의 평등과 소통의 삶으로 대비, 교차되면서 야단스럽지 않은 극적 반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 반전은 어느 한쪽 가치의 우월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란 어마어마한 수수께끼 속에서 화해의 메시지로 귀결된다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_서영은 소설가
종가의 할머니가 아끼는 바보 당숙의 이야기는 늘 다른 사람의 베풂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바보 이야기가 아니라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 그대로 나이든 바보아재가 오히려 고향을 넉넉하게 지키는 거목으로 우러러 뵈는 우리 삶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_이순원 소설가
유순하의 작품은 어디 하나 막힌 데 없이 유장하게 흘러가는 서사와 단아한 문체가 돋보였다. 소리 내어 낭독했을 때 더욱 아름답고 깊이 있게 다가갈 작품이다. _정여울 문학평론가
유순하의 「바보아재」를 직접 소리 내어 읽는 내내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동이 파고들어 낭독의 참맛을 발견했다. 아울러 죽음에 관한 이야기와 일종의 이방인을 위한 연민을 다루고 있기에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먼 길을 길게 흐르는 강을 만난 듯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대작이다. _신승철 소설가
「바보아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그 ‘진심’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BS FM에서 전국의 청취자들에게 낭독해드렸을 때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_김준범 EBS PD, EBS라디오 부장
기본정보
ISBN | 9788939207134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5월 14일 |
쪽수 | 332쪽 |
크기 |
145 * 212
* 10
mm
/ 46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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