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알베르 카뮈 지음 / 김화영 옮김 / 민음사
지금의 삶을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삶이죠.
뫼르소.
엄마의 죽음.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우발적 살인. “나는 땀과 태양을 흔들어 털었다. 나는 내가 대낮의 균형과, 내가 행복을 느끼고 있었던 어느 바닷가의 그 특별한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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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알베르 카뮈 지음 / 김화영 옮김 / 민음사
지금의 삶을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삶이죠.
뫼르소.
엄마의 죽음.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우발적 살인. “나는 땀과 태양을 흔들어 털었다. 나는 내가 대낮의 균형과, 내가 행복을 느끼고 있었던 어느 바닷가의 그 특별한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다른 건 다른 거고, 틀린 건 틀린 거다.
절대로 흐릿하면 안되는 또렷한 선이 새겨져 있다.
선 안쪽 사람들은 선 바깥 사람들을 싸늘하게 바라본다. 선 바깥 사람들은 선 안쪽 사람들의 눈치보기 정신없다.
.
아……. 뫼르소는 그 눈치란 것이 없다.
"나는, 삶이란 결코 달라지는 게 아니며, 어쨌건 모든 삶이 다 그게 그거고, 또 나로서는 이곳에서의 삶에 전혀 불만이 없다고 대답했다.""그런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런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나는 그에게, 내가 원래 육체적 욕구에 감정에 방해 받는 일이 많은 천성이라고 설명해 주었다.""내게 신을 믿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진정한 후회라기보다는 차라리 좀 귀찮다 싶은 느낌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날의 일은 그 정도에서 그쳤다.""어쨌든 나는 내가 정말로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는 확실할 수 없을지 몰라도, 무엇에 관심이 없는지는 절대적으로 확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나는 죄인이었고,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고, 나에게 그 이상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다름을 상상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선 안쪽 사람들에게 뫼르소는, 다른 걸까?, 틀린 걸까?
다름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다름은 곧 ‘틀림’이 된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매번 선 바깥의 뫼르소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선 안쪽을 보며 기웃거리고 있을 뿐이다. ‘다름’과 ‘틀림’을 다시 곱씹어본다.
*밑줄 모음-그만큼 제각기 생각에 몰두해 있었던 것이다. 그들 한가운데 누워 있는 그 죽은 이가 그들의 눈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틀린 느낌이었던 것 같다.-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고장에서 저녁은 우수에 젖은 휴식과도 같았을 것이다. 오늘은, 풍경을 전율케 하면서 천지에 넘쳐 나는 태양 때문에 이 고장은 비인간적이고 기를 꺾어 놓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나는 그러고 가만있었다. 온 하늘이 내 눈 가득 들어왔다.-어차피 사람이란 언제나 약간 잘못이 있게 마련이니까.-나는, 언제나 다름없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이제 엄마의 장례가 끝났고, 나는 다시 일을 하러 나갈 것이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그때는 둘이 다 멈춰 서서, 개는 공포에 떨며, 주인은 미움에 떨며 서로 노려본다.-귓전에 나 자신의 맥박이 웅웅대며 뛰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나 살라미노 영감 방에서는 개가 나직이 끙끙거렸다.-내가 왜 엄마 생각을 해야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튿날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야 했다. 배가 고프지 않았으므로 나는 저녁도 먹지 않고 잤다.-나는 마리에게 말했다. “더러워. 비둘기들과 컴컴한 마당들이 있어. 사람들은 피부가 허옇고.”-그의 말에 따르면 그 개의 진짜 병은 늙음인데 늙음은 낫는 것이 아니다. -언덕은 하늘의 이미 단단해진 푸른 빛을 배경으로 노르스름한 돌들과 새하얀 수선화들로 뒤덮여 있었다.-“왜, 왜 땅바닥에 스러진 시체에다 대고 쏘았느냐고요?”-내가 자유로운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것.-엄마는 자주 그 말을 되뇌곤 했다. 사람은 결국 무엇에든 익숙해지는 법이라고 말이다.-“맞아요, 정말 벌이네요. 아니면 뭐가 벌이겠어요.”-그처럼 깊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소홀히 했던 것, 잊어버렸던 것들을 더 많이 기억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그것은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또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였다.-하루하루는 지내기에는 물론 길지만, 하도 길게 늘어져서 결국 하루가 다른 하루로 넘쳐나고 말았다. 하루하루는 그리하여 제 이름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어제 혹은 내일이라는 말만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었다.-나는 나 자신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야릇한 인상을 받았다.-나는 그가 또 엄마 이야기를 하려는 것임을 알아차렸고 동시에 그것이 내게는 얼마나 지겨운 일인가를 느꼈다.-왜냐하면 내가 그 모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미움을 사고 있는지를 느꼈기 때문이다.-“이것이 바로 이 재판의 모습입니다. 모든 것이 다 사실이고 어느 것 하나 사실인 게 없습니다.”-마치 여름 하늘 속에 그려진 낯익은 길들이 우리를 감옥으로 데려갈 수도 있고 순진무구한 잠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는 듯이.-내가 서둘러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단 한 가지. 어서 모든 것이 끝나서 나의 감방으로 돌아가 잠이 드는 것뿐이었다.-판결이 선고된 순간으로부터의 가차 없는 전개 과정 사이에는 어처구니없는 불균형이 있었기 때문이다.-단두대 칼날의 경우, 결함은 그것이 그 어떤 기회도, 절대적으로 그 어떤 기회도 허용하지 않는다는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약간 수치스럽게, 대단히 정확하게, 슬며시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었다.-엄마는, 사람이 전적으로 불행하기만 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자주 말했다. 감옥에서, 하늘이 빛으로 물들고 새로운 하루의 빛이 감방으로 새어 들 때면, 나는 엄마의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고 했다.-지금이건 이십 년 후건 언제나 죽는 것은 바로 나다. 그 순간의 추론에서 좀 난처한 점은, 앞으로 이십 년을 더 살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돌연 마음속에서 끔찍한 그 무엇이 치솟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동안, 내 미래의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 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었어.-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그곳에서 엄마는 마침내 해방되어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아무도,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이방인 #알베르카뮈 #김화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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