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패러다임 대전환, 시장 자본주의에서 협력적 공유사회로
20세기 초 시카고 대학교 교수 오스카르 랑게는 성숙한 자본조의 뒤에 숨어 있는 난문제를 포착했다.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기술 혁신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결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 자신과 싸우게 된다는 문제였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안정성은 기존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제적 진보를 막으려는 시도가 번갈아 나타남으로써 흔들린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실패할 때 엄청난 붕괴가 발생한다." - 오스카르 랑게
"패러다임이란 함께 작용하며 통일되고 통합적인 세계관을 확립하는 신념 및 가정 체계로서 설득력이 높고 저항할 수 없는 까닥에 실제 상황 그 자체나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것." - 토마스 쿤, 「과학 혁명의 구조」
사물인터넷은 커뮤니케이션 인터넷과 에너지 인터넷, 그리고 물류 인터넷으로 구성된다.
1부. 자본조의의 실로 대단한 역사
2. 유럽의 인클로저 운동과 시장경제의 탄생
3. 자본주의와 수직적 통합
임금과 이윤, 그리고 임차료는 모든 교환 가능한 가치는 물론이고 모든 수익의 세 가지 원천이다. 여타의 모든 수익은 궁극적으로 이들 원천 가운데서 파생된다.
4. 자본주의의 렌즈로 들여다본 인간 본성
스펜서는 훗날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이라 불리는 주장을 설파하기 위해 다윈을 도용했다. 사회진화론이란 19세기 후반 걷잡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온, 이념적으로 경도된 이론을 말한다. 제국주의의 정당화에 기여한 이론이다.
흔히들 다윈이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를 고용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스펜서가 다윈의 작품을 읽고 나서 만들어 낸 용어이다.
다윈은 이렇게 썼다. "구조나 체질 혹은 본능 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유리한 종들이 생존 투쟁에서 살아 남는 것을 나는 '자연선택'이라 칭했다. 그런데 허버트 스펜서는 이와 동일한 생각을 '적자생존'이라는 말로 잘 표현했다."
사물인터넷이 성장해 나가면서 우리는 에너지와 발전, 통신, 제조,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군림하던 거대 기업들의 궤멸을 차례차례 목도할 것이다.
2부. 제로 수준 한계비용 사회
5. 극단적 생산성과 사물인터넷, 그리고 무료 에너지
지수 증가는 기만적이다. 슬금슬금 다가와 기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일차항으로 생각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 지수 성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개념 자체가 거의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세계 최대의 반도체 칩 생산 기업 인텔의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가 특이한 현상에 주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965년 그는 지금은 유명해진 한 논문에서 그 현상을 묘사했다. 집적회로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가 1958년 발명된 이래 해마다 두 배로 증가했다고 밝힌 것이다.
무어의 법칙은 이후 지금까지 정보기술 분야에서 다양하게 목격되고 있다. 먼저 하드디스크 저장 용량이 흡사한 지수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네트워크 용량, 즉 광학섬유를 통과하는 데이터의 양은 그보다 더 가파른 지수 곡선을 이루고 있다. 광학 네트워크에서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은 약 아홉 달마다 두 배가 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려 줄,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 저장 방법에 관한 실험은 이제 막 시작단계다.
2013.1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BI)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전자 데이터를 합성 DNA에 내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발표했다.
두 연구원 닉 골드먼과 이완 버니는 마틴 루서 킹의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연설이 녹음된 MP3파일,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구조를 서술한 논문,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모든 소네트와 희곡 등을 포함하는 컴퓨터 파일 다섯 개에서 텍스트를 변환한 후, 디지털 정보의 1과 0들을 DNA코드의 알파벳을 구성하는 문자로 변환했다. 그러고 나서 그 코드를 이용해 합성 DNA 가닥을 창조했다. 기계가 DNA 분자를 읽고 암호화된 정보를 되돌려 놓는 방식이었다.
이 혁신적인 방법은 사실상 정보를 무한대로 저장하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하버드 연구원 조지 처치는 현재 세계의 모든 디스크드라이브에 저장된 정보가 손바닥 하나 정도 크기의 DNA에 다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DNA 정보는 어둡고 서늘한 환경에서 보관하기만 하면 몇 세기 동안 보존이 가능하다고 연구원들은 덧붙였다.
6. 3D 프린팅 - 대량생산에서 대중 생산으로
"지구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히 주지만, 모든 사람의 탐욕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주진 않는다." - 간디
7. 개방형 온라인 강좌와 한계비용 제로 교육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과정을 듣는 학생 중 32퍼센트가 낙제점을 맞거나 중도에 그만둔다고 한다. 전통적인 교실에서는 그런 경우가 19퍼센트 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교육 전문가들은 저조한 완수율의 이유 몇가지를 찾았다. 가장 큰 이유로 고립감을 꼽는다. 실제 강의실에서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이 창출되고 집단에서 뒤처지지 않고 보조를 맞추도록 동기가 부여된다. 학생들은 학업에 대해서 도움을 주고 받을 뿐 아니라 학업의 지속과 관련해서도 서로 돕고 격려한다. 연구 결과를 보면 개방형 온라인 강좌 학생들은 대개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수업을 듣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피곤해서 강의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대이다. 또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은 쉽게 산만해져 간식을 찾아 부엌에 가거나 집 안 곳곳에 있는 오락거리를 찾아 컴퓨터 앞을 떠나기가 쉽다.
개방형 온라인 강좌에 참여하는 대학들은 이런 고립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른바 '혼합형 강좌'라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온라인 강좌에 등록한 학생을 실제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에 참여시켜서 다른 학생들 및 교수진과 교류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캠퍼스에서 이루어지는 한정된 수업 기간이 추가되는 특화된 개방형 온라인 강좌를 듣는 학생이 온라인으로만 참여하는 학생에 비해 학업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8. 사라져 가는 노동자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서는 공급의 수요를 창출하며, 새로운 기술은 파괴적이긴 해도 비용을 줄여 주고 소비를 자극해 생산량을 늘리고 혁신을 증진해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 기회를 열어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경제학자들도 깨닫기 시작했다.
대침체를 겪으며 경제학자들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사라졌지만 적은 노동자만으로도 생산성이 새로운 절정에 도달하고 전 세계적으로 산출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미국의 제조 부문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미 대침체 이전부터 쌓여 온 통계자료가 경제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1997년과 2005년 사이 미국 제조업 산출량은 60퍼센트 증가했다. 하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인 2000년과 2008년 사이에 제조업 일자리 390만개가 사라졌다.
쇼루밍(showrooming*)에 분노하는 소매업자들이 늘고 있다. 청소년들이 매장에 와 "엄마가 사이즈가 맞는지 신어 보고 오라고 했어요. 그래야 인터넷으로 살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의 전시장으로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
이디스커브리(eDiscovery)를 이용하는 또다른 회사 오토노미(Autonomy)의 설립자 마이크 린치는 이 새로운 검색 소프트웨어로 한 명의 변호사가 500명분의 일을 보다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추산했다. 빌 허는 이디스커버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변호사들이 조사한 결과가 단지 60퍼센트의 정확도밖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한탄했다. "50대 50 확률의 동전 던지기보다 약간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허비했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
각양각색의 지식 노동자들은 패턴 인식 소프트웨어가 모든 전문 영역을 관통하기 시작한 불편한 상황을 이미 감지하고 있다.
마이크 매크레디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히트할 가능성이 있는 음악을 식별해 내는 스타트업 뮤직엑스레이(Music Xray) 대표이다.
에파고긱스(Epagogix)가 개발한 이와 유사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영화 대본을 분석해 흥행작을 예상한다.
빅텐네트워크(Big Ten Network)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 바로 몇 초 뒤에 게시할 문안 원본을 알고리즘을 사용해 작성한다. 카피라이터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셈이다.
나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통역사보다 더 나은 인공지능이 나올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하비만 근래에 이루어지는 인공지능의 진보는 그 가능성을 가시화할 뿐 아니라 실현 시기까지 더욱 앞당기고 있다.
유급으로 고용되는 사람이 거의 없어져 판매자로부터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할 구매자가 충분치 않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첫째로, 부상하고 있는 한계비용 제로 경제는 경제 과정에 대한 우리의 개념 자체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소유주와 노동자, 그리고 판매자와 소비자로 분리되는 낡은 패러다임이 무너지시 시작하고 있다. 소비자가 스스로 생산자가 되면서 둘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프로슈머들은 협력적 공유사회에서 제로를 향해 접근하는 한계비용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며 서로의 재화와 서비스를 공유할 것이다. 전통적인 자본주의 시장 모델을 넘어서는,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새로운 방법이 표면화되는 것이다.
둘째, 시장경제 모든 부문에 걸친 작업의 자동화가 이미 인간 노동을 해방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인간 노동은 진화하는 사회적 경제로 이동할 것이다. 다가오는 시대의 협력적 공유사회에서는 자신의 놀이에 심취하는 것이 시장경제에서 열심히 일했던 것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사회적 자본을 모으는 것이 시장 자본을 축적했던 것만큼이나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인터넷 세의 구성원들은 재능을 개인적인 자질로 간주하며 자신의 창의성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사무실 칸막이 안에서 업무에 매달리거나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창의성을 소모하길 원치 않는다. 공유사회를 토대로 부상하는 사회적 경제는 더욱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기계발을 위한 보다 큰 가능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본주의 시장의 전통적인 고용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정신적 보상을 약속한다.
증기기관이 인간을 봉건적 속박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시장에서 물질적 사익을 추구하게 했다면, 사물인터넷은 인간을 시장경제에서 벗어나 협력적 공유사회를 토대로 비물질적인 공유 이익을 추구하게 한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는 우리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질적인 것들이 상당 부분 무료에 가까울 것이다. 희소성보다는 풍요가 중심인 경제에서는 지능형 과학기술이 힘든 일의 대부분을 감당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후 우리의 손자, 손녀 들은 시장에서 대량 고용이 이루어졌던 시대를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돌아볼 것이다. 마치 우리가 옛날의 노예제도와 농노제도를 믿을 수 없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가치가 거의 전적으로 그 사람이 생산하는 물질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산출량에 의해, 또 그가 소유한 물질적인 부에 의해 측정된다는 바로 그 발상은 삶의 상당 부분이 협력적 공유사회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고도로 자동화된 세계를 살아갈 우리의 자손들에게는 원시적으로, 심지어 야만적으로까지 보일 것이고 인간 가치의 끔찍한 상실로 여겨질 것이다.
9. 프로슈머의 부상과 스마트 경제의 확대
우리는 새로운 기회가 이른바 '클린웹'에 있다고 본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 이동통신을 이용해 우리가 자원을 소비하고 세상과 관련을 맺고 상호작용하고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친환경 기술의 한 형태이다.
에너지 IT 또는 클린 IT라고도 불리는 클린웹은 전광석화처럼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여 전통적인 사업 관행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가 어떤 속도로 일어날지 이해하려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이름을 딴 '저크버그의 법칙'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커버그는 무어가 컴퓨팅 능력에서, 또 스완슨이 태양열 기술에서 발견한 것과 다르지 않은 지수 곡선을 소셜 미디어에서 발견했다. 페이스북 내무에서 취합한 데이터를 이용해 저커버그는 웹에서 공유되는 정보의 양이 매년 두 배로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 주며, 이 배증 과정이 가까운 미래까지 게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부. 협력적 공유사회의 부상
10. 공유의 희극
1968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개릿 하딘의 논문 '공유지의 비극'은 공유에 관한 당대의 묘사로는 가장 유명하다. 생태학 교수였던 하딘은 "모두에게 개방된" 목초지라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여 문제를 제기했다.
엘리너 오스트롬이 '공유의 비극을 넘어'를 발표했다. 인디애나 대학교와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경제학자 오스트롬은 천 년에 걸친 공유사회의 역사를 최초로 그리고 포괄적으로, 경제학적인 측면과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했다. 그녀의 눈부신 저술은 학문 공동체는 물론이고 경제학계까지 놀라게 했다. 공유사회 거버넌스가 과거에 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과 미래 공유사회의 성공적인 관리를 보장하는 실용적인 해법으로, 오스트롬은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최초의 여성 수상자라는 영예까지 얻었다.
모든 공유사회에서는 합의된 관리 규약을 강요한느 제재와 처벌을 정립해 놓는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례 연구에서 규약 위반에 부과되는 벌금이 "놀랍도록 낮고 규칙을 어김으로써 벌어들일 수 있는 금전적 가치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점이 눈에 띈다고 오스트롬은 강조한다.
서로의 행동에 대한 감시는 거의 대부분 구성원 스스로 한다. 이런 관계에서는 "숨을 곳도 없을" 뿐 아니라, 이웃과 친구의 신뢰를 저버린다는 죄책감과 수치심 때문에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끔찍한 일들의 섬뜩한 과시"
11. 협력주의자들, 투쟁을 준비하다
게이츠는 모래밭에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고) 금을 그은 최초의 인물이었다. MIT CSAIL에서 일하던 또 다른 젊은 해커 리처드 스톨먼이 도전을 받아들이고 그 금을 넘어섰다.
게이츠는 자유 소프트웨어를 도둑질로 본 반면 스톨먼은 그것을 언론의 자유로 보았다.
스톨먼은 자유 소프트웨어 허가 제도를 창출하여 성명서에 살을 붙였다. 스톨먼이 "카피레프트(copyleft*)"라는 별명을 붙인 이 허가 제도는 저작권법 이용의 대안으로 구상되었다.
*저작권을 뜻하는 'copyright'에 대비하여 지은 말로 지적 창작물에 대한 사용, 수정, 재생산의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하게 하는 것을 뜻함.
나는 동식물 연구가 마이크 버간이 공유사회의 성격에 대해 말한 재담을 특히 좋아한다. 이는 현재 자본주의자들과 협력주의자들 사이에 팽배한 갈등의 핵심을 꿰뚫는다. 그는 경고했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며 동등하게 이익을 얻는 무언가를 취해 다른 사람에게 주고는 독점적으로 이익을 우리게 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믿지 말라."
12. 지능형 인프라의 정의 및 통제를 둘러싼 전쟁
오늘날 인터넷의 주요 부문 대부분은 독점이나 과점이 지배한다. 구글은 검색을,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이베이는 경매를, 애플은 온라인 컨텐츠 배급을, 아마존은 소매를 지배하는 식이다.
4부. 사회적 자본과 공유경제
13.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의 전환
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들은 소유권보다 접근권을 선호하면서 자동차와의 관계를 바꾸고 있다. 차량 공유가 전 세계의 밀레니엄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약간의 회비만 내면 언제라도 차량에 접근할 수 있는 차량 공유 클럽에 가입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가 차고에서 잠자는 시간의 비율이 평균적으로 92퍼센트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자동차가 극도로 비효율적인 고정자산이라는 의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젊은이들은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시간 단위로 이동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훨씬 편하게 느낀다.
냅스터는 경제 게임의 규칙을 바꾸었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사라졌고 제공자와 사용자로 대체되었다. CD소유는 온라인 뮤직 라이브러리 접근으로 대체되었다. 시장은 네트워크와 공유사회에 굴복했다. 소수의 거대 음반 회사가 지배하던 수직 통합형 산업은 피어투피어 협력자로 변모한 수백만 구매자의 집합적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젊은 세대의 의사들이 새로운 환자 주도형 보건 공유사회 운동과 보조를 맞추기 시작하는 신호도 감지된다. 신경과 전문의 댄 호치는 새로운 온라인 환자 공유사회 운동에 합류한 것과 관련해 통찰력 있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의료업계에 환자들을 모이게 만들면 안 된다는 "무언의 금기"가 늘 존재했음을 인정했다. 의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한 금기였다.
14. 사회적 자본의 크라우드펀딩, 통화의 민주화, 기업가 정신의 인본화, 근로에 대한 재고
죽이기엔 너무 거대한 존재 vs 살리기엔 너무 미미한 존재
2008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이르자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대출은 얼어붙었고 미국 정부는 '대마불사'의 관점에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자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을 구제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국민들은 무모한 금융 행태에 대한 보상으로 세금 7,000억 달러를 은행들의 손에 넘겨준 것에 대해 분노했다. 그러는 사이 한편에서는 수많은 미국인이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을 잃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중요하게 여기기엔 너무 작은" 존재였다.
트러스트클라우드(TrustCloud)는 대표적인 신뢰도 점수 서비스이다. 트러스트클라우드는 "개인이 온라인에서 보여 준 신뢰도 높은 행동 및 거래를 측정해 그것을 공유경제 내의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신뢰 점수(TrustScore)로 환산"한다. 각 회원의 신뢰도는 1점에서 1,000점까지 매겨진다.
역사 속에서 다양한 종류의 가치 있는 금속이 통화를 뒷받침했지만(가자 선호된 것은 금과 은이었다.), 인류학자들은 그러한 자산들의 이면에 보다 중요한 자산(사회적 자본)이 존재하며 이 자산이 없다면 통화는 교환 수단으로서 무의미해진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문화를 창조하기에 앞서 상업적 시장과 교환을 만들어 낸 사례는 없다. 우리는 상업이 문화보다 먼저 발전하며 또 문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잘못 믿어 왔다. 사실은 그 반대인데 말이다.
우리는 상거래 활동이 언제나 문화의 연장물로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자주 망각한다. 상업은 사회에 축적된 사회적 자본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상업 제도, 특히 금융 제도가 사회적 신뢰를 손상하고 사회적 자본을 고갈시키는 일이 발생했을 때(2008년 금융 위기 때처럼) 사람들이 기존의 통화 메커니즘에 불안감을 느끼고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베네피트 기업(benefit corporation*)'이라는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의 자본주의적 기업을 변화시켜 시장과 공유사회가 혼합된 세계에서 좀 더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캘리포니아 소재 연매출이 5억 4,000만 달러의 글로벌 스포츠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는 베네피트 기업으로 변신한 가장 대표적인 회사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을 뜻함.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ESG투자(Environmental, Social, Governanace)
사회적 기업가 정신은 세계의 많은 대학에서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하버드 대학교 교과과정에는 '사회적 기업 경영', '사회적 기업가 정신 개론' 같은 강좌들이 마련돼 있다.
단기 및 중기적으로는 세계 곳곳에 사물인터넷 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임금노동자들의 수요가 마지막으로 급증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급증 현상은 약 사십 년간 지속되리라고 예상된다.) 글로벌 에너지 체제를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변환시키는 것은 대단히 노동집약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가 필요해질 것이고 수많은 새로운 사업체가 생길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금세기 중반쯤이면 전 세계의 고용 인력 대다수가 협력적 공유사회의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고 있을 거라고 전망한다. 이들은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면서 적어도 일부 재화와 서비스는 기존의 시장에서 구매할 것이다. 전통적인 자본주의경제는 소수의 전문 인력 및 기술 인력이 관리하는 지능형 기술이 운영해 나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팔십 년도 더 전에 케인스는 미래를 전망하는 소론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그는 기계가 인간을 시장의 고된 노역에서 해방해 공유사회의 보다 의미 깊은 문화적 활동에 몰두하며 고귀하고 초월적인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해 주는 미래 세계를 조망했다. 어쩌면 이것은 케인스의 가장 정확한 예측이 될지도 모른다.
조만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기존 노동력을 재교육하고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젊은이들에게 적절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물인터넷 인프라가 대규모로 건설되면서 등장할 새로운 직업 카테고리들과 비즈니스 기회들로 그들이 보다 순조롭게 옮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말이다. 아울러 협력적 공유사회에 등장하는 직업 기회들에 필요한 새로운 전문 기술을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일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물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인류는 그와 유사한 수준의 노력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을 이미 과거에도 스스로 확인했다. 특히 1890년에서 1940년 사이에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빠르게 이동했던 시기에 말이다.
5부. 풍요의 경제
15. 지속 가능한 풍요
심리학 교수이자 '물질주의의 높은 대가(The High Price of Materialism)'의 저자인 팀 캐서는 물질주의적 행동에 관한 수년간의 연구에서 축적된 압도적인 증거를 요약했다. 그는 사실상 모든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고 말한다.
"부를 추구하는 목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목표에 관심이 덜한 사람들보다 낮은 수준의 심리적 웰빙을 보여 준다. 물질주의적 가치가 삶의 중심에 자리 잡을수록, 삶의 질은 더욱더 떨어진다."
다른 선진국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들 역시 아주 똑같은 이야기를 전해 준다. 레이어드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은 연평균 소득이 최저 안락 수준인 2만 달러 정도가 될 때까지는 커지다가, 그 수준을 지나면 소득이 늘어도 행복 수준의 한계효용은 줄어든다.
물질주의가 그토록 유해한 이유는, 인간 종에 생기를 불어넣는 기본적인 욕구인 공감 본성을 앗아 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명이 있는 존재들 중에서 가장 사회적이다. 그 사회성의 많은 부분은 인간의 신경회로에 부드럽게 내재되어 있고, 문화 습득 과정에 따라 커지거나 없어진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경제학자들이 주장했던 바와 같이 만족을 모르는 물질적 갈망이 아니라 사회성에 대한 추구에 있다는 점이다. 물질적인 편안함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가 충족되고 나면 애정과 동료애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 인간은 소유하고 걸신들린 듯 먹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한다. 결국 이 모든 결과를 보면, 경제학의 지배적인 가정, 즉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원하는 것들은 부족하다는 가정과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다는 가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것들, 즉 사랑과 용인, 인류에 대한 인정은 부족한 게 아니라 한없이 풍부하다.
우리는 인구 안정화의 열쇠가 전기 접근권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보편적인 전기 접근권을 UN의 가장 중요한 경제 발전 의제로 삼은 것이다.
20세기에 유럽 및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과 그 외의 일부 국가들에서 여성을 해방해 준 것이 바로 전기였다. 전기는 도제 하인처럼 여성을 가정에 묶어 두게 만든 허드렛일로부터 여성들을 해방해 주어̋. 어린 남자아이들뿐 아니라 여자이이들도 전기 덕분에 교육을 받거나 삶을 나아지게 만들 충분한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여성이 가장만큼 독립적인 존재가 되면서, 여성의 생활은 더욱 안전해졌고 출산 횟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오늘날 거의 예외 없이 선진국의 출산율은 자녀가 부모를 대체하는 비율과 같은 여성 1인당 2.1명으로 떨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의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16. 생물권 생활 방식
만약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뜻밖의 새로운 사실로 느껴진다면, 그것을 오로지 대부분의 역사가들이 주로 인류의 무용담을 돋보이게 만드는 병적인 사건들, 즉 사회 대변동과 전쟁, 대량 학살, 천재지변, 권력 투쟁, 사회 불만 제거 등을 역사에 기록했기 때문이다. 역사가들이 인류의 여정 중에서 어두운 면에 몰두하는 성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사건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들은 우리의 일상을 동요시킨다는 이유, 그리고 정말로 이례적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인간의 집단 기억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긴다.
하지만 인류 역사의 많은 부분이 기본적으로 병적인 사건들과 파괴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졌고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 본성이 약탈적이고 폭력적이고 공격적이고 불안정하고 심지어는 소름 끼칠 정도였다면, 인간이라는 종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삼십 년도 더 전에 헤겔이 인류 역사의 특징에 관해 쓴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글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공감의 시대'를 쓸 때 모종의 영감을 주기도 했다. 헤겔은 "행복의 시대는 화합의 시대이기 때문에 역사에 백지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당신과 내가 다른 사람이든 다른 생물이든, 여하튼 다른 존재들에 공감하는 경우, 거기에는 그들이 궁극적으로 맞이할 죽음에 대한 암묵적 인지와 현재의 삶에 대한 축복의 느낌이 가미된다. 그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두려움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개개인의 삶이 갖는 위태로운 특징을 끊임 없이 떠올린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내가 내 삶을 인정하는 것처럼 그들의 유일한 삶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맞이하는 매 순간이 나의 매 순간처럼 뒤집을 수 없고 되풀이할 수 없다는 것임을 이해하고, 인생이 깨지기 쉽고 불완전하고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명을 살아가는 인간의 여정이든 숲 속을 헤매고 다니는 사슴의 여정이든 관계없다. 공감을 하게 되면, 우리는 상대의 존재가 덧없고 일시적임을 느낀다. 공감한다는 것은 상대가 번성하도록, 그의 짧은 삶이 지닌 잠재력을 완전히 경험하도록 응원하는 것이다. 연민은 서로의 존재를 축하하고 이 지구를 함께 돌아다니는 동반자로서 공동의 유대를 인정하는 우리의 방식이다.
후기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지는 창의적인 역동성과 파괴적인 무절제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제품 및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구매자의 개인적 이익과 안녕에 이바지하는 판매자의 역할이다. 자본주의 기업가들은 구매자들의 니즈와 욕구를 지속적으로 신경쓰고 그것을 채워 줄 때에야 성공을 누릴 수 있다. 잠재 고객의 행복과 이익을 보살피지 않는 기업가나 기업은 오랫동안 시장에 살아남을 수 없다.
달리 말해, 기업가가 성공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이익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헨리 포드는 이 점을 제대로 이해했기에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편안한 삶을 안겨 줄 값싸고 튼튼한 자동차를 일생의 사명을 걸고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이 점을 제대로 파악했다. 그는 전 세계에 걸쳐 연결되어 있는 활동적인 사람들의 니즈와 열망을 최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충족시키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우리 사회가 한계비용이 제로에 근접하는 사회에 더욱 가까워진 것은, 시장에서 타인들의 행복을 증진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사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가의 이중적 역할 덕분이다.
MIT 슬론 경영 대학원의 피터 센게는 <포천>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삼십 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1955년에 처음 작성된 <포천>500대 기업 명단에 오른 기업들 중에 2012년에도 그 명맥을 유지한 기업은 일흔한 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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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패러다임 대전환, 시장 자본주의에서 협력적 공유사회로 20세기 초 시카고 대학교 교수 오스카르 랑게는 성숙한 자본조의 뒤에 숨어 있는 난문제를 포착했다.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기술 혁신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결국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 자신과 싸우게 된다는 문제였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안정성은 기존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제적 진보를 막으려는 시도가 번갈아 나타남으로써 흔들린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실패할 때 엄청난 붕괴가 발생한다." - 오스카르 랑게 ... 더보기
한계비용이 제로가 된다면, 굳이 이익을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지금처럼 이윤을 내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고,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로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생산방식이 바뀌고, 노동 방식, 소비패턴이 달라진다. 즉, 모든 사람들이 비교적 평등해 진다. 여기서 말하는 평등은 조금 단순하게 요약되어 있다. 임금이 평등하다는 것도 아니고, 국가간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으면서도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뭉뜽그려서 평등한 세상에 대한 희망찬가인 셈이다. 물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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