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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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09년 선정
☞ 이 책에 담긴 시
봉도
나는 나를 떠도는 섬
시가 된 나는 떠돌이 섬
시의 행간에 숨어 있는 섬
순간과 순간 사이를 항해하는 섬
시작과 끝이 한 몸인 섬
나는 나를, 기억을 잃어버린 섬
입속에 나를 감추고 나를 노래하는 섬
나는 나를 떠도는 섬
시가 된 나는 떠돌이 섬
내가 있거나 내가 없는 섬
죽음이 언어를 낳는 섬
혹은 언어가 죽음을 낳는 섬
나는 시가 된 섬
나는 떠도는 영혼의 섬
태어난 적이 없는 언어를 찾아 떠도는 섬
작가정보
목차
- 자서
1부
봉도
구름공장공원
물렁물렁한 물고기
난해한 독서
귀
일요일 없는 일요일
어디서 자꾸 소리가 나와요
그 무렵 살찌우게
집고양이 2
옛사랑처럼
내 마음의 뿌리
단단해지는 법
우산들
어쩌다가 나는 모기
집고양이 1
2부
심장
삼천리 인생
대꽃 피는 시절
집고양이 3
얼음 물고기
달 목공소 1
달 목공소 2
자목련이 활짝
허물이 가라사대
불타는 저녁
마을
옛 지붕에 세워 둔 사닥다리
발가락과 나뭇잎
타화자재천
3부
오페라 미용실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골목들
해바라기
레슬러 부부의 왈츠
흰코뿔소
파리
혀
국적 불명인 의자
몽중인
마름다운 봉분
여보라는 말
지금이 딱 좋아
문자 메세지에 대하여
4부
봄밤에 아득한 소리는
떫은 생
날아가는 재봉틀
바람난 오토바이
기형적인 물고기
지하철 공사장에서
충치
등대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동안거
뒤
작품 해설 / 이경수
삶을 연주하는 감각의 오페라
출판사 서평
사랑이라는, 내려놓을 수도 없고 데리고 살 수도 없는 이 지긋지긋한 관념을 윤석정은 어떻게든 구체화하려고 한다. 청춘의 치기와 순도 높은 열망이 혼재된 이 첫 시집은 몹시 고혹적이다.
안도현(시인 우석대 문창과 교수)
윤석정의 시는 오페라의 감각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 젊은 시인의 예민한 감각과 각성해 있는 관찰자적 태도와 시를 찾아 떠도는 절박한 마음과 일상의 경험이 어우러져 일구어 내는 오페라의 향연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경수 (문학평론가 중앙대 국문과 교수)
삶의 편린을 모아 ‘이야기’를 지어내는 시인 윤석정의 첫 시집
살아가는 나날의 추억들이 소절마다 깃든 그의 작은 오페라
늦은 귀갓길, 어둑해진 골목을 지나다가 불현듯 마주치곤 하는 ‘젊음의 아프고도 생생한 순간’. 윤석정은 그 찰나를 포착하여 ‘이야기’로 만드는 솜씨를 가진 시인이다. 첫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오페라 미용실」로 등단한 이래, 그는 특유의 서정적 서사력이 빛을 발하는 시를 발표하며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풍경을 “신선한 상상력과 생생한 비유로 하나의 생동감 있는 음악 공간”이 되도록 바꾸는 “단단한 재능”(시인 신경림·김승희)을 인정받아 왔다. 늙은 측백나무와 마주 보는 미용실의 풍경, 매주 일요일 어느 골목길에 아이를 업고 홀로 선 꽁지머리 사내, 모퉁이 세탁소에서 새의 부리를 기우는 노인의 손길까지. 투명한 감각이 담긴 시어가 생생한 풍경이 떠오르는 시구로 모이고 시구가 더해져 마지막 행
으로 끝맺는 순간 가슴속에 하나의 이야기가 살아난다.
때로는 오감을 자극하는 강력한 감각의 합창으로, 때로는 영혼을 울리는 조용한 내면의 독창으로,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하는 음색을 자아내며 누구나 가슴에 한 소절씩 자신만의 아리아를 품게 하는 시편들. 윤석정의 첫 시집은 이야기와 선율 모두가 잊히지 않는 한 편의 오페라와 닮아 있다.
■ 태어난 적 없는 언어, 그 한마디를 찾기 위하여
윤석정의 시는 절실하다. 그는 보기 드문 진지함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서정의 지경에 이르기 위한 결정적 시어를 찾는다. 윤석정은 “손에 잡히면 금방 증발”될 것만 같은 “물렁물렁한 착상”을 만지기 위해 “영혼의 입김” (「물렁물렁한 물고기」)을 불어넣으며, 피곤에 지쳐 반쯤 잠든 지하철에서도 “차창에 또박또박” 새겨지는 “벙어리 문장”(「난해한 독서」)을 읽으려 애쓴다.
죽음이 언어를 낳는 섬
혹은 언어가 죽음을 낳는 섬
나는 시가 된 섬
나는 떠도는 영혼의 섬
태어난 적이 없는 언어를 찾아 떠도는 섬
「봉도(蓬島)」에서
시인이 시가 되고 시 안에서 영혼이 떠돌며 태어난 적 없는 언어를 찾아 나가는 순간을 묘사한 이 시에서 시의 본질과 조우하고자 하는 젊은 시인의 절실함은 솔직하고 순수하다. “둥지에서 날아간 언어들”의 행방을 찾아 “망가진 입술들”을 “꼼꼼히 박음질”(「날아가는 재봉틀」)해 나가는 진실하고 성실한 열정, 그것이 바로 촉감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윤석정 시의 서정적 원류이다.
■ 시가 살아가는 그 골목길을 걷는다
고장 난 라디오, 멈춰 선 자전거, 빈 소주병, 누나의 하모니카, 아버지의 늙은 소파. 다감한 시인이 ‘젊음의 아픔’을 투영하는 대상은 작고 약하고 오래된 ‘우리 옆의 존재’들이다. 모든 젊음이 그러하듯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연애와 고쳐지지 않는 시로 고민하는 날이면 윤석정은 “오래된 달력의 빈 칸칸처럼 낡아 빠진 창문”을 통해 그러한 존재들이 모여 사는 골목을 응시한다.
절망과 희망이 서로 등을 기대고 있다면 절망하지 않는 희망은, 희망하지 않는 절망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어둠이 스칠 때마다 바람이 불어와요. 아무도 넘지 못하는 경계란 없다. 어둠에 물린 짐승은 먼지처럼 유리창에 기대어 잠들고 절망과 희망이 가담하지 않는 꿈을 꾼다. 당신을 미치도록 사랑했던 짐승은 누가 기록했는가. 오래 엎드려 당신을 기록하느라 힘이 빠질 뿐이어요. 아세요?
「골목들」에서
그가 행과 행 사이에 그려 낸 좁은 골목길에는 젊은 날의 소중한 것들이, 절망과 희망과 사랑의 추억이 언제까지나 시어에 담긴 채 살아갈 것이며, 또한 거기 어딘가에는 필시 시를 읽고 있는 내 ‘옆의 존재’도 함께 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윤석정의 시가 우리에게 그토록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이유이리라.
■ 작품 해설 중에서
윤석정의 시는 오페라의 감각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의 시는 묘하게도 우리의 청각을 가장 예민하게 자극한다. 시를 눈으로 읽는데 소리가 들려온다. 윤석정의 시는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귀 기울이게하고, 고요히 얼굴에 붙어 있던 귀에 존재감을 불어넣는다. 윤석정의 시를 읽다 보면 잠들어 있던 우리 몸의 감각이 부스스 깨어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오늘도 시인은 “태어난 적이 없는 언어를 찾아”(「봉도(蓬島)」) 떠돌 것이다. 이 젊은 시인의 예민한 감각과 각성해 있는 관찰자적 태도와 시를 찾아 떠도는 절박한 마음과 일상의 경험이 어우러져 일구어 내는 오페라의 향연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 이경수(문학평론가·중앙대 국문과 교수)
기본정보
ISBN | 9788937407765 |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12월 06일 | ||
쪽수 | 129쪽 | ||
크기 |
130 * 218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민음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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