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코스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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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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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22년 5월 5주 선정
정면으로 대결하는 황홀한 지성의 향연
노벨 문학상, 부커상 2회 수상자 J. M. 쿳시의 후기 문제작
★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 『시카고 트리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올해 최고의 책’
★ 2003 부커상 후보
노벨 문학상 수상(2003)과 최초의 부커상 2회 수상(1983, 1999) 등의 화려한 이력이 말해주듯 20세기를 넘어 21세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인 J. M. 쿳시의 후기 문제작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창비세계문학 90번으로 발간되었다. 2003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쿳시는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백인 작가로서 인종차별과 제국주의에 관해 판에 박힌 논의를 뛰어넘는 복합적이고도 예리한 질문을 던져온 기존의 문제의식에서 더 세부적으로 나아가 인간과 동물의 권리, 작가의 삶과 재현의 윤리, 인간의 악과 에로스의 문제 등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주제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소설의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인 노년의 작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위와 같은 주제들을 풀어내는 강연, 연설과 토론, 대화와 편지 등을 엮은 독특한 형식을 활용해, 소설과 철학서, 소설과 강연집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고 대담한 사유의 장을 펼쳐 보인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성별은 다르지만 열렬한 동물보호 운동이나 사람들을 당혹게 할 정도로 파격적인 연설 등 여러면에서 쿳시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이 소설의 일부는 실제 쿳시 자신이 한 강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소설은 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쿳시의 사상이 집대성된 작품으로 볼 수 있으며, 독자들은 기존의 소설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화려한 지성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22년의 시점으로 봐도 지금 우리 사회의 논의를 한참 앞서 있는 동물권에 관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의 파격적인 주장들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동물권과 채식주의에 관해 풍부한 생각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정보
John Maxwell Coetzee, 1940~
현대 영어권 문학에서 최고의 비평적 찬사를 받는 작가 중 한 사람. 1940년 남아프리카연방(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났다. 케이프타운 대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영국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재직한 뒤 미국으로 가 오스틴 텍사스 대학교에서 언어학·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8~71년 버펄로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며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대에 대한 진압병력의 철수를 요구하는 연좌농성에 참여했다가 미국 영주권 신청이 기각된 뒤 1971년 남아공으로 귀국했다. 1972년 케이프타운 대학교 영문과 교수가 되어 2001년까지 재직했고,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에서 문학을 강의하며 동물보호단체 ‘보이스리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첫 장편 『어둠의 땅』(1974)을 발표한 이래 『마이클 K의 삶과 시대』(1983)와 『치욕』(1999)으로 이례적이게도 두번 부커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는 등 작가로서 세계적 명망을 쌓았다. 서구 식민주의의 야만에서 자유주의적 지식인의 취약성과 작가의 윤리까지 근현대의 첨예한 문제들을 집요하게 탐색하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야만인을 기다리며』(1980), 『포』(1986), 『철의 시대』(1990), 『뻬쩨르부르그의 대가』(1994), 『느린 남자』(2005),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2007), 자전소설 3부작 『소년 시절』(1997) 『청년 시절』(2002) 『서머타임』(2009) 등의 소설과 몇권의 평론집 및 에세이집을 펴냈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2003)는 후기 쿳시 소설의 돋보이는 문제작이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과밖』 편집주간과 영미문학연구회 대표를 역임했고, 비평 동인지 『크리티카』의 발간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여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문학과 한국문학 외에 맑스주의와 들뢰즈 비평이론, 스피노자와 정서·정동론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 『소설을 생각한다』 『부커상과 영소설의 자취 50년』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이상 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헤겔, 아이티, 보편사』 『바그너는 위험한가』 『24/7 잠의 종말』 『자본주의와 경제적 이성의 광기』 등이 있다.
목차
- 제1강 리얼리즘
제2강 아프리카에서의 소설
제3강 동물의 삶 1-철학자와 동물
제4강 동물의 삶 2-시인과 동물
제5강 아프리카에서의 인문학
제6강 악의 문제
제7강 에로스
제8강 문 앞에서
후기 / 프랜시스 베이컨에게 보내는 레이디 챈도스, 엘리자베스의 편지
작품해설 / 믿음을 믿지 않는 작가의 불편한 도발
작가연보
발간사
책 속으로
이제는, 어떤 것들은 우리가 그것을 믿지 않더라도 진실할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믿음이란 결국 하나의 에너지원에 불과할지 모른다. 어떤 생각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 끼워넣는 건전지 같은 것 말이다. 글을 쓸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 즉,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믿어야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믿는 것이다. 56면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무언가를-이성이든, 자의식이든, 영혼이든-공유하는가가 아닙니다.(이 질문에 따른 결론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들을 감금하고, 죽이고, 그 시체를 모욕하면서 그들을 우리 마음대로 대해도 좋다는 것입니다.) 죽음의 수용소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수용소에 특징적인 공포, 거기서 진행된 일이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공포는 살인자들이 희생자들과 어떤 인간성을 공유함에도 그들을 이(lice)처럼 대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건 너무 추상적입니다. 공포는 살인자들이 희생자들의 자리로 생각해 들어가기를 거부했고, 다른 모든 이들 역시 그랬다는 데 있습니다. 그들은 ‘덜컹거리면서 지나가는 저 가축 수송 열차에 그들이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저 가축 수송 열차에 있는 게 나라면 어떨까?’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 가축 수송 열차에 있는 건 나야’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늘 소각돼서 공기에서 악취를 풍기고 내 양배추들 위로 재가 되어 떨어지는 건 틀림없이 그 죽은 자들일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불타고 있다면 어떨까?’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불타고 있어, 나는 재가 되어 떨어지고 있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가슴을 닫아버렸습니다. 가슴은 어떤 능력, 공감이 자리한 곳으로, 우리는 이 능력 덕분에 때로 다른 이의 존재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 아마도 좋은 사람일 토머스 네이걸이나, 저로서는 공감하기가 더 어려운 토마스 아퀴나스와 르네 데까르뜨의 시각과 달리, 우리가 다른 이의 존재 속으로 생각해 들어갈 수 있는 범위는 무한합니다. 공감적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107-09면
“어머니가 애들한테 불쌍한 어린 송아지라느니, 나쁜 사람들이 송아지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다느니 하는 말을 들려주면서 내 뒤통수를 치려고 하지 않으면 나는 어머니를 더 존중할 거야. 애들한테 닭고기나 참치 요리를 주면 그걸 깔짝거리면서 ‘엄마, 이거 송아지고기야?’ 하고 묻는데, 아주 지긋지긋하다고. 이건 그저 파워 게임이야. 어머니의 위대한 영웅 프란츠 카프카도 자기 가족들이랑 똑같은 게임을 했어. 이것도 안 먹겠다, 저것도 안 먹겠다, 자긴 차라리 굶어 죽겠다고 했지. 얼마 안 가서 모두가 카프카 앞에서 음식을 먹는 데 죄책감을 느꼈고 카프카 본인은 느긋하게 앉아서 도덕적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어. 이건 넌더리 나는 게임이고, 우리 애들이 날 상대로 그런 게임을 하게 놔두진 않을 거야.” 153면
이것이 오늘 제 강연의 논지입니다. 어떤 것들은 읽기에 또는 쓰기에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달리 표현하면, 저는 예술가가 금지된 곳들로 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많은 것을 위태롭게 한다, 특히 그 자신을, 어쩌면 모든 이를 위태롭게 한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제가 이런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금지된 곳들의 금지됨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1944년 7월의 음모자들이 교수형을 당한 지하실은 그런 금지된 곳의 하나였습니다. 저는 우리가, 그 누구라도, 그 지하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믿지 않습니다. 저는 웨스트 씨가 거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들어가기로 한다면, 저는 우리가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오히려 저는 쇠막대를 세워 지하실 입구를 봉하고, ‘이곳에서 죽은 이들’이라는 문구 아래 죽은 이들의 이름과 죽은 날짜를 열거한 청동 추모패를 두어야 한다고, 그 이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228-29면
출판사 서평
다른 존재 속으로 생각해 들어가기-무한한 공감의 가능성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첫 장에서 1995년 현재 66세인, 세계적 명성을 지닌 소설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여러 나라의 여러 자리에서 행하는 수상 연설과 초청 강연, 그에 따른 토론으로, 작가 쿳시가 실제로 행한 강연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성격을 반영하듯 각 장에는 ‘강’(講, lesson)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장 제목은 마지막 장을 빼면 저마다 다루는 주제를 내세우고 있다. 그 제목들이 보여주는 대로 리얼리즘·아프리카의 소설·동물에 대한 공감·악·에로스·인문학과 인본주의 같은 주제는 중요하고 진지한 것이지만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행하는 강연의 반응은 번번이 썩 신통치 못하다. 청중은 동료 작가, 대학생과 교수 같은 지식인부터 교양 있고 부유한 여행객까지 아우르지만 한결같이 지루해하거나 격렬하게 반발하고 비판한다. 심지어 동행하는 아들조차 그녀를 답답해하거나 연민한다. 주인공은 외롭고 피로하다. 나이 든 여자로서 느끼는 피로함에 더해 40년의 작가 생활이 주는 중압감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무너지지는 않는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면서도 놓지 않는다. 그 집요함을 지탱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존재의식이다.
제1강에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프란츠 카프카의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원숭이에 스스로를 빗대면서 문학이 자신의 가치를 말하기 어려운 시대, “바닥이 꺼져버린 시대” 속 작가가 처한 곤경을 말한다.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 곤경 속에서도 다른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기울이는 수고에 관해서다. 각기 다른 존재들과 어울리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 존재들 속으로 ‘생각해 들어가는’ 것, 그것이 소설가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아들 존은 이렇게 표현한다. “‘그런데 제 어머니는 남자였던 적이 있어요.’ 그가 집요하게 말한다. ‘개였던 적도 있죠. 그분은 다른 사람들 속으로, 다른 존재들 속으로 생각해 들어갈 수 있어요. (…) 픽션에서 제일 중요한 게 그거 아닌가요, 픽션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빼내서 타자의 삶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다는 것?’”(36면)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의 이런 생각은 동물에게까지 확대되어 이 소설 전체에서 가장 주목받은 두 장, 「동물의 삶」 1, 2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철학자와 동물’이라는 부제가 붙은 제3강에서 채식주의자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타락과 잔인함과 도살의 사업”(90면)의 참상을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빗대면서 동물의 삶 속으로 상상해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환기한다.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시인과 동물’이라는 부제의 제4강에서 여러 반박과 비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말하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동물권과는 다른 것으로, 동물‘권’이라는 개념조차 인간중심적인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하는 듯하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인간과 동물 존재 사이의 분명한 간극을 전제로 하는 ‘공감적 상상력’을 말한다. 이것이 시(문학)가 하는 일이며, 이 공감적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그러나 이러한 공감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것, 인간에게 속하는 것으로 동물 자신과는 무관하다. 우연히 들른 섬에서 그녀와 두마리 새가 “서로를 살피면서 계속 그런 채로 있”듯이(78면).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서기-작가의 본질에 대한 물음
이렇게 다른 존재 속으로 ‘생각해 들어가는’, 체현하고 그것을 모사하는 존재가 작가라는 생각은 이 소설 도처의 여러 장면에서 다양하게 조명된다. 제6강 「악의 문제」는 나치 고문관이 행한 잔혹함을 생생하게 그린 소설을 예시로 인간의 가장 심오한 악을 재현할 때 작가가 그에 오염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런 재현이 독자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오랜 작가 생활 속에서 더이상 스토리텔링이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 믿지 않게(믿을 수 없게) 된 작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대상이 나를 감염시킬 것인가 아닌가, 내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 회의하며 그렇게 회의하는 자신을 괴로워한다. 제7강 「에로스」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불멸의 신과 유한한 인간의 만남을 지극히 감각적이고 육체적이며 성적인 것으로 그려내면서 감각의 세계 속에 붙들려 있으면서도 ‘저 너머’ 초월적인 존재와 관계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이상적인 작가상을 제시한다.
이 작품에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여러 형식으로 펼치는 사유는 딱히 일관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 다양한 각도에서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반박과 비판이 가능하며 실제로 작품 속 토론에서 그런 것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단 한가지 일관된 질문이라면 문학과 작가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 장 「문 앞에서」는 이 세계의 삶을 마치고 중간 지대에 도착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그 질문에 대해 답변을 제시하는 지난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구원의 세계로 가는 닫힌 문 앞에서 ‘믿음에 관한 고백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자 그녀는 “제 직업은 그저 쓰는 거지, 믿는 게 아니에요. 그건 제 일이 아니라고요.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했을 텐데, 저는 모방을 해요”(255면)라고 말하며 면제를 청한다. 작가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서기”이며 그녀가 굳이 작가로서 믿는 것이라면 ‘실재하는 존재’뿐이다. 인간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모든 믿음을 거부하는, 그럼으로써 다른 존재들 속으로 상상해 들어가 ‘저 너머’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라고 작가 쿳시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종횡무진으로 뻗어가는 주제와 얼핏 아퀴가 맞지 않는 듯 보이는 이 소설의 낯섦은 세상이 승인하는 선과 악, 합리와 불합리의 어느 한편을 들지 않고 그 사이의 어떤 것, 좀더 실재에, 진실에 가까운 것을 발견하려는 진정성 어린 분투의 결과다. 읽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그 싸움을 이 소설은 교묘한 위트와 아이러니를 섞어 기어코 해내고 만다. 이 싸움은 성공적인가? 성공적이라면 그 결과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질문은 읽는 이 각자에게로 돌아오지만, 어떤 작품을 문제작이라 칭할 때 이 소설이 바로 그에 꼭 맞는 작품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울여대 영문과 교수로 많은 현대철학서들을 우리말로 소개해온 역자 김성호는 이 까다롭고 섬세한 텍스트를 맞춤옷처럼 정확하고 말쑥한 우리말로 옮겨냈다. 더불어 쿳시 작품세계의 특징과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갖는 독보적 의미, 각 장의 상징과 문화적 맥락에 대한 상세한 작품해설은 이 기이하고 흥미로운 세계의 깊이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후기 쿳시의 작품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문제작이다. 소설을 구성하는 여덟개의 강과 후기는 각기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방식으로 오늘날의 삶과 문학이 처한 곤경을 조명한다. 그 곤경의 한가운데에 작가의 삶이 있다. 코스텔로의 생각과 고민, 갈등, 항변, 그리고 (드물게 보이는) 눈물은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는 채식주의자의 그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그것, ‘믿음을 믿지 않는’ 작가의 그것이다. 이 작가 코스텔로의 삶에 자신을 이입하는, 소설의 표현을 빌리면 그 속으로 ‘생각해 들어가는’ 독자는 분명 그 안쪽 어딘가에서 다시 자기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또다른 작가 쿳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호
기본정보
ISBN | 9788936464899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5월 20일 | ||
쪽수 | 356쪽 | ||
크기 |
145 * 211
* 24
mm
/ 54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창비세계문학
|
||
원서명/저자명 | Elizabeth Costello/J.M. Coetzee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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