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5년 05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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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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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6436858(8936436856)
쪽수	266쪽
크기	148 * 210 mm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이 책의 주제어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김연수'의 세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는 인간의 진실을 찾아, 기록된 사실 이면에 숨겨진 굴곡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9편의 연작이 수록되었다. 작가는 구체적 사실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텍스트들을 읽고 상상하고 짐작하면서 역사와 문헌에 씌어진 것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발군의 역량을 보여준다.

진지한 문제의식, 우아한 농담, 밀도높은 문장, 출중한 형식미가 어우러져 있어 소설가 김연수의 개성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한편 비디오아트, 일러스트, 카툰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활발하게 사회에 말걸기를 시도해온 젊은 미술인 '이부록'이 작품 편편마다 독특한 해석의 일러스트를 선보여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

뿌넝숴(不能說)

거짓된 마음의 역사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남원고사(南原古詞)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

이등박문을, 쏘지 못하다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

해설 | 김병익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화제작을 발표하면서 우리 시대의 문학을 이끌어가는 대표작가 중 하나로 손꼽혀온 김연수의 세번째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인간의 진실을 찾아, 기록된 사실 이면에 숨겨진 굴곡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9편의 연작이 수록되었다. 작가는 구체적 사실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텍스트들을 읽고 상상하고 짐작하면서 역사와 문헌에 씌어진 것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발군의 역량을 보여준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수록작품 모두 편차 없이 고른 성취를 보이고 있다. 진지한 문제의식, 우아한 농담, ... 더보기

화제작을 발표하면서 우리 시대의 문학을 이끌어가는 대표작가 중 하나로 손꼽혀온 김연수의 세번째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인간의 진실을 찾아, 기록된 사실 이면에 숨겨진 굴곡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9편의 연작이 수록되었다. 작가는 구체적 사실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텍스트들을 읽고 상상하고 짐작하면서 역사와 문헌에 씌어진 것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발군의 역량을 보여준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수록작품 모두 편차 없이 고른 성취를 보이고 있다. 진지한 문제의식, 우아한 농담, 밀도높은 문장, 출중한 형식미가 어우러져 있어 소설가 김연수의 개성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한편 비디오아트와 일러스트, 카툰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활발하게 사회에 말걸기를 시도하고 있는 젊은 미술인 이부록이 작품 편편마다 독특한 해석의 일러스트를 선보여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제목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유령작가’의 사전적 의미는 대필작가(ghostwriter)이다. 작품 뒤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소설이라는 허구의 시공간을 움직이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단순히 작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써줄 사람이 없기에 소설이 되지 못한 것’을 자신이 쓸 수밖에 없다는 꿈과 열정이 담긴 글쓰기이다. 구전되는 이야기 바깥의, 문헌에 기록된 문장들의 행간에 담긴 진실과 거기 숨겨진 무수한 ‘나’의 흔적을 치밀하게 그려보려는 것이다. 그 속에서 개인과 사회가 서로 반향하고, 기억은 다채로운 무늬를 보여준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 수록된 작품들을 보면 작가가 다양한 글쓰기 실험을 지속하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뿌넝숴」「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는 독백체의 진술문으로,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보고를 위한 서간문으로 쓰고 있으며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서는 개화기 지식인의 문체를 응용하고 있다.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는 히말라야 산맥이나 등산에 대한 지식을 풍부하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중국을 무대로 할 때는 한시를, 19세기 미국인이 화자인「거짓된 마음의 역사」에서는 휘트먼(Whitman)의 영시를, 개화기 지식인 화자로서는 일본 시가와 식민지 시절의 어휘를 풍부하게 구사한다. “주제에 합당한 문체를 추구”하는 작가의 철저하고 집요한 태도가 짐작되는 부분이다.(김병익, 문학평론가)

책의 첫머리에 실린 작품「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주인공은 서른네살의 회사원이다. 우연히 전철에서 여섯달 전에 이혼한 전처를 재회한 ‘나’는 그녀와 함께 안국동, 가회동, 재동 길을 걷다가 작별인사도 없이 어정쩡하게 헤어진다. ‘나’는 며칠동안 그녀와의 만남을 곱씹어본다. 지도를 사서 그날 걸었던 길을 표시하고 되짚어보며 그녀와 나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느 지점에서 내 삶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인지 반추해본다. 하지만 ‘나’에게 삶은 “며칠 굶은 짐승의 내장처럼 어둡고 습하고 꾸불꾸불한, 그러나 텅 비어 막히지 않고 계속 어디론가 이어지는 골목길” 같은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래도 ‘나’는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면서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한다.
「뿌넝숴」는 중국 연변의 중국인 관상가가 한국인 소설가를 만나 한국전쟁 당시에 중공군으로 참전했던 기억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사연을 들려주면서 중국노인은 역사라는 건 책이나 기념비에 기록되는 게 아니며 인간의 역사는 인간의 몸에 기록되는 것이라 믿고 진실한 삶은 ‘결코 말해질 수 없다’며 ‘뿌넝숴’(不能說)라고 되뇐다. 지평리 전선에서 외진 농가에 고립되었던 그는 조선인 간호사로부터 수혈을 받고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에게 피를 넣어준 간호사는 생명을 잃는다. “지평리에서 무엇을 보았는가”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는 화자는 두 남녀가 부상당한 채 탈진상태의 몸으로 서로의 몸을 탐하게 될 때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아픈 일”이었다고 기억한다. 기록된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 이야기를 끌고 간 힘과 유려한 문체가 인상적이다.
서간체 형식을 띤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19세기말 조선에 파견된 미국인 간호사를 찾아 데려오는 일을 맡은 미국인 사설탐정 벤저민 스티븐슨의 편지 여섯 통과 미국공사관 파커 서기관의 편지 한 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탐정 스티븐슨은 조지 워싱턴 브룩스 씨에게 약혼녀 엘리자베스 닷지 양을 무사히 데려다주는 임무를 지고 한국까지 그녀의 행방을 추적해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닷지 양을 만난 탐정은 그녀와 조선에서 잘살겠다고 편지를 띄운다. 언뜻 농담처럼 느껴질 법한 이야기 속에 작가는 서양문명에 의해 형성된 ‘오리엔탈리즘’의 문제를 뛰어나게 포착한다. “귀하가 믿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날짜변경선을 넘어 이 먼 동아시아까지 직접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 총칼을 앞세우고 여기로 찾아온다고 해도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우리를 찾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상상한 것만을 볼 수 있을 뿐인데,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에 대해 귀하는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라고 쓴다. 미국인 사설탐정인 ‘나’를 화자로 배치하고 동아시아에 대한 전도된 오리엔탈리즘을 고백하도록 설정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녹록지 않은 작가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의 이야기를 비틀어 전혀 다른 맥락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실은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춘향과 변사또 간의 서로 다른 이야기로 우리에게 제시한다. 이 작품은 춘향, 옥을 지키는 군뢰사령, 변사또의 시선으로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현전하는 최고(最古)의 춘향전에 관한 하나의 주석을 덧붙여놓았다. 명백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춘향전에 숨겨진 상상의 이야기는 가령 이런 것이다. 춘향은 이몽룡에게 뜨거운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옥중에서 ‘그것이 이몽룡만을 향한 마음이었을까?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슬픈 느낌에 사로잡힌다. 춘향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군뢰사령은 독백을 통해 변사또가 수청을 강요한 파렴치한이라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진술한다. 변사또는 남원에 도착한 어사또에게 자신의 사연을 들려준다. 열녀를 잡아 수청 들게 했다는 거짓소문으로 인해 곤경에 빠질 뻔한 변사또의 이야기가 변사또와 어사의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전해진다. 우리말을 다루는 감각이 뛰어나면서도 인문학적 비판력을 겸비한 작가의 재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은 나는 누구인가, 진실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작가정신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나’와 ‘그’로 교묘하게 나뉘는데 이런 형식은 소설을 더욱 생동감있고 탄력있게 만든다. 낭가파르바트 원정대에 참여하여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읽으며 등반준비를 하는 화자 ‘그’의 애인은 “야만의 시대에 더이상 회색인이나 방관자로 살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후회는 없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는 수많은 책을 읽고 문장을 옮겨 적고 죽은 애인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썼으며 낭가파르바트 원정대 등반일지를 적는다. ‘그’가 보낸 소설을 받은 ‘나’는 ‘그’가 읽고 있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주석본을 펴낸 교수이다. 작가는 역사든 소설이든, 문자로 씌어진 것이 결코 삶 그 자체로 치환될 수 없다는 확인을 곳곳에 깔아놓는다. ‘그’는 등반기록을 쓰면서 문장으로 남길 수 없는 일들이 삶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은 사람들이 “인과관계에 어긋나는 일들은 문장으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등반일지를 적어가던 ‘그’는 결국 등반에 실패하고 낭가파르바트 설산에서 실종된다. 하지만 ‘나’는 그의 등반일지 바깥에 그의 꿈과 기록되지 못한 진실들이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한 인문적 소설쓰기로 우리 문학에서 뚜렷하게 자리를 굳힌 작가 김연수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작이다.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는 언니 세희, 그녀와 동거하는 일본인 유학생 네즈미, 세희의 부름을 받고 방문한 동생 세영 등이 런던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의 미묘한 감정적 교류를 묘사한 작품이다.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는 50여년 전 좌우이데올로기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역 혐의를 받아 사형 당하게 되는 여인의 사연을 철저한 독백체로 담아냈다. 그밖에도 1930년대의 개화기 지식인을 화자로 삼은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 동생을 중국 교포 처녀와 결혼시키기 위해 방문한 하얼삔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갈등을 그린 「이등박문을, 쏘지 못하다」 등 편편마다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을 또렷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진실을 어림하기 위해 거듭 현실을 반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다.

글쓰기를 위해 흘린 땀이 깊이 스며들어 빼어난 문학성을 선사하는 이번 작품집이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기를 바란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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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ki**i1024 | 2010-09-08 | 추천: 0 |

내가 멍청해서 그런지, 김연수 선생님의 책 중에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읽은 책. 2번 이상 읽어야지만 수록된 소설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진심의 탐닉> 중 김연수 선생님께서 불행하게 살다 죽은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셨던 인터뷰도 생각나고 +) 표지와 안에 흑백 일러스트들은 누구의 취향일까? 지금 잠깐 검색해보니까 유명하신 미술가 선생님이신 거 같지만, 그려주신 화가 선생님께는 죄송하게도 너무 무서웠어요. 더보기

내가 멍청해서 그런지, 김연수 선생님의 책 중에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읽은 책.
2번 이상 읽어야지만 수록된 소설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진심의 탐닉> 중 김연수 선생님께서 불행하게 살다 죽은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셨던 인터뷰도 생각나고

+) 표지와 안에 흑백 일러스트들은 누구의 취향일까?
지금 잠깐 검색해보니까 유명하신 미술가 선생님이신 거 같지만,
그려주신 화가 선생님께는 죄송하게도 너무 무서웠어요. 닫기
소외된 역사를 되살리는 유령 작가 su**oo7 | 2006-08-28 | 추천: 0 |

김연수 한국문학 월례 강좌 6차 올해 9월 버클리 대학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가 예정. 가장 최근에 쓴 소설이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페이퍼를 작성했는데, 준비한대로 말씀드리겠다. 소재는 역사에 관한 것이다. 근대사라는 것이 한 나라의 국민에게 정체성을 심어 주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30-40년대 근대 문학의 중요성은 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민족 문학이 한국 문학이 된다. 프로이드가 엄마 아... 더보기

김연수

한국문학 월례 강좌 6차

올해 9월 버클리 대학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가 예정. 가장 최근에 쓴 소설이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페이퍼를 작성했는데, 준비한대로 말씀드리겠다.

소재는 역사에 관한 것이다. 근대사라는 것이 한 나라의 국민에게 정체성을 심어 주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30-40년대 근대 문학의 중요성은 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민족 문학이 한국 문학이 된다.

프로이드가 엄마 아빠가 자기 부모인지 의심하는 단계가 있다고 한다. 그때 부모가 보여주는 것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 친척 등의 얘기 등을 들려주면, 아이가 부모를 이기지 못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정체성의 혼란이 줄어드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근대사도 그와 유사한 것이라고 믿는다.

식민지동안에는 독립이 절박한 문제이다. 식민지 상태의 독립이라는데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근대사는 그런 필요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형적인 독립운동사에 대해서 계속해서 반복해서 들어야지 우리가 살아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근대 문학도 이런 정체성을 찾아주기 위해서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1920년대부터서 현대 문체가 나타난다. 그 이전에는 글이 다르다고 본다. 20년대부터는 외부로부터 빌려오고, 짓고 그리고 문학에 대한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정체성에 대한 필요성이다. 말이 필요하지만 일본어로는 쓸 수 없고, 한글로만 써야 했다. 이러한 한글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게 된다. 과연 한글로 영어나 일본어와 같이 쓸 수 있을까하는 의문. 김동인이나 이광수를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한국 문학이 민족문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역사에 대한 생각이 한반도 남쪽 지역의 구성원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한 체계가 역사라면, 이야기로 존재한 소설역시 민족문학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나의 삶의 이력 또한 이해할 필요. 89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가서 북한 바로알기라는 문화를 많이 접함. 북한의 책들도 많이 나왔다. 기행문, 북한 3대 가극, 김일성에 관한 책들도 많이 읽었다.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김일성 추종자들이 된다는 걱정이었으나, 매우 조잡한 내용이었다. 호기심과 반항심이 많았다. 내가 배웠던 근대사 교육과 비슷하기도 했다. 가부장적 제도, 정치적인 문제에서의 반대 해석, 남한만의 근대사에 대한 깨달음.

매우 중요한 문제. 한국어로 문학을 하는데, 연변, 북한 등지에도 한국어를 쓰는 문학가들이 있다. 주체사상에 나오는 내용과 단어는 전혀 생소한 것이다. 북과 남의 문체를 가장 적확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90년대 직장 생활등을 했고, 2000년대에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중국을 가게 됐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병사들의 회고록을 보았는데 엄청나게 충격적이었다. 미국이 쓴 지평리 전투와 중공군이 쓴 지평리 전투는 완전히 다른 시각이었다. 전우애, 비극, 용감함 등. 모두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그런 시각을 생각지 못했을까하는 깨달음. 만주에 대해서는 일본, 중국 그리고 남-북한이 다룬 책이 있었다. 4개국 자료를 봤는데 일본의 만주의 근대화, 중국은 공산 게릴라의 활동, 북한은 김일성에 관한 것만, 남한자료는 1931년 공산게릴라 출현전의 독립군의 출현만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역사에 대한 회의가 심화되었다. 역사가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그것은 환전되지 못한 가치 없는 돈이 되버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미쳤다. 한국의 역사적 공간은 한반도와 휴전선 등에 국한 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본격적으로 쓴 것은 2000년 이후부터였다. 한국문학이 민족문학이라는 공식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 소설집은 절대적인 면모를 부정하는 이야기다. 춘향전을 고쳐 쓴 이야기. 원래 춘향전 모델은 옥사했다고 한다. 시대 배경을 다 찾아봤다. 지도, 기생들의 처지, 탐관오리 비행 등을 찾아보니 변학도 같은 사람이 지은 죄는 춘향에게 백주대낮에 수청을 들라는 것이었고 말을 듣지 않자 때리게 됐다. 심하게 때린 죄 밖에 없다. 이것이 심한 죄인가? 기생은 관아에 소속된 연예인 정도다. 원칙상 기안에서 빠질 수 없게 돼있다. 월매가 은퇴를 하려면 자신의 딸을 기안에 넣었다. 다른 사람이 넣어야 빠져나올 수 있다. 춘향의 주장이 말이 안된다. 문학이 아니라 다른 자료를 뒤지게 된 것이다. 원래 설화는 자결로 끝이 난다. 그런 관점에서 다시 춘향전을 되돌아 본 것이다.

죽는다는 말 한마디도 남기지 않고 왜 죽었을까? 나를 사랑하기 한 걸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이야기. 알고 싶다. 역사처럼 확정적인 모든 것들.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써보겠다는 다짐.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더라.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냐? 문장이 너무 길다 등의 항의를 받았다. 한국어라는 것의 문제를 발견했다. 한국어가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되느냐의 문제에 부딪쳤다. 한국문학이 민족문학이 아니면 영어로 써야하나, 아님 번역되기만을 기다려야 하나. 번역이 되더라도 언어라는 것이 등가의 교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어가 문학어가 된 뒤로부터 문학적인 표현법을 갈고 닦아 왔다. 그 표현법을 더 심화시켜나가고 있다. 김소월의 시가 번역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건 외국시들도 마찬가지다. 서정인 선생의 전라도 사투리 독백은 번역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번역이 되는 부분이 있다. 문학으로 나올 가능성은 한국문장이 좋아야 한다. 자기가 잘 다를 수 있는 언어로 문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번역을 어떻게 하는 방법적 문제다. 어느세월에 작가에게 영어를 가르쳐서 네이티브처럼 쓰게 만들겠는가.

외국에 번역될 가능성에 대비해서 나는 정확한 단어를 쓰고자 했다. 군데군데 나오는 표현들 중 어슴눈을뜬다를 영어로 옮길 때 구체적인 영어 단어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끝까지 추구해 나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용은 근대문학의 회의와 민족문학을 벗어나려고 했으나, 가능하면 한국어 표현법을 늘리려고 했다. 북한은 속담이 매우 활발하게 발달되어 있다. 문학 작품, 외국 속담 등을 참조했다. 이런 것을 빨아들여야 한국어의 가능성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백석은 민족 언어의 관점이 아니라, 평상시 쓴 말과 글의 언어는 전혀 다른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한국어를 조립될 수 있는 언어로 보고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말을 보급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언어의 가능성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이다.

이 소설의 일부는 일본어는 번역되었다. 독일어 번역이 계획되어 있다. 만약 번역을 한다면 작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일본 사람들에게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일본 5개 도시를 15일 동안 강연을 했다. 후쿠오카에서 기독교 박해지역을 둘러보고 싶었다고 했더니 택시 기사를 붙여줬다. 기사의 소원은 은퇴 후 홋카이도를 와이프와 여행하는 것이었다. 역사적 배경이 깔린 소설은 별 감흥이 없었다. 자전적 소설에서. 우리집이 김천에서 뉴욕제과 빵집을 했는데, 그 이야기를 녹였다. 그 소설에 대한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흥했다가 망해가는 빵집은 어디에나 있으니 감흥이 왔던 것이다.

이 소설집은 굉장히 번역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아는 사람들이 회의를 느끼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외국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영어 소설을 번역한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을 번역한다. 그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번역한다. 그런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이먼드 카버를 번역하고 있는데 70년대 사회적 사건 등이 깔리는 경우가 있다. 이름만 밝혀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 소설 번역시에는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약간의 핸디캡이 있다. 1대1 대응이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옮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광복절을 단순히 해방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각주를 다는 것으로 독서를 방해하는 것 보다 나은 것 같다. 우리는 각주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방해다. 꼭 그렇다면 텍스트 안에넣어 줬으면 좋겠다.

소주에 각주를 달기 보다는 drink가 있으니 그냥 표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고전 문학에 대한 공부라면 주석을 달아야 할 것이다. 셰익스피어에 나오는 각주처럼 말이다. 고전이 아닌 나의 소설에 각주를 다는 것은 어색할 것이다. 서양인이 이해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부분은 작가에게 연락해서 다시 고쳐 써 달라고 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원문이 그대로 번역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장에 중요한 점이 있다. 문장구조가 각 언어의 문장구조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한국어 문장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작가의 독특한 문체를 이해하고 그 뜻에 맞게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숙지가 안 된다면 작가에게 의도를 물어야 한다. 둘째는, 현지 언어의 표현법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번역되는 텍스트가 효율적이지 못하다. 옮기는 언어의 표현을 많이 알아야 할 것이다. 번역작업은 다시 쓰는 작업일 수 있다. 이 책이 번역되는 것이 아니고 내용이 옮겨지는 것이다.

어떤 책을 많이 읽었나? 회고록, 근대사의 뒤안길, 이야기 책들을 많이 읽었다. 인문서들 중에서 작은 사람들을 다루는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 특히 회고록에 자극을 많이 받는다. 모든 이들이 자기 인생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한다. 듣고 보면 모두 이야기가 되다. 과학책도 많이 읽는다.

지엽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 해림을 숲의 바다가 아니라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과정이어서 큰 문제가 아닐 것 같다. 정확한 지식을 쓰는 문제와 화자의 입장에서 쓰는 문제가 있다. 보고 있는 송화강을 두고 과학적이고 정확한 지식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좀 곤란할 것 같다. 감각적인 차원에서 오류는 있을 것이다. 타지에서 오래 살아서 자신있게 쓸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여행하고 온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마라는 말이 있다. 딜레마는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글을 하나 쓰고 있는데, 대학의 일에 대해서 쓰는 것인데 독일로 간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3달간 체류하면서 취재를 했는데, 20년간 산 교포를 만났는데 화를 내더라. 짧은 기간 산 사람이 어떻게 글을 쓰냐고. 사실적인 문제와 감각적인 문제에 대한 딜레마다.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소설이 길고 지루한데 예쁜 산수화는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삽화를 택했다. 삽화를 그린 사람도 대학때 글을 썼다고 하더라. 소설집 제목은 대필작가 ghost writer, 역사에서 잊혀진 목소리를 살려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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