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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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는 사랑으로 흔들리고 있다
올해로 시력 서른한해째를 맞은 박철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7년 『창비 1987』에 「김포」 외 14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도시 주변부의 풍경과 삶을 애정있는 시선으로 그려내며 독자와 평단의 신뢰를 쌓아왔다. 『작은 산』(실천문학사 2013)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지난 30년의 작품활동을 가다듬고 되짚어보고 있다는 데 한층 의미를 더한다. “내 나름의 시 이론서를 하나 쓰고 싶었으니, 이 책으로 대신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드러나듯이, 4부 65편으로 구성된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은 완숙한 서정의 정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시인이 걸어온 삶의 여정은 이번 시집 곳곳에 묻어나 있다. 어릴 적 고향 김포의 풍경에서 시작해 서울 변두리를 거쳐, 저기 먼 호주 같은 곳을 지나 다시 고향 김포로 돌아오는 동안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생활의 자리에서 부끄러움과 싸워온”(정홍수 발문) 고투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박철의 시가 변화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시인의 눈에 비친 사회현실의 세목들이 달라졌기 때문이고, 박철의 시가 한결같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이는 생활과 비참과 세계의 부조리가 여전히 공고히 버티고 있는 까닭이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다시 한번 우리 문학의 모습과 자리를 점검해볼 때다.
늘 마음만 남고 몸은 숨는다.
내 나름의 시 이론서를 하나 쓰고 싶었으니, 이 책으로 대신한다.
박철
목차
- 제1부
빨랫줄 / 산 / 묵은 별 / 부추꽃 / 귀 / 빛에 대하여 / 약속 / 끝 간 데 / 울다 가세 / 비상(飛上) / 연 / 너의 화엄 / 뛴다 / 일몰 / 무제 / 두 사람 / 허설(虛雪)
제2부
악연 / 일출 / 어느 법 / 첫눈 / 대롱거리다 / 윤중로에서 / 용각산 / 사랑 운운(云云) / 버크에서 / 장관 / 캥거루가 우는 밤 / 김포는 항구다 / 텃밭에서 / 꽃 / 크레인 / 꽃의 입멸 / 꽃이 피네 / 가을의 정리(定理)
제3부
그냥 그래야 하는 것처럼 / 설중매에 미안해서 / 너와 나 / 김포에서 / 길 / 형 / 흰 구름 / 안부 / 꽃은 피다 / 종소리 / 흰 눈 / 소금기둥 / 여백 / 손 / 입, 입춘 / 화학반응
제4부
여자란 무엇인가 / 저 혼자 옹기종기 / 9·11 / 한되 / 화정터미널 / 우수파(憂愁派) / 태종대 / 난(蘭) / 예닐곱 / 물언덕을 넘으며1 / 물언덕을 넘으며2 / 바람을 위하여 / 미자의 오십견 / 반
발문
시인의 말
추천사
-
오랜 우물처럼 길어도 길어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이 흘러나온다. 눈으로 읽지 말고 귀로 들어야 맛이 나는 시집이다. 박철이 우리 시대 사람살이와 가장 닮은 시어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가슴에 묵은 별빛처럼 와닿는다. 그의 시는 한결같이 사람과 사랑을 향해 있어 애절하고 외로우면서도 의롭게 다가온다. 김포에서 시만 쓰면서 살아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오래된 사진첩처럼 바래가는, 그래서 더 미뤄둘 수 없는 묵힌 사랑 노래를 부른다. 그 속에는 함께 나이 들며 지극하기만 한 가족과 이웃과 친구가 있고, 주저앉아 목멘 울음을 울 때마다 다독여주는 자연이 있다. 그런 이유로 시인은 시에는 엄격하지 않았으되 자신에게만은 엄격했으리라. 시인은 “저 혼자 옹기종기란 말은/얼마나 비상식적으로 아름다운가 특별한가”(「저 혼자 옹기종기」)라고 묻고 있는데, 나는 이 말이 너무나 좋다. 시편들마다 언제나 둘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서로에게 무심한 척 저 혼자 있는 듯해도 시가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둘이 참 어울리게도 옹기종기 들어앉아 있다. 그 모습이 편안하면서도 아련하고 마음 퍼덕이게 한다.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한다면, “사랑이라는 말에는/누구나가 살고 있”고 “그건 사랑이라는 말에 살고 있는/사람의 모습”(「끝 간 데」)이리라.
출판사 서평
발문을 쓴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자세와 행동”, “보는 것과 듣는 것”, “담아내는 것과 퍼주는 것 사이”의 “거리, 갈등, 긴장”이 박철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시인의 말처럼 “사랑도 노동이라는 생각”(「빛에 대하여」)이 자연스럽다. 그러니까 사랑은 아이의 울음을 달래는 노동(「빛에 대하여」)이고, 아내의 어두운 마음을 헤아리는 작업(「일출」)이며, 아들이 어머니가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며 복받치는 일(「여자란 무엇인가」)인 것이다.
어김없이 // 해가 뜨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 생명을 위하여? // 그러기엔 너무 뜨겁지 않은가 // 타면서 멀리 // 밀려온 우리 // 그러나 // 이제 수평선을 넘어가는 사연을 좀 알겠네 // 영속이란 없다는 것 //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다는 것 // 그러니 // 나는 오늘도 // 사랑 운운 (?사랑 운운(云云)? 전문)
“삶으로 채우는 시, 시로 채우는 사랑에 대하여”
그러나 박철의 사랑이 “영진설비 돈 갖다 주”는 그 “멀고 먼”(「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문학동네 2001) 길을 지나 주목할 만한 갱신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갱신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아마도 시인의 정직함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을 하였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거친 내 일생이 왜 사랑해야 하는가를 떠들고 있었다”(「빛에 대하여」)는 진솔한 고백, “사랑하는 건 무작정 뛰는 일”이라며 그것이 어떤 ‘꽃길’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물언덕을 넘는 일”(「물언덕을 넘으며 2」)임을 과장 없이 말하는 것, “유보하고 유보하는 마음이 찾아낸 타협의 경지가” 선물한 “뜻밖의 진실” 같은 것이 “혹여 있을 수 있는 시의 과시적 세련 속에서 길을 찾“(정홍수 발문)지 않도록 그간 시인을 이끌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눈은 보이지 않는 것은 알 수 없으나 / 귀는 들리지 않는 것도 듣는다 / 빛은 지나가고 소리는 머물러 대지를 울린다 / 부처도 막판에는 눈을 감고 귀를 열었다 / 말했듯이 귀는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 담는 것이 아니라 퍼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귀가 앞에 달린 것이고 눈은 옆에 달렸다 / 그 탓에 우리가 이제껏 흔들려 / 옆으로 걷는 것이다 (?귀? 부분)
시인은 그렇게 귀를 열고 있다. “아픔과 신음에 귀” 기울이고 “시각의 권력에 맞서 보이지 않는 것, 들려오는 것에 참여”(정홍수 발문)함으로써 “우리 시대 사람살이와 가장 닮은 시어로 시를 쓰는”(박형준 추천사) 시인이라는 것. 주변부의 뒤틀리고 외로운 삶에 용감하게도 “사랑 운운”하며 다가가 “그냥/울다 가”(「울다 가세」)려는 사람이라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박철 시를 두고두고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다.
기본정보
ISBN | 9788936424206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4월 23일 | ||
쪽수 | 132쪽 | ||
크기 |
126 * 201
* 10
mm
/ 17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창비시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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