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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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하루를 감당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꽃바구니」에서 시인은 말라서 바스러지는 꽃들의 짧은 시간에 빗대어 성찰을 하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을 노래한다. 쇠라의 점묘화가 빛과 면, 선과 색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쇠라의 점묘화」는 시간과 언어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낸다.
「꽃바구니」, 「쇠라의 점묘화」를 비롯해 이번 시집에서는 부서진 것들의 이미지가 다양하게 변화하여 나온다. 때로 일상적 시간에 대한 미필적 거부의 현장을 보여주기도 하고, 성찰로 견디던 자아의 무장소성을 현시해 보이기도 한다. 또한 급기야 언어의 기능 혹은 권능에 대한 역설의 회의마저 보여준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 안에 모든 것을 비워내고 마음의 공간을 최초의 용도로 되돌리려 한다.
〈font color="1e90ff"〉☞〈/font〉 이 책에 담긴 시
야생사과
어떤 영혼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붉은 절벽에서 스며나온 듯한 그들과
목소리는 바람결 같았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흘러가는 구름과 풀을 뜯고 있는 말,
모든 그림자가 유난히 길고 선명한 저녁이었다
그들은 붉은 절벽으로 돌아가며
곁에 선 나무에서 야생사과를 따주었다
새가 쪼아먹은 자리마다
개미들이 오글거리며 단물을 빨고 있었다
나는 개미들을 훑어내고 한입 베어물었다
달고 시고 쓰디쓴 야생사과를
그들이 사라진 수평선,
내 등 뒤에 서 있는 내가 보였다
바람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그들이 건네준 야생사과를 베어물었을 뿐인데
작가정보
1966년 2월 8일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가능주의자' 등을 발표했으며,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출간했다. 김수영문학상 · 김달진문학상 ·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 제1부
새는 날아가고
빗방울에 대하여
야생사과
숲에 관한 기억
쇠라의 점묘화
말의 꽃
꽃바구니
불견과 발견 사이
모래알 유희
한 아기가 나를 불렀다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숨비소리
결정적 순간
존 말코비치 되기
분홍신을 신고
제2부
육각의 방
물방울들
벽과 바닥
대화
원정의 말
마른 연못
심장 속의 두 방
그의 사진
육교 위의 허공
낯선 편지
뱅크셔나무처럼
옥수수밭이 있던 자리
누가 내 이름을
우리는 낙엽처럼
안개
제3부
돼지머리들처럼
구경꾼들이란
구경꾼이 되기 위하여
바람과 바람막이
삼킬 수 없는 것들
내부를 비추는 거울
정신적인 귀
손바닥이 울리는 것은
일요일 오후
공포라는 화석
팔이 된 눈동자
도로 위의 성만찬
빈자리
거대한 분필
그는 누구인가
제4부
와온에서
욕탕 속의 나무들
포만감과 허기
어떤 그물
맑은 날
섶섬이 보이는 방
물소리를 듣다
기억한다, 그러나
노루
절,뚝,절,뚝
캄캄한 돌
한 손에 무화과를 들고
밤 강물이여
물의 출구
기적소리
반딧불이를 보았으니까
두고 온 집
해설|조강석
시인의 말
기본정보
ISBN | 9788936423018 |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5월 15일 | ||
쪽수 | 148쪽 | ||
크기 |
125 * 20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창비시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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