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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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함규진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약용 정치사상의 재조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정치사상에 중점을 두고 동양과 서양, 근대와 전근대, 진보와 보수 등의 접점과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용인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지금은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있다. 쓴 책으로는 『왕의 투쟁』 『왕의 밥상』 『10대와 통하는 윤리학』 『김구. 전태일. 박종철이 들려주는 현대사 이야기』 등이 있다. 『중앙선데이』 『한겨레 21』, 네이버캐스트 등에 기고했으며, 『죽음의 밥상』(피터 싱어 외),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피터 싱어), 『유동하는 공포』(지그문트 바우만), 『마키아벨리』(레오 스트라우스), 『대통령의 결단』(닉 래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한국사상의 첫 줄에서 다산이 기다린다
1 정약용의 삶과 시대
누가 나를 읽어줄 것인가
2 인간이란 무엇인가
심(心)의 문제
3 자연과 인간
리(理)와 상(常)
4 인간과 사회
도(道)와 덕(德), 효제자(孝弟慈)
5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정전(井田)과 구직(九職)
6 만천명월의 주인을 기다리며
황극(皇極)
7 황극 세계의 일꾼들
무재이능과와 고적제
8 백성의 힘
민망에서 민자권까지
9 무불통지의 다산
『흠흠신서』에서 『아언각비』까지
10 근대와 동서의 교차로, 그 위의 다산
『여유당전서』를 덮으며
주註
다산을 알기 위해 더 읽어야 할 책과 글
다산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용어 해설
다산에 대해 묻고 답하기
다산에 대한 증언록
정약용 연보
출판사 서평
무불통지의 대학자 정약용의 외침, 상식으로 혁명하라!
제도개혁이 곧 의식개혁이며,
의식개혁을 위해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참된 선비의 학문은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 일(治國安民),
오랑캐의 침입을 물리치는 일,
나라 살림을 넉넉하게 하는 일,
백성이 문무에 능하도록 교육하는 일 등이
두루 해당된다. 어찌 고문(古文) 구절을 따서
글이나 짓고, 벌레나 물고기 이름에
주석이나 달고, 소매 넓은 옷을 떨쳐입고서
예모만을 익히는 것이겠는가?"
■ 정약용
‘인문고전 깊이읽기’ 제11권, 우리 사상의 첫줄에서 다산이 기다린다
우리는 왜 다산에게 관심을 가지는가
한국전통문화학교 김호석 교수의 「다산 표준영정」.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소장하고 있다. 다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다산 영정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정약용은 우리 사상계의 인기인이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다산 정약용 이름 석 자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읽지도 못할 양의 책을 ‘저술’한 천재,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거중기와 수원성 등을 만든 실학자, 과학자, 천주교, 귀양, 민주주의의 선구자, 개혁가 등. 현실 정치에는 발을 딛지 못하고 변방을 맴돈 학자에 대해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
생각해보라. 개혁군주로 이름을 떨친 정조와 비교해도 정약용이라는 이름을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결코 적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는 정조보다도 다산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단어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무엇이 18년간 귀양살이를 전전한 학자를 이토록 친숙하게 만들었는가?
그것은 다산이 학문과 사상을 당대의 현실에 맞게 분석하고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다산을 읽으면 우리 사상이 보이고 이를 토대로 우리만의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다산을 우리 사상계의 스타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다산이 우리에게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다산을 깊이 읽어야 한다. 다산의 저작들을 단편적으로 분석하고 적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생애와 사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다산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바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우리가 사상적 주체로서 우리 사상을, 한국적 모델을 내놓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보고 정약용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理에)서 상(常)으로-다산 사상의 핵심, 상(常)
우리는 다산을 실학자로 알고 있다. 그러나 다산이 살던 시대, 실학자를 자처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실학자는 모두 서양의 지식에 관심이 많은 유학자들이었다. 다산 역시 스로를 유학자로 생각했고 행동했다. 우리가 다산을 실학자처럼 느끼는 이유 중에 하나는 리와 상에 대한 다산의 시각이 한몫 하고 있다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다산은 귀양살이을 하면서 백련사를 자주 찾았는데 다산은 그때 붙은 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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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는 것은 본래 스스로 자각하지도 못하고, 능히 무엇을 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를 삼가고 조심해야 하며, 두려워하고 꺼려야 하는가?”(본문 90쪽)
“우리의 평생의 해야 할 일이 오직 리를 궁구하는 것뿐이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리를 궁구하는 일이 무슨 쓸모가 있는가?”(본문 90쪽)
다산의 「중용자잠」 「맹자요의」를 보면 유학자로는 믿겨지지 않는 발언들이 나온다. 그러나 리(理)를 부정하는 듯한 다산의 발언의 의미는 실리가 아닌 공리를 탐구하고 이치 자체를 물화(物化)할 뿐 아니라 물신화(物神化)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다. “근의 공식에 기도한다고 수학시험 점수가 올라갈 리가 있는가? 대통령이 언론을 탄압한다고 민주주의 이념 자체가 천벌을 내리겠는가?”(본문 92쪽)라는 의미다. 리를 탐구하는 데 파묻히느니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통의 세상을 설명하고 개선에 유익한 앎을 갈구한 것이다. 다산이 원했던 세상은 리가 아닌 상, 즉 상식적인 학문과 사상이 통용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다산은 어떤 이념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은 ‘리(理)에서 상(常)으로’라는 말로 풀이할 수 있는 관점의 전환을 내포한다.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리를 상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거대한 관념론 세계를 형성하는 대신, ‘언제, 어디서나 인식할 수 있고’(常存), ‘어떤 입장, 어떤 조건의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常識),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존중할 가치가 있는’(正常) ‘상’(常)에 충실한 사상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었다.”(본문 106~107쪽)
다산은 상식을 기초로 경전을 해석하려 했고 상식을 기초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 그의 이런 시도가 실사구시, 이용후생 등의 단어와 어우러지면서 그를 대표적인 실학자로 알려지게 했다. 그러나 다산은 리에 의해 ‘주어진 세계’가 아닌 상식으로 ‘개척하는 세계’를 꿈꾸었던 것이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다산의 본모습
우리에게 다산은 민주주의적인 개혁가로서 시대를 앞서나간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수니가(Francisco Zunuga)는 “한국 사상가들 가운데 아마도 다산이야말로 민주주의 이념을 가장 명쾌하고도 실질적으로 펴 보였던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산은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민주주의를 추구한 개혁가였을까. 다산을 민주주의자처럼 보이게 하는 몇 가지 말이 있다.
“백성의 소망대로 법을 만든다”(從民望而制之法), 즉 종민망의 개념은 백성에게 입법권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다산은 백성의 소망을 입법자가 들어준다는 의미일 뿐, 백성 스스로가 입법자가 된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민이쟁(戴民以爭)은 어떤가?
“천하에서 지극히 비천하여 호소할 곳 없는 자가 백성이지만, 천하에 산처럼 높고 중대한 자도 백성이다. 요순 이래 성인들이 서로 경계하기를, 백성을 반드시 보호하라 하였다. 이를 삼가 받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가릴 수 있다. 따라서 상사가 비록 높더라도, 백성을 머리에 이고 싸운다면(戴民以爭)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 적다”(본문 257~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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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에 의지해서 상관에 불복한다. 「목민심서」에서 나온 대민이쟁은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것처럼 보이기도
수원성을 쌓을 때 사용한 거중기. 다산은 수원성을 설계하고 거중기를 만들었다. 과학에 능한 그의 모습은 실학자로서 우리 눈에 비친다.
한다. 그러나 “지극히 비천하고 천한 동시에 귀하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다산이 본 백성은 “피치자인 동시에 통치자”인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백성들 스스로 법을 만든다.” ‘민자권입법’(民自權立法)은 혁명적인 주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산이 『시문집 9』 “신포의”에서 이를 주장한 것은 조정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입법의 수치’(立法之恥)가 있을 때 백성들이 쓰는 편법일 뿐이었다.
우리는 다산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 다산의 책 구절 하나를 따서 민주주의자, 근대론자, 과학자 등의 타이틀을 붙여놓고 신화화하고 있다. 그러나 다산은 유학자였고, 조선이라는 틀 안에서 ‘상식’을 통해 개혁을 이루고자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유배지를 전전하면서 그는 저작에 자신의 사상을 조심스럽게 펼쳐놓았다. 그중 일부만을 가지고 다산을, 특히 현대적인 관점에서 민주주의나 근대화와 같은 키워드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다산을 기억하는 방법
“내가 죽은 뒤에 아무리 정결한 희생과 풍성한 안주를 진설해놓고 제사를 지내준다 하여도, 내가 흠향하고 기뻐하는 것은 내 책 한 편을 읽어주고 내 책 한 장을 베껴주는 일보다는 못하게 여길 것이다. 너희들은 그 점을 기억해두거라.”(본문 48쪽)
자신의 두 아들에게 남긴 이 글은 다산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준다. 친지와 동지들을 화란으로 잃고 자신은 변방에서 내버려져 있었던 그는 몸을 축내면서까지 쓰고 또 쓰면서 후세에는 자신이 느낀 모순과 폐단을 맞지 않도록 철학?정치?경제?기술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대안과 설계도를 그려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산이 살았던 시대와 그의 생애를 보며 그의 저작을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다산은 우리에게 상식을 존중하라고 말한다. 상식이란 무엇인가? 가장 흔해빠지고 뻔한 이야기 같지만, 흔하고 뻔하기에 그 속에 진리가 있는 것이다. …… 다만 다산 시대의 상식이 지금의 상식과 다르고, 미국, 프랑스의 상식도 대한민국의 상식과 똑같지 않다. 이 땅에서 개혁을 하려면, 이 시대를 진보시키려면, 먼저 이 시대, 이 땅의 상식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본문 351쪽)
다산이 남긴 글은 다산의 시대에 통용이 되는 내용과 해결책이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산이 남긴 글자가 아니라 다산이 글 속에 담은 생각이다. 비운의 천재가 평생 공부하고 집대성해 내놓은 저작에는 시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들어 있다. 바로 이 고민과 성찰이 우리 시대에도 보편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다산이 우리에게 회자되며 우리가 뒤를 돌아봤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인물인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35668335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9월 15일 | ||
쪽수 | 397쪽 | ||
크기 |
128 * 188
* 30
mm
/ 51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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