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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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21년 5월 5주 선정
서로 다른 입장과 상황 속에서 ‘우리’라는 경계를 위태롭게 겉돌던 다섯 아이들은 조금씩 거리를 좁혀 모순과 결핍을 마주하고 상대의 손을 기꺼이 맞잡게 된다. 시린 계절을 품고 무더운 계절로 나아가는 봄의 속도를 꼭 닮은 소녀들의 세계가 따스하게 펼쳐진다.
작가정보
목차
- 다섯 혹은 하나의 이야기: 앱을 설치하시겠습니까 ........7
지아 이야기: 타이밍 ........37
경희 이야기: 샐러드를 먹는 시간 ........61
선화 이야기: 바통 터치 ........87
정윤 이야기: 두 번은 없다 ........141
남주 이야기: 개인주의자의 연대 ........171
에필로그 ........197
작가의 말 ........200
추천사
-
성장하는 인간은 질문한다. 언제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세상의 정답과도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이선주 작가의 세계에서 열여섯 살 아이들이 그것을 한다. 세상의 모순과 결핍을 직시하고, 자신의 과오와 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낸다. 그리고 연대한다. 아이들은 매 순간 흔들리는 땅 위에 두 발로 단단히 서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함께 나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의 성취보다 너의 상처에 닿는 일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다섯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책 속으로
“제발 깔아. 고집부리지 말고.”
지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희가 거들었다.
“강요하지 마. 카톡을 하든 말든, 그건 개인의 자유야.”
남주가 시뻘게진 얼굴로 아이들을 노려보고는 교실을 나갔다. 툭 건드리면 터질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지만, 정윤은 수치스러웠다. 마치 자기들이 남주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강요가 아닌 애원이자 부탁이었다. 정윤은 그렇다고 믿었다.
남주가 나가고 한참 동안 이어진 침묵 끝에 경희가 불현듯 물었다.
“쟤 라인은 하려나?”
_본문 20~21쪽 〈다섯 혹은 하나의 이야기〉에서
들어가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그 안에서 줄을 넘는 건 문제없다. 하나 둘 셋에 맞춰서 줄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게 안 될까?
아니야, 노력하면 할 수 있어. 지아는 자신이 그 정도로 열등하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아자 아자 힘내자, 나는 할 수 있다. 지아는 가장 좋아하는 구호를 외쳤다. 배 안쪽에서 공허함이 밀려왔지만 그럴수록 더욱 큰 소리로 나는 할 수 있다, 를 외쳤다. 큰 소리를 내다 보면 작은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이 지아가 지금껏 살아온 방식이었다.
_본문 47~48쪽 〈지아 이야기〉에서
학생 하나가 없는데도 선생님은 찾으러 오지 않았다. 이 학교에서 경희의 존재감은 그 정도다. 어, 한 명이 없네? 하면 누가 조퇴했어요 혹은 보건실에 갔어요, 라고 대답하고, 그러면 그래, 하고 마는 정도. 종례 시간이 돼서야 담임이 들어와 경희 언제부터 없었니? 하면 누가 아까 역사 시간부터요, 하면 무슨 일 있었니? 묻고, 아무 일도 없었어요, 배가 아픈가 봐요, 하면 그렇구나 하고 마는 정도의 존재감.
_본문 73쪽 〈경희 이야기〉에서
선화는 누가 자신과 똑같은 일을 당했다는 게 마음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잠깐 혐오스러웠다.
“오늘 오후에 만나자고 했어. DVD방 건물에 있는 롯데리아 앞에서. 안 나가면 영상 올릴지도 몰라.”
“어떤 영상이야?”
“나도 잘 몰라. 캡처된 걸로만 몇 장 봤어. 내 허벅지랑 팬티가…….”
선화는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모른다는 게 공포심을 더 자극했다. 어떤 영상이 있는지 모르니까 자꾸 상상하게 됐고, 자신이 했던 행동이나 했을 것 같은 행동이 온종일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굴었으면 어쩌지? 즐기는 것처럼 보이면 어쩌지? 그럼 아무도 나를 피해자로 보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_본문 111쪽 〈선화 이야기〉에서
시를 쓰고 읽는 일이 무용하게 느껴졌다. 정윤은 시 노트 대신에 문제집과 연습장을 꺼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반복해서 적었다. 어쩌다 고개를 들어 교실의 아이들을 돌아봤을 때, 모두들 마침표처럼 공부하고 있었다.
물음표는 없었다.
그러자 다시 시를 쓰고 읽고 싶어졌다. 시는 명령하지 않는다. 시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시는 묻는다. 시는 자신의 안부를 묻고 친구의 안부를 묻는다. 정윤은 친구들에게 시를 주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시를 쓰자고, 우리 모두 시인이 되자고 말하고 싶었다.
_본문 161~162쪽 〈정윤 이야기〉에서
“조별 과제 때문이니?”
선생님이 물었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에요. 저는 예전부터 단체 생활이 좀 힘들어요. 아시겠지만.”
선생님도 남주가 겉도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덧붙여 말하지 않았다.
“세상이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학교도 엉망진창이고요. 다 엉망진창인 것 같아요. 더는 견딜 수가 없어요.”
“세상은 원래 그래. 카톡 문제로 네가 힘들었던 건 알지만, 우리 반이 특이한 경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 정도 다툼은 네가 어딜 가든 생길 거야. 혼자 살 수는 없잖아. 그러니 받아들여야지.”
“원래라는 말이 싫어요.”
남주는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말들을 꺼냈다.
_본문 183쪽 〈남주 이야기〉에서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이선주의 신작!
단톡방, 몰카, 차별과 혐오, 탈학교… 다섯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모두의 이야기
《창밖의 아이들》로 제5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완성도 높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독자와 평단의 신뢰와 지지를 얻고 있는 이선주 작가의 신작 《열여섯의 타이밍》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서로의 고민과 상처를 이해해 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밀도 높게 담아낸다. 같은 반 친구지만 절친한 우정이라기엔 왠지 낯간지러운 사이의 남주, 지아, 선화, 경희, 정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며 별일 없이 지내던 다섯 아이들은 조별 과제를 함께하면서 그동안 참아온 불만과 불신을 가까이 맞닥뜨리고 복잡한 갈등을 겪게 된다.
조별 과제를 하는데 ‘카톡’이 왜 꼭 필요한 건지 의문인 남주,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피해를 받기도 싫지만 타이밍이 엇갈려 자꾸 일이 꼬여 가는 지아, 첫사랑이라 믿었던 남자애에게 몰카로 끔찍한 협박을 받는 선화, 엄마의 존재를 숨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괴로워 자기혐오에 빠진 경희, 성적이 전부인 입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정윤, 엉망진창인 세상에 맞서 탈학교를 결심한 남주까지…… 작가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차분히 들여다보며 누구 한 명 소외시키지 않고 다섯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또 다른 굴레를 만들지 않고 각자의 타이밍에 차분히 발맞추어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더없이 수려하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존재감을 내보이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도록 자연스레 서사를 이끄는 동안 다섯 명의 소녀는 자신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친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돕고자 서로에게 점점 다가간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함께 나아가기를…
나의 성취보다 너의 상처에 가닿으며 연대하는 소녀들의 단단한 목소리
다섯 아이들은 매일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카페, 햄버거 등의 프랜차이즈 상점과 편의점을 수시로 드나든다. 집밥보다 불닭볶음면이 익숙하고 거리의 간판 속 백종원 아저씨 얼굴을 아빠보다 더 많이 보는 날도 있다. 세상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일투성이고, 하루하루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 청소년들의 일상. 누구에게든 속 시원히 마음을 털어놓고도 싶은 마음과 어느 누구에게도 솔직해지기가 두려운 마음이 날마다 충돌하는 시기. 행여 나의 진심이 오해될까 걱정되어 너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으로 숨어버리고만 싶은 나날들. 청소년기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다섯 아이들의 이런 미묘한 심리와 관계는 이 책을 읽는 모두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작품 속 장면들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했으나 어느새 아이들이 성큼 내 곁에 다가온 느낌이 드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입장과 상황 속에서 ‘우리’라는 경계를 위태롭게 겉돌던 다섯 아이들은 상대의 처지를 헤아려 본다. 누구에게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모순과 결핍을 용기 있게 마주하고 기꺼이 상대의 손을 맞잡는다. 그 과정이 무척 섬세하여,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책 속으로 쓱 몸을 기울일지도 모른다. 다섯 아이들의 목소리를 좀 더 듣고 싶어서, 알지 못한 마음이 계속 그곳에 남아 있을 것 같아서, 지금 이곳의 내 손을 그들에게 힘껏 건네주고 싶어서 말이다.
열여섯 살 소녀들의 세계는 시린 계절을 품고 무더운 계절로 나아가는 봄의 속도를 꼭 닮았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우리 모두가 다섯 아이들과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소설을 쓰면서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고민 때문에.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뻤다. 소설 속 인물들이 고통을 당하는 와중에 서로의 손을 맞잡을 때면 희망이란 걸 떠올렸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선화 이야기를 쓸 때 속으로 많이 울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선화에게 남주가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을 때, 자신처럼 혼자 울고 있을 것 같은 아이를 떠올리며 남주가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구원받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다.
사람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나락 속에서 기다릴 건 사람의 손길밖에 없다.
_작가의 말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34989707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5월 11일 |
쪽수 | 204쪽 |
크기 |
145 * 210
* 20
mm
/ 287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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