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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정민鄭珉은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일수록 간명한 통찰이 필요하다. 네 글자밖에 안 되는 언어로 내면의 웅숭깊은 성찰,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전한다. 그동안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펴냈다.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연구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미쳐야 미친다』 『다산의 재발견』『삶을 바꾼 만남』 등이 있다.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마음을 비우는 지혜』 『내가 사랑하는 삶』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돌 위에 새긴 생각』, 『다산어록청상』 『성대중 처세어록』 『죽비소리』 등을 펴냈다. 이 밖에 옛 글 속 선인들의 내면을 그린 『책 읽는 소리』 『스승의 옥편』 등의 수필집과 한시 속 신선 세계의 환상을 분석한 『초월의 상상』, 문학과 회화 속에 표상된 새의 의미를 찾아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조선 후기 차 문화의 모든 것을 담아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등을 썼다.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과 어린이를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외에,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을 펴냈다.
목차
- 서언
제1부 마음의 표정
일기일회一期一會
-일생에 단 한 번 딱 한 차례의 만남
심한신왕心閒神旺
-마음이 한가하면 정신이 활발하다
점수청정點水??
-인생의 봄날은 쉬 지나간다
선성만수蟬聲滿樹
-매미 울음소리에 옛 사람을 그리네
관물찰리觀物察理
-사물을 보아 이치를 살핀다
사간의심辭間意深
-말은 간결해도 뜻은 깊어야
허정무위虛靜無爲
-텅 비어 고요하고 담박하게 무위하라
욕로환장欲露還藏
-보여줄 듯 감출 때 깊은 정이 드러난다
전미개오轉迷開悟
-미혹을 돌이켜 깨달음을 활짝 열자
감이후지坎而後止
-구덩이를 만나면 넘칠 때까지 기다린다
중정건령中正健靈
-알맞고 바르면 건강하고 영활하다
지지지지知止止止
-그칠 데를 알아서 그쳐야 할 때 그쳐라
간위적막艱危寂寞
-시련과 적막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상념려思想念慮
-생각 관리가 경쟁력이다
남산현표南山玄豹
-배고픔을 견뎌야 무늬가 박힌다
송영변어松影變魚
-소나무 그림자를 무늬로 지닌 물고기
담박영정淡泊寧靜
-담박으로 헹궈 내어 고요 속에 침잠하라
작비금시昨非今是
-지난 잘못을 걷고 옳은 지금을 간다
호추불두戶樞不?
-문지도리는 결코 좀먹지 않는다
이명비한耳鳴鼻?
-귀 울음과 코 골기, 어느 것이 문제일까?
어묵찬금語???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
함장축언含章蓄言
-안으로 머금어 가만히 쌓아 두라
옥촉서풍玉?西風
-아만을 버리고 참나를 돌아보다
습정투한習靜偸閑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훔쳐라
설니홍조雪泥鴻爪
-눈 진흙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
제2부 공부의 칼끝
자지자기自止自棄
-제풀에 멈추면 성취가 없다
십년유성十年有成
-십 년은 몰두해야 성취를 이룰 수 있다
피지상심披枝傷心
-곁가지를 쳐 내면 속줄기가 상한다
소년등과少年登科
-젊은 날의 출세는 큰 불행의 시작
상동구이尙同求異
-같음을 숭상하되 다름을 추구한다
오서오능?鼠五能
-균형 잡힌 안목으로 핵심 역량을 길러라
찬승달초讚勝撻楚
-칭찬이 매질보다 훨씬 더 낫다
심입천출深入淺出
-세게 공부해서 쉽게 풀어낸다
독서망양讀書亡羊
-책에 빠져 양을 잃다
파초신심芭蕉新心
-새 잎을 펼치자 새 심지가 돋는다
평생출처平生出處
-시련과 역경 속에 본바탕이 드러난다
의금상경衣錦尙絅
-비단옷을 입고는 덧옷으로 가린다
문심혜두文心慧竇
-글의 마음을 얻고 슬기 구멍이 활짝 열려야
발초첨풍撥草瞻風
-풀을 뽑아 길을 낸 후 풍모를 우러른다
교부초래敎婦初來
-처음부터 가르쳐라
북원적월北轅適越
-북으로 가려던 수레가 남쪽으로 가다
묘계질서妙契疾書
-순간의 깨달음을 놓치지 말고 메모하라
해현갱장解弦更張
-거문고 줄을 풀어 팽팽하게 다시 맨다
견골상상見骨想象
-이미지를 유추해서 본질에 도달하라
우작경탄牛嚼鯨呑
-소가 되새김질 하고, 고래가 한입에 삼키듯이
이택상주麗澤相注
-두 개의 연못이 맞닿아 서로 물을 댄다
평지과협平地過峽
-끊어질 듯 이어지다 다시 불쑥 되솟다
일자지사一字之師
-한 글자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생긴다
광이불요光而不耀
-빛나되 번쩍거리지 않기를
다문궐의多聞闕疑
-많이 듣되 의심나는 것은 솎아낸다
제3부 진창의 탄식
체구망욕體垢忘浴
-몸에 때가 있는데 씻지 않는다
즐풍목우櫛風沐雨
-바람으로 머리 빗고 빗물로 목욕하다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늦게서야 이뤄진다는 말의 슬픔
교자이의敎子以義
-눈에 뵈는 게 없는 세상
취문성뢰聚蚊成雷
-풍문에 현혹되어 판단을 그르치다
필패지가必敗之家
-틀림없이 망하게 되어 있는 집안
거전보과鋸箭補鍋
-책임질 일은 말고 문제는 더 키워라
방유일순謗由一
-비방은 한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다
금인삼함金人三緘
-쇠 사람이 세 번 입을 봉하다
예실구야禮失求野
-사라진 예법을 시골에서 찾는다
지상담병紙上談兵
-이론만 능하고 실전에 약한 병통
명철보신明哲保身
-시비를 분별하여 붙들어서 지킨다
화생어구禍生於口
-모든 재앙은 입에서 비롯된다
임사주상臨事周詳
-일처리는 언제나 꼼꼼하고 면밀하게
방무여지旁無餘地
-여지가 없으면 행실이 각박하다
피음사둔?淫邪遁
-번드르한 말 속에서 본질을 간파한다
상두보소桑土補巢
-뽕나무 뿌리로 허술한 둥지를 고치다
맹인할마盲人?馬
-소경이 애꾸 말을 타고 한밤중에 못가를 간다
인양념마因羊念馬
-양을 팔아 말을 사서 부자가 되는 생각
매독환주買?環珠
-본질을 버려두고 말단만을 쫓는 풍조
곡돌사신曲突徙薪
-굴뚝을 굽히고 땔감을 옮겨라
발총유자發塚儒者
-무덤을 파면서도 명분을 내세운다
수락석출水落石出
-물이 줄자 바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기리단금其利斷金
-두 마음이 하나 되면 무쇠조차 끊는다
양묘회신良苗懷新
-가라지를 솎아내고 좋은 싹을 북돋우자
제4부 통치의 묘방
간군오의諫君五義
-설득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쟁신칠인諍臣七人
-바른 말로 충언하는 신하 일곱만 있으면
척확무색尺?無色
-자벌레는 정해진 빛깔이 없다
군인신직君仁臣直
-임금이 어질어야 신하가 곧다
불필친교不必親校
-굳이 직접 하시렵니까?
육자비결六字秘訣
-벼슬길에 임하는 여섯 글자의 비결
세류서행細柳徐行
-군기는 장수의 위엄에서 나온다
거망관리遽忘觀理
-분노를 잠깐 잊고 이치를 살펴보라
불여류적不如留賊
-잡은 적을 놓아주어 쓸모를 남겨 둔다
노량작제魯梁作?
-노량에서 두터운 비단옷을 생산하다
봉인유구逢人有求
-사람만 만나면 손을 내민다
덕위상제德威相濟
-덕과 위엄은 균형을 잡아야만
구차미봉苟且彌縫
-구차하게 모면하고 미봉으로 넘어간다
자화자찬自畵自讚
-제 입으로 하는 칭찬
불통즉통不通則痛
-통하면 안 아프고, 안 통하면 아프다
토붕와해土崩瓦解
-구들이 내려앉고 기와가 부서지다
징비후환懲毖後患
-지난 일을 경계 삼아 뒷근심을 막는다
수문심인修文深仁
-인문을 널리 닦고 인의를 깊게 한다
지칭삼한只稱三閒
-그저 세 가지가 한가로워졌을 뿐
용종가소龍鍾可笑
-용모는 꾀죄죄해도 속마음은 맑았다
자웅난변雌雄難辨
-까마귀의 암수는 분간하기 어렵다
애여불공隘與不恭
-융통성 없는 것과 제멋대로 하는 것
발호치미跋胡?尾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삼일공사三日公事
-나라 일이 고작 사흘도 못 간다
대발철시大鉢鐵匙
-큰 주발에 밥을 담아 쇠수저로 퍼 먹는다
책 속으로
청말의 전각가 등석여의 인보印譜를 뒤적이는데 ‘심한신왕心閒神旺’이란 네 글자를 새긴 것이 보인다. 마음이 한가하니 정신의 활동이 오히려 왕성해진다는 말이다. 묘한 맛이 있다. … 관건은 몸을 어디 두느냐가 아니라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은 ‘마음이 넉넉해 몸도 따라 넉넉해야지, 몸은 한가한데 마음은 한가롭지 못한’ 지경이 되면 안 된다.
일 없는 사람이 마음만 바쁘면 공연한 일을 벌인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정신의 작용이 활발해져서 건강한 생각이 샘솟듯 솟아난다. 내 마음의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까? 나는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인가? 몸만 한가롭고 마음은 한가롭지 못한 사람인가? 그도 아니면 몸이 하도 바빠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인가?
「심한신왕 - 마음이 한가하면 정신이 활발하다」 중에서
도답자陶答子란 사람이 있었다. 3년간 질그릇을 구워 팔았다. 명예는 없이 재산만 세 배나 불었다. 그의 아내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남편에게 여러 차례 그러지 말라고 간했다. 도답자는 들은 체도 않고 부의 축적에만 몰두했다. 5년이 지나 그가 엄청나게 치부해서 백 대의 수레를 이끌고 돌아왔다. 집안사람들이 소를 잡고 그의 금의환향을 축하했다. 도답자의 아내가 아이를 안고서 울었다. 시어머니는 이 기쁜 날 재수 없이 운다며 그녀를 크게 나무랐다.
그녀가 대답했다. “남산의 검은 표범은 안개비가 7일간 내려도 먹이를 찾아 산을 내려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털을 기름지게 해서 무늬를 이루기 위해, 숨어서 해를 멀리하려는 것이지요. 저 개나 돼지를 보십시오. 주는 대로 받아먹으며 제 몸을 살찌우지만, 앉아서 잡아먹히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나라가 가난한데 집은 부유하니 이것은 재앙의 시작일 뿐입니다. 저는 어린 아들과 함께 떠나렵니다.” 시어머니가 화가 나서 그녀를 내쫓았다. 1년이 못되어 도답자는 도둑질한 죄로 죽임을 당했다.
어린 표범은 자라면서 어느 순간 짙고 기름진 무늬로 문득 변한다. 그 변화가 참으로 눈부시다. 『주역』에도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고 했다.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뜻이다. 부스스 얼룩덜룩하던 털이 내면이 충실해지면서 어느 순간 빛나는 무늬로 바뀐다.
「남산현표 - 배고픔을 견뎌야 무늬가 박힌다」 중에서
『한비자韓非子』의 「해로解老」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람들이 산 코끼리를 보기 힘들게 되자 죽은 코끼리의 뼈를 구해, 그림을 그려 산 모습을 떠올려 보곤 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뜻으로 생각하는 것을 모두 ‘상象’이라 말한다.”
남은 뼈만 보고 이 괴상한 어금니 주인공의 생김새를 떠올린 그림은 얼마나 가관이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상상想象의 어원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 성인이 『주역』을 지을 때 코끼리 상象자를 취해 괘의 모양을 설명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 비유의 숲인 괘상卦象은 말하자면 뼈만 남은 코끼리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상에 현혹되지 말라. 이미지를 유추해서 본질에 도달하라. 바야흐로 지금은 상상력이 경쟁력인 시대다.
「견골상상 - 이미지를 유추해서 본질에 도달하라」 중에서
출판사 서평
“일침, 그 한 바늘 끝에 달아난 마음이 돌아온다!”
한국의 대표적 지성이 처음 선보이는 마음과 세상에 대한 사유
고전에서 시대정신을 길어 올리는 지식인 정민 교수가 처음 선보이는 마음과 세상에 대한 사유. 우리 고전에 천착했던 한문학자, 문화사 전반으로 영역을 넓힌 인문학자가 내면의 웅숭깊은 성찰,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까지 사유의 폭을 넓혔다. 사회 갈등 폭발이 우려되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잃어버린 나를 어떻게 찾을까? 달아난 나와 어디서 만날까? 이럴 때 일침一針이 필요하다. 그 한 바늘 끝에, 달아난 마음이 돌아온다.
100개의 글을 25개씩 네 갈래로 묶었다. 1부 〈마음의 표정〉은 관심을 가져 온 청언소품들이 토대가 되었다. 「심한신왕」, 「관물찰리」, 「남산현표」 등이다. ‘심한신왕’이란 ‘마음이 한가하면 정신이 활발하다’라는 뜻으로 청말의 전각가 등석여의 인보印譜에 등장한다. 마음이 고요해야 정신이 활발하다. 정신이 왕성한 것과 마음이 바쁜 것을 혼동하면 안 된다. 일 없는 사람이 마음만 바쁘면 공연한 일을 벌인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정신의 작용이 활발해져서 건강한 생각이 샘솟듯 솟아난다. 저자는 “나는 몸이 하도 바빠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닌가?”라고 자문한다.
‘남산현표’란 남산의 검은 표범이란 의미로 ‘배고픔을 견뎌야 박히는 아름다운 무늬’를 뜻한다. 안개비가 7일간 내려도 먹이를 찾아 산을 내려오지 않는 검은 표범. 털을 기름지게 해서 무늬를 이루기 위해, 숨어서 해를 멀리하려는 것이다. 어린 표범은 자라면서 어느 순간 문득 짙고 기름진 무늬로 변한다. 『주역』에서는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고 했다.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뜻이다. 얼룩덜룩하던 털이 내면이 충실해지면서 어느 순간 빛나는 무늬로 바뀐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차곡차곡 축적해서 문득 반짝이는 지혜를 갖추게 된다.
2부 〈공부의 칼끝〉은 선인들의 공부 단련법과 지식 경영법을 밑바대로 삼았다. 「상동구이」, 「묘계질서」, 「견골상상」 등이 반짝인다. ‘묘계’는 번쩍 떠오른 깨달음이고, ‘질서’는 빨리 쓴다는 뜻이다. 성호 이익은 묘계질서의 방법을 평생 실천해 경전을 읽다 스쳐 간 생각들을 메모로 붙들어 두었다. 이것이 모여 『시경질서』, 『맹자질서』, 『가례질서』, 『주역질서』 같은 일련의 책이 되었다. 『열하일기』는 애초에 연행 도중에 쓴 글이 아니다. 귀국 후 여러 해 동안 노정 도중 적어 둔 거친 비망록을 바탕으로 생각을 키워 완성시켰다. 모든 위대성의 바탕에는 예외 없이 메모의 힘이 있다.
‘견골상상’이란 ‘이미지를 유추해서 본질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4000년 전 북경을 포함한 중국 전 지역에 코끼리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면 살아 있는 코끼리를 보기가 어려웠다. 『한비자』 「해로」편에 “사람들이 산 코끼리를 보기 힘들게 되자 죽은 코끼리의 뼈를 구해, 그림을 그려 산 모습을 떠올려 보곤 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상상想象의 어원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3부 〈진창의 탄식〉과 4부 〈통치의 묘방〉은 책의 압권이다. 「교자이의」, 「수락석출, 「불통즉통」, 「자웅난변」 등 명편이 가득하다. 저자가 지난해의 화두로 꼽기도 했던 ‘수락석출’은 ‘물이 줄자 바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본래는 적벽강의 달라진 풍경을 묘사한 말이었지만, 후대에는 흑막이 걷혀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의미로 쓴다. 물길이 넉넉할 때는 품어 안아 가려졌던 바위들의 괴상한 모양새가 속속 드러난다. 양극화의 만성화, 불통으로 꽉 막힌 언로, 젊은이들의 분노 등 잠겨 있던 온갖 갈등이 한 번에 터져 나오는 지금 시점에서 음미하게 되는 일침이다.
『시경』 「소아」「정월」편에 등장하는 ‘자웅난변’은 ‘까마귀의 암수는 분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곡, 정약용, 이덕무 등 많은 옛 지식인들이 차용하여 혼탁한 세태를 일갈했다. 선거 때만 되면 검증할 수 없는 의혹이 난무하고 정책 대결은 간 데가 없다. 총선을 앞두고 모호한 기준의 공천 심사로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이 화두를 되뇔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책속으로 추가>
세상은 캄캄한 어둠 속인데, 불의한 세력이 그 틈을 타고 횡행한다. 마음 맑은 사람은 변방으로 쫓겨나 하늘 끝 절벽 아래서 조그맣고 창백한 달빛을 보며 새벽을 기다린다.
수락석출水落石出! 초가을에는 안 보이던 바위가 제 생긴 대로의 몰골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소동파야 적벽강의 달라진 경물을 묘사하자는 뜻이었지만, 후대에는 흑막이 걷혀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는 의미로 쓴다. 추운 시절이 왔다. 물길이 넉넉할 때는 다 품어 안아 가려졌던 실상이 하나 둘 드러난다. 저기 저런 게 숨어 있었구나. 하마터면 배 밑창에 구멍을 낼 뻔 했다. 섬짓하다. 잠깐 만에 저렇듯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보기에 민망하다. 기실 산도 물도 바위도 원래 변한 것이 없다. 내 눈이 이리저리 현혹된 것일 뿐.
「수락석출 - 물이 줄자 바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중에서
까마귀의 암수 구분이 어렵다는 구실로 사람들은 제멋대로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우겨, 기리고 헐뜯음을 뒤집어 놓는다. 이덕무도 「우음偶吟」에서 같은 뜻을 담았다.
세간의 옳음과 그름이란 것
까마귀의 암수처럼 분간 어렵네.
다들 저밖에 적임자가 없다고 하고 자기만이 해낼 수 있다고 하나, 과연 누가 실상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선거 때만 되면 검증할 수도 없는 의혹이 난무하고,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린다. 정책 대결은 간 데 없고, 흥신소 수준의 의혹 부풀리기만 횡행한다. 봐 주기가 민망하다. 그 틈에 훼예毁譽를 헝클고, 시비를 뒤집어 보자는 속셈이다.
「자웅난변 - 까마귀의 암수는 분간하기 어렵다 」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34956402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3월 27일 |
쪽수 | 296쪽 |
크기 |
153 * 224
* 20
mm
/ 49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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