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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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이아비 추장은 문명에 대한 문명을 처음 접하고 실망과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는 문명에 대한 유혹을 받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문명에 대한 경고를 전한다. 이 경고가 담긴 빠빠라기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하여 살아가고 있는 문명에 대한 적나라한 질타를 통해 현대문명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전해주고 있다.
작가정보
1878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화가, 작가,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한때 헤르만 헤세와 교유하기도 했다. 1911년 <길>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1914년, 당시 독일의 식민지였던 사모아로 이주해, 거기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의 발발 소식을 듣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절망을 느꼈다. 한동안 미국에 억류되었다가 전쟁이 끝나기 직전 독일로 귀환했다. 1920년 <빠빠라기>를 출판했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동안 잊혔던 이 책이 부활한 것은 그의 사후, 60년대, 70년대의 학생운동가와 대안 그룹의 필독서로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 책은 1977년 다시 출판되어 독일에서만 170만 부가 판매되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쇼이어만은 1957년 7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목차
- 역자의 말 - 이 책은 우리를 웃게 만든다... 싸늘하게
서문 - 그가 우리를 깨닫게 한다
빠빠라기의 몸을 감싸는 두렁이와 거적에 대해서
돌상자, 돌이 갈라진 틈, 돌 섬, 그리고 그 가운데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에 대해서
많은 물건이 빠빠라기를 가난에 빠뜨리고 있다
빠빠라기에겐 한가한 시간이 없다
빠빠라기가 하느님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위대한 마음은 기계보다도 억세다
빠빠라기의 직업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속임수 생활이 있는 장소와 종이 무더기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이름의 심각한 병
빠빠라기는 우리를 그들과 똑같은 어둠 속으로 억지로 끌어들이려 한다
책 속으로
게다가 물고기 뼈와 철사와 끈으로 만든 아주 단단한 거적이 여자의 목에서 허리까지 드리워져 가슴과 등에서 졸라맨다. 이 거적이 너무 세게 옥죄는 바람에 여자의 유방은 납작하게 눌려지고, 이제 와서는 한 방울의 젖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개의 어머니는 아기에게 <밀크>라는 것을 준다. 밑이 막혀 있고 위에는 가짜 젖꼭지가 달려 있는 유리통에 그것을 담아 아기에게 먹인다. <밀크>는 어머니의 젖 이 아니고 뿔이 나 있는 빨갛고 보기 흉한 짐승에서 짜낸 것이다. ---32
아이가는 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웃집 일에 대해 전혀 모른다. 정말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마치 집과 집 사이에 마노노 섬과 아폴리마 섬과 사바이 섬, 그리고 넓고 넓은 바다가 가로놓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 대부분은 서로 이름도 알지 못하며, 입구에서 만나는 일이 있어도 마지못해 가볍게 인사를 하거나, 적의를 품고 있는 곤충들이 서로 맞부딪혔을 때처럼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주고받을 뿐이다. 함께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어지간히 화가 나는 모양이다. ---44
너는 태어날 때에도 돈을 치러야 했으며, 네가 죽을 때에도 단지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의 아이가(가족)는 돈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 몸뚱이를 대지에 묻는 데에도, 추억을 위해서 네 무덤 위에 큰 돌을 굴려다 놓는 데에도 돈이 든다. ---66
빠빠라기는 가난하다. 그래서 물건에 홀려 있다. 물건없이는 이제 살아가지 못한다. 빠빠라기가 머리에 기름을 발라 빗기 위해서 거북의 등딱지로 그 도구를 만든다고 하자. 다음엔 그 도구를 넣기 위한 가죽 주머니를 만든다. 다음엔 또 그 주머니를 넣기 위한 작은 상자를 만든다. 작은 상자를 담기 위해 또 큰 상자를 만든다. 빠빠라기는 뭐든지 주머니와 상자에 넣는다. 두렁이를 넣어 두는 상자가 있다. 윗도리 도롱이를 넣어 두는 상자, 아랫도리 도롱이를 넣기 위한 상자. 속껍질, 입 닦는 거적, 그 밖의 거적을 넣어 두는 상자. 손껍질과 발껍질을 넣어 두는 상자,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를 담아 두는 상자, 먹거리를 갈무리해 두기 위한 상자, 성스러운 종이 묶음을 위한 상자, 상자, 상자, 상자…. 하나면 너끈할 텐데도, 온갖 것들을 사용해서 많은 물건을 만든다. ---83
시간이란 젖은 손으로 쥐고 있는 뱀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단히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미끄러져 빠져나가 버린다. 정작 자기 자신이 시간을 내몰고 있다. 빠빠라기는 언제나 손을 뻗어 시간을 붙잡으려 뒤쫓아 간다. 시간에게 양지에서 햇볕 쬘 틈조차도 주지 않는다. 시간은 언제라도 빠빠라기에게 달라붙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105
빠빠라기는 언제나 빨리 도착하는 일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기계의 대부분은 목적에 빨리 도달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빨리 도착하면 또 다시 새 목적이 빠빠라기를 부른다. 이리하여 빠빠라기는 한평생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린다. 어슬렁어슬렁 걸으면서 헤매는 즐거움을, 또 예기치 않았던 목표와 맞닥뜨리게 되는 기쁨을 그들은 완전히 잊고 말았다. ---135
많이 생각하지 않고서도 자기의 길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시원찮을 텐데, 빠빠라기는 거꾸로, 자기 길을 못 찾아도 많이 생각하는 사람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빠빠라기의 세계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파레아(바보, 멍청이)로 취급된다. ……발을 휘감으며 아무리 솜씨 좋게 야자나무를 타고 올라가도, 아직 야자나무보다 더 높이 올라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무 꼭대기에서 되돌아올 뿐이다. --184
출판사 서평
처음으로 문명을 본 남태평양 티아베아 섬마을 추장 투이아비 연설집
이 책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빠빠라기Papalagi>는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이 백인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그 뜻은 <하늘을 찢고 온 사람>이다. 이 이상한 뜻의 연원은 바다와 하늘이 분간되지 않는 사모아의 풍경, 그리고 최초로 서양인 선교사가 타고 온 돛배와 관련이 있다. 그 옛날,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커다란 흰돛이 나타났고, 그것이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른바 문명에 오염된 적이 없는 추장 투이아비는 처음으로 그들 빠빠라기의 나라, 즉 유럽 문명세계를 여행하게 됐다. 그러나 문명의 본고장을 둘러본 그의 소회는 경이와 찬탄이었다기보다는 우려와 환멸이었다. 그가 본 것은 문명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가였다. 그는 문명의 유혹에 빠질 위험 앞에 놓인 자신의 동포 원주민들에게 그 실상을 전하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연설을 결심한다.
빠빠라기의 생활상을 전하는 그의 언어는 원초적이고 소박해서 문명이 내뱉는 복잡미묘한 변명 따위는 그 앞에서 모두 무색해지고 만다. 문명을 그대로 옮겨 담을 수없는 원시의 언어가 오히려 문명을 앙상한 본질의 차원으로 환원, 혹은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추장 투이아비에게 돈은 한낱 <둥근 쇠붙이>에 불과하고, 신문은 한갓 <종이 무더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상 돈과 신문의 본질이 그 이상일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의복, 주거, 여행, 이윤, 능률, 자유, 노동, 환경 등 유럽의 모든 문물이 자연의 눈으로 해부된다. 그렇게 해부된 뒤에 남는 문명의 앙상한 본질에도 의미나 가치는 별로 남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연설이 뜨끔한 경고로 읽힌다.
그의 연설을 통해서,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여러 가치가 근본적 부정을 당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것은 이중적인 감정이다. 한편 두려움, 한편 속시원함. 발전된 문명이 그려 가는 궤적이 암담하게만 느껴져서, 반문명의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빠빠라기』 독일어 초판은 1920년에 출간되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동안 잠들어 있던 『빠빠라기』가 다시 깨어난 것은 1977년이었다. 단지 잠에서 깨어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독일에서만 170만 부가 판매되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도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독일에서 『빠빠라기』가 반세기 이상의 잠을 깨고 기지개를 켠 것은, 문명의 황폐상으로부터 벗어나 <되돌아가자>는 세계적인 움직임의 반영이었다. 60년대, 70년대의 학생운동가와 히피, 생태주의자, 그리고 현대문명의 맹렬한 진도와 비인간화에 회의를 품는 모든 대안 그룹의 필독서로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추천사
순수한 자연의 눈을 빌려 우리 삶의 방식을 돌아보자… 더 늦기 전에
20여 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순수한 자연의 눈으로 정신적 자유를 가지고 인생을 다시 볼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빠빠라기>는 원래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원주민들이 문명세계의 백인들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90여 년 전, 처음으로 유럽 문명세계를 둘러보고 돌아온 원주민 추장 투이아비는 사모아 섬의 동포들에게 빠빠라기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초적이고 순수한 자연의 눈에 비친 문명사회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경이롭기보다는 무척이나 괴상하고 염려스러운 것이었다. 온갖 문명의 이기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시스템 속에서 허둥지둥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우스꽝스러운 몰골이 그의 투박하고 천진한 표현의 이야기 속에서 앙상하게 드러나는 순간 우선 입가에 웃음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순수한 자연의 눈으로 문명 속에 오염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극을 달리는 첨단 기계문명, 물질만능주의, 환경파괴…… 어느덧 우리는 90년 전 투이아비 추장이 걱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던 그 빠빠라기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빠빠라기가 되어 살고 있다. 투이아비의 순수한 자연의 눈을 빌려 우리 삶의 방식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았으면 한다. 더 늦기 전에.
---강석진 (화가, 전 GE 코리아 회장, CEO컨설팅그룹 회장)
기본정보
ISBN | 9788932910277 |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12월 30일 | ||
쪽수 | 203쪽 | ||
크기 |
128 * 188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Der)Papalagi/Scheurmann, Eri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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