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가 사랑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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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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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주제에 편중하지 않고 다양한 산문들을 모은 이 책은 아름다운 문장들의 강렬한 효과와 더불어 가장 ‘헤세적’인 특성을 갖춘 작품 《나무》《농가》《마을》세 편을 수록했으며 그 밖에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음미, 여행, 방랑에 관한 헤세의 빼어난 산문들을 넣었다. 특히 헤세의 편지 글 중에서는 그의 독자적이고 고집스러운 정신세계를 잘 나타내는 내용들을 골라서 발췌했다.
또한 헤세의 어린 시절을 말해주는 《짧게 쓴 자서전》의 일부와 청년시절의 사랑의 에피소드, 사랑과 열정의 기이한 일면을 다룬 글들도 선별하고 여행과 무위에 대한 헤세의 사고가 직접적으로 들어 있는 글을 담아냈다. 역자가 특히 좋아하는 헤세 문학의 정수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소설 장면 몇 개를 포함시켜 이렇게 선별한 글들을 네 개의 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작가정보
저자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1877년 태어나 어린 시절 대부분을 칼브에서 지냈다. 1891년 수도원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7개월 후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쳤다. 이듬해 정신 요양원 입원, 김나지움 입학과 학업 중단, 시계 부품 공장 수습공, 서점 근무 등을 하다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들』과 산문집 『한밤중 뒤의 한 시간』 출간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한다. 1904년 소설 『페터 카멘친트』로 일약 인기 작가가 된다. 이해에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지만 훗날 두 번의 이혼을 하고 세 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 『수레바퀴 밑에서』 등 꾸준히 작품을 출간하다가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자원입대했으나 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고 전쟁과 국수주의를 반대하는 글들을 국내외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다. 이로 인해 독일 문단과 국수주의자들에게 변절자로 몰리고 정신적 타격을 입는다.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데미안』을 출간하고, 이후에도 『요양객』, 『유리알 유희』 등 작품을 계속 출간하지만 독일에서 헤세의 작품이 출판 금지당해 그의 전집은 스위스의 출판사에서 출간된다. 1946년 그의 작품이 독일에서 다시 발간되기 시작하고 그해에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을 출간하다가 1962년 뇌출혈로 사망한다.
번역 배수아
역자 배수아는 1965년 서울 출생. 소설가이자 번역가. 지은 책으로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바람 인형』(소설집), 『철수』(중편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에세이스트의 책상』, 『올빼미의 없음』, 『독학자』,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장편소설),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에세이)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불안의 꽃』, 『나 여기 있으리 햇빛 속에 그리고 그늘 속에』, 『그곳에 집이 있었을까』, 『인간과 말』, 『눈먼 부엉이』, 『제국』, 『꿈』, 『불안의 서書』, 『현기증. 감정들』 등이 있다.
목차
- 1. 헤세의 방랑
가을이 오면
발코니의 여인
여행에 대하여
구비오
베른 고지대의 오두막에서
고향
다리
물의 동화
눈의 호사
귀향
여행하는 아시아인
동아시아에 대하여
산길
농가
시골로의 귀환
2. 헤세, 그리고 사랑
사랑의 제물
첫 경험
사랑
소나타
한 젊은이의 편지
얼음 위에서
마을
3. 헤세가 본 사람들
안과에서
행상인
어릿광대
처형
희귀본
크뇔게 박사의 최후
니나와의 재회
침대에서 신문 읽기
눈부신 겨울날
꿈
『클라인과 바그너』 중에서
4. 헤세의 생각
무위에 대하여 - 예술가의 건강법
어느 공산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짧게 쓴 자서전 중에서
헤세의 편지 중에서
수영 선수가 될 뻔한 하루
『황야의 늑대』 중에서
『요양객』 중에서
나무
두 번째 고향
나비의 아름다움
불꽃놀이
부치지 못한 편지(어느 여가수에게)
『싯다르타』 중에서
후기
사진 출처
책 속으로
지금(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는 몇 년에 한 번은 반드시 했던 일인데), 다시 한 번 칼브로 가서, 소년 시절 수천 번이나 낚싯대를 드리웠던 그 다리 난간에 십오 분 동안 걸터앉아 있게 된다면, 이 경험이 나에게 이토록 아름답고 이토록 인상적이었구나, 또다시 가슴이 저밀 만큼 깊고 기이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그 느낌, 한때 고향을 가졌었다는, 그 느낌! 한때 나는 세상의 어느 작은 장소에 있는 모든 집들과 모든 창들과 그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한때 나는 이 세상의 어느 특정 장소와 연결되어 있었다. 뿌리와 생명으로 자신의 장소와 연결되어 있는 한 그루 나무처럼. - p65
과거보다 더욱 풍부해진 목소리로, 수백 배나 더 충만한 뉘앙스로 나에게 말을 건다. 이제 나는 그리움에 잔뜩 취한 나머지 나만의 꿈의 색채로 베일에 싸인 먼 나라를 덧칠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내 눈동자는 거기 있는 사물 자체의 모습에 만족한다. 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자 세계는 예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졌다.
세계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나는 혼자지만, 혼자라는 사실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소망하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 햇빛에 온몸이 빨갛게 익도록 내버려 둘 뿐이다. 익을 대로 익어서 성숙해지기를 열망할 뿐이다. 나는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날 준비 또한 되어 있다. - p98
나는 수첩을 꺼내 농가를 스케치한다. 독일식 지붕, 독일식 서까래와 박공, 이들 친근하고 익숙한 고향의 사물들에게 시선으로 작별을 고한다. 이 작별의 순간 나는 더욱 깊은 애정으로 고향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사랑한다. 내일이면 나는 다른 지붕을, 다른 오두막을 사랑하게 되리라. 사랑의 편지에서 흔히 쓰이는 문구와는 달리, 나는 내 마음을 이곳에 두고 떠나지 않는다. 절대로 아니다, 나는 마음을 갖고 길을 떠난다. 산 너머 저 먼 땅에 가서 살 때도 나는 마음이 필요하다. 나는 유목민이지 농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불충과 변덕 그리고 환상의 숭배자다. 세상의 어느 작은 부분에 내 사랑을 못 박아 두면서 자랑스러워하지 않으리라. - p102
여름이면 여행을 떠났고, 조금이나마 예술품을 수집하기도 했지. 승마와 요트를 즐겼고 저녁에는 보르도산 와인을 마시면서 나 같은 독신자들과 어울렸어. 아침 식사 때는 샴페인과 세리주를 마셨고. 나는 몇 년 동안을 그런 환경에서 살았지만, 지금처럼 사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아.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승마와 요트, 그게 도대체 뭐가 중요한가? 약간의 철학만 갖춘다면 그 모두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임을, 그냥 하찮은 껍데기에 불과함을 쉽게 알 수 있는데 말이야. - p114
그토록 많은 격정과 희생을 치르고 난 뒤 나는 목표에 도달했다. 그토록 불가능하게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인이 되었다.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었지만 나는 세상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것 같았다. 거의 파멸하기 직전까지 갔던 학창 시절과 습작 시절의 쓰라린 경험은 웃으면서 잊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에게 절망하기만 했던 친지와 친구들도 다정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나는 승리했다. 내가 아무리 바보 같고 한심한 행동을 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매혹적인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매혹되어 있는 것조차도 매혹적이라고 생각했다. 그제야 나는 수년 동안 내가 얼마나 끔찍한 고독과 금욕, 그리고 위태로움 속에서 살았는지 깨달았다.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다는 쾌적한 기분이 참으로 좋았다. 나는 만족한 인간으로 살기 시작했다. (…) 그것을 계기로 나는 다시 나 자신으로 되돌아왔다. 다시 세계와의 불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다시금 과거의 학교에 들어간 셈이었고, 그래서 다시금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만족감을 상실했다. 이런 체험을 통해 나는 비로소 삶의 문지방을 넘어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p279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표현이다. 모든 자연은 이미지이고 언어이고 색채의 상형 문자이다. 현대의 우리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 지식에도 불구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그런 교육을 받지도 못한다. 우리는 자연과 불화하고 자연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른 시대에는, 아마도 기계 문명이 지상을 정복해 버리기 이전 시대의 사람들은 자연이 보여 주는 신비한 표정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지금 우리보다 더 쉽고도 순수하게 자연의 언어를 해독할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느낌은 센티멘털한 감상은 결코 아니었다. 인간이 자연을 대할 때 센티멘털한 감상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아마도 자연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 p310
출판사 서평
처음 만났던 느낌과는 다른, 진짜 헤세를 만나는 시간
소설가 배수아가 헤세의 산문 중 헤세적인 특성을 갖춘 작품들, 헤세의 독자적이고 고집스러운 정신세계를 잘 나타내는 내용을 담은 글들,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글들, 작품 뒤 드러나지 않았던 헤세를 알 수 있는 글 등을 선별해 번역한 헤세 산문집이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헤세의 글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헤세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설가 배수아가 선별하고 번역한 헤세 산문집
그녀를 통해 새롭게 만나는 진짜 헤세
아마도 어쩌면 한국의 독자들 중에는 헤세를 주로 청소년에게 적합한 교양 소설의 저자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틀 속에 묶기에 작가 헤르만 헤세는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모습을 갖추었으며, 시민사회적인 규범에 갇히기를 매우 직접적으로 거부하며 때로는 극단적일 정도로 개인주의와 개성을 강조해 온 작가이다. 그는 (…) 그 어떤 정해진 길도 거부하고 길 없는 길을 가는 독자적인 쾌락에 대해서, 오직 자신의 기질에 충실한 방식으로 행복을 찾는 삶에 대해서 고집스러울 만큼 즐겨 이야기한다. - 역자 후기 중에서
[도서 소개]
오래전 그땐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소설 뒤의 헤세를 만나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느낌의
때로는 삐딱하고, 때로는 인간미 넘치고, 때로는 미소 짓게 하는 진짜 헤세를.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숴야 한다”는 문구로 학창 시절의 우리를 흔들어 놓았던 헤세. 그리고 꽤 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그. 소설이 아닌, 그의 덤덤한 목소리를 통해 만난 헤세는 첫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이 산문집에는 일상을 바라보는 무겁지 않은 상념부터 무언가를 깊이 들여다보는 그만의 독특한 생각까지, 헤세를 읽을 수 있는 헤세의 생각들이 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 까칠하게 이야기하는 모습과 더불어 자신보다 좋은 내용의 우편물을 받는 이웃을 부러워하거나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인간 헤세가 있다. 스스로를 방랑자라고 칭한 그는 자신을 한 곳에 남기지 않고 떠다녔다. 그러면서 떠돌던 그 곳과 그 속의 사람들, 그리고 그 자신을 글로 남겼다. 이제 글로 남겨진 헤세를 만날 시간이다.
역자는 이 산문집에 한 가지 주제에 편중하지 않고 다양한 산문들을 모았다. 산문집 『방랑』에 나온 산문들은 가장 유명하고 한국에도 소개됐으므로 헤세 독자라면 읽어 봤을 것들이지만, 아름다운 문장들의 강렬한 효과와 더불어 가장 ‘헤세적’인 특성을 갖춘 작품이라 「나무」, 「농가」, 「마을」 세 편을 수록했다. 그 밖에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음미, 여행, 방랑에 관한 헤세의 빼어난 산문들을 넣었다. 헤세의 편지 글 중에서는 그의 독자적이고 고집스러운 정신세계를 잘 나타내는 내용들을 골라서 발췌했다. 헤세의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것으로 기대해, 그의 어린 시절을 말해 주는 「짧게 쓴 자서전」의 일부와 청년 시절의 사랑의 에피소드, 그리고 사랑과 열정의 기이한 일면을 다룬 글들도 선별하고, 여행과 무위에 대한 헤세의 사고가 직접적으로 들어 있는 글도 넣었다. 그의 인도 여행 산문집인 『인도에서』에 수록된 몇 편의 산문과 우화나 단편소설 형태의 글 몇 편과 그의 정치적 입장을 밝힌 글도 포함했다. 헤세는 음악에도 관심과 조예가 있었는데, 여기 수록된 글 중에도 음악을 다루는 작품들이 있다. 그리고 역자가 특히 좋아하는, 헤세 문학의 정수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소설 장면 몇 개를 포함시켰다. 이렇게 선별한 글들을 네 개(헤세의 방랑, 헤세 그리고 사랑, 헤세가 본 사람들, 헤세의 생각)의 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이 산문집에는 이미 알려진 헤세의 시나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헤세의 인간적인 모습과 생각을 볼 수 있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글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헤세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473246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0월 25일 |
쪽수 | 351쪽 |
크기 |
145 * 210
* 20
mm
/ 46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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