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단짠단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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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글 쓰는 사람. 꽤 많은 직종의 직업을 거쳐 글쓰기에 정착했다. 과학, 요리, 물건의 역사 등 얼핏 서로 연결되지 않는 주제의 잡다한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 뜻 없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좋아하며 그들의 작고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 글로 옮길 때, 나는 제대로 사는 것 같다. 주간지 《인천투데이》, 《오마이뉴스》, 《의회저널》 등 여러 매체에 글을 보내고 간간이 글쓰기 강의도 한다.
식성이 좋아 먹는 걸 매우 즐긴다. 자연히 음식에 관심이 많고 그에 얽힌 추억도 많다. 그 추억 중 일부가 글이 되었다. 식욕은 내 글쓰기의 원천이라 믿으며, 적당한 뱃살을 유지하며 산다.
목차
- 프롤로그
1부 한 끼 한 끼의 전쟁
부엌문 너머의 불맛과 짠맛 ◆ 돼지불고기
작은 찻상 위에 올린 화려한 접시 ◆ 김치전
차마 물을 수 없었던 레시피 ◆ 사과 마멀레이드
집안일에 서툴 수 있는 권력 ◆ 바나나튀김
어디 매운맛 좀 봐라! ◆ 두부찌개
오늘도 블랙아웃을 꿈꾸며 ◆ 술
세상의 모든 식사 담당자들에게 ◆ 참치마요덮밥
한 접시에 쏟은 피, 땀, 눈물 ◆ 잡채
자백할 수 없던 가난 ◆ 우유 급식
기대고 기대어 살아가는 삶 ◆ 볶은 김
입천장에 붙인 배추김치설 ◆ 국밥
빵 하나의 행복을 누릴 자격 ◆ 크림빵
배 속 아이와 함께 먹은 밥 한 그릇 ◆ 짜장밥
2부 다디단 하루하루
바람처럼 가벼운 배낭을 메고 ◆ 땅콩과 홍어
고집스러운 매실 한 조각의 맛 ◆ 매실장아찌
요리 못 하는 엄마와 양극단의 식성 ◆ 조미료
머리채 잡기 전 담장을 넘어온 국 ◆ 시래깃국
타르트란 말이 그렇게 어려워◆ ◆ 타르트
세상에서 가장 떠들썩한 비밀기지 ◆ 딸기 우유
귤을 향한 무한 애정 무한 욕심 ◆ 귤칩
또 한 번 꿈꾸는 수산시장의 기적 ◆ 킹크랩
달콤하고 탐스러운 젊은 날의 객기 ◆ 복숭아 통조림
시험엔 엿, 얄미움엔 호빵 ◆ 호빵
끝없는 레시피와 무한한 식탐 ◆ 브로콜리 콩 카레조림
늬들이 파르페 맛을 알아◆ ◆ 파르페
나와 함께 감자를 먹는 사람들 ◆ 삶은 감자
3부 인생의 맛은 예측불허
초보운전의 뜻밖의 안전제일 ◆ 감자 핫도그
남보다 빠른 입맛 ◆ 콩국물
사 먹는 것 VS. 직접 만드는 것 ◆ 두부 버섯 버거
나이 한 살을 덜 먹기 위한 식사 ◆ 탕수육
카레 한 그릇에 담긴 민주주의 ◆ 카레라이스
혼선이 빚어낸 맛있는 비밀 ◆ 바닷가재구이
아보카도를 빛내는 명란젓 같은 존재 ◆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
생애 마지막 음식, 당신의 선택은◆ ◆ 채소 부침개
검은 대문 집의 도사견 ◆ 오징어튀김
비법만 알려주고 사라진 친구 ◆ 바나나 우유
기억 속에 영원할 알싸한 빙수 ◆ 박하빙수
다신 동태전 따위 그리워하지 않으리 ◆ 동태전
알면서도 당하는 맛있는 유혹 ◆ 시카고 피자
4부 밥으로 챙기는 안부
추억이 스며든 ‘아는 맛’ ◆ 돈가스와 소시지
낯선 빵과 생경한 시선 ◆ 양배추 샌드위치
사랑하는 나의 강아지 리치에게 ◆ 당근죽
기억의 징검다리를 건너다 ◆ 잔치국수와 깍두기
오직 나를 위해 정성껏 차린 밥상 ◆ 상추쌈
사진 한 장으로 생긴 다국적 친구들 ◆ 토마토 계란국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벌레, 너의 이름은 ◆ 바나나 크레이프
길 위의 고단한 삶 ◆ 국물 멸치
맛없는 떡만둣국 싹 비우던 아이 ◆ 떡만둣국
내 맘도 모르고 끓어 넘친 수프 ◆ 쇠고기수프
어머니가 건네려던 삶은 계란 ◆ 삶은 계란
그날 아침 바로 그 시간 ◆ 쑥국
졸업 사진 속 아빠에게 ◆ 곰보빵
책 속으로
우린 산 밑의 낡은 집에서 6년을 더 보낸 후에야 내부에 화장실을 갖춘 집에서 살 수 있었다. 그 시절은 내게 우울한 기억으로 남았지만 깨달음도 주었다. 결국엔 모든 것이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가난은 어린 나에겐 너무 무겁고 버거운 짐이었으니까. 자신의 꿈과 행복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세 아이의 부양을 걱정하고 책임져야 했던,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내 젊은 엄마 아빠의 삶에 위로를 보낸다.
― 차마 물을 수 없었던 레시피 ? 사과 마멀레이드, 30쪽
나는 적어도 학교 안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먹는 것 앞에서 가벼운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급식을 해야 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우유가 필요하다면, 그 좋은 것, 공평하고 당당하게 다 함께 누릴 수는 없을까. 우유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먹을 수 있고, 원치 않는 사람은 안 먹어도 되는, 그 선택권이 아이에게 주어지는 상상을 해본다. 아이들에겐, 우리 모두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 자백할 수 없던 가난 ? 우유 급식, 62쪽
아이와 내가 함께 만들고 겪어온 이 모든 변화가 곧 사라질 거라니 황망했다. 동그랗고 단단해진 배 위에 손을 얹었다. 나와 함께한 14주의 시간이 부디 너에게 고통의 시간만은 아니었기를. 귓속에 눈물이 스며들었다.
다음 날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입덧은 한풀 꺾이긴 했어도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냉장고에 처박아둔 춘장과 채소들을 꺼냈다. 아직 배 속에 아이가 있다. ‘너랑 함께 먹으려던 것이니 헤어지기 전에 먹자.’ 아이의 영혼에 바치는 마음으로 짜장소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짜장밥 한 그릇을 천천히 최선을 다해 먹었다.
― 배 속 아이와 함께 먹은 밥 한 그릇 ? 짜장밥, 80쪽
다음 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매실을 꺼내 설탕에 버무려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다. 잘 모르겠지만, 뭐 괜찮을 것 같았다. 하마터면 ‘이번엔 설탕을 넉넉히 넣으세요’라는 말을 할 뻔했다. 매실장아찌에 대해선 딱 한 번 맛본 것 외에 겪은 바가 없고, 엄마와 나는 지금 경험을 쌓으며 함께 배워가는 중이며, 그 과정에 절대 진리는 없다는 걸 알면서, 또 한번 오지랖을 펄럭일 뻔했다. 매실장아찌 한두 번 망치면 어떤가. 그런다고 인생을 망치는 것도 아닌데.
― 고집스러운 매실 한 조각의 맛 ? 매실장아찌, 98쪽
우리는 경적과 번쩍번쩍하는 상향등 빛으로 아수라장이 된 도로 위에서 오직 정면만을 바라본 채 머나먼 길을 달렸다. 소스가 줄줄 흐르는 감자 핫도그를 양손에 꼭 쥐고서.
익숙한 도로에 들어설 때까지 친구의 핫도그는 한입 베어 문 상태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마저도 제대로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했나 보다. “아까 먹은 거 이제야 씹는다야.” 너스레를 떠는 친구의 입꼬리에 경련이 일었다. 집까지 바래다준다는 걸 겨우 손사래로 막았다. 조심히 가라는 인사는 건넸다.
― 초보운전의 뜻밖의 안전제일 ? 감자 핫도그, 169-170쪽
혀로 느끼는 것만이 맛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먹는 모든 소시지에는 오래전 기차에서 먹은 그 맛이 스며 있다. 천천히 그 맛을 음미했다. 칼날처럼 날렵하게 다림질한 반팔 셔츠에 오랜만에 가죽 허리띠까지 찬 아빠가 어둡고 낯선 서울의 골목을 기웃거리며 돈가스집을 찾고, 파란 투피스 정장을 입고 파마머리를 한껏 부풀린 엄마가 볶음밥에 짜장소스를 부어주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없던 맛을 살릴 수도, 있던 맛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것. 추억이다.
― 추억이 스며든 ‘아는 맛’ ? 돈가스와 소시지, 241쪽
출판사 서평
음식과 추억이 빚어낸
따뜻하고 가슴 찡한 이야기
단-짠-단-짠. 단 음식을 먹으면 짠 것이 먹고 싶고 짠 음식을 먹으면 단것이 당기기 마련이다. 매일 똑같은 음식만 맛보며 살 수 없듯 매번 같은 일만 반복되는 인생은 재미없다. 다디달고 짜디짠 사건들이 교차되기에 내일이 궁금하고 기대되는 법이니까.
『인생은 단짠단짠』은 일상에서 만나는 달큼한 순간들과 눈물을 삼키는 짜디짠 사연들, 밥은 먹었느냐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심혜진은 누구보다도 먹는 것을 즐기며 한 끼 한 끼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발견한다. 《인천투데이》, 《오마이뉴스》 등에 사연이 담긴 요리 이야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해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일의 식사에 이토록 다양한 생각과 사람, 감정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잊은 줄 알았던 추억과 맛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에 대한 가장 따뜻한 에세이다.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더하는 단맛
쓰디쓴 기억에 눈물을 삼키는 짠맛
한 끼 한 끼가 전쟁 같던 시절,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조미료도 팍팍 쓰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의 이야기에는 넓은 접시 위 반드르르 윤기 나는 돼지불고기에 대한 추억도 있다. 고기 한 점에 행복해지던 어린 날의 달콤한 순간은 부엌문 너머에서 자식들을 위해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고기를 굽던 엄마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맛있는 음식을 엄마와 같이 먹으려고 부엌문을 열자, 엄마는 방 안에 연기가 들어가지 않게 문을 닫으라고 소리친다. 오랜만에 먹는 특식에 기뻐하던 마음은 금세 눈물로 번진다.
그날 우리의 눈물은 연기에 가린 듯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무거운 가난을 통과해 이제 막 작은 빛을 보기 시작한 기쁨, 그간 쌓여온 슬픔과 우울, 힘든 나날에도 자존을 놓지 않고 살아낸 서로를 향한 고마움과 안도감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거였다. (19쪽)
인생의 단맛과 짠맛은 한 끗 차이다. 하루가 달면 다음 날은 짜고 매일 어떤 음식을 맛보게 될지 알 수 없는 삶에서, 저자의 짜디짠 추억들이 가슴 찡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힘든 시절에도 웃음은 있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이웃집 아주머니가 챙겨준 시래깃국을 ‘쓰레기국’이라고 들어 킬킬대고, 도사견이 죽어라 동생만 쫓아서 죽기 살기로 도망쳤는데 알고 보니 동생 손에 냄새가 솔솔 나는 오징어튀김이 있었던 웃픈 사연도 있다. 피식 웃다가도 눈물짓게 하고, 코끝이 찡하다가도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변화하는 세상과 먹고사는 문제
이 책에는 시래깃국과 카레라이스 같은 친근한 음식부터 킹크랩이나 바닷가재구이처럼 특별한 요리, 치밥(치킨소스+밥)과 브로콜리 콩 카레조림 등의 생소한 음식까지 등장한다. 이 음식들이 불러오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가정 방문을 한 선생님에게 촌지를 건네던 시절과 ‘커피숍’의 인기 메뉴가 파르페였던 때,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사람과 ‘번개’를 하던 시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더더욱 반가울 것이다. 저자는 직접 음식을 해 먹기 시작하면서 홀로 부엌일을 감당해야 했던 엄마의 삶을 돌아보고, 결혼 후에야 엄마의 잔소리가 가부장 권력에 대한 최대한의 방어였음을 깨닫는다. 또한 한평생 다른 사람의 세끼 식사를 걱정하는 것이 주로 여성의 몫인 현실에 물음표를 던지며, 변화하는 세상에 따라 먹고사는 문제도 달라지고 있음을 짚는다.
밥으로 챙기는 나와 당신의 안부
“식사는 하셨나요?” 누군가를 만나면 으레 건네는 물음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밥을 먹었느냐 묻고, 싫어하는 사람은 밥맛이 없다고 표현할 만큼 한국 사람은 무엇보다 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은 오늘도 고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끼니를 걱정하듯 다정한 안부를 전한다.
자신의 꿈과 행복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세 아이의 부양을 걱정하고 책임져야 했던,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엄마, 아빠의 삶에 위로를 보내기도 하고, 배 속의 아이를 떠나보내거나 오랜 세월 함께한 죽음을 앞둔 강아지에게 마지막 한 끼를 정성껏 대접하며 작별인사를 건넨다. 누군가와 이별하고 울컥 밀려드는 슬픔을 밥 한 숟가락과 함께 꿀꺽 넘겨본 사람이라면 『인생은 단짠단짠』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작으나마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319940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7월 01일 |
쪽수 | 312쪽 |
크기 |
128 * 189
* 22
mm
/ 380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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