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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영일만 어링불, 지금은 웅대한 용광로가 ‘기적’이란 눈부신 이름으로 넷이나 치솟아 있는 모래밭. 그곳에서 이 사내는 바다 노래와 더불어 삶의 실핏줄을 짰다고 한다. 고달픈 영혼의 여정에 나선 때는 고1. 방황의 언어가 끌어간 문학의 문턱에는 혼돈이 무성했다고 한다. 존재와 소멸, 집단과 개인, 규율과 일탈…… 이런 모순의 관계가 자욱이 퍼올린 안개에 갇혀 헤매었던 날들은 어느덧 사내의 내면에 아련한 무지개로 걸리고……. 청년작가로 대학을 마친 갯마을 출신은 미련 없이 서울을 떠난다. ‘공룡 서울’에 반기를 꽂았던 귀소성이 주인의 몸을 지역문화운동 중심에 세웠고, 사내는 ‘지역사회는 근대화 한국사회의 총체적 축소판’이란 시각으로 일하면서 작품 쓰고 사랑의 홍역을 앓아왔다. ‘멀쩡한 사람 잡아먹은 다음에야 바른 길로 가는’ 역사와 현실 앞에서, 여전히 꿈꾸고 있다. 문학의 원초적 반체제성이 작가정신에 싱싱하기를, 21세기에도 당대를 활보하는 ‘야만’에 맞서는 것이 작가의 진정한 행복이기를. 1958년 포항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1980년 《PEN클럽 한국본부》 주관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당선 1989년 ?현대문학? 지령 400호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 현재 포항에 살며, (사)민족문학작가회의 감사?경북지회장으로 활동 주요 작품 ?미완성의 돌?(1980), ?말뚝이의 그림자?(1983), ?새벽, 동틀 녘?(1991), ?조그만 깃발 하나?(1995), ?생선 창자 속으로 들어간 詩?(1997), ?겨울의 집?(1999), ?슬로우 불릿?(2001) 등
목차
- [ 붉은 고래 1권 목차 ]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 아르니에르에서의 목욕 / 일 파운드와 마르크스 / 집과 신사 / 무지개 / 모친 위독 / 연쇄 사건 / 한국식 / 아버지와 아들 / 비법 / 움막 / 최후 진술 / 빈센트 반 고흐 / 세 청년 / 큰시야 / 작은 고추 / 안네 / 다락방 / 서리 / 코끼리 / 객담 / 해광호 / 멀미 / 채송화 / 바람 드센 밤 / 오붓한 피난 / 빨갱이들 / 수평선 / 아주 짧은 밤 / 육군대장 / 종불알 / 어둠의 잔해 / 작은형의 '손님' / 두 노파 / 시계 / 정문섭 / 부다페스트 / 신원조회 / 왕 서방 / 베오그라드 / 소주의 힘 / 주세희 / 지각한 가족사진 / 분서와 편지 / 해물탕의 밤 / 고3 늦가을 / 첫눈
책 속으로
한반도의 분단을 쓰는 작가는 과연 경계인의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물질적 풍요의 베일을 벗겨보면 물신이 소유와 소비의 탐욕을 부추기며 상업주의가 일상을 지배하는 체제, 물질적 궁핍의 베일을 벗겨보면 절대적 권력이 판단의 자유와 개성을 억압하며 집단주의가 일상을 지배하는 체제. 남과 북의 이 대비를 경계인의 자리가 아닌 다른 위치에서 제대로 살필 수 있을까? 《작가의 말》 눈부신 인생만 아름다운가? 성공한 인생만 가치로운가? 실패한 인생은 아름답거나 가치로울 수 없단 말인가? 《1권 3쪽》 자잘한 금빛 글자들로 이뤄진 행장은 ‘이 철학자는’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무덤의 주인을 철학자로 규정하고 간추린 그의 생애를 나는 새삼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입장권을 거부하던 때의 격한 분노는 어느덧 싸늘히 식어서 처연한 비애로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관광객이든 조객이든 한 사람이 찾아올 때마다 런던 재정에 일 파운드씩 보태주는 무덤, 그러나 산 자들의 발길이 끊일 날 없고 그들의 영혼에 흔적을 남기는 소멸 너머의 존재. 《1권 20쪽》 아무리 위대한 사상가라도 그가 하나의 시대를 만들 수는 없다고 봐. 거꾸로 당대의 인간 조건이 그의 사상적 자궁이 되는 거지. 이념이 인간 조건을 낳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조건이 이념을 낳는다고 보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위대한 사상가라 해도 그의 진리가 모든 현실에서 언제나 진리로 통할 수는 없고, 오히려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과의 변증법적 대화를 부단히 지속해야만 생명력을 견지해 나갈 수 있을 거야. 물론 이 현실이란 곧 인간 조건이지. 《1권 38쪽》 인간을 이윤의 도구로 전락시킨 체제는 반인간적인 체제다. 그렇다면 인간을 조직의 도구로 전락시킨 체제는 어떠한가? 과연 어느 쪽이 더 반인간적인 것인가? 이윤의 광맥을 따라 홍수처럼 약소국으로 밀려들어가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한 인명을 살상한 제국주의를 역사는 결코 성전에 모시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이윤의 도구로부터 해방시킨다는 깃발 아래의 혁명은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한 인명을 제물로 삼아도 되는 성스런 전당이란 말인가? 빌어먹을……. 《1권 45쪽》 아, 내 곁에 형들의 체온이 담긴 편지가 있었더라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잔혹한 고문을 당하고 나서 쓰레기처럼 독방에 버려졌다가 희미하게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 그 순간의 내 곁에 큰형이나 작은형의 편지가 와 있었더라면! 육체적 고통이 얼마나 엄청난 정신적 고통으로 직결되는가를 생생히 체득한 그 시간들의 내 곁에 이 세상 무엇보다도 큰형이나 작은형의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일본의 큰형은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남한의 작은형만이라도 편지를 보내줬더라면! 육군 장교였던 작은형이 아우 앞으로 쓴 편지에다 “그러나 경욱아, 문제는 네가 꿈꾼 그 혁명의 내용에 있다.” 하는 단서를 달고 나서 구구절절 반공 이데올로기를 엮어놓았을지라도 몇 마디 따뜻한 위로만 섞여 있었더라면 결코 나는 그것을 역겹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련만. 그것이 작은형의 진짜 신념 체계였을지라도 따뜻한 위로 부분만 있었어도 마치 보신을 위해 곰탕을 마시듯 거듭거듭 읽으면서 거덜난 내 영혼을 쓰다듬을 수 있었으련만……. 《1권 88~89쪽》 고흐 미술관의 맨 마지막 자리를 지키는 작품 앞에 서서 나는 극렬한 고통에 휩싸였다. 고흐를 기리는 공간에는 그의 생의 최후를 암시하듯 그 자리를 ‘뿌리째 뽑혀 쓰러져 누운 나무’에 맡기고 있었다. 왜 나의 가슴은 그 앞에서 나무뿌리처럼 갈가리 찢어졌을까? 모름지기 그것이 나의 인생을 보여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붐비는 관람객들 틈에서 나는 이어폰에 나오는 일본어로 그 작품의 해설을 들었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그토록 발버둥쳤지만 끝내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고흐의 인생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했다. 나는 그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1권 158》
출판사 서평
식민과 분단, 열전과 냉전으로 점철된 20세기 한반도의 심해에서, 진실의 파편을 인양하여 원형을 복구하려는 작가 이대환. 그가 청춘의 대낮에서 중년의 별밤까지 삶의 단층을 다지면서 복원한 이 땅 모든 청춘의 이야기 ?붉은 고래?! ?붉은 고래?는 ?슬로우 불릿?의 작가 이대환이 3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광복 이래 한반도의 살벌한 격랑을 맏이는 조총련 간부로, 둘째는 군사정권 실력자로, 막내는 남북체제를 종단한 경계인으로 헤쳐나아간 어느 삼형제 이야기를 통해 질곡의 현대사를 조명했다. 제목인 ‘붉은 고래’는 남북의 경계를 넘나든 대가로 상처투성이가 된 주인공 허경욱의 별명으로, 한반도 분단이 발명한 상처의 색깔을 두르고 자유와 평화를 희구하며 부단히 자맥질한 이 땅 모든 청년을 상징한다. 이념 분쟁에 찢긴 한반도에서 제 삶에 옹골찬 ‘신념의 집’ 하나 지었다고, 누구는 평지에서 멀쩡하게 사는데 누구는 한평생 벼랑에서 절름발이로 살아야 했던 이 땅의 모든 청년! 이 작품은 20세기 한반도를 뜨겁게 포옹한 그들의 사상 여정을 돌아봄으로써 대화?화해?상생이 감도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21세기 사상 스펙트럼을 그려보게 하는 ‘올곧은 서사정신’의 산물이다. ------------------------------------------------------------------------------------------------ 현암사가 耳順에 이르러 7년 만에 출간하는 국내창작소설! 해방둥이인 현암사는 창립 6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의 굽이침에 마모되고 방치되어 가는 진실과 기억을 찾으려는 뜻을 다잡았다. ?붉은 고래?는 광복 이후의 한반도 반세기를 정리하고 21세기를 희망적으로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작품이어서, 耳順을 앞둔 현암사로서 그 출간 의의가 깊다. ‘출판의 위기’?‘문학의 위기’를 절감케 하는 실정에서 오랜만에 국내창작소설을 펴낸 결단에는, 분단 현실에서 ‘문학의 원초적 반체제성’으로 건강한 담론의 활성화를 이끌고 싶은 소망이 담겨 있다. 탄핵정권을 겪고 17대 국회를 맞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발견한 상생의 의지는, 그간 색깔시비로 생각의 자유를 억압당한 암흑기의 종말을 예고한다. 광복 60돌을 앞둔 대한민국이, 耳順의 경지에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을 되새기고 견지하길 희망하면서, ?붉은 고래?를 세상에 내놓는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312262 |
---|---|
발행(출시)일자 | 2004년 06월 10일 |
쪽수 | 288쪽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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