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된 임홍빈께서 편역하신 오승은의 서유기를 읽고서유기가 이렇게 멋진 작품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그리고 나오는 인물들이 이렇게나 많았었는지도 이제사 알게 되었다. 서유기에 나오는 이 세상은 동승신주, 서우화주, 남섬부주, 북구노주라는 네 개의 대륙으로 나뉘었는데, 그중 동승신주에 오래국 근처 바다 한가운데 화과산이라는 섬에서 시작된다. 하늘과 땅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돌 원숭이는 원숭이 떼를 무리 짓고 화과산 수렴동을 발견하여 미후왕으로 추대된다. 이후 수보리 조사에게서 손오공이라는 법명을 받고 도술을 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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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된 임홍빈께서 편역하신 오승은의 서유기를 읽고서유기가 이렇게 멋진 작품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그리고 나오는 인물들이 이렇게나 많았었는지도 이제사 알게 되었다. 서유기에 나오는 이 세상은 동승신주, 서우화주, 남섬부주, 북구노주라는 네 개의 대륙으로 나뉘었는데, 그중 동승신주에 오래국 근처 바다 한가운데 화과산이라는 섬에서 시작된다. 하늘과 땅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돌 원숭이는 원숭이 떼를 무리 짓고 화과산 수렴동을 발견하여 미후왕으로 추대된다. 이후 수보리 조사에게서 손오공이라는 법명을 받고 도술을 전수받는다. 사형들의 충동질에 소나무로 변신했다가 스승에게 추방당하게 되고, 화과산으로 돌아와 원숭이 떼를 못살게 굴던 혼세마왕 처치하고 다시 자리를 잡는다. 그 후 용궁에 가서 은하수 강바닥을 다질 때 썻다던 무게 1만3천5백근 나가는 여의금고봉(여의봉)을 얻는다. 죽을 때가 되어 유명계로 끌려가서는 생사부를 깡그리 지워버린다. 여의봉을 빼앗긴 용왕 오광과 저승 세계 10명의 임금 가운데 한 명인 진광왕이 저승 세계 최고 통솔자인 지장보살의 글월을 받들고 옥황상제에게 상소하게 된다. 이어 옥황상제는 천군을 파견하여 잡아들이려 하나 문관 가운데 하나인 태백금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후왕은 하늘나라의 어마감에 천마를 돌보는 집사 자리인 필마온이 된다. 별 볼일 없는 벼슬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된 미후왕은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화과산으로 내려온다. 이에 탁탑천왕과 그 셋째 아들 나타태자로 하여금 이 요망한 원숭이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리게 되나 오히려 패하게 되고 증군을 요청에 다시 태백금성이 나서게 되고, 제천대성이라는 벼슬을 새로 내주어 회유하자는 태백금성의 의견이 따라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손오공은 제천대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하늘나라에 입성한다. 옥황상제의 배필이신 서왕모가 손수 나무를 심고 가꾼 반도원이라는 복숭아밭을 관리하게 되었다. 그중 3천년마다 열매를 맺는 복숭아는 몸이 튼튼하고 가볍게 하며, 6천년마다 열매를 맺는 복숭아는 바람과 안개를 타고 날아다닐 수 있으며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었다. 9천년 만에 익는 열매는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데 제천대성은 이 반도원의 관리는커녕 익은 복숭아를 온자 독식하였다. 어느 날 서왕모가 해마다 여는 반도복숭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것을 알게 된 제천대성은 서왕모의 궁궐에 들어가 온갖 잔치음식과 술을 마시고 근처 태상노군이 거처하는 도솔천의 단약 굽는 방에 들어가 금빛 환약을 모두 먹어치운다. 천벌이 무서워 다시 화과산으로 피신하였으나 파견된 천군과 악전고투를 치렀으나 결국 잡혀 천상으로 끌려가게 된다. 형을 집행하는데 창으로 찌르고 칼로 베고 온갖 형벌이 쉴새없이 계속되었으나 허사로 돌아가고, 결국 도솔천궁의 팔괘로에 집어 넣어 뭄무진화라는 신비한 불길로 죽이려 하였으나 건(乾)곤(坤)진(震)손(巽)감(坎)리(离)간(艮)태(兌)의 여덟 가지 자연의 현상 변화를 잘 알고 있던 손오공은 화로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동남쪽으로 옮겨가 바람에 해당되는 손(巽), 즉 불이 꺼지는 위치를 잡는다. 49일이 지나 팔괘로의 뚜껑이 열리자 억눌렸던 분통이 터지면서 팔괘로를 부수고 천궁에는 또다시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급기야 석가여래가 나서고 부처님의 손바닥안에서 놀던 제천대성은 다섯 손가락이 변한 산악에 눌리게 되고 이 다섯 봉우리가 오행산이라 불리게 된다. 석가여래는 세 가지 경전을 지워 보낼 동녘 땅의 인재를 고르게 되고, 이 물음에 관세음보살이 나서 대상자를 물색한다. 이에 석가여래가 둥그런 고리 테 세 개를 보살에게 주는데 이것은 ‘긴고아’라 불리는 보물로 머리에 씌우고 주문을 외면 테가 저절로 머릿속에 뿌리 박혀 눈알이 튀어나오고 머리가 뻐개지는 고통을 받는다. 관음보살은 악명 높은 유사하 강변에서 요괴 하나를 붙잡는다. 이 요괴는 본디 하늘나라에서 옥황상제의 측근 시중을 들던 권렴대장인데, 어느 날 서왕모가 베푸는 잔치 자리에서 실수로 유리잔을 깨뜨려 그 죄로 8백대의 매를 맞고 아래 세상에 떨어져 귀양살이를 하는 중이었다. 7일에 한번씩 비검이 날아와 1백여번을 찌르는 형벌을 계속 받고 있었다. 이자를 부처님의 제자로 거두어 유사하 출신이란 뜻에서 모래 ‘사(沙)’자를 성으로 삼아주고 법명을 오(悟)정(淨)이라 지어준다. 관음보살은 또 길을 가다가 한때 하늘에서 천하, 즉 은하수를 다스리던 천봉원수였다가 술김에 월궁, 즉 달라나 항아를 희롱한 죄로 옥황상제의 노염을 받아 무거운 철퇴로 매를 2천대나 맞고 아래 세상에 쫓겨 내려온 요괴를 잡았다. 이 요괴는 사람으로 태어나려던 것이 길을 잘못 들어 그만 암퇘지의 뱃속으로 들어가 돼지의 모습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관음보살은 생김새 그대로 돼지 ‘저(豬)’자를 성으로 삼고 법명을 오(悟)능(能)이라고 지어주었다. 보살의 가르침을 받아 불문에 들어간 저오능은 불제자에게 금지된 다섯 가지 음식과 도가에서 금하는 세 가지 음식을 모두 끊고 채식을 하였다. 이렇듯 여덟 가지 음식을 끊었다고 해서 저(豬)팔계(八戒)라 불린다. 마지막으로 오행산에 이르러 손오공을 보았고 그는 이미 수보리 조사로부터 원숭이를 닮아 원숭이 ‘손(猻)’자에서 개 ‘견(犭)’변을 떼어내고 그냥 ‘손(孫)’가 성을 받았고 문중 열두 항렬 가운데 열 번째에 해당하여 깨달을 ‘오(悟)’자 항렬에 텅 빌 ‘공(空)’을 붙여 오공이라는 법명을 가진 터라 그저 오정과 오능과 더불어 경을 가지러 가는 이를 기다리게 되었다.당나라 제2대 황제인 태종 이세민이 등극한 지 13년, 당나라 건국을 위해 40여년간 수없이 많은 인명을 해치고 천형이던 태자 이건성과 아우 이원길을 잡아 죽이는 골육상쟁으로 당태종 이세민은 말 못할 번뇌와 고민을 없애기 위해 덕망 높은 스님을 초빙하여 큰 법회를 베풀게 된다. 현장법사가 다보대 위에 올라 경을 읽고 있는데 변장한 관음보살이 설법을 중단시킨다. 이어 당 태종에게 서방 세계 천축국 대뇌음사, 석가여래 계신곳에서 대승 법문을 가져와야 한다며 당부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이에 현장법사가 그 업을 맡겠다고 나서고 당태종은 의형제를 맺으며 치하한다. 이렇게 서유기는 시작된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이 더 상세하게 묘사된 내용이다. 관음보살의 행보와 반대로 손오공을 수제자로, 저팔계를 둘째, 사오정을 셋째 제자로 두며 천축국으로 가 법문을 가져온다는 얘기다.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1400년전 당태종 즉위 3년(서기 623년) 26세의 현장은 당시 나라에서 정한 출국 금령을 어기고 실크로드를 따라 3년 동안 여행 끝에 날란다 사원에 유학생으로 들어가 5년을 배우고 10여년동안 여러 나라를 순방하면서 불교의 진리를 깨치고 17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현장스님의 전기에 이것저것 섞어 재미를 첨가하여 엮은 글이다. 이 현장 스님의 고행에 감동한 당 태종은 불교번역사업을 할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그로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19년동안 1,330권을 번역하여 중국은 물론 훗날 한반도와 일보에까지 전파되어 동아시아 불교에 크게 이바지한다. 위대한 여행가이며 불경 번역가, 불교학자로서 이름을 떨친 삼장법사, 즉 현장스님은 당태종의 요구에 따라 서역고 천축 일대 135개국의 역사 지리와 풍토를 보고 들은대로 저술하여 바쳤는데 이것이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이다. 그리고 현장 스님의 제자 두 사람이 스승의 행적을 바탕으로 전기를 지은 책이 대자은사(大慈恩寺) 삼장법사전(三藏法師傳)이다. 이 전기에는 스승의 행적을 미화시키기 위해 기이하고도 괴상야릇한 전설로 색칠되어 있다. 명나라 중엽에 와서 장편 신마소설 서유기로 완성되었다. 원나라 말엽에 막내 제자였던 저팔계가 손오공과의 업적에 힘입어 목판본으로 새겨질 때 제자의 서열이 바뀌게 되었다. 16세기에 40회와 60회로 내용을 압축시킨 중편 형태의 서유기가 나타났고, 임진왜란 직전에 백회 짜리 완성된 장편소설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다.손오공과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도 중국설화와 인도설화, 토템 신앙과 상고시대 서사시까지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내려온 온갖 이야기를 오승은에 이르러 정형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인물의 묘사가 뛰어나고 그 유래를 밝히며 매 사건마다 인과응보를 얘기한다. 글을 읽다보면 지금 처한 나의 상황은 이전의 어떤 업보에 기인하고 그로 말미암아 인연이 되고 그것을 풀어야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가는 형식이다. 3권 10장의 옥토끼와 천축공주를 예로 보면 공주는 전생에 월궁에서 일하던 소아 선녀였으며 요괴는 옥토끼였는데 소아가 옥토끼를 손바닥으로 한 대 때려준 일로 업보가 되어 속세에 내려와 천축 왕비의 뱃속에 잉태되어 공주가 된 것이고 옥토끼는 얻어맞은 것이 분하고 원통해서 그 앙갚음으로 광한궁을 몰래 빠져나와 천축 공주인 소아를 납치해서 황량한 들판에 내동댕이친 것이었다.
이 책에는 해학과 풍자도 포함되어 있다. 아마도 사회풍조에 떠밀리어 초야에서 생을 마감한 오승은이 자신이 바라본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표현일 듯하다. 예를 들면 돌파리 의원 손오공이 주자국 임금에게 말 오줌 섞어 만든 알약을 먹인 것은 못나고 어리석은 임금에 대한 조롱이며, 하룻밤 새 멸법국 임금과 신하들을 까까중으로 만든 것은 분별없이 종교를 말살하려는 통치자의 폭거에 대한 조롱이다. 3권으로 된 이 책은 비교적 현대에 맞게 임홍빈 님이 편역을 하였다. 읽기 쉽고 재미있었다. 2003년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로 전 10권으로 완역한 것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한번 도전해봄직 할 것 같다. 스펙터클한 영화를 한편 본 것 같은 나른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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