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할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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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김재기
지은이 김재기
서울출생,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중퇴,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원 철학과 졸업, 현재 경성대학교 인문학부(철학 전공) 교수.
저서로는 {삶과 철학}(공저), {문화와 철학}(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청년 헤겔}, {마르크스·엥겔스 저 작선} 등이 있다.
목차
- 프롤로그 ... 9
제1장 전야 ... 14
제2장 결정의 밤 ... 100
제3장 추적 ... 197
제4장 의혹의 바다 ... 298
출판사 서평
역사 소설로서의 {알라 할림}
{알라 할림}의 시간적 배경은 서기 1499년(이슬람력 904~905년)으로 서양사에서는 중세 말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기간에 해당된다. 지리상의 발견으로 유럽의 팽창이 시작되던 시기였으며, 그 선두에 선 것은 유럽의 서쪽 변방에 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다. 유럽 인들을 대양으로 진출하게 만든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동쪽에서 유럽을 압박하고 있던 신흥 이슬람제국 오스만 투르크였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또 이 시기는 쇠락해 가던 서양 중세 체제의 모순이 폭발하던 시기였으며,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면에서 새로운 근대의 싹이 돋아나던 시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투쟁이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알라 할림}의 공간적 무대인 스페인(당시는 까스띠야와 아라곤의 연합왕국)은 바로 이러한 역사의 흐름 한가운데에 있었다.
암흑기로 불리는 중세의 전성기에 이슬람 문명이 서구 문명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유럽 내의 유일한 이슬람 지배 지역이었던 스페인은 사실상 모든 선진 문화의 요람이었고, 더 나아가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 심지어 유태 문명까지 혼합되어 문명 융합의 꽃을 피웠던 생생한 현장이었다. 이러한 문명 융합의 결과 수백 년 동안 스페인에서 흘러나온 선진 문명의 젖줄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유럽의 모든 나라를 기름지게 적셔 주었던 것이다.
서기 1499년은 이제 그러한 관계가 역전되어 과거에 선진 문명의 주인공이었던 이슬람 세력이 피정복자, 피지배자의 신세로 전락한 직후의 시점이다. 과거에 이슬람 문명으로부터 큰 빚을 졌던 기독교도들은 이제 힘으로 그들을 정복하고 나서 편협하고 배타적인 신앙을 앞세워 문명 융합이나 공존이 아닌 철저한 타자 말살의 정책을 펴 나간다. 스페인 기독교도들의 이처럼 배타적이고 야만적인 정복 정책은 그 뒤 신대륙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되었고, 결국 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스페인을 조기에 몰락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의 큰 물줄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고통, 미래의 불안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그라나다의 무슬림들이 이 소설의 중요한 등장인물들이다. 그리고 모든 역사소설이 의당 그래야 하듯 이 소설 속의 사건들도 대부분 허구이지만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가졌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쨌거나 역사소설로서의 {알라 할림}은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역사, 그러나 알아야만 하고 곰곰이 짚어볼 만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앞에 생생하게 되살려놓고 있다.
추리소설로서의 {알라 할림}
{알라 할림}은 대중소설이다. 아니, 최소한 대중소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라 할림}의 대중적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한 구성상(플롯상)의 장치이며,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추리소설이다. 물론 순수 추리소설처럼 추리 그 자체가 소설의 핵심이고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외적 모티브들은 의문의 사건들(특히 살인 사건이나 그와 관련된 사건들)이며 주인공 알리와 주변 인물들이 그 사건의 수수께끼를 추적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분명 추리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알라 할림}은 전통적인 추리소설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르다. 우선 장편이기 때문에 사건의 축이 단일하지 않고 여러 개가 교차되어 있다. 또한 이 소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명쾌한 추리 과정과 사건의 해결이 주는 카타르시스 그 자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인 사유과정 속에서 우리들이 보편적으로 겪을 수 있는 내면의 운동을 형상화하는 데 있다.
어찌 보면 추리소설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는 이러한 플롯(상대적으로 느슨하고 모호한)을 선택한 이유는 작가 나름대로의 전략에 있다. 제목이 상징하듯 이 소설은 모든 종류의 절대성을 배격한다. 사건이 있고, 단서가 주어지고, 그걸 추적하는 지성이 있지만, 모든 문제가 명료하게 드러나고 진범이 잡히고 사건이 명쾌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사태의 진상이 밝혀지지만 밝혀지는 만큼 더욱더 모호해지는 부분들이 있으며 새로운 의문들이 추가된다. 주인공 알리를 비롯해 사건의 추적자들은 자만, 이기심, 탐욕 등등의 인간적 약점들 때문에 때로는 인간으로서 불가피한 실수를, 때로는 피할 수도 있는 오류들을 반복한다.
이러한 상황이 끝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어쩌면 독자들은 책장을 덮으면서 화를 내거나 속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플롯과 서사 자체가 일종의 알레고리다. 주어진 사건을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해명하는 명탐정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줄지 모르지만 그러한 탐정이야말로 근대 권력의 화신, 푸코가 말하는 '판옵티콘'(모든 것을 감시하는 절대권력의 상징)의 상징적 사례일 뿐이다. 중세 기독교의 신이나 근대 탐정소설의 명탐정이나 이러한 절대권력, 절대적 시선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흔히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포스트모더니즘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사상이라면 몰라도 추리소설로서의 {장미의 이름}은 분명 포스트모던하지 않다! 그러나 사건의 명료한 해결을 끝내 뒤로 미뤄 버리고 약간의 모호함과 다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두는, 그래서 독자들 스스로 두고두고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선사하는 이 소설은 진정한 의미의 '포스트모던'한 추리소설일지도 모른다.
지적(知的) 교양 소설로서의 {알라 할림}
작가는 이 소설 속에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얘기, 자신의 사상이나 철학적 메시지를 소설적 장치(등장인물들의 대화, 행동, 사건의 전개 등)를 통해 유감없이 풀어내고 있다. 소설 전반에 걸쳐 깊이 있는 철학적 메시지들이 곳곳에 배어 있으며, 가장 중요한 점은 그러한 메시지들이 이야기 전개와 어울리지 못하고 생경하게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소설적 구성 속에 효과적으로 통합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영지주의나 신플라톤주의 같은 고대의 신비주의는 물론이고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자들의 사상이나 전통적인 스콜라 철학의 목소리, 합리주의, 경험주의, 실재론, 유명론, 쾌락주의, 엄숙주의 등등 온갖 종류의 사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경연장이기도 하다. 또 논리학이나 윤리학, 신학과 관련된 수많은 논쟁들이 간간이 등장하여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특히 중세 말이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신학이나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혹시 종교나 신앙에 관한 소설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제목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작가가 신학이나 종교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우리 자신의 시대와 삶의 모습에 대한 은유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독자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소득은 이슬람 문화나 신앙, 일상생활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은 서구 기독교 문명만을 편식해 온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 그 자체가 더없이 소중한 지적 영양의 균형을 제공해 줄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김재기
서울출생,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중퇴,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원 철학과 졸업, 현재 경성대학교 인문학부(철학 전공) 교수.
저서로는 {삶과 철학}(공저), {문화와 철학}(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청년 헤겔}, {마르크스·엥겔스 저 작선} 등이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31392050 |
---|---|
발행(출시)일자 | 2002년 09월 10일 |
쪽수 | 404쪽 |
크기 |
160 * 23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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