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2012):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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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와 정치풍자시를 넘어 일상시까지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보폭이 넓고 새로운 언어를 탐구한다는 평가와 해학이 묻어나면서도 서정과 실험이 접점을 이루는 말의 운용이 돋보인다는 평, 그러면서도 일상에 대한 자각과 개인의 이야기를 타인의 삶으로 확대하는 능란함도 엿보인다는 평가까지 받은 권혁웅 시인의 수상시 ‘봄밤’과 그이 직접 고른 자선시 ‘도봉근린공원’ 외 28편을 수록하였다. 더불어 고영민, 김영승, 김이듬, 유종인, 이근화, 이원, 함기석, 허수경, 황병승 등 최종후보에 오른 시인별로 각 6편의 시 작품과 함께 예심을 맡은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함께 소개한다.
봄밤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함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管)이다
그가 전 생애를 걸고
이쪽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 나왔다
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다시 직립인간이 되지는 않겠다는 듯이
부장 앞에서 목이 굽은 인간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겠다는 듯이
봄밤이 거느린 슬하,
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
이불처럼 부의봉투처럼
작가정보
저자 권혁웅은 1967년 충주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소문들』이, 평론집으로 『미래파』, 『입술에 묻은 이름』(근간) 등이, 이론서로 『시론』이 있으며, 전 세계의 신화와 괴물 이야기를 사랑의 코드로 읽은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몬스터 멜랑콜리아』가 있다. 현재 ‘몸’과 ‘사물’과 ‘동물’을 주제로 한 세 권의 에세이집을 준비하고 있다.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이다.
저자 고영민 시인은 196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하였으며, 2004년 문예진흥기금을 받았다.
저자 김영승은 1958년 인천에서 태어나 제물포고와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세계의 문학》에 「반성」 외 3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에 실려가는 』, 『취객의 꿈』, 『아름다운 폐인』, 『몸 하나의 사랑』, 『권태』, 『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 등과 에세이집 『오늘 하루의 죽음』이 있다. 현대시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저자 김이듬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독문과, 경상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1년 『포에지』가을호에 「욕조a에서 달리는 욕조A를 지나」외 6편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데뷔했으며,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명랑하라 팜 파탈』『말할 수 없는 애인』이 있다. 현재 경상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목차
- 심사 경위 제12회 미당문학상 심사 경위 하현옥
심사평 현실의 모순을 은유하는 깊은 성찰과
특유의 해학 천양희
무엇보다 쉽게 읽히는 '잘 빚어진 시' 정희성
현실 인식과 상상력의 절묘한 결합 오생근
일터에서도 술집에서도 방황하는
삶의 해석학 김인환
일상성을 뒤집는 섬뜩한 인식과
능청스러운 해학 김기택
세속의 나라에서, 세속의 주민이 되어 권혁웅
1부 수상시인 권혁웅 특집
수상작 봄밤
수상시인 자전시 도봉근린공원 외28편
수상시인이 쓴 연보 읽고 쓰는 것은 나의 운명이다
수상시인 인터뷰 여우 이야기는 늘 미완 오연경
2부 최종후보작
고영민 반음계 외 5편
김영승 비가 멈춰 외 5편
김이듬 만년청춘 외 5편
유종인 눈과 개 외 5편
이근화 차가운 잠 외 5편
이원 해변의 복서 외 5편
함기석 포로기 외 5편
허수경 이 가을의 무늬 외 5편
황병승 양각 쇼트 외 5편
출판사 서평
제12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펴내며
미당문학상이 올해로 12회를 맞이했다. 우리 현대문학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미당(未堂) 서정주 선생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미당문학상은, 지난 1년간 창작, 발표된 모든 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삼천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2012년 미당문학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예심심사(심사위원: 최정례, 이영광, 송승환, 조재룡, 류신)를 거쳐 추려진 시인 열 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본심 심사위원들(천양희, 정희성, 오생근, 김인환, 김기택)의 심사숙고 끝에 권혁웅 시인의 「봄밤」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올해 본심 심사를 맡은 김기택 시인은 심사평에서 “일상성을 뒤집는 섬뜩한 인식과 그것을 능청스럽게 풀어내는 해학”을 수상작의 미덕으로 꼽고 있다.
『2012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 「봄밤」을 비롯해 수상작가 권혁웅이 직접 고른 자선시 「도봉근린공원」 외 28편이 실려 있다. 자선시는 권혁웅 시인이 펴낸 네 권의 시집에서 고른 시편들과 근래에 발표한 시들로, 1997년 등단 이후 권혁웅 시세계의 특징과 그 변화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수상시인이 직접 쓴 연보 「읽고 쓰는 것은 나의 운명이다」, 문학평론가 오연경의 수상시인 인터뷰 「여우 이야기는 늘 미완」 등을 통해 수상시인을 다각도로 조명하여 권혁웅 시인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고 세밀하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최종후보에 오른 아홉 명의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하여 다채롭고 활기에 찬 오늘날 우리 시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해당 시인들은 고영민, 김영승, 김이듬, 유종인, 이근화, 이원, 함기석, 허수경, 황병승 시인으로 예심을 맡은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시인별로 각 6편의 시 작품도 함께 소개했다.
제12회 수상작, 권혁웅 「봄밤」
2012년 미당문학상 수상작은 권혁웅 시인의 「봄밤」이다. 수상작 「봄밤」은 술 취한 샐러리맨을 통해 매일 죽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삶과 일상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작품이다. “전 생애를 걸고/이쪽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술집에서도 일터에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는 술 취한 샐러리맨, 결국 천변 벤치에 누워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내려버리고 자신을 토해버림으로써 비소로 안식을 얻는, 비극적 아이러니가 녹아 있는 이 작품은 ‘불 꺼진 이들의 내면’으로 그려낸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함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管)이다
그가 전 생애를 걸고
이쪽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 나왔다
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다시 직립인간이 되지는 않겠다는 듯이
부장 앞에서 목이 굽은 인간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겠다는 듯이
봄밤이 거느린 슬하,
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
이불처럼
부의봉투처럼
― 수상작 「빈집」 전문
심사를 맡은 천양희 시인은 “일상시까지도 언어적 혁신과 소재의 확장을 이루어내고 있는 그의 시학은 현실의 모순을 은유하는 깊은 성찰과 특유의 해학”이 담겨 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정희성 시인은 “힘들수록 유머를 의식한다는 그의 시는 미래파의 문법과 거리가 있으며, 무엇보다 쉽게 읽히는 잘 빚어진 시”라고 평했고, 오생근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일상의 현실 속에서 포착한 소재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며, 수상작 「봄밤」은 시인의 현실 인식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인환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에서 수상작의 시어와 행간이 품고 있는 의미를 하나씩 풀어내며, 특히 이 시의 마지막 3행을 “일터에서도 술집에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삶의 해석학”이라고 평했다. 또한 김기택 시인은 “남의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삶의 비극적인 구조를 꿰뚫어보는 뼈아픈 자각이 감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를 무수한 타인의 삶으로 확장시키는 지혜도 있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2012년 우리 문학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지형도
최종후보 9인… 고영민, 김영승, 김이듬, 유종인, 이근화, 이원, 함기석, 허수경, 황병승
고영민 「반음계」 외 5편
고영민의 시만큼 서정시의 문법에 정통한 사례도 드물 것이다. 새와 나무와 꽃, 인간과 짐승과 물건들을 두루 어루만지고 끌어안는 정감 어린 목소리에서, 이러한 재료들을 빌려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유효한 어떤 가치를 문득 낯선 것으로 빚어 내놓는 데서 그렇게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의 시가 더 크고 깊게 울리는 것은 이 서정의 테두리에 금이 가고 어떤 미지의 감각이 얼굴을 드러내는 때인 것 같다. 그는 어쩌면 그가 집 지어 사는 세상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거머쥐고 움직여가는 어둡고 낯선 힘에 자주 포획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영광(시인)
김영승 「비가 멈춰」 외 5편
김영승의 시는 대쪽에 가닿는 칼날 같다. 그는 말 속에 뭔가를 가려 숨기지 않고 화려한 수식으로 치장하지 않으면서 즉각적인 힘을 발휘하는 시어를 구사한다. 우리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시집 『반성』에서부터 다기한 모습을 거쳐 시집 『화창』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탁월한 시들은 쏟아내었다. 그의 시편을 관통하는 서늘한 말들이 우리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며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존재의 진실을 파고드는 직관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최정례(시인)
김이듬 「만년청춘」 외 5편
그는 난해함의 더미에 묻혀버리고, 도발적이라는 수사에 발목이 잡혀버린, 한마디로, 뒤늦게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한, 그러나 늘 시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온 시인이다. 개인사를 우화로 변용해내는 저 탁월한 능력에서, 문어와 구어의 견고한 구분을 뒤흔들어대는 날렵한 문장의 고안에서, 터부와 금기를, 아니 그 억압의 굴레와 자행하는 폭력에 독설과 비판의 알레고리로 당당하게 맞서며 창조해낸 목소리의 독창성에서, 김이듬만큼 힘차게 밀고 나간 시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해야 할까? 이 경우, 안주하지 않으려는 자의식은 시인에게는 가장 큰 미덕이 된다. 조재룡(문학평론가)
유종인 「눈과 개」 외 5편
유종인은 크고 깊은 가슴에 뜻밖에도 섬섬옥수를 장착한 시인이다. 그의 시의 애잔하고도 유장한 호흡은 “두 개 차선을 걸치며 커브를 꺾는” 리무진의 움직임을 닮았다. 이 미려한 몸이 짚어나가는 정신의 기착지들은 오래된 옛날의 어느 시공이거나 눈 내리는 산야이거나 노을과 무덤, 새 울음과 이끼들이 차려진 고요 지대이다. 우리가 더는 현실이라고 부르지 않는 그곳의 정경을 이곳에 모셔오는 것이 그의 일일 텐데, 이렇다 할 주장을 물려두고 그 세계의 사물들을 지극정성으로 매만지고 있어 흔연한 느낌을 준다. 그는 의고와 고답에 친숙하지만 그의 말과 사물이 새롭지 않거나 그저 외따로 앉은 경우는 드물다. 이영광(시인)
이근화 「차가운 잠」 외 5편
이근화의 시는 우리 일상생활의 사소함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동시에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이 세계를 낯설게 환기시킨다. 사소하고 사소한 이들 전면의 말들을 읽다 보면 배면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우리는 그 다음 말들을 기다리게 되는데 늘 우리가 기대하는 말 대신에 예상을 뒤엎는 말들이 전개된다. 이것이 이근화의 시를 읽는 재미다. 시구와 시구 사이에 느닷없이 들이미는 이 낯선 표정을 그는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이 세계는 그리 무거울 것도 심각할 것도 없다는 태도를 특이한 어조에 실어 표정으로 전할 뿐이다.
최정례(시인)
이원 「해변의 복서」 외 5편
이원은 무엇보다 미지(未知)의 감각을 섬세한 언어로 받아적는 시인이다. 이원의 시는 시적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거나 감정이입된 주제로 환원하는 시류에서 벗어난 언어의 편을 견지해왔다. 그녀의 시는 사물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사물의 본질을 품고 있는 사물의 표면을 감각적인 언어로 포착함으로써 사물과 세계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최근 그녀의 시는 사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전자 문명에 대한 시적 사유에서 심화된 일상의 성찰과 실존의 감각을 예리한 언어로 벼려놓고 있다. 송승환(시인)
함기석 「포로기」 외 5편
함기석은 나르시시즘과 감상성이 만연한 한국의 현대시에서 매우 드문 기하학적 엄밀성으로 시를 써온 시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시는 귀한 것이다. 그는 첫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두 번째 시집 <착란의 돌>, 세 번째 시집 <뽈랑공원>, 네 번째 시집 <오렌지 기하학>에 이르기까지 언어와 사물과의 관계를 주목하고 사물에 대한 새로운 명명, 기표와 기의 사이에 놓인 간극을 뛰어넘기 위한 실존의 모험, 허무에 빠지지 않는 유쾌한 기표 놀이, 무한(無限)과 무(無)를 사유하는 수학적 상상력 등을 줄기차게 실험함으로써 언어에 대한 전복적 사유를 펼쳐온 바 있다. 함기석의 시는 언어의 우연한 효과와 감상적 표현의 열정에 의지하는 시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감성의 절제와 지성의 엄밀한 고려에 의해 발생하는 언어의 효과가 곧 ‘시’라는 것임을 자각하도록 한다. 송승환(시인)
허수경 「이 가을의 무늬」 외 5편
허수경 시인은 우울의 생리를 적시(摘示)한다. 멜랑콜리는 슬픔의 단단한 결정체가 아니다. 멜랑콜리는 비애의 응혈도 아니다. 애도의 속울음이 가슴속에 차곡차곡 저축되었다가, 어느 순간 몸 밖으로 그 무늬를 흘러 내보내기 시작할 때, 우울은 생생해진다. 그렇다. 멜랑콜리는 실체가 아니라 파문으로서만 일렁인다. “만지면 만질수록 부풀어 오르는 검푸른 짐승의 울음 같았던 여름의 무늬들이 풀어져서 저 술병 안으로 들어갔다”가 “속으로 울음을 오그린 자줏빛”(「이 가을의 무늬」) 가을의 무늬들로 자욱이 분무(噴霧)될 때, 요컨대 슬픔이 안으로 숙성되었다가 밖으로 기화될 때, 우울은 생의 근기(根氣)로 궐기할 수 있는 것이다. 허수경의 시는 우울을 환멸하지 않는다. 우울을 실존의 조건으로 공손히 받아들인다. 류신(문학평론가)
황병승 「앙각 쇼트」 외 5편
황병승의 시는 여전하다. 그의 시는 전위에 서 있다. 대상으로 깊숙이 스며들어 동화되는 서정의 직접성을 애써 배격하고, 모든 것을 메타포로 전이시키고 알레고리를 통해 에둘러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의 시세계는 늘 생경하다. 서정을 포기한 자리에 극적 대화가 수시로 개입하고 소설의 서사가 당당히 포진한다. 시인지 우화인지 콩트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황병승의 시는 여전하지 않다. 장르의 경계를 가뭇없이 허무는 해체와 재구(再構)의 공방으로, 시인이 그토록 외면하던 서정이 살포시 잠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의 뮤즈는 아무리 문전박대를 당한다 해도, 언젠가는, 어떠한 형태로든, 귀환하기 마련인가. 실수투성이의 첫사랑의 생리를 노래한 「커튼 뒤에서」와 같은 작품에서 서정의 역습을 규지할 수 있다. 류신(문학평론가)
기본정보
ISBN | 9788927803836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10월 25일 |
쪽수 | 267쪽 |
크기 |
153 * 224
* 20
mm
/ 37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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