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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일보 > 2011년 1월 3주 선정
▶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그늘과 사귀다>(랜덤하우스코리아)의 개정판입니다.
- 2011 제11회 미당문학상 수상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사라진다
지워지기 위해 잠깐 나타나는 것들
눈보라가 사람 마을과 시내와 방풍림을 쓸어안고
고요히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꼭 한 번 눈물 없이 묻고 싶었다
너의 神은 너에게
뭐라고 속삭이니
너는 어디로 간 거니
사라지기 위해 한순간을,
그러니까 갈 봄 여름을
한마디도 못 알아들으면서
개근했던 것들아
작가정보
목차
- 오래된 그늘
휴식
경계
호두나무 아래의 관찰
음복
4월
숲
나의 살던 고향
성묘
떵떵거리는
나무 金剛 로켓
수양버드나무 채찍
쉼,
소리 지옥
황금 벌레
슬프고 어지러운 그림자
문병
청명
눈꽃열차
길
생각하지 않는 사람
신비의 도로 1
신비의 도로 2
우도
빗길
길의 장례
몸
망우리 醉中
뼈 1
뼈 2
굴
詩는
동해 2
라일락 라일락
물 위를 걷다
저수지
빨랫줄
사라진다9
현대문학
백운동
절 1
절 2
沒骨
일찍 죽은 사람
그 집
그러니까
한순간도
정상 부근
천국行
세월
미동도 않는 돌기둥
흉터
내소사
거울 얼굴
얼음산
광활한 감옥
동쪽 바다
일 포스티노
눈
식은 풍경
탁본
해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ㆍ 이혜원
책 속으로
늙은 느티의 다섯 가지는 죽고
세 가지는 살았다
푸른 잎 푸른 가지에 나고
검은 가지는 검은 잎을 뱉어 낸다
바람이 산천을 넘어 동구로 불어올 때
늙은 느티의 산 가지는 뜨거운 손 내밀고
죽은 가지, 죽은 줄 까맣게 잊은
식은 손을 흔든다
한 사나이는 오래된 그늘에 끌려들어가
꼼짝도 않고
부서질 듯 생각노니,
나에게로 와서 죽은 그대들
죽어서도 떠나지 않는 그대들
바람神이 산천을 넘어 옛 동구에 불어와
느티의 百年 몸속에서 윙윙 울 때
-「오래된 그늘」 전문
출판사 서평
사활(死活)과 재활(再活)을 건너 처연히 부활(復活)하다
… 제11회 미당문학상 수상시인 이영광의 두 번째 시집 『그늘과 사귀다』재출간
'위키리크스"의 언어처럼 시대의 비밀과 존재의 어둠을 누설하면서 아픈 희망, 불온한 절망, 혹은 불온한 희망, 아픈 절망을 반어적으로 노래하는 한 경계(境界)의 경지에 닿고 있다.
-김승희 시인(「미당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제11회 미당문학상(수상작 「저녁은 모든 희망을」)을 수상한 이영광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늘과 사귀다』가 4년 만에 문예중앙시선(012)으로 복간되었다.
이영광 시인은 그의 두 번째 시집에 대해 "가족사가 어두운 그늘처럼 드리워져 있지만, 첫 시집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죽음"이 이걸 계기로 강화"(김영희, 「그러나, 사랑을 사랑해」)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시인이 밝히듯이, 『그늘과 사귀다』의 중심 소재는 '죽음"이다. "아버지 세상 뜨시고/몇 달 뒤에 형이 죽었다"(「떵떵거리는」)는 육친의 죽음을 겪으며 고요한 사색과 죽음의 탐구에 몰입하는 양상이 시집 전반에 드러난다. 「음복」「성묘」「나무 金鋼 로켓」 등으로 이어지는 장례 절차의 시편들에서, "폐가를 키우고 관을 키우고 묘지를 키워도 끝내 하나의 죽음을 이룩하지 않"으며, 죽음은 "삶의 내부에서 태어나"고, 생명들은 다시 "죽음의 내부에서 부활"(이장욱 시인)한다. 시인은 이런 죽음을 허무나 절망으로 규정짓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또한 살아 있는 "푸른 잎"과 죽어 있는 "검은 잎"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느티"(「오래된 그늘」) 나무의 그늘처럼 삶 속에 드리운 죽음의 그늘 속에서 우리 삶의 비애를 정교한 언어로 직조해나가며, 그것을 다시 삶의 의지로 환원한다. 이혜원 문학평론가의 '메멘토 모리"라는 해설 제목처럼,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삶의 근원을 상기하라는 의미. 즉, 시인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한없이 살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사활(死活)과 재활(再活)을 건너 식은 밥처럼 처연히 부활(復活)하는 뭇 생명들"(이장욱 시인)을 부르고 있다.
제상은 그의 돌상,/뼈에 붙은 젖을 물려주고/숟가락 쥐여주고/늙은 집은 이제 처음부터 다시 그를 키우리라
-「음복」부분
사람이 떠나자 죽음이 생명처럼 찾아왔다/뭍에 끌려나와서도 살아 파닥이는 은빛 생선들,/바람 지나간 벚나무 아래 고요히 숨 쉬는 흰 꽃잎들,/나의 죽음은 백주 대낮의 백주 대낮 같은/번뜩이는 그늘이었다
-「떵떵거리는」부분
이영광 시인에게 죽음은 생의 계기다. 김영희 문학평론가는 이를 "사선(死線)에 활로(活路)가 있다"고 표현한다. 이영광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두려움을 누르고,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죽음들도 정시할 수 있게 되고, 죽음을 현재의 시간에서 살아낼 수 있다. 죽음이 중요한 건 이렇게 삶 속에 들어왔을 때가 맞는 것 같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암을 몸에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앎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김영희, 「그러나, 사랑을 사랑해」)고 말하며, 죽음을 의식하고 그 앞에 자신을 열어놓는 것이야말로 삶을 더욱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아가는 길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흙탕물이 맨발을 적시듯이/전력을 다해 사람은 찾아오고/전력을 다해 가는 비 내리고/대문은 집을 굳게 열고/한 지친 그리움이 더욱 지친 그리움을 알아보리라"(「빗길」)에서처럼 '전력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그리워하는 것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들의 마땅한 몸짓일 것이다.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氣合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껴안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는 것은 또 이런 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글거리는 포옹 사이로 한 부르튼 사나이를 有心히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나무와 허공과 한 사나이를, 딱따구리와 저녁바람과 솔방울들을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멍 숭숭 난 숲은 숲字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공증을 보라 껴안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다 통과시켜 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
-「숲」전문
시집의 해설에서 이혜원 문학평론가는 이영광 시인이 "숲을 이룬 나무들에서 전력을 다하면서도 다른 존재를 구속함이 없이 자유로워지는 경지를 발견한다"고 말하며, 시 「숲」을 소개한다.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드"는 것은 시인 스스로 삶의 체험에서 깃든 것이다. 즉, 삶의 고통과 쓸쓸한 비의 속에서도 "크고 쓸쓸한 어둠을 어루만지"는 사람은 시인 자신이다. 이에 대해 이혜원 평론가는 "전력을 다해 포용하면서도 또 어떤 존재도 구속하지 않고 놓아주는 나무들이야말로 시인이 지향하는 삶의 자세를 구현하고 있"으며, 이는 "전심전력으로 사랑하면서도 구속하지 않는 것은 도구적 존재에서 벗어나 충만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바위보다도 단단한 죽음과 허무를 체감함으로써 시인은 오히려 더 깊고 넓게 대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깨닫는다."(해설 「메멘토 모리」)고 밝히고 있다.
■ 추천사
"우동 그릇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걸 피하듯/어떤 과열을 지닌 생을/나는 두려워했다/지겨워했다/사라지기 직전의/저 시린 얼음산으로 갈 수 있을까"(「얼음산」)…… 이 시집의 정신들은 올곧게 이 '얼음산"을 향하고 있다. 얼음산과 대비하여 어느 생인들 천박스럽지 않으랴. 또 어느 생인들 얼음산을 머리에 이고 있다면 장엄하지 않으랴. 이영광의 시편들은 생의 남루와 장엄을 뒤섞으며 비애의 과열을 힘겹게 피한다. 하여 그의 시편들은 훌쩍임 없는 비창이 되지만 읽는 이의 마음에 부려지는 비감은 오래오래 그 여운이 시리다. "물로는 도려낼 수 없는 흉터"(「흉터」)로 점철된 몸의 처절함, 그 흉터마다 고인 곡진했던 시간의 핏물을 찍어보면서 시인은 결국 목숨의 측은함을 꿰뚫는 시선을 얻었으리라. 때문에 시집 도처의 죽음들은 편안하게 "제상은 그의 돌상,/뼈에 붙은 젖을 물려주고/숟가락 쥐여주고/늙은 집은 이제 처음부터 다시 그를 키우리라"(「음복」)는 넉넉한 목소리 안에 누워 있다. 비애의 구구한 내력이 아닌 이미 얼음산 위에 올라앉은 투명한 비애를 쪼개어 보여주는 한 편 한 편에서 이 땅, 정신주의의 시퍼런 위풍당당을 서늘하게 우리는 만날 것이다.
-한영옥ㆍ시인
그의 시편들은 폐가를 키우고 관을 키우고 묘지를 키워서도 끝내 하나의 죽음을 이룩하지 않는다. 이 과묵한 리듬은 삶의 내부에서 태어나는 죽음을, 죽음의 내부에서 또 부활하는 형용모순의 생명들을 근근이, 유려하게, 하지만 강인하게 변주한다. 그것은 부서지지 않는 강인함이 아니라 막다른 곳에서 서서히 허물어지면서, 허물어짐으로써, 허물어지기 때문에 버티어내는 자의 강인함이다. 이 허물어지는 자의 강인함을 금강 로켓이라고 부르자. 금강 로켓은 저 육친들의 뼈아픈 죽음을 태운 관의 이름이지만, 그것은 또 사활(死活)과 재활(再活)을 건너 식은 밥처럼 처연히 부활(復活)하는 뭇 생명들의 거처이기도 하다. 이제 호두나무가 제 그늘의 키를 다섯 배로 늘이는 시간에, 비어 있는 것과 가득 찬 것이 구분되지 않는 유현한 시간에, 우리는 이 저음의 시인을 따라 한 잔의 술을 마시도록 하자. 음복하듯이, 탁발하듯이, 금강 로켓의 영원회귀를 떠올리는 한 사내의 무심결과 더불어.
-이장욱ㆍ시인
<책속으로 추가>
의자에게도 의자가
소파에게는 소파가
침대에게도 침대가
필요하다
아니다, 이들을
햇볕에 그냥 혼자 버려두어
스스로 쉬게 하라
생전처음 짐 내려놓고
목련꽃 가슴팍에 받아 달고
의자는 의자에 앉아서
소파는 소파에 기대어
침대는 침대에 누워서
-「휴식」 부분
아지랑이는 끝없는 나라
꽃상여는 끝없는 집
길은 끝없는 노래,
바람은 끝없는 몸
햇빛은 끝없는 그늘
나는 끝없는 눈
끝없는 꿈,
논둑길 걸어오는
옛날 옛날의,
어머니는 끝없는 사람
오- 끝없는 사람
-「4월」 부분
아버지 세상 뜨시고
몇 달 뒤에 형이 죽었다.
천둥 벼락도 불안 우울도 없이
전화벨이 몇 번씩 울었다.
아버지가, 캄캄한 형을 데려갔다고들 했다.
깊고 맑고 늙은 마을의 까막눈들이
똑똑히 보았다는 듯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손을 빌려서.
아버지는 묻고
형은 태웠다.
사람이 떠나자 죽음이 생명처럼 찾아왔다.
뭍에 끌려 나와서도 살아 파닥이는 銀빛 생선들,
바람 지나간 벚나무 아래 고요히 숨 쉬는 흰 꽃잎들
나의 죽음은 백주 대낮의 백주 대낮 같은
번뜩이는 그늘이었다.
나는 그들이 검은 기억 속으로 파고 들어와
끝내 무너지지 않는 집을 짓고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아주 멀리 떠나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떵떵거리는」 전문
기본정보
ISBN | 9788927802877 |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12월 30일 | ||
쪽수 | 148쪽 | ||
크기 |
125 * 204
* 20
mm
/ 224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예중앙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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