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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와 루실은 외할머니의 손에 자라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두 외고모할머니에게 맡겨졌고, 마지막으로 막내이모 실비의 손에서 성장기를 보낸다. 그들의 집은 극서부 지방의 핑거본이라는 작은 마을. 그 마을은 외할아버지가 끔찍한 열차사고로 익사하고, 엄마가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해 버린 호수가 있는 마을이었다.
핑거본 마을 사람들은 자연재해와 가족들의 부재가 초래하는 비극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집 안을 정돈하고 청소하며, 살림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집을 잘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도 결국 죽음과 상실은 필연적으로 그들을 찾아오는데….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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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원제인 『Housekeeping』은 단순히 쓸고 닦으며 집 안을 꾸려나가는 살림의 의미라기보다는 상실과 해체 위기에 처한 자아와 가족을 위해 가정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화자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삼대에 걸친 비극적인 삶에는 상실과 기다림, 사랑의 덧없음과 모든 일시적인 것들에 대한 애잔한 통찰이 담겨 있다.
작가정보
Marilynne Robinson
1947년 아이다호의 샌드포인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브라운 여자대학의 전신인 펨브로크 대학에서 1966년에 문학사를, 1977년 워싱턴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편소설로 『하우스키핑』, 『길리아드』가 있고, 논픽션으로 『모국: 영국, 복지국가 그리고 핵오염Mother Country』, 『아담의 조국: 현대사상에 관한 에세이The Death of Adam』이 있다. 「하퍼스」, 「파리 리뷰」, 「뉴욕타임스」에 북리뷰와 기고를 하고 있다.
그녀는 켄트, 암허스트,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시인과 작가들을 위한 예술학 석사과정(Master of Fine Arts) 프로그램에 교수로 참여하고 있으며 아이오와 작가협회에서 미래의 작가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은 세 번째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번역 유향란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서울 연북중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책 죽이기』 『눈 속의 독수리』 『다이애나 사랑을 찾아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토비의 특별한 여름』 등이 있다.
목차
- 한국의 독자들에게
해설
옮긴이 후기
책 속으로
할머니는 인생을 사람이 여행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셨다. 광활한 지역을 지나가는 비교적 쉬운 길로, 출발지로부터 일정 거리만큼 떨어진 지점에 여느 집처럼 평범한 불빛 아래 목적지가 기다리고 있는……. 안으로 들어가면 점잖은 사람들이 여행자를 환영하면서, 그가 잃어버렸거나 한쪽으로 치워 두었던 모든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다리는 방으로 그를 안내하는 그런 집처럼 말이다. (p. 17)
세상 사람 모두 만져서 알 수 있는 것은 만져 보고, 변하기 쉬운 것은 훼손시키다가 결국에는 보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다. 그렇게 신발은 닳고 무릎 깔개는 사람들을 앉히기만 하다가 결국에는 보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다. 그렇게 신발은 닳고 무릎 깔개는 사람들을 앉히기만 하다가 결국 모든 것은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남은 채 사람들만 계속 지나간다. 마치 과수원에 부는 바람이 누런 나뭇잎을 빼고 나면 세상에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사과나무의 지저분하고 누런 이파리로 스스로를 꾸미고 가꾸고 살을 찌우겠다는 듯이, 기껏 땅바닥에서 누런 이파리를 들어 올렸다가는 집 모퉁이의 쓰레기 더미 위에 떨어뜨리고 계속 제 갈 길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p. 100)
엄마는 남자만큼이나 키가 컸는데, 내 손으로 머리 위의 서늘한 나뭇잎을 툭툭 칠 수 있도록 이따금 나를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또 할머니가 침대에 앉아 나지막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시는 동안, 우리는 할머니의 큼지막한 검정 구두 끈을 매어 드렸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일들은 그저 우연히 일어난 것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 말고 누가 그것을 알 수 있을까? 그들의 생각이 우리 영혼이 아닌 다른 이들의 영혼에, 우리가 본 것이 아닌 다른 어둠에 더 기울어져 있는데 왜 우리가 남겨져야 하는 걸까? 난파선에서 떨어진 화물과 눈에 띄지도 않는 하찮은 난장판 속에서 소매치기를 하는 생존자로 말이다. 그것들로 말하면 그들이 사라지고 났을 때 남아 있는 전부이자, 비극적 파국이 닥쳤을 때나 눈에 띄는 것일 뿐인데……. 그러니 어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비록 루실이 신경질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휘파람을 불고 있고, 꿈속임에도 틀림없기는 해도, 완벽한 어둠이 영원히 계속될 수만 있다면 어떤 유물이나 잔해도, 우수리나 자투리도, 기념물이나 유품도, 기억이나 생각, 자취나 흔적 따위들도 전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p. 158)
출판사 서평
전미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은 현대의 고전
메릴린 로빈슨의 1980년 소설 『하우스키핑』은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받았고, 퓰리처 상 소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또한 『타임』이 창간 1923년부터 2005년까지 전 세계에서 영어로 출간된 모든 소설을 대상으로 100권의 책을 선정한 바 있는데, 여기에 『하우스키핑』이 도리스 레싱의 『황금노트북』, 이언 매큐언의 『속죄』,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등과 나란히 선정되었다. 2006년 「뉴욕타임스」가 지난 25년간 미국에서 발간된 최고의 소설 작품을 뽑는 자리에서 토니 모리슨의 『빌러버드』,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에 이어 일곱 번째로 많은 지지를 얻었고, 1987년에는 빌 포시스 감독, 크리스틴 나티, 사라 워커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2004년 두 번째 소설 『길리아드』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2004년 전미 도서비평가협회 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 2005년 퓰리처 상을 받았으며, 미국 최초의 강력한 흑인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가 아마존에서 추천 작품 첫 번째로 꼽은 바 있다.
『The Moviegoer』로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한 월커 퍼시는 “『하우스키핑』은 빛과 공기와 물처럼 날카롭고 투명한 언어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 꿈처럼 여겨지는 작품”이라 평했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메리 고든은 “메릴린 로빈슨은 시종일관 의미심장하고 다양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아주 능숙하고 교묘하게 살려내고 등장인물들은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임과 동시에 교란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미 문단의 격찬을 받은 『하우스키핑』은 21세기의 새로운 고전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상실, 고독, 사랑의 본질에 대한 놀랍도록 아름다운 시선
『하우스키핑』은 루스와 그의 여동생 루실의 이야기이다. 두 자매는 외할머니의 손에 자라다가 할머니의 죽음 후 두 외고모할머니에게 맡겨졌고, 마지막으로 정상적인 생활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던 막내이모 실비의 손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들의 집은 극서부 지방의 핑거본이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 마을은 외할아버지가 끔찍한 열차사고로 익사했고, 엄마는 절벽에서 자동차를 몰고 들어가 자살해 버린 호수가 있는 마을이었다.
핑거본 마을 사람들은 자연재해와 가족들의 부재가 초래하는 비극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집 안을 정돈하고 청소하며, 살림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집을 잘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도 결국 죽음과 상실은 필연적으로 그들을 찾아온다. 『하우스키핑』은 “고독이 행복할 수 있는가,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모든 사람들에게 같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묻는다.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등 단순하지 않은 삶의 실제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모두 잊고 있었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하면서 그때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확인케 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소설이다.
다시 한 번 우리를 심오한 문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소설의 원제인 『Housekeeping』은 단순히 쓸고 닦으며 집 안을 꾸려나가는 살림의 의미라기보다는 상실과 해체 위기에 처한 자아와 가족을 위해 가정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화자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삼대에 걸친 비극적인 삶에는 상실과 기다림, 사랑의 덧없음과 모든 일시적인 것들에 대한 애잔한 통찰이 담겨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서울대 영문과 김성곤 교수는 해설에서 “『하우스키핑』을 처음 읽을 때는, 문자 그대로 엄마 잃은 결손 가정의 루스가 엄마를 그리워하며 절실하게 가정을 추구하는 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두 번째 읽으면, 이 소설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복합적이고 더 차원 높은 하우스키핑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산문시처럼 아름답기는 하지만 반전이나 액션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두 번째 읽으면 갑자기 재미있는 이야기와 정교하게 짜여진 구조가 드러나고, 모든 것이 명확한 의미를 갖고 다가오며 쉽게 읽힌다. 메릴린 로빈슨의 순수한 감수성과 아름다운 문체는 오래전에 사라진 본격 문학의 향취를 다시 한 번 진하게 느끼게 해준다. 영화로 만들어지기 위해 쓰는 스튜디오 소설들이 주종을 이루는 요즘 문단에 『하우스키핑』은 다시 한 번 우리를 심오한 순수 문학의 세계로 데리고 간다.”라고 평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25517858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3월 24일 |
쪽수 | 310쪽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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