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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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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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당시에 뿌린 변혁의 씨앗이 오늘날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이들을 통해 당대의 문화를 읽을 수 있고,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한 시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사회의 발전, 시대의 변화, 새로움의 발견은 더뎠을 것이다. 그들은 살던 시대를 가로질렀고 한정된 공간을 뛰어넘었다. 오늘, 우리가 그들을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혜령
저자 이혜령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목차
- 문화교양총서 발간에 붙여
머리말
1장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_트라시마코스
1. 생애
2. 시대적 배경
3. 트라시마코스의 주장과 소크라테스의 비판
4. 트라시마코스의 실제 입장
5. 트라시마코스와 소크라테스의 대립점
6. 트라시마코스와 현대
2장 신라사회를 넘어서_최치원
1. 생애
2. 시대적 배경
3. 최치원의 주요 활동과 평가
4. 관련 인물
5. 인물과 문화 : 최치원의 쌍녀분 설화
3장 중국 중세의 민족 영웅과 매국노_악비와 진회
1. 들어가는 말
2. 북송의 멸망과 미증유의 동란
3. 악비 군단의 활약과 국가 보위
4. 진회의 귀환과 권력 장악
5. 두 사람의 마지막 대결
6. 맺음말
4장 중세의 부르주아 혁명가_에티엔 마르셀
1. 1356∼1358년 ‘파리의 혁명’
2. 상인조합장 에티엔 마르셀
3. 마르셀과 프랑스 대혁명
4. 엇갈리는 기억들
5장 17세기 과학과 신비주의_요하네스 케플러
1. 바로크 시대의 과학자, 신비주의자
2. 생애
3. 천문학 연구를 둘러싼 케플러와 갈릴레이의 관계
6장 18세기 영국의 여성들 펜을 들다!_블루스타킹
1. 블루스타킹 서클은 무엇인가
2. 블루스타킹은 누구인가
3. 그들의 유토피아: 밀레니엄 홀
4. 블루스타킹의 역사적 의의
7장 조선인의 친구로 남은 일본인 독립유공자_후세 다츠지
1. 건국훈장을 수여받은 일본인
2. 청빈을 실천하는 철학
3. ‘자기혁명의 고백’
4. 계급적 관점에서 본 조선해방문제
5. 조선 방문과 관동대지진
6. 연이은 인권옹호활동
7. 식민지 농촌문제와 제국주의
8.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하여
8장 앙티유 출신의 반식민주의· 반인종주의 사상가_프란츠 파농
1. 들어가며: 식민지 해방의 내면
2. 파농의 출생지 마르티니크 섬
3. 리옹 의과대학 시절, 『검은 피부, 하얀 가면』
4. 생탈방의 에스파냐 의사 토스켈
5. 블리다 병원에서 알제리전쟁 속으로
6. 식민지 해방과 여성
7.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8. 맺음말: 인간들 사이의 이 무수한 우월감, 열등감
9장 흑인 민권운동_마틴 루터 킹
1. 흑인들의 지난한 투쟁
2. 마틴 루터 킹 2세의 생애와 ‘꿈’
3. 마틴 루터 킹과 민권운동의 진전
4. ‘온건한 킹’에서 ‘과격한 킹’으로
10장 근대학문의 섭렵 과정과 다산(茶山)의 발견_최익한
1. 글머리에
2. 최익한, 간단치 않은 삶
3. 최익한의 다양한 학문과 교유관계
4. 조선학운동과 다산연구 참여
5. 그가 풀어낸 다산 정약용
6. 닫는 글
책 속으로
기원전 5세기 트라시마코스는 플라톤이 심혈을 기울여 그의 주장을 논파하고 그의 가치관을 압도하는 새로운 사회상을 제시했음에도 여전히 조금의 동요도 없이 당당하게 우리 앞에 우뚝 서 있다. 플라톤이 이미 깨달았듯이 악은 논파되었다고 해서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 스가 철학의 요체란 해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혁에 있다고 말했던 것도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철학이 끊임없이 이론을 넘어 예언자적 실천을 강조하는 까닭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pp. 36-37
최치원이 귀국한 후 신라에서의 교유 관계는 김준 외에는 전하는 기록이 없다. 『삼국사기』 「최치원전」에는 진성여왕 7년 (893년) 에 김준이 혜성군 태수로 있다가 고주사(告奏使)에 임명되었고, 당시 부성군(富城郡) 태수로 있던 최치원이 하정사(賀正使)로 임명되어 함께 당나라에 갈 예정 이었으나 도적으로 인해 길이 막혀 가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또 『동문선』에 최치원의 송별시가 남아 있을 뿐이다. 겨우 이 두 기록을 통해서 두 사람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지우 관계라는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pp. 63-64
오늘날 항저우의 서호 남쪽 기슭에는 악비의 사당이 있고 여기에 악비의 묘소가 마련되어 있다. 그 묘소 입구에는 진회 부부의 철제 조각상이 있는데, 그들은 옷이 벗겨진 채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악비의 사당과 묘소에 참배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며 그들을 향해 침을 뱉기도 한다. 지금에 이르도록 중국의 민중에게 있어 악비는 남송 초의 위기 국면에서 국가를 구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반면, 진회는 금에 나라를 팔아넘긴 매국노라 매도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pp. 93-94
지금도 파리 시청 앞 광장을 돌아서 센 강변 쪽으로 가다 보면 청사 측면을 등지고 서 있는 마르셀의 기마상을 볼 수 있다. 그는 칼을 빼어든 손에 아마도 그의 개혁안이 담겨 있을 두루마리 문서를 움켜쥔 채왕궁과 모직물상들의 거리가 있었던 시테 섬 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파리 시 청사 곁을 지키고 서 있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일단 그는 메종 오 필리에로 불리던 그레브 광장 근처의 건물을 매입하고 이곳에서 시정을 보았으니, 바로 현재의 파리 시청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하지 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의 좌절된 정치적 야심과 실험이 먼훗날 프랑스의 운명을 바꾼 일대 격동을 예고했고, 그리하여 그의 이름이 후대의 역사적 기억 속에서 중요한 정치적 상징성을 띠게 되었다는데 있을 것이다.
p. 120
블루스타킹 서클은 영국의 페미니즘 문학 (여성작가의 문학이든, 남녀평등을 내세우는 작품 모두를 의미하든) 의 전통에서 분명히 일정 정도의 역할을 수행 하였다. 그들은 여성만의 자리, 즉 그들만의 공간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게다가 블루스타킹은 근대 이후에나 등장하는 페미니즘 운동의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자매애를 선구적으로 실현하였다.
p. 168
출판사 서평
“인물로 보는 모순과 부조리의 역사 현장”
불의한 사회가 바뀌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이 필요한 걸까.
변혁의 깃발을 먼저 들고도 새 시대의 문을 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흑인이라는 덫에 매였고, 여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신분제에 갇혔다.
한 개인의 삶으로 보면 결코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들이
뿌린 씨앗은 그들 사후에 열매를 맺었다.
그들의 몸부림을 보면 한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가 보인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터 킹의 저 유명한 연설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이든 새로운 세계를 열망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현실을 비판하며 미래를 꿈꿨다. 혁명가 에티엔 마르셀은 프랑스 왕정사 최초로 반귀족적 개혁을 주도하다가 암살되었다. 이로써 프랑스 시민혁명은 좌절되었다. 최익한은 삼일운동 직후 임시정부 군자금 모금원으로 활동하다가 옥고를 치렀다. 변혁이란 그토록 힘든 것이었던 걸까. 아니면 그들의 이상이 애초에 달성 불가능한 꿈에 불과했던 걸까.
비주류의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뛰어났던 문장가 최치원은 사회적 전환을 주도하지 못하고 은거하였고, 프란츠 파농은 알제리 독립운동에 투신했지만 독립 후 알제리의 내전과 독재 때문에 그가 꿈꾸던 이상은 빛이 바랬다. 시무책을 진성여왕에게 올려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하였으나 중앙귀족의 반발로 좌절을 맞봤던 것은 필시 최치원이 신라시대 6두품이라는 신분상의 한계에 발목 잡힌 것이리라. 프랑스 리옹 의과대학에서 학위 논문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때문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이렇듯 그들은 하나같이 당대의 비주류였다. 그러나 오히려 낮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현실의 모순을 간파할 수 있었다. 모순을 목도한 이상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들, 꿈꾸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던 이들, 그들에겐 생애를 걸고서라도 반드시 이룩하고자 했던 목표가 있었다.
정의를 세우는 길로 한 걸음씩
소크라테스는 트라시마코스의 주장에 모순이 있음을 밝혀냈지만, ‘정의는 강자의 이익일 뿐’이라는 트라시마코스의 말은 오늘날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만만치 않다. 후세 다츠지의 정의의 기준은 고국의 이익이 아니었다. 그는 오직 자유, 평등, 인권이라는 이념에 복무할 뿐이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 수많은 조선인들을 변호했다. 조국 일본에서 버림을 받더라도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에 매진해야만 했던 것이다. 블루스타킹으로 불린 일군의 영국 여성 문학가들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문화에 반기를 들고 직접 조직을 꾸려 토론을 이끌어나갔다. 설사 블루스타킹이라는 명칭이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지적인 여성에 대한 압력이나 비난이 드세게 일어났지만 여성이 아니라면 여성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자각이 그들 손에 펜을 쥐어주었다. 이제 우리는, 지식인 그룹으로서 여성을 후원하며 문화적 산실 역할을 일임했던 모임으로 그들을 기억한다.
불가능한 꿈이 실현되다
마틴 루터 킹이 남긴 유산은 미국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인종차별 청산을 추동하는 근간이 되었고, 에티엔 마르셀의 야심과 실험은 훗날 프랑스의 운명을 바꾼 일대 격동을 예고했으며, 일제치하에서도 국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최익한 덕분에 오늘날 다산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이 뿌린 변혁의 씨앗이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사회의 발전, 시대의 변화, 새로움의 발견은 더뎠을 것이다. 여기, 그들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그들은, 살던 시대를 가로질렀고 한정된 공간을 뛰어넘었다. 오늘날 그들을 다시 보는 이유다. 한 인물로써 당대의 문화를 읽을 수 있고, 거대한 역사의 흐름 한 시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책속으로 추가]
일본의 패전과 더불어 후세는 다시 웅대한 모습으로 민중 앞에 나타났다. ‘출옥 자유전사 환영 인민대회’에 참가하여 연설함으로써 그의 존재를 세상에 다시 알렸다. 그리고 자유법조단을 다시 결성하여 변호사로서 다시 활약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후세는 새로운 평화헌법의 보급과 계몽에 힘쓰고, 미점령군과 일본정부의 횡포로부터 재일조선인의 권리를 획득하려는 투쟁에 전력했다.
p. 193
파농은 보이지 않는 권력, 횡포, 우월감, 열등의식, 오만, 공포, 추종, 경멸, 무례, 그것들을 식민지 지배자들도, 지배를 받은 이들도 내장 속으로부터 박박 긁어내야 흑인이든 백인이든 유색인이든 서로가 인정하는 전망이 열리리라 보았다. 1960년대 미국 흑인 민권운동이 파농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도 이 경멸과 인정의 문제를 그가 강력하게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p. 222
킹은 베트남 전쟁을 인종주의와 빈곤문제와 연결시키고, 베트남 전쟁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부 빈민가 흑인을 구제하기보다 베트남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미국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했고, 그의 비판의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그는 “미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폭력 조달자가 되어 가고 있다”고 공공연히 비방하였고, 이러한 메시지는 전 세계로 전달되었다. 킹이 암살당하기 정확히 1년 전 ‘이제는 침묵을 깨야 할 때 (A Time to Break Silence) ’라는 제목의 강연에서도 그는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인종주의와 빈곤에 맞서서 싸워야 할 자원을 전쟁에 낭비하고 있다며 미국인들의 가치 혁명을 촉구했다.
p. 247
최익한의 삶과 활동은 파란 많은 한국근현대사의 격랑을 헤쳐 살아온 역사로서 한학과 근대학문을 섭렵하면서 우리나라 근대학문의 근원을 형성해 나가는 데 일조하였으며, 특히 다산학 연구의 기틀을 닦는 데는 누구보다도 공헌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활동이나 학문적 성과는 어쩌면 시대적 소명일 수도 있다. 그 시대를 고민하는 여러 사람들과 교유를 통해 서로 다듬어 나갔다. 그런 점에서 최익한의 학문에 영향을 준 인물은 수없이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p. 283
기본정보
ISBN | 9788920028779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1월 13일 | ||
쪽수 | 292쪽 | ||
크기 |
153 * 226
* 18
mm
/ 44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화교양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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