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의 언어 표현을 그대로 살리면서 철저한 주해로 이해도를 높인 국문학자 전규태 교수 의 역작. 사도세자와 혜경궁 부부, 그들의 아 들 정조의 한 맺힌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중록》은 저자 혜경궁 홍씨의 남편 사도세자(장조莊祖)가 죽기까지의 비극을 궁중의 비사秘史와 함께 곁들인 실기적인 수필로서, 그 표현 형식이나 구성이 매우 소설적이라 여러 차례 TV드라마화 되기도 했다.

혜경궁 홍씨가 《한중록》을 쓰게 된 동기는 그녀가 환갑이 되던 해인 정조 19년에 친정 조카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그 후 순조 원년인 67세 때와 그 이듬해, 그리고 71세 때 각각 작성한 이본異本이 있다. 이 가운데 맨 처음 쓴 글이 대체로 여유 있는 심경에서 집필한 것이고, 그 후의 것은 다분히 정치성을 띤 ‘목적소설’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영조와 사도세자, 즉 부자지간의 성격적인 특징의 부각은 매우 적나라하고 섬세하며, 또한 사실적이다. 사실의 배후에 자리하고 있는 이질적인 성격의 갈등 표출 같은 것은 놀라울 만큼 예리한 데가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궁중의 음모 등이 그대로 드러난 사실적인 기록문학으로 문학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또한 이 작품은 충격적이고도 파란만장했던 사건들이 얽혀 소설적 구성을 더해 주고 있으며, 우아한 궁중 문체는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사도세자는 정신적인 착란으로 그렇듯 처참한 변을 당하게 된 것이라 하지만, 이것이 반대파에 의해 조작된 것인지, 아니면 은밀한 시약施藥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아무튼 사도세자는 당시의 당파 싸움에 의해 희생된 비운의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이 작품은 자기 남편의 참사 사건을 손수 서술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고 진진한 데가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작중 인물의 성격 분석 및 당시의 궁중 생활의 특성과 사색당쟁四色黨爭으로 극심하게 분열된 지배 계급이나 지배 계층의 이면 세계와 사회상 등에 대한 좋은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 1988년 새마을문고용 선정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