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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글) 유재인
기관의 예산에 국민의 세금이 가구당 75원 꼴로 포함되는 모 공사에서 일하는 말단 행정직 사무원. “해동되는 꼴뚜기 춤”으로 유명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보컬 장기하 군과 동갑내기로, 그의 사인 CD를 소유하고 있다. 명문대에는 절대 못 간다는 점쟁이의 불길한 예언이 있은 후 1999년 11월 17일에 치른 수능시험에서 놀라운 찍기 신공을 발휘, 이대 나온 여자가 되었다.
대학에선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나, 3학년까지 신문은 폼으로 끼고 다니기만 했다. 시종일관 연애만 하는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나오는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을 보고자란 영향으로 1점대에서 비실거리는 학점을 유지했다. 졸업이 가까워오면서 뒤늦게 현실을 직시, 맹렬히 공부에 돌입했으나 2년에 걸쳐 줄기차게 입사시험에 낙방하였다.
백수 3년차부턴 애초에 목표했던 직업적 이상을 포기, 취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조건이 맞는 모든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지만 지속적으로 취업에 실패, 이유 없이 명랑발랄하던 성격은 회의적 운명론을 신봉하는 침울한 캐릭터로 변모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2005년 12월 30일, 우연히 읽은 책 줄거리를 써낸 입사시험에서 합격, 마침내 온 국민의 우환인 청년실업자를 탈피하여 봉급쟁이가 되는 데 성공했다.
천신만고 끝에 입사한 회사에서 맡은 보직은 행정직, 하는 업무는 주로 공문서식에 따른 고전적인 문서작성, 엑셀 표 속 숫자를 더하거나 빼기, 작성한 표를 한글 문서에 붙인 후 표 모양을 수정하는 등의 일을 한다.
축구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아시아투어>라고 쓰인 줄을 사원증 목걸이 줄로 패용하고 있다. 회사 이름 박힌 목줄 거는 게 싫어서. 하지만 이런 소심한 반항으론 회사에서 짤릴 만한 문서규정이 없어 계속 밥벌어먹고 산다. 어쨌든 시키는 일은 대부분 성실히 수행하는 참한 사원에 속한다. 장래희망은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 그리고 신랑이 스스로 분리수거 봉투를 집어 들고 대문 나서는 걸 목격하는 안사람이 되는 것이다.
목차
- INTRO 백수열전熱戰
그래, 꿈이 이루어집디까? 10
백수의 가족은 프랑스적으로 고통받는다 16
자기소개서 쓰는 밤 20
신문지를 오리며 23
벼룩의 간을 도난당한 날 28
병원에서 깨우친 살벌한 진실 31
나는 합격자다 35
1부 말단행정 잔혹사
봉급쟁이 42
정산은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습…… 47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49
운명은 가해자를 남기지 않는다 52
선배님, 당신의 길을 따르렵니다 58
우리 회사에 개가 있다면 61
상처에 뿌려진 왕소금 65
성공하는 직장인은 일할 시간에 말만 한다 68
이 땅의 대학생들에게 75
간부체질 DNA 78
자아에 대한 원치 않는 발견 85
행정이란 무엇인가 88
2부 좌절금지 청춘직딩
스물여덟살 동갑내기 장기하 96
워크숍의 풍경 101
일 년 전 오늘로 다시 돌아간다면 107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 111
코져 상황 114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121
행정인들을 위한 창조적 글쓰기 강의 123
사이트는 지난여름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136
정규직 후배와 맞바꾼 양심 140
비마타이거 145
당신의 거울뉴런은 안녕하십니까 148
일이 하기 싫어요? 151
인사발령=흥행 보증수표 막장 드라마 153
소띠 아빠 155
3부 마이크독식사회에 반대한다
이십대, 까도 우리가 깐다 164
근면의 도덕 171
검색하는 지식인 179
걔 어느 대학 나왔니? 186
명품에 배알 꼬이는 네 찌질함을 옹호한다 189
점보는 건 돈지랄? 196
고기로 태어난다는 것 201
자기 앞의 책 207
그렇게 가는 거지 211
OUTRO 오프 더 레코드
이쁜이 커뮤니케이션 216
명절 서바이벌 221
예의 있는 남편 만들기 229
시대가 갈라놓은 연인들 232
여성들을 위한 인터넷 사용 매뉴얼 237
나의 염소 243
아이팟 나노 레드 247
아빠가 돌아왔다 249
할머니 할아버지 좀 짱이셔 251
야구중계의 국영화를 꿈꾸며 254
에필로그 260
책 속으로
지금 나는 회사고 우리 팀 사람들은 다 퇴근했다. 12월 31일 종무식이 끝나면 공식적인 업무도 끝나는 게 이 회사의 전통이다. 근데 나는 12월 31일 팀 통장에 잔고가 0원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집에 못 가고 있다. 잔고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오늘 중으로 들어올 돈을 회계 팀의 통장에 이체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유는? 모른다. 확인해보니 딱 3만 원이 안 들어왔는데, 내 돈 3만 원을 입금시키고 집에 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문득 내가 이 일을 하기 전에 같은 일을 담당했던 선배가 이와 비슷한 얘기를 본인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기억이 나서 뒤져봤다. 그때도 선배는 통장 잔고가 0이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세 문단에 걸쳐 장황하게 쓰고 있었다. 공감 간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하진 않다. 행정을 하다 보면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도도한 이성적 사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게 된다. (88쪽)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 마을에 살았더래요”라는 노래가사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 곧 눈이 맞을, 다소 까진 십대 후반의 동네 청소년이 떠오르나.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학생. 하지만 나는 어엿한 사회인. 저 문장을 보면 평생 ‘갑질’만 해왔던 두 기관의 예고된 만남이 연상된다. 여기서 잠깐. 19세 미만의 학생들은 ‘갑질’이라는 단어를 모를 수도 있다. 어감이 좀 세서 그렇지 야한 단어는 아니고, 그냥 합성어다. 점잖게 이야기하자면 ‘갑의 역할을 다하다’ 정도의 뜻인데 사전에는 안 나오는 단어라 찾아볼 수는 없다. 어쨌든 회사 생활에선 이 표현이 자주 쓰인다. 용례로는 “갑질하고 있네” “갑질도 정도껏 해야지” “네가 벌써 갑질부터 배웠구나” 등등이 있다.
예를 들어서 수학문제를 떠올려보자. “갑을병정 네 사람 중에서 회장 1명과 부회장 1명을 뽑으려고 한다. 경우의 수는?” 4×3=12이므로 열두 가지 경우가 나온다. 답이 열둘이건 아니건, 사회에서는 무조건 갑이 회장이고 을이 부회장이다. 병이 제일 공부를 잘할 수도 있잖아? 정이 제일 잘생겼을 수도 있잖아? 그럴 수도 있지.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무조건 갑이 회장이고 을이 부회장이다. 다른 경우의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갑이 을에게 돈을 쓰는 사람이고 을이 병에게 돈을 쓰는 사람이고 병은 정에게 돈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서열이라는 게 그렇다. (114~115쪽)
입사 후 처음으로 내 눈에 눈물이 맺혔던 순간은 상사에게 줄 간격과 글자 폰트 등에 대해 꾸지람을 들었을 때였다. “첫 문장 들여쓰기는 3칸. ‘첨부’의 폰트는 ‘제목’의 폰트와 같은 것으로, 본문 말머리 번호는 1-> 가 -> 1) -> 가) 순으로 해야 하는 거다. 행정직이 이러면 아무리 훌륭한 기안을 올려도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 나는 외모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고 형식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고, 무질서한 형식 속에서 금쪽같은 내용을 간파해내는 통찰력도 인간이 가져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배웠기에 상사의 당당한 지적이 실로 의아했다.
허나 바야흐로 삼 년이 지났다. 꽃이 피었든 꽃은 피었든 꽃마저 피었든 상관없이 기안문 각 제목의 앞줄이 들쑥날쑥한 것에만 예민했던 상사님들에게 지속적으로 결재를 받아온 결과, 나는 이제 들여쓰기 3칸을 위해 스페이스바를 3번 내리치며 희열을 느끼는 경지에 이르렀다. (125쪽)
영예로운 386선배들은 잘 닦인 훈장을 가슴에 달고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우리를 닦달한다. 이십대여, 웅얼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너의 목소리를 높여라!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보다 세대간 불균형이 심한데, 일찌감치 사회에서 자리 잡은 어르신들은 고도화된 신자유주의 틀 안에서 이십대를 착취하여 세대간 간극은 더욱 심해진다. 나누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을 먼저 배운 우리 이십대는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승자독식의 논리부터 배운다. 그래서 우리는 실용이나 이기에 의해 움직이고 정치나 가치에는 관심을 끊는다. “너희들은 윗세대로부터, 사회로부터 혹사당하고 있다. 어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이 지점에서 나는 흥, 하고 콧바람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레토릭이라도, 이건 참…… 386다운 주문인 것이다.
선배님, 우린 그딴 식으로 안 하는데요. (167쪽)
출판사 서평
1. 마이크독식사회에 반대한다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에서 대한민국 이십대를 이렇게 규정한다.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승자독식사회에서 ‘연대’보다 ‘경쟁’을 먼저 배우고 익힌 세대. 실용이나 이기에 의해 움직이고 정치나 가치에는 관심을 끊고 오로지 ‘스펙’에 목숨 거는 세대. 경쟁에서 패배한 대다수는 백수 또는 비정규직 또는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기약 없는 88만원짜리가 되는 세대. 그리고 이러한 양극화는 ‘장기하’와 『백수생활백서』로 대변되는 루저 문화를 양산한다. 그리하여 투쟁하려는 의욕은 애초에 없고, 발언권을 주장할 줄 모르며, 설득되지도 않고, 감동하지도 않으며, 방구석에서 혼자 웅얼거리는 이기적인 은둔형외톨이라는 인물상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분석과 비판과 논쟁에서 정작 주인공인 이십대는 소외되어 있다. 이십대를 논하는데 이십대가 아니라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가 이십대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갑론을박하는 상황. 걔들은 이렇더라. 아니, 내가 보니까 걔들은 저렇던데? 걔들한테도 물어볼까? 아이고, 걔들이 뭘 알아. 근데 걔들은 왜 그러는 거야? 걔들은 원래 싸가지가 없어서 그래……
이 토론에서 주인공인 ‘걔들’은 구경꾼이고 들러리고 방청객이다. 마이크와 카메라가 잠깐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그건 마이크를 쥐고 있는 패널들, 아저씨들, 어른들, 386들이 논하는 대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연출, 즉 설정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시끌벅적한 논쟁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이십대는 어떤 의견일까?
답은, “386선배님들, 회사에선 정치 얘기 그만 하시고 일 좀 하세요.”
2. 이십대가 말하는 대한민국 이십대
기성세대는 착취를 위한 권력과 수단과 방법만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선전과 설득과 회유를 위한 마이크와 지면도 독점하고 있다. 세대간 권력투쟁에서 이십대가 늘 패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파피루스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지 않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다”라고. 즉, 젊은것들은 죽은 뒤 3천 년이 지나도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책의 출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십대를 논할 기회를 기성세대가 선점하고, 그의 발언이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각종 지면’들이 협력하고,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지면과 발언권과 마이크를 독점하게 되는 승자독식의 구조가.
그래서 지금까지 이십대가 쓴 이십대 이야기는 하나같이 ‘그들만의 리그’ 혹은 ‘찌질한 애들이 지들끼리 낄낄거리는 얘기’ 그러니까 ‘엄청 인디하고 언더하며 프린지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였다. 그게 아니라면 웹상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이빨 쎈’ 파워블로거들이 방문객수 30만을 돌파할 때쯤 블로그에 끼적거린 내용을 휘리릭 긁어서 묶는 책들. 그러니까 이십대는 저자 지명도 경쟁에서도 확실하게 윗세대에게 밀리는 것이다. 도대체 이십대가 뭘 안다고 책을 쓰냔 말이다.
이러한 지적을 들은, 책을 쓴 이십대 1人의 의견은?
“그러니까 난 아직 이십대인 것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믿기엔 살아가야 할 날이 쫌 많다.”
3 우리가 무슨 봉입니까
『위풍당당 개청춘』의 저자 유재인은 이십대 직장인이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회사 가기가 너무 싫어서’였다. 원래 되고 싶었던 꿈은 기자였지만 2년에 걸친 입사 시도에서 줄줄이, 우수수, 와르르 낙방했다. 취업시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이 되지 못한 그는 결국 꿈 대신 ‘봉급쟁이’를 선택했다. 백수로 삼 년을 지내다 보니 “어디선가 일만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고 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와 넉 달쯤 지나자 캠퍼스에서 배운 “잉여지식은 자의식에 상처를 주는 데” 쓰이기만 할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문서작성을 위해 폰트를 고르거나 테두리 두께를 0.4밀리미터로 고치거나 첫줄 들여쓰기 3칸을 위해 스페이스바를 3번 내리치는 일에는 푸코도 들뢰즈도 베네통도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회사원들이 그러하듯이 잘하려고 너무 애쓰는 대신에 “하찮은 일만 하는” 사원이 되어 고요히 정착하기에 이른다.
성장의 시대에 태어나,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꿈을 꾸는 부모 밑에서 자신이 매우 특별하다고 믿으면서 자란 “꿈나무”. 그러나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착취와 갈등의 구조는 견고하되 적은 사라진 시대에 철저히 경제논리로만 소모되는 이 세상의 모든 약자들, ‘을’들의 애환과 고달픔에 공감하게 된 평범한 직딩. 그의 눈에 포착된 회사생활의 모습은 대충 이렇다.
등장인물은 입기획, 입개발, 입사업, 즉 일보다 말을 더 잘하는 동료, 법인카드로 낮술 먹고 잠자는 상사, 자리에 있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는 윗분, 노조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 나오는 후배를 골치아파하는 선배, 취업대란 시대에 걸맞게 경력이 5년에 달하는 신입 후배, 그리고 그들이 벌인 일을 뒤에서 수습하느라 개고생을 해야 하는 말단사원 등이다. 여기에 협력업체와 제휴업체의 수많은 ‘을’ 또는 ‘갑’이 카메오로 출연하여 서로 싸우고 무시하고 참고 견디며 밥 벌어먹고 사는 일의 찌질함을 각양각색의 스펙트럼으로 펼쳐 보여준다.
4 공감과 유머로 무장한 섹시한 에세이스트의 탄생
『위풍당당 개청춘』은 이십대가 말하는 대한민국 이십대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이 책을 요약하는 한 문장이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요약할 것이다.
『위풍당당 개청춘』은 이십대 직장인이 말하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이야기다.
그렇다. 이 책에는 모자란 것도 잘난 것도 없는 어느 말단사원이 바라본 우습고도 서글픈 회사 풍경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지금까지 그 풍경을 만들어왔고 답습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진짜 이십대는 물론이고 기성세대를 비판하며 청춘을 불살랐던 모든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가 다 여기 들어 있다. 여기에선 아무도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며 젠체할 수 없다. 누구 하나 예외일 수 없는 당사자들이다.
지금까지 ‘봉급쟁이’란 주제는 너무나 제너럴해서 누가 정색을 하고 얘기하려 들면 대개 외면당해왔다. “군대 너만 갔다 왔냐” “애는 너만 낳아봤냐”처럼, 경험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어지간한 입담 가지고 이런 얘기 꺼내면 쪽팔린다. 한 마디로 게임이 안 되는 것이다. 누구나 사연은 있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유재인의 에세이는 그 평범함을 솔직하게, 담백하게, 오버하지 않고 이야기하여 독자를 낄낄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누구나 겪어봤지만 너무 미미하고 가볍고 사소해서 뭐라 형언하기 힘들었던 디테일들을 정확하게 포착해 태연하게 말해버린다.
딴지총수 김어준은 유재인의 에세이를 읽고 이렇게 코멘트했다. “오로지 텍스트만으로 이렇게까지 섹시할 수 있다니. 브라보!” 그렇다. 유재인의 에세이는 섹시하다. 도발적으로 들이대지 않으면서도 도발하고, 웃기려고 몸개그를 날리는 것도 아닌데 독자에게 큰웃음을 주는 유머감각이 곳곳에서 번뜩인다. 그 근원에 놓인 힘은 어쩌면 저자의 따뜻하고 해맑은 풍자 능력에서 나오는지 모른다. 우리의 결함과 결핍을 위무하는 따뜻한 시선에서 비롯된 풍자. 모순과 부조리, 불합리와 불공정이 일상다반사인 세상에 대해 그저 관찰하고 냉소하는 제3자가 아니라 내 편이 되어 옹호해주는 목소리. 그래서 유재인의 에세이를 읽으면 속이 후련하고 가슴이 찡하고, 뭔가 울컥해진다. 감동이 있는 것이다. 이런 에세이스트가 아직 이십대라는 사실에 감사할 일이다. 계속해서 우리 편이 되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테니까.
기본정보
ISBN | 9788901105734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2월 05일 |
쪽수 | 264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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