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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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각자의 수사 스타일과 독특한 개성을 지닌 F현 경찰청 소속 형사들이 강력 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과, 범죄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짧은 문장을 빠르게 나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을 압축적으로 묘사하였다.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는 용의자의 가짜 알리바이를 깨뜨리는 〈침묵의 알리바이〉, 공소시효 만료 일주일 전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펼쳐지는 함정수사를 그린 〈제3의 시효〉, 베테랑 조사관의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는 각 반장들의 선의의 경쟁을 다룬 〈죄수의 딜레마〉 등 개성 넘치는 F현 경찰청 형사 반장들의 활약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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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걸작선「J 미스터리 클럽」시리즈.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유명 작가들의 대표작과 일본 미스터리의 미래를 책임질 신진 작가들의 야심작을 두루 소개한다. 서양 미스터리와는 다른 독자적인 색채를 만들어온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작가정보
(橫山秀夫)
1957년 도쿄에서 태어나 국제상과대학(현 도쿄국제대학) 상학부를 졸업했다. 조모신문사에 입사하여 12년간 기자생활을 하다가 1991년 「루팡의 소식」으로 제9회 산토리 미스터리대상 가작을 수상한 후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시작, 1998년 단편 「그늘의 계절」로 제5회 마츠모토 세이초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였다. 2000년 「동기」로 제53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상을 수상하였고, 2002년 『사라진 이틀』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형자 골수이식의 현실성을 놓고 심사위원과 대립하다가 나오키상과 결별선언을 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2004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발표한『클라이머즈 하이』는 제1회 서점대상 2위에 올랐으며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도 올랐다. 기자 시절 단련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강력 사건의 이면에서 활약하는 형사들의 고뇌를 인간적으로 묘사한 소설을 주로 쓰고 있으며, 대부분의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외 작품으로 『출구 없는 바다』『진도 0』『얼굴 FACE』등이 있다.
번역 김성기
일본 다쿠쇼쿠 대학교를 졸업하였고, 현재 출판기획자이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시바 료타로의『올빼미의 성』『미야모토 무사시』『신센구미 혈풍록』, 우타노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이시다 이라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시리즈, 마이조 오타로의 『아수라 걸』, 시게마츠 기요시의 『그 날이 오기 전에』등이 있다.
목차
- 침묵의 알리바이
제3의 시효
죄수의 딜레마
밀실의 탈출구
페르소나의 미소
흑백의 반전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우자키가 모든 걸 자백했다는군.”
갑자기 기요미의 몸이 오므라들었다. 그렇게 보였다.
얼굴에 경련이 일어난다. 눈도 깜박거리지 않는다.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양팔로 자신의 몸을 꼭 감쌌다. 우자키에 대한 믿음과 의심. 그 두 가지 마음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 공범자가 있는 피의자에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종종 사용되는 테크닉이다. 물론 이것은 정상적인 조사방법이 아니다. 구스미는 허위사실로 기요미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자신은 공범자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있다. 그래서 상대도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상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각자 다른 장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상대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아무리 지워버리려고 해도 의심은 점점 커진다. 혹시 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것으로 끝이다. 의심은 한없이 증폭되어 모든 감정과 이성을 마비시킨다. 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자신 이외에는 믿을 수 없게 된다.
기요미의 상반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과 눈썹을 끌어올리는가 싶더니 반듯했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관자놀이에 퍼런 심줄이 드러났다. 콧방울이 벌름거렸다. 입술이 튀어나왔다. 잇몸이 드러났다.
다음 순간, 짐승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기랄…….”
두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두 번, 세 번, 네 번. 밤색 머리가 흐트러지면서 얼굴을 뒤덮었다.
“그 멍청한 녀석이……!”
구스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기요미를 쳐다보고 있다. 자기 작품의 완성도를 확인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기요미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들어올렸다. p. 150~151
“자, 여기부터 읽어봐.”
사내가 손가락으로 글자를 가리켰다. 어른이라고는 아버지 이외에 동네 아저씨나 학교의 선생님밖에 몰랐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사내가 나쁜 짓을 강요하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순순히 사내가 가리키는 곳을 읽었다.
“내, 일, 까, 지, 이, 천, 만, 엔, 을, 준, 비, 하, 라.”
글자를 읽는 데 바빠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이제 겨우 글자를 깨친 어린애다. 사내는 일부러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를 골랐던 게 분명하다. 1학년은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노란 모자를 쓰고 있으므로 ‘도구’를 물색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잘 읽는구나. 다음은 여기야.”
이번에는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노, 란, 리, 본, 이, 있, 는, 벤, 치, 에, 올, 려, 놔, 라.”
그 뒤로 열 장 정도의 종이를 읽었다. 녹음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의식하지 못했다. 종이를 다 읽고 나자 사내는 야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맙다. 정확히 10년 뒤에 여기로 오렴. 굉장한 선물을 줄 테니까. 그때까진 오늘 있었던 일을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집까지 뛰어갔다. 신사에서 멀어지면서 두려움도 점차 희미해졌다. 칭찬을 받았을 때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낯선 어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생각에 약간 흥분하기도 했다. 약속에 대한 기대감. 혼자만의 비밀을 지닌 것에 대한 설렘. 어린 가슴속에는 그런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다음날부터 신사 옆의 지름길은 피해 다녔다. 그곳을 지나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역시 마음 한구석에 뭔가 불길한 예감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백중날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거실에서 방학숙제인 그림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때 텔레비전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내, 일, 까, 지, 이, 천, 만, 엔, 을, 준, 비, 하, 라.’
얼마 전에 다른 마을에서 유괴사건이 일어난 것은 방학 등교 일에 교장선생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몸값을 노린 유괴가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과 똑같은 나이의 여자아이가 나쁜 사람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놀라움과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가슴이 요동치고 있었다.
‘노, 란, 리, 본, 이, 있, 는, 벤, 치, 에, 올, 려, 놔, 라.’
그 순간에 현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자신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없다. 하지만 삽시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목과 귀까지 새빨개졌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장거리 달리기를 막 끝낸 것처럼 숨이 가빴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이미 여러 번 봤던 여자아이의 얼굴 사진이 크게 비춰지고 있었다. p. 242~244
출판사 서평
“공소시효 만료 일주일 전, 범인을 체포하기 위한 함정수사가 시작된다!”
〈u〉급박한 긴장감이 흐르는 수사과정을 냉철히 묘사하며 그 내면에 흐르는 형사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끄집어내는 휴머니스트 미스터리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대표작〈/u〉
2008년 노블마인에서 야심차게 선보이는 일본 미스터리 걸작선 ‘J 미스터리 클럽’은 추리소설 강국 일본이 자랑하는 최고 작가들의 걸작들을 선별해 출간하는 정통 미스터리 시리즈다. 그동안 다카무라 가오루의 『황금을 안고 튀어라』, 미치오 슈스케의 『섀도우』, 슈노 마사유키의 『가위남』이 출간되었고, 심포 유이치의 『탈취』, 다카무라 가오루의 『리비에라를 쏴라』, 오사와 아리마사의 〈신주쿠 상어〉 시리즈, 데시마 류이치의 『울트라 달러』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J 미스터리 클럽의 최신작『제3의 시효』는 사회파 본격 미스터리의 대가이자 일본 경찰 소설의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는 요코야마 히데오가 지난 2003년 발표한 연작소설집으로 강력한 개성을 지닌 F현 경찰청 소속 형사들의 범인 체포를 위한 집념과 조직 내부의 경쟁, 그리고 사건수사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그늘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 여섯 편을 담고 있다.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는 용의자의 가짜 알리바이를 깨뜨리는 「침묵의 알리바이」, 공소시효 만료 시점을 둘러싼 냉정한 트릭과 대반전의 매력이 돋보이는 「제3의 시효」, 베테랑 조사관의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는 각 반장들의 선의의 경쟁을 다룬 「죄수의 딜레마」등 개성 넘치는 F현경 형사반장들의 활약을 그린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된 소설집이다.
인간의 다양한 삶의 그림자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요코야마 히데오는 국내에 이미 소개된 『사라진 이틀』『동기』『루팡의 소식』등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 사건 해결 과정을 플롯의 중심에 두면서도 그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에 포커스를 맞춰 작품을 쓰는 작가다. 즉 사건을 그리면서 단순히 형사가 범인을 잡아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떻게 범죄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그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은 어떤 상처를 받는지,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형사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등등 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삶의 순간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이 작품집 역시 절대 웃지 않는 1반 반장 ‘파란 귀신’ 구치키, 절대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2반 반장 ‘냉혈한’ 구스미, 절대 육감을 가진 3반 반장 ‘검독수리’ 무라세 등 각기 다른 수사 스타일과 독특한 개성을 지닌 F현 경찰청 소속 형사반장들이 강력 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과 범죄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각 단편 속에 담고 있다.
실제 수사과정에 참여하는 것처럼 생생한 현장감이 넘치는 미스터리
요코야마 히데오는 작가 데뷔 이전 기자생활을 하면서 형사들 곁에서 밀착 취재했던 경험 덕분에 다양한 강력 범죄 사건에 숨겨진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작품화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제3의 시효』에는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강력반의 형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특히 경찰 조직 내부의 알력과 갈등,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벌이는 비정한 수사과정이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 수록된 작품들을 읽다 보면 실제 수사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이 단연 돋보인다. 특히 요코야마 히데오는 한두 줄의 짧은 문장을 빠르게 나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그 안에 사람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짧은 기사 속에 사건의 정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해야 하는 기자 특유의 글쓰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건의 단서를 짧은 문장 속에 담아 잽처럼 툭툭 독자에게 던지며 데미지를 누적시키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반전이라는 어퍼컷 한 방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독자를 쓰러뜨리고 마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여운을 즐길 틈을 주지 않고 냉정하게 종료하는 완결미를 취한다. 그래서 요코야마 히데오는 장편보다는 단편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대표작
이 소설집은 지금까지 발표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 가운데 일본 아마존 독자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으며,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명실상부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대표작이다. 최고의 몰입도와 박진감 넘치는 재미, 빼어난 완성도를 보장하는『제3의 시효』에 실린 작품들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미 일본에서 TV드라마와 만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01083384 |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6월 25일 | ||
쪽수 | 338쪽 | ||
크기 |
135 * 197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J 미스터리 클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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