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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지은이
박경철
영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과 대전의 종합병원에서 외과의사로 근무했다. 어릴 적 고향 친구와, 마흔 전에 고향에 내려가 병원을 열자는 약속대로 지금은 경북 안동에서 신세계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직 의사보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더 많이 알려진 경제전문가이기도 하다. 의사로서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겪은 사연을 담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에 이어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쟁쟁한 글쟁이들을 제치고 여러 매체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도 힘든데 그는 외과의사, 칼럼니스트, 경제전문가, 방송인, 작가 등 그야말로 팔방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다양한 일 중에서 하나만 택하라면 당연히 외과의사를 하겠다고 할 만큼 ‘의사’로서의 삶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는 그가 시골 의사로 살아가며 만난 ‘힘들고 고달프지만, 착한 인생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목차
- 책머리에 | 내 소중한 이웃들의 삶의 기록을 전하며
제1부 그래도 삶은 축복이다
-
명준 씨의 작은 꿈
아름다운 이별
승욱아 사랑해
‘덤’으로 산 10년
착한 춘희 씨
희망을 선택한 사람들
콩팥을 떼준 부정
마지막 가을
네 살 현정이의 희망
엄마, 미안해요
제2부 인생은 다 그렇다
-
모자의 숨바꼭질
아재, 정말 미안해요
서러운 김치 국물 자국
슬픈 삶의 나이테
함께 나눈 사랑, 함께 떠난 사랑
지워지지 않는 멍 자국
그래도 엄만데……
어느 산골 소녀의 사랑 이야기
두 장의 진단서
마지막 선물
제3부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것
-
자릿세로 받은 딸기 한 접시
진짜배기 사랑
할아버지의 꽃 같은 눈물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
바보처럼, 천사처럼
의사와 환자로 만난 동창생
영민이 할머니가 살아가는 법
지키지 못한 약속
환자에게 받은 반성문
태극기 할아버지
제4부 아름다운 인연
-
선생님의 부고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노의사
아버지를 추억하며
선생님 우리 선생님
내 인생 최고의 선물, 지혜
평생을 함께하는 두 친구
30년 세월을 건넌 보은
전하지 못한 위로
충정로역 인형 파는 남자
저는 요강이 될래요
책 속으로
우리네 삶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의 말대로 “일상이 단조롭다는 것만큼 지극한 행복의 경지는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큰 걱정거리가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는 고민이 생겼을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늘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가 누구든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얼마를 가졌든, 걱정거리를 털어놓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분들에게 행복과 불행을 전하는 전령사가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직업에 대해 늘 불만이다. (…)
의사는 시시각각 불행이 닥쳐오는 소중한 생명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에게 최고의 행복은 의사를 대면할 일이 없는 것, 바로 그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막상 불행이 닥치기 전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간다. 오히려 다른 그 무엇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인 양 오해하고, 그보다 훨씬 덜 중요한 것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아집과 질투, 시기와 증오, 그리고 반목을 거듭한다.
pp. 5~7
우리는 우리에게 남은 나머지 생을 모르기 때문에 웃고 울고 화내며 살아간다. 신이 우리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축복은 누구도 죽음의 순간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게 아닐까.
두 분은 오늘까지 그렇게 서로 사랑하며 10년을 살아왔다. 내가 아주머니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낀 온유함과 고요함,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p. 38
“그뿐이 아닙니다. 이미 암세포가 오른쪽 폐에도 전부 전이되었고, 왼쪽 폐의 일부에도 전이가 있습니다. 환자가 숨이 차는 이유는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싫을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의사는 저승사자처럼 세상 누구도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전해야 할 때가 있고, 이제 그만했으면 싶은데도 그토록 잔인한 이야기를 끝까지 계속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랬다. 말기암이라는 진단만으로도 이미 한줌의 희망마저 사라진 사람들에게 나는 잔인하고 지독한 단어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었다.
p. 46
“그래도 군인이라서 치료비가 얼마간 나와, 그런데 제대하면 그게 안 나와. 군생활하고 상관없는 병이라서 제대하면 그 길로 끝이래. 그래서 제대를 안 해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금지옥엽 외아들이 병이 들면 당장 제대시켜 곁에 데려오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진구 아재의 형편은 오히려 그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도 모르는 치료비, 아마 아재네 철물점과 집을 모두 팔아도 감당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p. 89
할아버지가 또 혼자 오셨다. 원래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같이 오셔서 할머니는 옆방에서 심장 진료를 받고, 할아버지는 내게 관절염 치료를 받는데, 요사이는 계속 혼자 오셨다. 서로 곰살 맞게 대하는 분들도 아니었고, 그저 말없이 기다리다가 나중에 한 분이 나오시면 서로 얼굴 한번 흘끗 보고는 별말 없이 같이 일어서서 나가시곤 한다. 두 노인이 참 친한 것도 갖고, 아닌 것도 같고 하여간 늘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데 요사이에는 몇 번이나 할아버지 혼자서 병원에 오셨다. 궁금해진 내가 여쭤보았다.
“어르신, 할머니는 왜 안 오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가만히 숨을 몇 번 몰아쉬더니,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리셨다.
“할마이 먼저 갔어. 몇 달 됐어!”
pp. 142~143
밤에 잠든 딸아이의 얼굴은 절대 보지 말아야 한다. 자는 아이의 얼굴을 무심코 들여다보았다가는 사이렌의 마법에 걸린 항해자들처럼 녀석에게 영혼을 빼앗겨버린다. 앙증맞은 코를 통해 쌕쌕 숨을 고르는 소리며, 두 손을 턱밑에 모아 백설공주처럼 곱게 잠든 모습이며, 심지어 이불을 차면서 몸을 뒤척이는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내 시선을 붙들지 않는 것이 없다. (…)
이 아이 앞에서는 돈이나 명예 따위는 하찮은 것일 뿐이다. 어떤 것도 이렇게 귀하고 값진 느낌을 선물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완전한 형태의 사랑을 알게 해준 이 아이가 참으로 고맙다. 만약 이 아이가 내 딸로 와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감정적 호사들을 결코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p. 213
출판사 서평
시골의사 박경철이 2년 만에 내놓는 에세이집. 이 책은 전작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이후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한 글과 따로 쓴 몇 편의 글을 모은 것이다.
지은이 박경철은 두 편의 에세이에 이어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경제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인, 증권사 신입사원에게 투자를 가르치는 애널리스트, 한 달에 50회 정도의 강연 일정을 소화하는 강연자, 전체 방문자수 200만 명을 넘어선 인기 블로그의 운영자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그야말로 팔방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다양한 일 중에서 하나만 택하라면 당연히 외과의사를 하겠다고 할 만큼 ‘의사’로서의 삶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병원이라는 풍경에서 벌어진 우리 이웃들의 인생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보여준 《아름다운 동행》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주요 무대는 병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시골의사는 자신의 삶의 무대인 병원에서 만난 이웃들의 때로는 고단하고,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숙연한 이야기를 담았을 뿐, 그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그저 “소중한 이웃들의 삶에서 결정적 순간을 지켜본 내레이터”로서 그들의 일상을 담담히 전할 뿐이다.
진료비를 깎아드렸더니 답례로 생닭을 선물한 노부부, 잠이라도 편히 자게 해달라며 진통제를 구하러 온 말기암 환자, 태어나기도 전 아버지를 잃어 남자 어른은 모두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 간경화로 1년을 입원하면서도 의사 친구를 아는 척하지 못하는 동창생, 어느 날 신부가 되어 찾아온 레지턴트 시절 환자의 아들, 병원 대기실로 텔레비전을 보러 오는 할머니와 손자…. 누구는 많고 누구는 덜하겠지만 이들의 인생에는 곡절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시골의사가 ‘착한 인생’이라고 칭하는 그들의 삶 그 자체다. 시골의사가 만난 마흔 개의 고단하고 치열한 인생은 우리에게 삶의 한순간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01074481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12월 12일 |
쪽수 | 247쪽 |
크기 |
148 * 21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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