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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글쓰기와 방송 두 분야를 오가며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을 꿈꾸는 김갑수는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시와 음악칼럼 그리고 출판평론이 주된 활동영역인 그는 1984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단에 데뷔하고 시집 〈세월의 거지〉(문학과지성사), 음악에세이집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풀빛미디어)를 출간했다.
SBS 러브FM 〈김갑수의 책하고 놀자〉의 진행자로서 책과 방송의 본격적인 만남을 추구해 왔던 그는 현재 KBS 1라디오로 자리를 옮겨 〈김갑수의 문화읽기〉를 매일 밤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동아일보 출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동서문학〉, 〈문예중앙〉 등 다수의 매체에서 문화시평과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인터넷 서점 YES24, 모닝365, 온라인 매거진 NSEASON 등의 서평위원으로서 고정란에 연재물을 싣고 있다.
출판사 서평
삶에 상처받은 자의 음악과 사랑에 관한 성찰
시인, 출판평론가, 방송인으로 활약 중인 김갑수의 음악에세이집〈텔레만을 듣는 새벽에〉가 출간됐다. 부제가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인 이 책은 일반적인 음악안내서가 아니라,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있는 인생론이자 가슴 아픈 사랑의 추억이 담겨 있는 성찰적 에세이집에 해당된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 음악듣기, 1만장을 넘어선 음반, 일일이 기억해 낼 수 없는 각종 오디오 기기의 섭렵을 통해 그 분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김갑수의 삶은 오로지 음악 한가지에만 집중된 '행복한' 삶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998년에 출간된 첫 번째 음악에세이집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의 제목이 말하는 바와 같이 그의 음악은 불우한 성장과정과 생사를 오갔던 사랑의 실패에 대한 고통의 대체물로 작용한다. 신간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는 음악과 예술을 통해 삶의 고통을 넘어선 사색의 깊이를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이 음악책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밤하늘의 달에 음악을 비유한다면, 이 글은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손짓에 수많은 표정이 있고 욕망의 몸부림이 있다. 그것을 인생이라고 번역해도 좋으리라. 음악을 사랑했고 거기에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맡겨온 셈이지만 궁극적으로 음악은 없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물리적 시간을 넘어서는 의미의 시간, 아프도록 충만한 인생의 시간이 바로 음악듣기였다. 그런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내게는 우연히, 그리고 숙명적으로 음악이었지만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로 바꾸어 읽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 저자 서문에서
음악-'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참다운 자아와 세상을 만나는 길
현재 그의 음악은 이렇게 흐르고 있다.
.... 지금의 내 음악듣기는 자기라는 난해와 순식간에 맞대면하는 의식인 것 같다. 아니 거꾸로 인생이라는 단순과 마주치는 일인 것도 같다. 자아는 난해하지만 인생은 단순하다, 뭐 그런 것의 사운드와 리듬.
주변에 자꾸만 죽음이 늘어나면서, 예상만큼 감정이 슬픔으로 복받치지 않는 걸 경험하면서, 그 죽음들에 정서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되면서, 음악 혹은 예술이라는 망망대해에 몸 담그는 일이 용이해진 것이다. 말하자면 자아의 양은 늘어나면서 인생의 크기와 무게는 축소되어 보이는 그런 현상.
- 본문 '메시앙 판타지아' 중에서
음악을 통로로 해서 저자가 만나고 있는 삶의 내용물은 본문 '메시앙 판타지아'에서 보이는 죽음의 문제, '아모레 미오.아모르 화티/리스트와 바그너'가 말하는 병적인 연애감정, '나의 불안.나의 공포/말러의 교향곡들'에 드러나는, 성격결함이 안겨주는 불화의 문제 등 내밀한 삶의 문제를 아프도록 적나라히 드러내 주고 있다. 아울러 쉽사리 드러내 말하기 힘든 자신의 신체장애,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르렀던 첫사랑의 체험이 가감없이 그려진다.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는 모두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 첫 장 「독백, 두런두런, 내면일기」는 앞서 말한 메시앙, 리스트, 바그너, 말러 등의 작곡가를 통해 생의 이면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장이다.
- 두 번째 장 「마니아 파라디소」는 오디오 라이프와 음반수집 과정에서 벌어진 흥미진진한 체험담을 분방하게 그리고 있다. 특정 분야의 마니아만이 체험할 수 있는 ‘상식을 벗어난’ 행각들은 실로 엽기적이기까지 한 느낌을 안겨준다.
- 세 번째 장 「단상,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는 음악과 예술 일반에 관한 단상 모음집. 음악감상실 르네쌍스와 친구의 화실을 전전하며 살아왔던 저자의 젊은 날의 기억들이 주조를 이룬다. 아울러 그가 선택한 '고립된' 삶의 방식에 관한 해명도 관심을 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의 장소를 한마디로 “no man's land”라고 표현한다. 브람스의 삶이었던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를 스스로의 좌표로 설정하기도 한다.
- 네 번째 장 「내가 사랑한 곡들」은 저자의 삶에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클래식 명곡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을 담고 있다. 헨리 퍼셀에서 쇼스타코비치에 이르는 음악사의 별들, 그리고 그들의 명곡을 '사랑에 빠진 사내'와 같은 열정으로 그려내는 한편 저자 특유의 '듣는 방법'의 소개도 곁들여진다.
- 다섯 번째 장 「더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은 팝과 록음악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한때 SBS 라디오에서 심야 록음악프로 DJ를 하기도 했던 저자의 이력이 말해 주듯이 그의 관심은 음악의 전영역에 걸쳐 폭넓게 펼쳐진다. 특히 '끔찍한 리얼리즘'을 보여준다는 하드코어 뮤직에 대한 애착이 두드러진다.
- 여섯 번째 장 「영화, 결핍은 나의 힘!」은 매우 특이한 영화에세이 모음이다. 일반적인 영화평론과는 전혀 성격을 달리하는 글로서, 그는 영화의 주인공들과 가슴속의 대화를 주고 받으며 실제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토로하고 있다. 〈베티블루 37' 2〉, 〈오! 수정〉, 〈러브레터〉, 〈겨울나그네〉, 〈조지아〉가 대상 작품인데,
애초에는 저자의 전공이기도 한 문학작품 속의 인물을 등장시켰다가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해 영화속 인물로 바꾸었다고 한다. 영화의 인물들인 베티, 수정, 히로코, 다혜와 민우, 새디 등은 작품을 떠나 우리네 삶의 맥락으로 옮겨와 함께 울고 웃는다.
- 일곱 번째 장 「에필로그를 대신하여-클래식 음악편지」는 클래식 음악의 입문기, 섭렵기, 가이드, 추천곡으로 구성되어 일종의 부록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장 역시 저자의 사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해서, 음악을 가까이할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음악을 가까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친절하고 실감나게 안내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과거엔 눈에 허옇게 백태가 낀 백내장 노인들이 흔했다. 고교시절부터 그런 모습으로 살았다. 남과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하기가 참 힘들었다. 그렇다고 내 정서의 어두운 편린들이 꼭 다친 눈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사람은 어떠한 정향을 갖고 살아간다.
그 중 두드러진 비관과 낙망의 정조는 꼭 끼는 장갑처럼 내 존재의 배후에 편안하게 안착해 있었고 그걸 적당히 즐길 줄도 알게 되었다. 바이런이 한쪽 다리를 절어 더욱더 사랑받는 댄디였다는 걸 그 시절에 알았고, 위대한 예술가들을 따라다닌 온갖 질병과 이상 징후에서 터무니없는 친화감을 느끼곤 했다.
-「독백, 두런두런, 내면일기」 중 '내 눈의 작은 비밀'
무슨 일에서건 의미와 가치를 찾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세상의 톱니바퀴 속에서 이 허랑방탕한 시간소비는 나름대로의 일탈이며 해방이기도 하다. 그래도 굳이 의미가, 가치가 필요하다면 감히 이렇게 자위의 건방을 떨어도 본다.
산중 스님이 저 홀로 중생제도의 목탁을 두드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 목탁소리 속에 충만한 한 세상이 있다. 방안 귀신으로 의자 위에 들러붙어 소리에 담긴 시간을 흩날린다. 저 혼자 충만하고 저 혼자 난해한 삶의 시간들. 아득하면 되리라, 뭐 그만하면 된 것 아닌가?
- [마니아 파라디소] 중 '마니아 파라디소'
그래, 저 텔레만의 오보에와 창밖의 빗줄기는 서로 만나고 싶었던 거야. 충만한 계절의 흐름처럼 삶의 톱니바퀴 속에서 무언가를 이루고자 간절히 노력하는 일과, 시간의 바깥에서 서성이며 공허에 사로잡히는 감정이 크게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 그 둘은 인생이라는 자의 양면이라는 것. 때로는 음악이고 때로는 빗줄기 소리이고 혹은 그 둘이 합쳐진 모호한 음향의 상태이고. 어떤 가을이 찾아와도 내게는 너무나 많은 음악, 너무나 많은 책.
- [단상,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중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첼로의 선율은 침묵의 소리처럼 다가온다. 때로는 달콤한 멜랑콜리로, 또 어떤 때는 내부에 감춰진 격정을 터트리는 숨죽인 목소리로 첼로의 유현은 마음의 골짜기를 헤집고 다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첼로음악의 저 높은 산봉우리에 가장 먼저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6곡이 있다.
하이든, 보케리니의 아름답고 쾌적한 첼로협주곡도 있고, 베토벤의 첼로소나타가 안겨주는 한없이 복합적인 고뇌의 표정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오직 휴식이 필요한 시간. 이럴 때 세 곡의 첼로소나타를 기억한다.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포레의 나직한 작품.
-「내가 사랑한 곡들」 중 '휴식을 위한 첼로 소나타'
저자 소개
글쓰기와 방송 두 분야를 오가며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을 꿈꾸는 김갑수는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시와 음악칼럼 그리고 출판평론이 주된 활동영역인 그는 1984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단에 데뷔하고 시집 〈세월의 거지〉(문학과지성사), 음악에세이집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풀빛미디어)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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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ISBN | 9788901034775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10월 17일 |
쪽수 | 342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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