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한 공상의 세계를 열어 한국 창작동화의 흐름을 한 차원 비약시킨 채인선."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

매 작품마다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유머로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아 온 작가 채인선의 새 동화 3편이 담긴 <악어 우리나>가 웅진닷컴에서 출간되었다. 흔히 사나운 동물로 생각하는 악어에 아이들의 순진한 모습을 잘 담아낸 그림책으로, 악어 우리나와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펼치는 요란한 사건들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단순,명쾌한 이야기에 유머와 상상력이 넘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연출되며 이야기에 집중력을 준다. 게다가 볼거리가 많은 그림 또한 이제 막 한글을 깨친 6, 7세 아이들이 한 권을 다 읽도록 책에서 눈을 떼지 못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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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
산수 숙제
"3과 9 사이에는 어떤 수들이 있을까요?" 엄마가 내준 이 숙제를 풀어야 나가 놀 수 있는 우리나. 함께 놀자며 집으로 찾아오는 친구들도 하나씩 이 문제에 매달리며 머리를 싸매는데, 하나같이 내놓는 답은 정답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기상천외한 것들뿐이다.
자기집 전화번호가 356-4797이니까 3과 9 사이에는 "5, 6, 4, 7"이 있다고 하는 나나니, 자기집 문패에 319호라고 적혀 있다며 답은 "1"이라고 주장하는 쿠나쿠나, 3학년 9반이기 때문에 3과 9 사이에는 "학년"이 있다는 여미여미까지……. 친구들은 자기 주변에서 답을 찾는다. 우리나는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4, 5, 6, 7, 8시가 지나도록 끙끙댔지만 도무지 정답을 알지 못하겠다. 졸려 죽겠는데 말이다.

식당에서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간 우리나와 나나니. 어떤 음식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옆 테이블을 건너다본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곧 그들이 음식을 다 먹고 가 버리자, 다른 테이블로 눈길을 돌린다. 그쪽에서 먹고 있는 것도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우리나와 나나니는 종업원을 다시 불러 주문을 바꾼다.

이런 식으로 계속 주문을 바꾸기만 하는 사이, 식당에는 둘만 남게 된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어버렸는데 종업원이 와서 주문한 음식의 재료가 다 떨어졌다며 다른 걸로 바꾸라고 한다. 난감해진 우리나와 나나니는 아무거나 시키라는 종업원의 말에 "아무거나"라는 음식을 달라고 한다.

물고기 100마리가 필요해요
낚시를 좋아하는 우리나. 제일 친한 친구인 나나니에게 물고기를 잡아 생선구이를 해주겠다며 함께 가자고 한다. 나나니는 친구 하나만 데려가겠다고 한 뒤, 파프나에게 전화를 걸어 생선구이를 해주겠다며 함께 낚시를 가지고 한다. 파프나는 또 친구 하나만 데려가겠다고 한 뒤, 쿠나쿠나에게 전화를 한다. 이렇게 전화에 전화가 이어지고…….

드디어 낚시를 가기로 한 날, 약속한 호수에 온 악어는 모두 100명이나 된다. 호수를 빙 둘러앉은 악어들 틈에서 우리나는 물고기를 낚지만 생선구이를 해주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옆에 앉은 나나니에게 빼앗긴다. 하지만 나나니는 생선구이 약속 때문에 옆에 앉은 파프나에게 빼앗기고 파프나는 또 옆의 쿠나쿠나에게 빼앗기고…….

우리나는 쉴새없이 물고기를 잡아올리지만 그 물고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생선구이를 다 먹었는지 다른 악어들은 돌아가고 호수에는 우리나와 나나니만 남았다. 지칠 대로 지친 두 악어에게 마지막으로 커다란 물고기 하나가 잡혔는데, 그렇게 먹은 생선구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 기발한 상황의 연출, 반복과 점층이 주는 재미
[악어 우리나]에 담겨 있는 세 편의 동화는 유아들이 줄거리를 쉽게 따라 읽으며 이해할 수 있게 아주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산수 숙제의 정답이 무엇인가" "어떤 음식을 주문할 것인가" 등등 단일한 사건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구조가 전혀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그다지 대단치 않은 사건은 갈수록 왁자지껄하고 시끌시끌하게 전개된다. 작가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기발한 상황들을 연출하는데, 이 상황들은 아주 선명하고 명쾌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적으로 펼쳐진다. 이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계속 점층적으로 발전하는 반복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더할 수 없이 재미있어진다. 과장된 듯 기발한 상황이 순발력 있게 펼쳐지고, 세련된 유머와 상상력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부담 없는 재미와 명랑한 웃음을 선사한다. 채인선은 이번 책에서도 특유의 반복적 대화와 통통 튀는 입말, 다정하게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리듬감 있는 편안한 문장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이런 저자의 쉽고 재미난 표현 덕분에 글을 눈에 익혀가며 읽어야 하는 아이들이 혼자서 집중하며 읽기가 쉽다. 더구나 주제가 무리하게 교훈을 담은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어서 아이들이 순수하게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꾸며졌다.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악어들, 개성 넘치는 인물들
작가들은 우리가 흔히 사나운 동물로 생각하는 악어에 아이들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아이다운 순진함과 무구함을 골고루 갖춘 우리나와 개성 있는 친구들이 하나하나 등장한다. 나나니, 파프나, 쿠나쿠나 등 그 이름만큼이나 인물들도 각양각색이다.

시종일관 이 다양한 인물들이 왁자지껄 모여서 황당한 사건들을 만들어내는데 작가가 상상력으로 만든 듯한 그 사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아이들의 세계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아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읽혀지고 전달되는 장면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뻔한 정답을 다 찾아 놓고도 몰라서 괴로워하는 것이나, 남들이 먹는 것은 보는 것마다 다 맛있어 보이지만 정작 무얼 주문해야 할지 몰라서 변덕을 부리는 것이나, 직접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그 약속의 시작에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이나…….

부모의 품을 막 벗어나 이제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가운데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사건이며 상황들이다. 아이들의 현실 속의 소재,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제대로 공감될 수 있는 상황에 담겨 있다. 아주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상하려는 노력 없이는 이런 이야기를 창작할 수 없을 것이다.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디테일한 그림
표정이 살아 있고 세부적인 묘사까지 놓치지 않은 그림 또한 각 인물들의 개성을 형상화한 데 큰 몫을 한다.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그림들은 어린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림을 "읽으며" 친구의 표정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많은 관심을 기울인 정성들인 그림의 표현들은 인물의 성격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100명의 악어가 바글바글 모여 있는 장면에서도 각각의 인물들이 하나하나 분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유아들이 보는 책에서는 이렇게 그림이 줄 수 있는 작은 재미도 놓쳐서는 안 된다.

한글을 갓 깨친 아이들이 혼자서 읽을 수 있는 책!
그림책은 어른이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이다.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며 이야기의 재미와 그림을 보는 재미를 알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을 시기는 언제쯤이며, 그때는 어떤 책이 좋을까. 외국에서는 "I Can Read Book" 같은 읽기책들이 오래 전부터 많이 출간되어 왔다.

[악어 우리나]는 "나 혼자 읽을래요" 시리즈의 한 권이다. "나 혼자 읽을래요"는 한글을 갓 깨치고 혼자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 6, 7세의 아이들을 위한 읽기책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아들이 쉽고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독서의 단계를 하나 더 높이고 책이 주는 재미에 빠져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