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은 1930년대에 이미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완성한 듯 보인다. ‘향토적 서정주의’ 라고도 불리는 그의 화풍은 1930년대 초반 조선 미술계의 첨예한 이슈였던 ‘향토색론(鄕土色論)’을 이인성 특유의 서정적 감성으로 소화해 구현한 것이다. 이인성은 당시 조선 화단의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대중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화가였다. (19p)

시 속에서 그려지는 비굴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삶의 순간순간을 살게 하고, “당신을 향한 뼈 없는 마음”이 피와 살을 얻어 “뼈 없는 몸” 비굴이 되는 것이라고. 마음속에서 키우고 간직해 온 비굴 스물네 개를 조심스레 꺼내어 씻고, 대파, 마늘에 눈물과 “미증유의 시간”을 더하여 당신을 향한 가장 여리디여린 속살, 한결 같은 마음을 끓여냈노라고. (47p)

인간의 최고의 능력이라는 적응력 덕분에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적응할수록 인간적인 면이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렇지 않게 식사 약속을 잡고 함께 모여 음식을 먹던 일상이 금지되면서 인간적인 삶을 잃어버린 걸까요? (83p)

독서 모임을 통해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책과 관련된 다양한 매개체들, 가령 책에서 나온 음악이라든지, 혹은 책과 관련된 음악을 함께 들어 보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책에서 나온 특징적인 예술, 음식, 소품 또는 영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책의 구절 등 책의 내용과 관련한 여러 가지 수단들을 이용해서 책에 완전히 동화되어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모임 진행을 준비에 정성을 쏟고 있었습니다. (97p)

음식문화는 공간과 시간으로 만들어진다. 특정한 공간들은 특정한 음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음식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 인간의 음식 유전자는 공간과 시간이 변화하는 속에서 저마다 다르게 만들어진다. 모든 사람의 유전자가 다른 것처럼 음식을 바라보는 개인의 문화가 모두 다르다. 그런 이유에서 모든 음식은 문화의 이정표라고 부를 수 있다. (11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