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쭉한 남도 사투리가 쉴새 없이 독자들 매료시켜
1898년 태어나 스무살 무렵 소리를 찾아 집을 나선 이화중선은 이후 20년 동안 국악계에서 최고의 명창으로 이름을 날린 여류 소리꾼이다. 그에 대해서 자세하고 정확한 자료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 판소리의 계보에 꼭 빠지지 않는 이름이었으니, 이화중선의 존재는 우리 민중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 할 것이다. 도서출판 신풍은 작가 최정주 씨와 함께 역사속에 묻힌 그녀를 소재로 발굴,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베일 속에 가려진 이화중선의 삶을 철저히 조명하여 두 권의 소설로 엮어 출판하였다.

남원 출신 작가 최정주는 실제 이화중선의 삶의 터전이었던 남원의 걸쭉한 사투리를 그대로 복원하여 현장감 있고 생동감 있는 문장으로 시종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다. 문어체로 보기에는 어색한 사투리지만 보는 이를 저도 모르게 소설의 현장으로 끌어내는 매력은 이 글이 오랜 고찰과 자료를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 소리를 민중에게 돌려준 시대의 여류 명창, 이화중선
이화중선의 삶은 세상에 자세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정확한 연대와 사망 연대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의 죽음 또한 여러 설이 회자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정확하게 알려진 사실은 그녀가 1900년대 5대 국창의 하나인 송만갑 선생에게 소리를 배운 당대 최고의 여류명창이라는 것. 그녀의 공로는 무수한 앨범을 발표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수도 없는 공연을 하며 당시 일부 특권층에서만 즐길수 있었던 우리 가락과 판소리를 민중 곁으로 끌어내린 것이라 할 것이다.

국악계의 노력으로 30년대 음반을 복원하여 최근까지도 우리는 그녀의 혼신을 다한 득음의 소리를 접할 수 있다. 이화중선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판소리는 남자들의 몫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화중선이 판소리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활약하면서 서서히 판소리의 주인공은 여성에게 넘어갔다고 하니 가히 그녀의 인기와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부산 동래에서 태어나 전라도 보성에서 자라고 남원에서 자리를 잡고 살던 이화중선은 15세가 되어 출가를 하였다. 그러나 소리꾼이 되고 싶은 강한 열망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떠난 그녀는 순창에서 무당과 인연을 맺고 무당의 소리를 배우면서 소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제대로 판소리를 배우게 된 것은 스무 살 무렵. 뒤늦게 판소리를 하고자 뛰어든 이화중선에게 길을 열어준 것은 다름 아닌 당대의 국창 송만갑 선생이었다.

그를 따라 무작정 올라온 경성에서 비로소 이화중선은 빛을 발하며 판소리로 민중들의 귀를 사로잡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흔을 조금 넘기고 자살 또는 사고사로 그녀는 신비스러움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득음의 험한 과정과 늘 힘없는 백성의 위로가 되고싶었던 예술인으로 한 순간도 평범할 수 없었던 이러한 그녀의 삶은 그 시절 우리 민중의 모습이며 진솔한 예술혼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는 그의 삶을 돌아보면서 우리 민족의 애환을 보았으며 일제시대의 피폐한 백성의 모습을 보았으리라. 2000년 어른을 위한 사랑동화 『조팝꽃과 산벚꽃의 사랑이야기』 이후 침묵했던 작가는 우리 가락에 대한 애틋함과 열정을 『이화중선』에 담아놓은 듯하다.

♣ <서편제>를 넘어 다시 동편제로
한때 영화 <서편제>가 우리 전통 가락을 살리는 큰 공헌을 한 적이 있다. 서편제와 어깨를 견주는 또하나가 바로 동편제. 이화중선은 동편제의 주요계보를 잇는 명창이다. 이 소설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고려하며 씌여진 희곡, 시나리오처럼 그 장면 장면이 실감난다. 적은 공으로도 바로 영화화해도 될 만큼 그 짜임새가 충실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작가가 처음 문단에서 신춘문예에 당선된 분야가 희곡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 이후 소설, 시 등 여러 분야에서 중견작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작가이기에 더욱 이번 작품이 기대된다. 『이화중선』은 다시금 우리의 전통 가락과 소리를 되찾아주는 좋은 촉진제가 되어줄 것이다. 문화의 세기에 우리의 문화를 찾는 끊임없는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책의 주인공 이화중선도, 작가 최정주도 바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