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명」 by 정수일(2002)
지난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 언론의 첫 머리를 장식한 전대미문의 대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한 이슬람 과격주의 단체가 여객기를 공중 납치하여 뉴욕의 세계 무역 센터를 들이받아 여객기와 건물 안의 무고한 시민 수천 명을 사망케 한 이 사건은 전 세계인을 충격과 경악 속에 빠뜨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날, '9.11 테러'라고 불리는 이러한 문명 파괴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정작 이제껏 서구 문명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였던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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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명」 by 정수일(2002)
지난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 언론의 첫 머리를 장식한 전대미문의 대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한 이슬람 과격주의 단체가 여객기를 공중 납치하여 뉴욕의 세계 무역 센터를 들이받아 여객기와 건물 안의 무고한 시민 수천 명을 사망케 한 이 사건은 전 세계인을 충격과 경악 속에 빠뜨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날, '9.11 테러'라고 불리는 이러한 문명 파괴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정작 이제껏 서구 문명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였던 이슬람 문명이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종교적으로는 기독교가 강세이고 문화적으로는 유교 문명권에 속하며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기에 이슬람 문명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지난 1년간 이슬람교와 이슬람 문명에 대한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냉전 시대 동서 진영의 이념 대립이 종식된 오늘날에는 기독교·이슬람·유교 문명권간의 대립과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그럴싸한 가설이 횡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글을 읽는 사람이나 모두 '자신과 함께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 공격 테러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근본적인 문제 의식으로 삼고 그 해답을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측면에서만 찾으려 하다 보니, 어느 종교에나 있을 수 있는 도그마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그만 이슬람교에 대한 기존의 편견만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또한 우리는 단지 기독교나 유·불교를 알았다고 하여 유럽과 동아시아 문명 전체를 파악하였다고 말하지는 않으면서도, 이슬람 문명에 대해서만큼은 이슬람교에 대한 어설픈 지식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만용을 부리기도 한다. 최근 잘 나가고 있는 '문명 충돌론' 역시 오늘날의 주류 문명인 유럽 기독교 문명에 대한 위협이자 안티 테제로서의 이슬람 문명을 부각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처럼 무지와 오해, 위기감으로 인한 편견 등을 떨쳐 버리고 지난 1400년간 인류 문명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이슬람 문명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문화·예술·학문 등의 현실적인 측면도 살펴서 이슬람 문명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슬람 문명」의 저자인 정수일 교수는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연변 출신의 사학자로서 동서 문명 교류사와 이슬람 문명사의 권위자이며 또한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5년간을 복역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 저자가, 이슬람 문명 전반에 대하여 2001년 5월부터 2002년 6월에 걸쳐 월간 「신동아」에 연재한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 「이슬람 문명」이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숱한 오해와 편견으로 말미암아 '반(反) 문명'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있는 이슬람 문명이, 실은 세계 140여 개 국에서 13억 명의 신자를 거느리고 있는 21세기의 '대안 문명'으로 손꼽히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대다수 독자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단지 우리에게 생소한 이슬람교의 교리를 설명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정교일치의 이슬람 사회에서 이러한 종교적 교리가 정치·경제 등의 현실적인 영역에서 구체화되는 양상과 함께, 이슬람 문명이 과거 1400년간 학문·예술·문화 등의 영역에서 인류 역사에 기여한 바를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신의 동서 문명 교류사에 대한 '특기'를 살려, 문헌과 유물·유적을 통하여 입증되는 한국과 이슬람간의 끊임없는 교류의 역사를 보여 주면서, 이 둘 사이가 결코 단절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서 우리가 그들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슬람 문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슬람 문명」은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전반부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소수 종교' 정도로만 인식되는 이슬람교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현실 영역과 종교 영역을 엄격히 분리하는 기독교 문명과는 달리, 이슬람 문명은 이슬람교의 교리와 율법을 현실 영역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정교 일치의 사회임을 지적한다. 그렇기에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수많은 국가들을 아우르는 이슬람 문명권의 실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공통 분모인 이슬람교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이슬람교의 생성 배경과 교조(敎祖) 무함마드(마호메트)의 생애, 이슬람교의 유일신 알라의 개념, 「꾸르안(코란)」의 내용과 이슬람교의 기본 교리, 그리고 무슬림의 신앙 세계와 종교적 의무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1400년 전 이슬람교가 성립된 이래 급속한 전파 과정을 거쳐 오늘날 세계적인 보편 종교로 자리잡게 된 원동력으로, 이슬람교의 내적인 요인을 들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이슬람교의 전파 과정이라고 하면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꾸르안'이라는 유명한 문구를 떠올리곤 한다. 그로 인하여 우리는 이슬람 국가들이 끊임없는 전쟁으로 주변 지역을 정복하고 피정복민들에게 개종을 강요하였다고 생각하며, 이를 근거로 하며 마치 호전성과 폭력성, 강제성 등이 이슬람교의 근본 원리인 양 지레짐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당장 「꾸르안」에서부터 강요에 의한 개종으로는 믿음을 얻을 수 없음을 강조하는 구절이 되풀이하여 나타나고 있으며, 실제로 피정복민들도 이슬람 국가의 법을 준수하고 인두세를 내면 자신들의 고유의 종교와 문화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우리말로 흔히 '성전(聖戰)'으로 번역되는 '지하드'에 대한 교리 역시, 처음에는 마음으로, 입(말)으로, 손으로, 그리고 마지막에 와서야 칼로 수행할 것을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꾸르안'이라는 말 자체가 이슬람교의 어떤 교리가 아닌 13세기 유럽의 신학자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한 말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당시 이슬람교의 급속한 세력 확장에 대하여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던 공포심이 이러한 편견을 낳았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슬람교의 역동성과 생명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저자는이슬람교 특유의 실천성과 참여성을 들고 있다. 이슬람교는 교리와 율법에 따르는 사회가 내세에서뿐만 아니라 현세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신자들에게 강조한다. 또한 이슬람교는 신과 인간의 직접적인 교류를 가로막는 매개체, 즉 특권적인 성직자 계급을 용납하지 않는다. 즉 이슬람교에서는 모든 인간들이 신 앞에서 평등하며, 또한 모든 이들이 예배와 포교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중세 기독교 사회가 지키는 이(국왕·귀족)와 기도하는 이(성직자), 그리고 일하는 이(농민)를 엄격하게 구분하였던 것에 비하여, 이슬람 사회에서는 기도하는 이가 따로 없이 지키는 이나 일하는 이나 모두가 기도하는 이가 되어 이슬람 공동체의 확장에 힘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유럽에서는 신자 없는 텅 빈 교회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에
반해, 이슬람 국가에서는 사원과 성직자가 없어도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은 바로 이슬람교의 이러한 실천성과 참여성의 발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일신 알라의 개념 역시 이슬람교의 보편화와 세계화에 기여하였다. 이슬람교는 성립 당시 유태교와 기독교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에, 이슬람교의 유일신인 알라의 개념 역시 유태교와 기독교의 야훼 하느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작도 끝도 없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느 곳에나 영원히 존재하며 만물을 창조한 유일무이의 존재라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태 민족의 신이자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하느님과는 달리, 알라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초월한 무형의 보편적인 존재로서, 마치 우주의 질서와도 같다고 비유할 수 있다. 이처럼 절대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유일신 앞에서 모든 이들이 평등하다는 이슬람교의 교리는, 여러 국가와 민족을 아우르는 이슬람 세계의 팽창과 통합에 여러 모로 유리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또한 인간의 성악설을 주장하고 '엄격한 심판자'로서의 하느님을 강조한 기독교와는 달리, 삶을 긍정하고 선행을 통한 구원을 강조하며 건전한 생산과 소비 활동을 권장하는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알라를 내세운 것 역시 이슬람교의 급속한 확산에 기여하였을 것임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제 글의 후반부로 넘어가 보자. 여기에서부터는 이슬람 문명권에서 이슬람교가, 정치·경제 등의 현실적인 영역에서 구체화되는 양상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몇 번이나 강조하듯이, 이슬람교는 '신앙과 실천의 체계'이며 이슬람 문명권은 정교 일치의 사회이다. 즉 이슬람 사회는 율법에 의거하여 이슬람 교리에 충실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교 일치의 사회는 기독교나 유교 문명권의 정교 분리의 사회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이기에, 지금껏 숱한 오해와 편견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강압적이고 불합리하며 비인간적이기까지 한 사회를 떠올리곤 한다. 여자들에게 차도르를 뒤집어 씌워 공적 활동을 금지하고 '부정한' 여자들을 공개 처형한 탈레반 정권이 지배하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사회를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들의 이러한 통념에 반대한다. 이슬람 문명권에 속한 수많은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양상은 그 사회의 역사적 배경을 포함한 여러 현실적 여건들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색깔의 스펙트럼으로 나누어진다. 그 중에는 탈레반 정권의 극단주의에서부터 터키의
세속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의 사회들이 속해 있다. 그러므로 이슬람 교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필요성에 의하여 자행된 일부 집단의 극단주의적이고 과격한 모습만으로 섣불리 이슬람 문명권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마
치 자본주의 국가들 중에도 미국과 북유럽의 양상이 다르고, 공산주의 국가들 중에도 북한과 중국의 양상이 다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저자는 보편 종교인 이슬람교답게 이슬람 국가들이 이것을 현실 영역에 적용할 때에도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꾸르안」과 율법에 규정된 이슬람교의 정치 이념으로는 합의 제도와 정의, 자유와 평등을 들 수 있고, 경제 이념으로는 건전한 생산과 소비의 권장, 공정한 분배의 실현 등을 들 수 있다. 여성의 차도르 착용 관행 역시 여성을 보호하려는 아랍 유목 민족의 전통에 기인한 것으로서 강제력이나 구속력을 띤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한 각국의 입장 역시 착용 관행을 고수하거나 폐지하거나 혹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에 맡기는 등 여러 가지이다. 특히 돈놀이를 통한 이자 획득을 부정한 방법이라 하여 금지하여 생겨난 이슬람 특유의 '무이자 은행'과, 사업자와 투자자가 사업상의 이익과 손실 모두에 대하여 공동 책임을 지는 제도 등은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독주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또한 저자는 이슬람 문명이 학문·예술 등 인류 문명의 보편적 가치에 기여한 바에 대하여 기술하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우리가 이슬람 문명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중대한 편견은, 이슬람 사회는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였기에 중세 유럽 사회와 마찬가지로 학문 분야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적인 세계사 관련 서적에서도 이슬람 문명이 종교 이외의 분야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바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 빈약하지 짝이 없기에, 우리의 편견은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이슬람교는 배움의 중요성을 반복하여 강조하였고 무슬림들은 사원과 함께 학교와 도서관을 설립하여 연구와 교육에 힘썼기에, 철학·역사학·지리학·천문학·의학·수학·화학 등의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특히 이슬람 문명권은 동·서양의 육·해상 교역로의 중간에 위치하였기에 그리스·로마·페르시아·인도 등의 주변 지역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이를 더욱 발전·심화시켰고, 이를 다시 주변 지역으로 전파하는 것에도 열성적이었다. 종이·화약·나침반·인쇄술 등 중국 4대 발명품과 인도 숫자를 유럽에 전파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아랍어로 번역하여 보존함으로써 유럽의 르네상스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는 사실 역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역사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믿기 쉬운, 우리와 이슬람 문명 사이의 교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고려를 찾은 이슬람 상인들에 의하여 '코리아'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서방에 전해졌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9세기 무렵의 이슬람 지리서에 신라가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신라 시대의 처용 설화와 경주 괘릉의 무인 석상 등을 예로 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이슬람과의 오랜 연계성을 짐작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저자는 고려 가요 「쌍화점」과 소주의 기원, 이슬람 역법인 회회력(回回曆)이 조선 시대의 역법인 「칠정산」에 미친 영향 등을 두루 짚어 주고, 마지막으로 터키의 한국 전쟁 참전과 한국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예로 들면서 이러한 한국과 이슬람의 교류의 역사는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져 나가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국과 이슬람. 이 둘은 결코 단절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과 이슬람은 서로 이어져 있었으며, 수천 년간의 교류의 역사는 오늘날까지도 부단히 이어져 오고 있다. 서로가 이어져 있음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서로를 알아야 한다. 교통·통신 수단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지리
적 한계를 뛰어넘어 인적·물적 교류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의 지구촌 사회에서, 단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 예전처럼 서로에 대하여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에 대하여 더욱 잘 알아야 한다. 이제껏 무지와 오해, 위기감으로 인한 편견에 의하여 마음대로 재단되고 얼룩진 이슬람 문명의 실체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세계 3대 종교인 이슬람교의 본질과 세계 인구의 1/5 이상을 아우르는 이슬람 문명권의 실체, 그리고 이슬람 문명이 인류 문명의 보편적 가치에 기여한 바를 밝혀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한 저자의 심정은, '서로 알아야 친해진다'는 아랍 속담으로 대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終(200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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