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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문학기행> 후기 - 2. 동주의 마지막 소풍
rightmo**| 2017/12/28 | 조회 : 466 트위터 facebook

[2일차] 동주의 마지막 소풍

 

 

우지의 구슬픈 아리랑

 

교토에서의 첫 아침입니다. 서둘러 식사를 하고 교토 남부 도시인 우지로 이동합니다. 시내를 벗어나자 나지막한 집들이 듬성 듬성 자리를 잡고 있는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렇게 1시간여를 달려 우지에 도착했습니다.

 

우지는 뵤도인(平等院)으로 유명한 곳인데요. 1,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사찰로, 주 건물인 봉황당이 일본 10엔 동전에 등장합니다. 10원에 새겨진 불국사 다보탑을 생각해 보면, 이 곳이 일본인들에게 갖고 있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날도 뵤도인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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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에는 교토의 가모가와보다 더 깊고 넓은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강가를 따라 20여분 걸어가다 보면 세월이 느껴지는 낡은 목조 다리를 볼 수 있는데요. 다리의 이름은 아마가세(天ヶ瀬). 이곳이 오늘의 첫 목적지입니다.

 


우지강.JPG
 

우지강.JPG

 

 

윤동주는 1943년 초여름에 대학교 친구들과 이곳으로 소풍을 옵니다. 전쟁이 계속 되면서 조선인들까지 ‘징병제’를 실시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을 결정했는데요. 이곳에서 친구들과 송별회 자리를 가졌던 것이죠.

 

당시 송별회에 참석했던 학생의 증언에 의하면, 강변에서 식사를 한 후 노래를 불러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윤동주는 주저하지 않고 ‘아리랑’을 불렀다고 합니다. 귀국을 앞두고 심정이 복잡했을 시인이 친구들 앞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절로 짠해 집니다.

 
 

아마가세 다리.JPG

 

아마가세 다리2.JPG

마지막 사진.JPG

 


동주 일행은 송별회를 기념하며 아마가세 다리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이 사진은 1995년 윤동주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학교친구의 앨범에서 발견된 것으로, 시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은 허름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핫플레이스였기에 인증샷을 찍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겁니다. 동주는 친구들을 위해 억지 웃음을 지어 보지만,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을 감추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 윤동주의 「바람이 불어」 중에서

 

송별회를 마친 동주는 귀국을 서두릅니다. 차표를 예매하고, 짐까지 부쳤죠. 하지만 시인은 끝내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하숙집에서 경찰서까지

 

우지를 떠나 다시 교토로 돌아갑니다. 윤동주의 교토 생활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체포되면서 압수된 그의 작품과 일기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도쿄에 머물고 있던 윤동주의 당숙이 귀성을 하면서 교토에 들러 시인을 만났다고 하는데요. 늘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느라 얼굴이 파리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 중에서

 

 

윤동주의 하숙집 터를 다시 찾았습니다. 귀향을 준비하던 윤동주는 이곳에서 체포되어 교토 시내에 있는 시모가모 경찰서로 끌려 갑니다. 하숙집에서 경찰서까지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가늠하기 위해 걸어가 봅니다.

 


경찰서 가는길.JPG

 

 

도로를 따라 20여분 걸어가자 전찻길 너머로 강이 보입니다. 시모가모 경찰서는 이 강변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인이 구금되어 있던 옛 건물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경찰서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모가모 경찰서.JPG


시모가모 경찰서2.JPG

 

 

윤동주가 시모가모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을 때, 당숙이 면회를 갔었는데요. 취조실로 들어가자 시인은 자신이 쓴 시와 산문을 일어로 번역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문서가 엄청난 분량이었다고 하는데, 모두 소실되어 전해지지 않습니다. 지난한 유학생활을 통해 좀더 성숙해진 작품들이 쓰여졌을 텐데 이를 볼 수 없으니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동주는 면회를 마치고 떠나는 당숙에게 당부합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에게 자신은 곧 석방되어 나갈 테니 염려치 말라고. 이후 동주는 재판을 거쳐 1944년 4월에 2년 형을 선고 받게 됩니다. 당시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했기에, 윤동주 역시 교토에서 후쿠오카로 이송됩니다.

 

이제 이번 기행의 종착지, 후쿠오카로 떠날 시간입니다.

 


바다 위에서 별 헤는 밤

 

교토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육로 기준으로 640km나 떨어진 곳이다 보니, 보통은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이용하는데요. 하지만 이번 기행의 선택은 바로 페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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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명문대양페리 홈페이지

 

 

저녁 8시에 오사카남항을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신모지항에 도착하는 코스로, 꼬박 12시간이나 소요되는데요. 기차는 3시간 반, 비행기는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데도 굳이 페리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갑판 위에서 가을밤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리 타는 길 2.JPG

페리 타는 길.JPG


  

교토와 작별을 하고 오사카남항에 도착하자 어느새 날이 어둑해졌습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에 오를 때 무거운 마음을 갖게 되는데요. 출항을 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자 선상에서의 활동이 익숙해지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습니다.

 

페리는 혼슈와 쿠슈 그리고 시코쿠에 에워싸인 세토 내해로 운행을 하는데요. 섬을 연결하는 3개의 대교 밑을 지나갈 때면 승객들이 갑판으로 올라와 이를 구경하곤 합니다.


 

세토내해.jpg

 

식사를 마치고 일행과 함께 갑판에 오르자 세찬 바닷바람이 반겨 주었습니다. 좌우로 펼쳐진 육지에서 뿜어내는 불빛들을 구경하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밤하늘 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별들을 헤아려 봅니다. 기행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지나갑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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